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춘천 이야기22
춘천의 향토 음식 막국수
구한말 의병의 군자금으로 쓰인 막국수
옛날 잔칫집에 가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막국수였다. 요즘은 밀가루로 만든 국수가 잔치국수로 쓰이지만, 예전엔 메밀로 만든 막국수가 잔치국수였다. 잔치국수를 먹기 위해 아이들 몇이 분틀에 매달려 국수를 누르던 생각이 난다. 이제는 옛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 분틀에서 가늘게 뿜어대던 맛있는 국수 가락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막국수가 춘천에서 사업성을 띠고 널리 알려진 계기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막국수를 먹어본 사람들은 모두 이런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춘천백년사에는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관련하여 이런 사연이 있다.
1895년 10월 8일은 명성황후를 일본의 자객이 시해한 날이다. 이후 곳곳에서는 뜻있는 선비들이 의병을 일으켜 일제의 만행에 저항했다. 그때 춘천에서도 여러 곳에서 의병 활동을 했는데, 의병 가족은 일제의 표적이 되었다. 그래서 의병을 일으킨 가족들은 산으로 들어가 숨어 살면서 농사를 지었다. 산에 불을 놓아 밭을 일군 화전(火田)이었다. 화전은 부덱이-화전-삭전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불을 놓은 직후의 부덱이 때는 감자, 조, 옥수수 등이 재배되지만, 삭전이 되면 거름기가 없고 땅심이 약해서 메밀이나 콩을 심을 수밖에 없다. 물론 부덱이 때도 메밀은 잘 된다. 의병 가족은 그렇게 메밀을 생산해서 막국수를 만들어서 시중에 내다 팔아 의병 활동 자금을 마련했다. 이때부터 춘천 막국수는 사업성을 띠고 판매를 시작했고, 그 전통이 이어져서 춘천 막국수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 후 아주 많은 사람이 자신이 본 사실을 들어 원조라는 말을 썼다.
막 만들어 막국수
막국수는 어떤 뜻으로 부르게 되었을까. 막국수에서 국수는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막’의 뜻은 참 묘하다.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막국수라 하니까 말이다. 이 때문에 ‘막’의 어원을 따라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정황에 따라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 무려 6가지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막국수가 처음 만들어 명명이 하던 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곧, 첫째 대충, 마구, 함부로 만들어서, 둘째 지금 막, 금방 만들어서, 셋째 묵(墨)국수가 막국수로 변해서, 넷째 잘 선별하지 않는 메밀가루인 ‘막가루’로 만들어서, 다섯째 ‘맵가루’인 메밀가루로 만들어서, 여섯째 ‘맛’이 ‘막’으로 변해서이다. 필자가 찾아본 막국수에 대한 뜻풀이이다. 이렇게 주장들이 많지만, 아직 정확한 답은 없다. 다만, 고려사에 의하면, 고려 시대부터 메밀이 재배되었으며, 조선조 시대에는 관례(冠禮) 잔치가 끝나면 메밀국수로 주찬을 베풀었다고 했다. 어찌 됐든 1960년대 소위 ‘480밀가루’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막국수가 국수의 대세였다.
최고의 음식 막국수
2024년 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이어질 때 생각나는 음식이 막국수이다. 살얼음을 띄운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는 잠시 사라진다. 그런데 막국수는 몇 가지 종류가 있을까. 필자가 여태까지 먹어본 막국수는 여섯 가지였다.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동치미막국수, 쟁반막국수, 꿩막국수, 칡막국수이다. 아마도 막국수의 종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 막국수는 모두 춘천에서 판매되고 있다.
막국수는 양념 맛이라는 말이 있다. 막국수는 양념도 양념이지만, 몸 상태에 따라 맛을 좌우한다. 그날그날 몸이 원하는 막국수를 먹으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날의 감성과 감정과 생각을 넣어 사랑하는 가족과 같이 몸이 원하는 막국수 한 그릇을 먹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