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2기 대북·통일정책 평가서
<한반도 오디세이Ⅱ: 윤석열, 탄핵, 그리고 한반도 평화>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농담하시는 거죠?’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요즘 세상에 어떻게...’라고 치부했던 일이, 있을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2024년의 마지막 달, 윤석열 대통령은 12.3 계엄 선언으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했고 시민들이 국회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헌법적 계엄에 촛불과 야광봉으로 저항했고 초유의 내란 사태를 막아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충격과 혼란의 2025년을 시작하며
2025년 새해를 맞으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 또한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귀환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정세에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러시아는 북한을 매개로 한반도에 접근하려 한다. 우리는 내란 세력들이 북한을 도발해 계엄의 명분을 찾으려 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는 그렇게 한 몸이다.
엄중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최근 국내외의 불안정한 정세는 분명 위기지만, 그 변화 속에 기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남북관계의 불안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현실에서 체험하고 있다. 이제 다시 모든 것을 정상으로, 아니 더 나은 방향으로 돌려놔야 한다.
이 책은 2023년 6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한반도 전략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 필자의 오마이뉴스 연재 ‘한반도 오디세이’를 현재의 시점으로 정리한 것이다. 필자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의 한반도를 돌아본 <한반도 오디세이>를 2023년 4월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 2기의 대북·통일정책은 한반도를 긴장과 대결의 전장으로 밀어 넣었다. 극우 통일부 장관과 강경 국방부 장관이 등장하며 남북의 갈등이 더욱 고조됐고 종국에는 북한을 도발해 계엄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 반의 시간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복기하고 두 번 다시, 그 누구도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고 남북의 긴장 상황을 국내 정치에 동원하는 일이 없도록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윤 정부 2기, 대북·통일정책 평가서
이 책은 지난 1년 반, 윤석열 정부 2기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평가서이자, 새로운 한반도 리빌딩(Re-building)을 위한 계획서이다.
먼저 1장에서는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한 북한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우리는 북한을 ‘악마화’하기 전에 그들의 변화와 불변의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제는 ‘북한’이란 단일 주어로 모든 것을 ‘퉁’칠 수 없다. 검증되지 않은 ‘당국자’, ‘관계자’발 뉴스로 북한의 실상을 가려서도 안 된다.
2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2기를 맞은 통일부의 난맥상을 분석한다. 그나마 보수의 대북정책으로 평가받던 ‘담대한 구상’을 버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통일부와 그곳의 ‘X맨’이 되어버린 통일부 장관을 고발한다. 과연 통일부는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 우리는, 통일부는 그 답을 찾아내야 한다.
3장에서는 2024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이 공표한 ‘통일 독트린’을 비판한다. 통일 독트린은 2년이란 준비기간이 민망할 만큼 무척 실망스러운, 그야말로 최악의 독트린이었다.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하기는커녕, 이를 부정하는 흡수통일론에 기반했을 뿐 아니라, 그 실행 계획은 통일부 사업계획을 ‘복·붙’한 것이었다.
4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라는 위험한 착각을 고발한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였던 ‘9.19 남북군사합의’를 스스로 폐기해 버렸다. 그리고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을 외치며 남북관계를 파탄 내고 접경지역 우리 국민을 고통 속에 빠뜨렸다. 남북 당국의 불장난 속에 뒷짐만 지고 있는 유엔사의 책임 또한 막중하다.
5장에서는 북한과 새로운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남진하는 러시아와 더 강력한 캐릭터로 돌아온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우리 외교의 문제를 지적한다. 한반도 열전을 준비해야 할 이 중요한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6장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우리 국회는 대북정책, 한반도 문제에서 배타적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또한 정권교체와 함께 남북관계가 ‘리셋’되는 문제를 반복해 왔다. 이제 한반도 문제에서 국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남북관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탄핵 이후의 한반도를 전망하고 새로운 비전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제안한다. 윤석열 정부가 자신의 명을 단축한 만큼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리빌딩할 것을 제안한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는 한 몸이다
우리 국민은 1987년 함께 어깨를 걸고 지켜낸 한국의 민주주의를 계엄군의 침탈로부터 다시 한번 지켜냈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밤, 그날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작은 떨림으로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이제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 간절히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내쉬는 한숨의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는 한 몸이다. 이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 그 길에 이 책이 작은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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