학교에서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인간의 자유는 천부적 인권이다.
이 천부적 인권은 신성불가침한 것이다.
하늘 즉 신이 준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거룩하고 성스러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르친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의 자유는 일시 정지되거나 유보되었습니다.
신도 건드릴 수 없는 인간의 자유가 좋은 대학에 보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두가 용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유로워야 할 우리 청소년들이
매우 힘들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무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데는 학부모의 책임이 상당합니다.
자기 아이만은 보다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키우려는 어리석은 기대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 청소년은 100명중 24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적어도 100명중 15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해 본적이 있으며,
실제로 일 년에 300여명, 하루에 평균 한 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학교 성적인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친구들이 어떻게 성장해야하는 가는 바로 눈앞에 있는 당장의 문제입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지금 당장 대안을 찾거나 만들면서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학교 외에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한숨과 자포자기가
힘든 아동청소년기를 보내도록 방치하는 부모의 처지를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내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지,
내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 지,
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 지,
내 아이가 지금 행복하기는 한 지,
내 아이의 눈에 비친 부모인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지,
가정은 내 아이가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지,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 아닌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눈으로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아이가 좀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저마다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친구들과 우리는 함께 꿈을 꾸고 희망을 노래하고자 했습니다.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 생활하면서 힘들 때마다 이 추운 겨울 날 간디에서
우리가 함께 만든 추억들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어른들의 고정관점과 세계관을 내려놓으면
친구들의 세계가 보이고, 친구들이 주는 메시지가 들릴 것입니다.
친구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해주어야 할 단 한 가지 일이 있다면 좀 더 믿고,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번 자치학교를 하고 나면 친구들이 숙제를 던져 주고 갑니다.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간디유학센터도 자치학교에 참가한 친구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태어났습니다.
농촌유학센터는 초, 중등 성장기에 있는 도시 친구들이 시골 학교로 전학 와서 공교육을 받고,
여기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대안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곳으로 아이를 보낸 부모님들이 기대 이상으로 만족해하시고,
유학 온 친구들도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하여,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성장을 할 수 있는 작은 대안 하나는 마련했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올해 유학할 친구들의 모집 전형은 마쳤지만, 농촌유학이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가정에는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금 가정과 학교에서의 생활을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이렇게 귀한 자식을 우리에게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치학교 기간 동안 큰 추위는 없었지만 불편한 이곳 생활공간에서 친구들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건강하게 돌려보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친구들이 즐겁게 잘 생활해준 덕분입니다.
많이 칭찬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구들아, 너희가 바로 이 세상의 주인이야.
네 삶의 주인도 바로 너 자신이야,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그리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시작해봐,
너희는 반드시 할 수 있어.
당장 하고 싶은 게 없거나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도 없어.
너희들은 이 지구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
너희와 함께 한 겨울자치 2주 동안 정말 행복했어.
잘 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2014년 겨울자치학교 친구들을 보내며 문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