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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運命)으로 온 사랑-02]
모두들 마지막 겨우 남은 자리를 데이빗에게 양보하고 남겠다는 김혜정에게 고마움과 걱정을 하였다. 그들 중 데이빗과 몇 몇은 김혜정을 닥터 김으로 부르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감하였다. 2대의 헬기에 20명이 타기도 벅찼다. 다른 사람을 내리게 하고 김혜정이 비집고 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 모두 이쪽 지역은 전혀 모르며 이 추운 환경에서 견뎌 낼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들은 집이 있는 라버레도에서도 이 혹독한 추위를 당한 사람들이었다. 다행히 지금 헬기에 딴 그들은 COVID-19 Pandemic 상황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썻고, 틈틈이 항공사에서 제공한 쎄니타이즈(sanitize)를 사용하고 있었다.
비행기 쪽은 수습이 되었고 비행기를 해드무스까지 토잉하여 며칠 수리하면 된다고 하였다. 어쩠든 헬기는 편치 못한 마음의 사림들을 태운 채 김혜정을 남기고 떠나갔다. 비행기가 소속된 회사에 요청하였지만, 당장 그들도 방법이 없었다. 그들과 함께 그들이 만든 임시 쉘터에 며칠을 함께 숙식하며 지내다 비행기 수리가 끝나면 그 비행기를 타고 갈 수가 있지만, 여성인데다 조건상 시간상 마땅치 않았다.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스스로 남기로 하였지만, 황당한 모습으로 떠난 헬기를 보고 있는 김혜정에게 물었다.
"한국으로 가는 길이예요. 피어슨 공항에서 대한항공을 타야 되는데…"
"아이쿠. 예약은 되었습니까?"
"아니 예요. 하지 못했어요. 라브레도 시티(Labrador City)에서 떠나는 일정이 정확치 않아서 못하고, 그래서 토론토에 도착하여 하려고 했어요."
"급하지는 않은가 보군요."
"아니 예요. 급해요. 서울에 계시는 어머니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너무 걱정되어서 빨리 가봐야 돼요."
"그런데… 하여튼 방법이 있겠지요. 우선 좀 쉬십시오. 그 사이 안정을 하시고. 저는 정리를 좀 하겠습니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저는 어떻게 해요? 그래도 같은 한국사람이라서 안도했거든요."
"저도 참 대단한 한국 젊은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자랑스러웠습니다.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이 나이에 또 무슨 요상한 일에 말려들까 두려웠다.
우리는 저녁이 가까워서야 해드무스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도착하자 경찰 보안관과 무소니(Moosonee)시의원 그리고 몇 몇의 동네 주민들과 아이들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나와 걱정스러운 듯 우리를 맞았다. 무소니는 한국의 군(郡) 정도 크기이다. 해드무스는 읍 또는 리(里) 정도이다. 그리고 몇 사람은 토 트럭(Tow truck)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끼어야 했으나 김혜정의 문제 해결이 더 급했다.
다니엘은 리포트를 작성해서 시를 통해 항공기 회사에 보고할 것이다. 그것이 읍장(邑長)이자 부족장인 그가 할 일이었다.
나는 추위에 떨고 있는 김혜정에게 물었다. 이곳 작은 마을에도 서너 곳의 임시 게스트 하우스는 있었다. 한국의 하숙집 같은.
"어두웠으니 우선 몸을 녹일 게스트 하우스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일박에 60불 정도. 어떠십니까?"
그녀는 멍하니 나를 쳐다 봤다.
"아저씨는 어디에 사세요?"
"저는 저 바닷가 숲 언덕에 삽니다."
"제가 묵으면 안되요? 하룻밤에 얼마인데요? 아저씨는 저를 모르는 곳에 방치하려고 하는 거지요? 귀찮은 일에 인발브(involve=관여되다)되기 싫어서."
그녀는 나를 뚫어지듯 쳐다보며 원망스런 투로 말했다. 캐나다인들 대부분은 남의 일에 관여하여 섞이길 원치 않는다. 그녀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고… 실은 혼자 사는 노인네 집이 지저분하고 불편할 것 같아서 입니다. 견딜 수 있다면, 아임 오케이. 그래도 괜찮다면… 가시지요."
"예. 좋아요. 새로운 경험을 하지요. 저도 오케이 예요."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며 좋아하였다. '뭐가 새로운 경험인지?' 내가 당혹 스러웠다. 이 일을 어떡한다. 캐나다 노인네들이 사는 곳은 거의 다 지저분하다. 내 집도 늘 깨끗하게 한다고 하였지만, 젊은 아가씨가 묵기에는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런 들 어쩌랴. 이미 가자고 하였는 걸.
스키두는 두 사람이 탈 수 있다. 나는 그녀의 짐을 뒤에 부착된 작은 컨테이너에 실었다. 해는 이미 지고 어둠이 깔렸다. 바람도 불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가까이는 될 것 같았다. 가져갔던 담요 2장을 어깨위로 덮어주고 한 장은 다리를 감싸게 했다. 그녀는 내가 하는 대로 보고만 있었다.
내가 사는 집은 통나무로 내가 직접 지었다. 그리고 안쪽은 단열재를 벽에 부착한 후 베니어판으로 막아서 만들었다. 이층 큰 방 하나에 방안에 붙은 욕실 그리고 거실 같은 공간이 있고 베란다가 있다. 아래쪽엔 컴퓨터가 있는 거실과 큰 욕조가 딸린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부엌이 있다. 일층도 이층과 같이 디귿자 모양의 통나무 베란다도 있다. 그 밑에는 창고 겸 차고도 있다. 그래도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내가 살기 편해야 하거든.
"와우~ 아저씨. 혼자사는 집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 거예요? 딱 마음에 들어요. 카티지에 온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마음에 든 다니 좋군요. 잠깐 저기 컴 앞 의자에 앉아 있어요. 내 얼른 더운 물 받을 테니 뜨거운 물에 들어가 몸부터 녹여요. 오케이?"
"옛스. 오케이~"
다른 원주민 마을과 같이 이곳도 다운타운과 주변은 깨스와 전기가 제대로 잘 들어온다. 인프라스트렉쳐는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설치하였고 배려하였다. 나는 그녀의 빽쌕과 핸드백을 거실에 두고 급히 화장실로 가서 욕조를 비누로 닦고 뜨거운 물을 틀었다.
"자. 어서 가서 뜨거운 물에 들어가십시오. 욕조가 넓으니 빠지지 않게 조심하고."
"왠 욕조가 그렇게 크고 넓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옷을 벗다가 주춤하였다. 혼자 살기에 칸막이니 뭐니 필요 없었다. 이럴 줄 알았나? 그녀는 아직도 담요로 몸을 감싸고 앉아 있었다.
"아! 나는 2층에 가서 잠자리를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얼른 자리를 피해 주었다. 이층의 방은 침대를 4개나 들여 놓아도 좋을 큰 방이다. 그 안에 전기 담요가 깔려 있는 더블 침대 하나와 탁자 그리고 책이 몇 권 들어있는 책꽂이와 권총과 망원 조준경이 붙어있는 장총과 군용검과 긴 칼 그리고 총알을 담은 설합이 있다. 침대 오른쪽 벽에는 거실과 같이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 넓이의 큰 이중 유리창이 있고 누워서도 제임스만 바다가 보인다. 내가 디자인하고 일꾼들과 같이 지었다. 나는 눈 덥힌 바다를 바라보며 추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맛. 아저씨!"
나는 놀라 달려 내려갔다. 다시 놀랐다. 김혜정이 벗은 채 거실에 나와 한쪽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왜 그래요? 왜?"
내가 놀라 소리치자 그녀가 한 손을 욕조 옆 구석을 가리켰다.
"하하하~ 스커어럴(squirrel=청설모)입니다. 추울 때 가끔 이곳에 들어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놀랐군요. 이제 괜찮아요"
"어맛. 아저씨! 제가 벗고 있잖아요. 어떡해."
우리 둘 모두 난감하였다. 나는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아저씨. 얼른 제 빽 던지세요."
나는 얼른 그녀의 빽쌕을 가져다 주었다.
"아저씨. 제가 던지라고 했잖아요. 가까이 오면 어떻 해요."
참 애먹이고 있었다.
"예. 눈 감았습니다. 얼른 챙겨 입으시고…"
"그런데, 아저씨. 키가 왜 그렇게 커요? 얼마인데요?"
왠 갑자기 키 이야기 람. 나는 눈을 뜨고 그녀를 봤다. 그때 그녀가 까치발을 하고 손바닥을 머리위로 올려 키를 가늠하였다.
"전에는 186. 지금은 185센티입니다. 됐어요? 또 물어 볼 것 있습니까?"
나는 말을 마치고 뒤로 가서 온풍기를 켜서 뒤쪽 벽 옆에 두고 컴퓨터로 가서 의자에 앉아 앞에 만들어 둔 유리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른 옷 입으십시오."
"천천히 입을래요. 아저씨가 다 봤잖아요. 자요! 또 보세요."
김혜정은 도발적인 몸짓으로 내 앞으로 와서 한 바뀌 빙 돌았다. 내 눈길도 따라 돌았다.
"ㅎㅎㅎ 아저씨. 제 몸매 어때요?"
"아주 아름다워요. 이제 됐습니다. 어서 옷 입고 이리 와서 앉아 보십시요."
"아저씨. 정말 그렇지요. 잘 빠졌지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그런데 아저씨가 그렇게 말해주니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아저씨. 제가 이렇게 말해도 아저씨는 저에게 존대말을 하지 마세요. 듣는 제가 불편하거든요. 그냥 혜정아. 하고 부르세요. 아셨지요? 그러지 않으면 저. 옷 안 입고 있을래요."
"춥지 않아요?"
"저 봐요. 또 그러잖아요? 저는 안 추워요. 감기들 거예요."
나는 일어나 담요를 가져와 그녀를 덮어주었다. 그녀의 키는 아마도 170센티가 조금 넘을 것 같았다. 늘씬하였다. 이제서야 제대로 보니 아주 아름다운 몸매와 이목구비를 제대로 갖춘 미녀였다. 나이는 20대 후반쯤 될 것 같았다.
"아이고. 어쩌자고 이렇게 하는 거야. 자. 이제 됐지? 혜정아. 어서 옷 입고 이리 와서 앉아. 그 사이 내가 커피 끓일 테니."
"아하하~ 됐어요. 얼마나 좋아요. 저도 이제 제임스라고 부를래요. 제임스. 어서 따뜻한 커피주세요."
나는 끓고 있는 커피포터의 물을 커피잔에 따르고 두 잔의 커피를 만들었다.
"혜정… 오케이. 혜정아. 아까 어느 분이 닥터라고 부르던데?"
"예. 좋아요. 그렇게 말하니 듣기 참 좋아요."
그녀는 커피잔을 들고 창가로 가서 어두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은 거울 같은 그 어둠속에 자신을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으며 히끗 히끗 흰머리 카락이 많은 제임스의 옆 모습을 보고 있었다. 김혜정은 제임스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50대 초반 정도일 것이다 라 고 짐작하였다. 얼굴은 눈 코 귀 등 호감가는 잘 생긴 타입이며 아래 위 이빨들도 가지런해서 보기 좋았다. 일자로 바로 걷는 모습이나 허리를 숙였다 펴는 동작에서도 무리 없었다. 굵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혜정은 제임스가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자 무기류 들이 올려져 있는 캐비닛위에 아무렇게 나 놓인 작은 골드 카드를 발견하였다. 크레딧 카드 크기였는데 금으로 되어 있었다. 혜정은 제임스의 기척이 나자 탁자 옆 두개 중 하나의 나무 의자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제임스가 자리 정리를 마치고 내려 와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하여 컴퓨터 테이블 앞 그녀의 옆에 앉자, 함초롬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수줍어 하며 다시 커피로 입을 축인 후 조그만 입을 열었다. 그녀의 손에는 골드카드가 들려 있었다.
"저는 18살에 캐나다로 와서 UofT(University of Toronto)의 의과대학을 마쳤고 내과 전공의가 되어 라버레도 시티에 있는 뉴펀드랜드 앤 라버레도의 주립병원에 근무하고 있어요. 10년만에 내과 전문의사가 되었고 비뇨기과 부분도 관여를 하는 주립대학 보조 교수가 되어 그 병원에 근무한지 2년되었어요. 치과 공부도 하였어요."
"와우~ 참 대단한 천재이시네요. 그러면 지금 30살이고."
"ㅎㅎㅎ 제임스 아저씨~ 맞아요. 그리고 싱글이고요, 혼자 병원 가까운 곳의 2베드룸 콘도에 살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된다?"
"예. 맞아요. 지금 어머니가 걱정되어요. 저도 그런데 요 ㅎㅎㅎ. 제임스 아저씨. 아저씨 정체가 뭐 예요? 가족은 어디에 있고? 저기 총도 있고 이런 골드카드도 가지고 있고… 제임스 아저씨. 아쿠. 나 좀 봐. 제임스. 미안해요 왔다 갔다 해서. 그런데 이 카드는 뭐 예요? 제임스 정체를 먼저 좀 말해주면 안될까요?"
김혜정은 크고 검은 맑은 눈동자의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서 말해줘요' 하듯. 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너무 아름다웠다. 참 이쁜 모습이구나 생각하였다.
"제임스! 뭘 생각해요. 깊이 생각 말고 대답해 줘요~"
그녀가 보챘다. 아마도 진실한 이야기를 원하고 있었다. 도리가 없었다.
"오케이. 저 총들은 사냥용이야. 이곳에 살려면 저 정도의 총들은 준비되고 잘 사용할 수 있어야 돼. 나는 결혼이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어. 혼자 살아왔 어. 그리고 이것은 10k gold card이고, 전에 내가 각국의 뱅크노트를 수집하며 세계 뱅크노트 협회에 평생회원으로 가입하여 받은 평생회원을 증명하는 골드카드이지. 내가 167번째이니 아주 빠른 편이었 어."
"제임스. 잠깐만요. 그럼 제임스도 화폐수집을 하셨단 말이예요?"
"제임스도? 그러면 혜정이가 아는 누가 또 화폐수집을 한단 말이야?"
"예. 저의 어머니가 지독한 화폐 수집광이예요. 으흐흑~~~."
그녀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듣는 내가 당혹스러웠다.
"김혜정. 왜 그래? 무슨 일이기에."
"으아아앙~~~ 제임스 아저씨가 아셔도 도와줄 수 없어요. 으흐흑.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는가 봐요. 혼자 계신 어머니도 화폐수집에 미친 듯 열광하셔서 늘 걱정하였는데 이런 메일만 보내고는 3일째 연락이 없어요. 아저씨. 어떡해요 으흐흑~ 그래서 제가 급히 한국에 가는 거예요. 으흐흐흑~~~."
그제서야 잠시 잊었던 한국의 어머니가 생각나고 현재의 처지가 생각나서 울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 그녀의 곁에 가서 안아주었다. 혜정은 일어나 내 가슴에 안겨 흐느끼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쩐다…
"혜정아. 다시 메일을 열어봐. 혹 연락이 와 있을지 모르니. 어서."
나는 그녀가 내 컴퓨터로 컴퓨팅을 하는 동안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날씨는 바람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언제 밖으로 나왔는지, 벗어 놓은 내가 입는 캐나다 구스 점퍼를 덮어 쓴 혜정이가 내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제임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저는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라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불러요. 어머니는 요 며칠 사이 여러 번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마지막 전화로 '혹 연락이 끊기면, 경북 길곡의 장선희를 만나라' 하였어요. 지금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아저씨. 어떡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아저씨 제임스만 사랑할께요.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아저씨. 도와주세요."
"혜정아. 사정은 이해하겠는데,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겠어. 나는 늙은 사람인데… 나도 한국은 잘 모르고… 다른 문제도 많아. 또한 이런 문제는 확인되면, 한국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아."
나는 혜정을 안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의자에 앉아 말없이 다시 커피를 마셨다.
"아저씨. 집안에서 담배를 피셔도 돼요. 저를 혼자 두지 말고 여기서 담배를 피워요. 무서워요."
나는 말없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혜정이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벽에 붙은 환풍기 커버를 열고 환풍기를 돌렸다. 다시 의자에 앉자 곧 혜정이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