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주 꿈마루도서관 팀원들은 책을 가득 싣고 춘천시 우두동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바쁜 팀원들. 말끔하게 정돈된 야외공간에 자리를 펴고 커다란 현수막을 잘 보이게 걸어 놓는다.
「도서관이 내 곁으로 BOOK 캠핑」
아이들이 몰려오기 전 책 전시에 박차를 가하는 팀원들.
작은도서관협회의 도움으로 300여 권이나 가져왔지만 막상 진열하고 보니 아쉬운 마음이다. 잠시 뒤, 손소독제와 체온계를 꺼내기 무섭게 기웃거리는 새싹들.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다는 말에 한껏 신이 나 책장에 성큼 다가선다. 그리곤 고심 끝에 고른 책을 소중히 챙겨 벤치에 앉아 꽤 오랜 시간 사르륵 책장을 넘긴다.
엄마가 불러도 모를 만큼 다른 세계에 풍덩 빠져있는 눈빛...
아이들을 바라보는 팀원들에게 보람과 미안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데
도서관이 가까이 있었더라면...’
실험팀의 찾아가는 도서관 '북캠핑' 현장
# 단계별 실험의 필요성
체계적인 실험으로
찾아가는 도서관의 가치를 증명해 보려고요
‘아이들은 도서관을 원한다. 하지만 먼 거리, 흥미 부족으로 도서관을 찾지 못한다.’ 정말일까?
꿈마루도서관은 물리적, 심리적 접근성이 해결되는 경우 도서관의 이용률이 어떻게 나타날지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목적에 맞게 여러 차례로 나눠 실험단계를 구성하였다.
<찾아가는 도서관 실험단계>
1-1. 사전 답사 및 장소 확정
1-2. 꿈마루도서관이 있는 현대아파트에서 시뮬레이션
2. 사전 설문조사
3-1. 찾아가는 도서관 A형 (기본형)
3-2. 찾아가는 도서관 B형 (기본형)
4-1. 찾아가는 도서관 C형 (캠핑열람실 조성)
4-2. 찾아가는 도서관 D형 (교육 프로그램 진행)
4-3. 찾아가는 도서관 E형 (캠핑열람실 + 교육 프로그램)
4-4. 앞 단계의 장점들을 살려 완성형 북캠핑 진행
10월 중순 3단계까지 진행된 상황. 찾아가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표정에서
높은 만족도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밝은 표정만으로 실험 결과를 정리할 수는 없는 일.
현장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로 이용자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 공원 도서관의 매력
먼저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이곳에 있다면 자주 이용할 마음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답변의 83%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를 선택했다.
‘공원 도서관이 도서관의 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같냐’는 질문에는 무려 96%의 어린이가 ‘그렇다’ 쪽을 선택했다.
또 언제 오세요?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도서관.
단 두 번의 만남뿐이었는데도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반가움을 넘어 기다림의 존재가 되었다. ‘공원 도서관이 책 읽기에 좋은 곳인지’에 대한 설문에는 아이들 100%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로 대답했다.
야외에서의 독서가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부모들의 생각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공원 도서관이 기존 도서관의 거리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에 100%가 긍정의 대답을 했고, ‘공원이 책 읽기 좋은 곳인지’ 묻는 설문에도 ‘매우 그렇다’ 50%, ‘그렇다’ 50%로 답변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의 부재. 꿈마루도서관 팀은 2단계, 3단계 실험을 통해 ‘찾아가는 공원 도서관’이 기존 도서관의 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3단계 꿈마루 도서관 운영 현장 (10/16 우두LH 2단지)
# 하늘에 달린 도서관의 운명?
하지만 희망과 함께 고민거리도 발견되었다.
야외라는 장소의 한계.
매주 화요일 롯데인벤스 아파트, 매주 토요일 우두LH 2단지 아파트에 2시부터 6시까지 머물기로 약속했지만 야외 도서관 운영은 하늘이 허락해야 가능했다. 실제로 10월 16일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을 한파는 공원 도서관 오픈이 고민될 정도였다. 성인도 밖에 서 있기 꺼려지는 추위. 이런 날씨에 야외활동은 아이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일주일 전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꿈마루도서관 팀원들은 책을 꾸려 현장에 나갔다. 그리고 또 한 번, 책에 대한 아이들의 열망에 깊이 감동했다.
추운 날씨에 담요를 쓰고 공원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아이들
이날은 아무래도 긴급 대비책이 필요했다. 야외에서 책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현장 운영 팀원들이 임시방편으로 구해온 담요로 아이들을 덮어주고, 난로를 한 대 구해와 급히 작동시켰다. 감기라도 걸릴까 호들갑스럽게 챙기는 운영팀 덕분인지 아이들은 신나게 책을 보고 돌아갔다.
사실 공원 도서관에서는 책 대출이 가능하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남긴 후 한 사람당 2권까지 원하는 책을 빌려 갈 수 있다. 반납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 카트에 일주일 안에 가져다 두거나 다음 주 공원 도서관이 찾아왔을 때 직접 제출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대출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에도 아이들은 책을 골라 굳이 야외에 털썩 자리를 잡는다.
공원의 향기와 계절을 느끼며 즐기는 독서.
아무래도 아이들은 야외 도서관의 매력을 이미 깨우친 것 같다.
최대 일주일간 대출이 가능한 공원 도서관
사방이 트인 야외 공간이어도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역은 철저히 진행되어야 했다. 현장 진행 팀원은 공원 도서관에 방문한 사람을 한 명씩 찾아가 명부를 기록하고 체온을 체크했다. 손 소독까지 마친 사람에게는 손목에 두르는 종이 팔찌를 채워 표시를 해 두었다. 마치 놀이공원 입장 티켓이라도 받는 것처럼 아이들은 너도나도 팔찌를 차기 위해 열심히 출입 방역에 협조했다.
쌀쌀한 날씨로 찾아온 고비는 잘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
기온이 더 떨어지거` 비, 눈이 오는 경우에는 야외 도서관 운영이 불가능하다. 이에 꿈마루도서관 팀은 대책으로 아파트 내 문고 조성 예정인 실내 공간을 대여할 예정이다.
1995년 이후 건설된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는 설계도면상 문고 공간이 있어야만 건축허가가 나지만 문고로 지정된 공간을 다른용도로 사용하거나 운영하지 않아도 법적 제제가 없다.
또한 공동주택의 모든 사항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하고 운영하지만
실제 관리주체가 없는 경우가 많고 거의 운영되지 않는다.
야외활동에 무리가 없는 날씨에는 단지 내 공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특수한 날씨에는 공동주택의 빈 문고자리를 찾아가는 도서관을 운영할 생각이다.
실내 공간 대여가 어려운 아파트의 경우에는 텐트와 난방 비품을 준비해 대비해 볼 요량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꿈은 어떤 날이든 성장해야 하니까.
# 마음의 거리 10cm 도서관
도서관을 꺼리는 아이들에게도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찾아가는 도서관의 다음 단계는 물리적 거리 줄이기와 심리적 거리 줄이기를 동시에 해보기.
기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처럼 야외 도서관에서 어울리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도해 볼 예정이다.
또한 본격적으로 열람공간을 캠핑장으로 꾸며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엄숙한 분위기의 편견을 깨는 것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찾아가는 도서관이 마을공동체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까지도 관찰할 예정이다.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
책을 좋아하지만 기회가 부족한 아이.
제대로 책을 본 적조차 없는 아이.
지역 내 모든 아이들에게 책의 재미를 알리고,
나아가 도서관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해 건강한 지역 문화를 만들고 싶은 꿈마루도서관 팀. 다음 단계에서 꿈마루도서관 팀은 아이들의 곁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찾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