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회’ 영덕 나들이
들길 (박현숙)
‘여우회’는 여섯 친구들의 모임이다. 여섯이라는 말에 친구 우(友)자를 붙여 ‘여우회’ 라고 명명하였다.
고교 동창, 대학동창이 섞여 6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학창시절 젊음을 공유했던 친구들이다.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가며 간간히 만났다가 직장 있는 친구들이 은퇴를 하고 자녀를 다 키운 요즘 들어 부쩍 자주만나서 차를 마시며 수다도 떨고 강의도 같이 들으며 간간이 여행도 다닌다
이번에는 영덕에 1박2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숙소는 대구대학교 영덕연수원인데 토, 일요일은 복잡하니 월, 화요일로 해서 날을 잡았다
모두 각자 반찬 한가지 씩 해오기로하고 예살 많은 친구는 숙소에 있는 냄비가 매운탕 끓이려면 작다고 냄비와 매운탕에 넣을 육수까지 가져와 우리를 감탄하게 했다
모두들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고 젊은 시절 같이 여행을 떠나던 기억을 되살리며 차안에서 계속 수다를 떨었다. 그 수다 중 건강 이야기가 가장 많고, 그 다음 남편과 다툰 이야기들, 그리고 젊은 시절 추억이야기들이었다.
사실 6명 중 2명은 남편이 이미 저 세상가고 없다. 한 친구는 60대 오복 중 하나가 영감 없는 여자다 라며 남편 없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아마 남편 없는 친구를 간접적으로 위로하는 말일 것이다.
첫째 날은 옥계계곡에서 발에 물을 담그고 친구가 싸온 김밥을 먹고 놀다가 저녁은 강구에서 회 거리를 사와서 회와 함께 매운탕을 끓여 먹기로 했다. 영덕 게는 제철이 아니라 먹지않기로 했다
첫 목적지인 옥계계곡에 도착했다. 우람한 바위사이로 굽이치는 계곡이 너무 멋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계곡물이 메말라 있었다, 그래서 평상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평상에 앉아 옥계계곡 나뭇잎들의 펼쳐진 초록 향연 속에서 먹은 김밥과 과일은 꿀 맛 이었다
숙소 가는 길에 오후에 강구시장에 들러 회감 장을 보고 그 외 필요한 먹 거리와 소주, 맥주 등 주류도 조금사서 숙소에 왔다
숙소인 대구대학교 영덕연수원은 너무 전망이 좋고 시설도 깔끔했다. 숙소 방에 앉으니 바다가 내 품에 안기는 듯 했다 .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일출도 방안에 앉아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저녁준비를 하는데 모두 요리 고수라 요리할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중 현모양처로 정말 요리도 잘하는 친구가 도맡아 했다. 친구는 얼굴도 이쁘고 야무지고 요리도 잘하니 정말 남편에게 사랑 받을 것 같았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그런데 친구는 남편은 그 고마움을 모른다고 했다. 당연히 하는 줄 안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다가도 “그래도 우야노~ 또 기죽고 힘없어 보이면 안쓰러운데~”라는 말로 로 끝을 맺는다. 애증과 연민과 우정이 뒤 섞인 남편에 대한 감정을 모두들 공감하며 웃었다
먼저 회를 먹었다. 술잔으로 여우회의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며 건배했다. 그리고 친구가 끓인 매운탕은 너무 맛있었다. 집에서 육수까지 준비해왔는데 맛없을 리가 없다
밤늦게 까지 살아온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다 다음 날 아침 일출을 보기위해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구경했는데 안개가 끼어서 그런지 해가 조금 희미하게 보였지만 장관이었다.. 일출을 보며 벗들과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음에 감사의 기도를 햇다. 그리고 아침은 전복죽을 끓여먹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가족들 챙기기에 바쁘고 여유있게 즐길 수 없었는데 친구들 끼리 오니 훨씬 여유롭고, 어른이라는 굴레를 던져버릴 수 있어 행동도 자유롭다. 그야말로 젊은 날의 자신을 되찾은 느낌이다
아침 식사 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니 카페에 마치 온 것 같았다
모두들 행복해하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좀 더 자주 갖자며 입을 모았다
숙박 후 다음날 4일이 마침 영덕 5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장을 보기로 하였다
영덕5일장은 꽤 규모가 크고 활기가 있었다. 우리는 미주구리. 가자미 피데기, 멸치, 소라 등 모두들 푸짐하게 장을 봤다.
남편 욕할 때는 언제고 다들 남편 좋아하는 먹 거리 사기에 바빴다.
장보기를 끝내고 짐 보따리를 가득 들고 오는 친구들 얼굴에는 가족들 맛있게 해 먹일 기쁨이 가득하였다 . 이제 나를 챙기고 좀 편하게 살자고 들 했지만 가족들의 즐거움이 곧 나의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는 길에 영덕 해상산책길에 들러 관광을 하고 한껏 폼 내며 사진도 찍었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 담당했던 내가 어제 많이 못잔 탓인지 자꾸 졸음이 왔다. 좀 쉬었다가 다시 운전을 했지만 역시 졸음이 왔다
나의 졸음을 깨우기 위해 친구들은 노래를 불렀다. 동요, 가곡, 트롯 기억나는 노래는 모두 불렀다. 나도 같이 따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졸음은 어느새 다 날아가 버렸다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감상에 젖어 동요를 부르는 친구들의 노래 소리는 무언가 아련하고 그리움에 젖어있어 더 아름다웠다.
드디어 목적지인 경산에 안전하게 도착했고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사먹고 1박2일의 대 장정을 끝냈다. 이번 여행은 여섯 친구 중 한명은 유고가 있어 동참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나의 학창시절, 젊은 시절의 모습과 사연들을 어쩜 나 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40여 년 간의 긴 인생의 여정을 공유했고 앞으로 남은 생에도 같이 걸어갈 동반자 들이다.
모두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왔고 따뜻한 가정을 가꾸어왔으며 다행히 아직 모두들 건강하다
한명이라도 먼저 가버리면 ‘여우회’라는 모임 이름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젠 친구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고맙고 친구의 존재 자체가 마음의 위로가 되는 나이다.
부디 오래 동안 건강하게 얼굴 보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
2019년 6월 11일
첫댓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나의 어린 시절을 나보다 더 많이 기억해 주는 친구가 있음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여섯명의 친구, 여우회. 모임 이름만으로도 재미있었겠다는 느낌이 듭니다. 4-50대 까지만 해도 가족과, 남편과 하는 여행이 좋았었는데, 언젠가부터 친구들과 가는 여행이 더 좋아졌습니다. 먹이고, 얘기하고, 웃기고 제가 다 해야 하는 일인 다역에서, 친구들과 가면 역할 분담이 잘 되어 그런 걸까요? 선생님의 이번 여행에서 큰 에너지를 얻어 돌아오셨을 듯 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남자들도 그렇게 모이면 어린시절로 돌아갑니다. 그런 나를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맛있는 음식, 일출의 장관, 거기까지 가서도 가족의 입맛을 생각하는 엄마들의 장보기가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학창시절 여섯 친구의 모임이라 여우회 정말 좋은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저는 발랄하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여자들만의 모임이라 여우들의 모임이라 명명한줄 알았습니다. 변함없는 우정이 영원하시길 기원드리며 여우들의 영덕나들이 잘 읽었습니다.감사 합니다.
친구들과 절경인 옥계계곡에서 가뭄으로 물이없어 안타까운이야기는 공감합니다. 젊은시절 영덕군 달산면의 옥계계곡 주변은 영일군에서 편입되었습니다.저는 영일군에서 지역을 넘겨주는 입장에서 아까운 심정이 많았지만 지역이 영덕군 쪽에 치우쳐 있어서 주민편의상 그렇게 한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여우회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힘든 운전을 담당하여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 역시 거기서도 봉사를 하셨습니다. 제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우회의 웃음소리가 영덕 바닷가에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졸음을 깨우기 위해 친구들이 노래를 불러 주는 모습은 아직까지 영락없이 소녀들의 모습입니다. 모두 건강하신 몸으로 다정한 우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여우회 나들이 모습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섯 친구가 모여서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온갖 수다를 떨면서 재미난 시간을 보내셨군요! 건강하게 오래도록 만나시기 바랍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만난지가 모두 45년이 넘었으니 반올림을 하면 50년이나 되는 친구들이지요. 이제는 그만한 세월을 함께할 친구들은 영원히 만날길이 없겠기에 더욱 소중합니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한 더욱 자주 여행을 다니기를 기대하며 잘 읽었습니다.
1박 2일의 여행이 3박 4일쯤 되는듯 너무 알차고 맛깔스럽게 느껴집니다. 오래오래 우정을 이어가면서 봉사하고 서로 배려하고 가족까지 챙기는 살뜰한 님들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잘 읽었습니다.
즐겁게 어울리는 여우회 부럽습니다. 우리도 퇴직 후 부부동반여행도 즐기고 해외여행도 여러차례 다녔습니다.
70을 넘긴 후 아픈데도 자주 생기고 자녀들 따라 해외 나가는 친구도 생기고 타지역으로 아들 사는곳으로 이사도가고
첫째로 아픈데가 많이 생기니 모두가 함께 나가는 기회가 점점 줄어져 시내에서 모여 아픈자랑만 한답니다. 들길님이
힘든 운전까지 하시고 즐거운 글까지 올려주시고 함께하신 연등님께서도 즐거움을 한층 더 뜻깊게 해 주시네요.
남편 흉을 보며 노니닥 거리다가 남편을 위한 찬거리를 걱정 하는 것이 이율 배반이지만 여자들의 숙명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여자들 여섯이서 멋드러지게 잘 놀고 오셨네요. 감축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