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들의 영혼(l'âme des mots)으로 글을 쓰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글쓰기(문학)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PDR, p. 60]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미학자이기도 한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이다. 언어에도 영혼이 있는 것일까? 언어의 영혼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영혼(anima)이란 전통적으로 ‘생명 혹은 생기를 주는 원리’를 지칭한다. 따라서 언어의 영혼이란 사람들에게 생기를 주고 감동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바슐라르는 문학을 사랑한다고 할 때, 이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테와 괴테한테서 볼 수 있는 “영원한 신성한 여성성(l'éternel féminin-divin)”, “천사 같은 감성(sentimentalité angéliques)”, “순결한 모성(maternité virginale)” 그리고 쉴러(Schiller)의 시에 나타나는 “낙원의 사람들(élyséen)”의 정서를 통해서 상징화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은 근본적으로 모든 자연과 우주에 존재하는 '양과 음', '남성과 여성', '남편과 아내', '좌와 우'라는 두 극성 사이에 존재하는 끌림과 관계성과 일치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성의 매력적인 인력과 조화를 통해 형성되는 ‘완벽한 인간의 조화’ 혹은 ‘완벽한 인격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혼의 언어가 사회적 언어, 역사적인 언어로 변질되고, 감동을 전하는 순수한 문학이 ‘사회 문학’ ‘역사 문학’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에게 감동과 사랑의 정서를 전달해 주기보다는 ‘진실’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그리고 분노와 절망을 낳는 문학이 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사실 바슐라르에게는 순수한 문학이라고 하기 어려운 문학들이다. 한 번쯤 ‘순수한 문학’ ‘영혼의 문학’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