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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陽文化保存會
 
 
 
카페 게시글
오태동+......☜ 스크랩 별방리 마실극장
금수산 오태동 추천 0 조회 16 18.02.18 08:1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별방리 마실극장

 

음력설 연휴 사흘째,

티비에서는 평창의 얼음놀이가 한창이고

우리는 영춘면 별방리 마실극장으로 연극을 보러갔다.

시골집 처마에 투명 스레이트 지붕을 연결하여 만든 식당겸 극장, 

별방리의 극장식레스토랑이다.

 

 

천정엔 제법 조명등을 몇개씩 달아놓았고 처마 밑을 무대로 했다.

마을 강변에 국방색 담요를 이어 가설극장을 만들어

연극놀이를 했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나 어른이나 연극놀이를 좋아한다.  

설이라 만두국을 시켜먹고 극을 본다.

 

 

극의 제목은 '아내'.

먼저 간 아내의 일주기를 맞이한 한 사내의 추억과 그리움을 담았다.

아내에게 바치는 제상에 오른 된장국과 소주.

살면서 남편의 부끄러운 허물을 덮어주고 상처를 견뎌준 아내의 애증이 

두고 간 일기장으로부터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내 이십여 명이 들어찬 장내에 된장국 냄새로 되살아났다.

 


 

내 아내라면 삭아서 무슨 냄새로 남을까?

난로 곁에 앉아서 무대를 지켜보는 아내를 몰래 쳐다본다.  

 

 

극을 마치니 설이라 시집에 왔던 이 동네 며느리 한 분이

구경온 김에 섹스폰을 들고 나왔다.
'사랑을 위하여'와 '여자의 일생'을 즉석에서 연주한다.
듣는 남자로선 노랫가락이 좀 민망스럽다.

사랑이든 운명이든 성질낼 일이면 참지말고 맘대로 하시지. 

극의 긴장감이 부족했는지, 일방적으로 연민의 대상이 된 것 같다.

시대가 달라졌으니 서로 서럽지 않게, 억울하지 않게 살자.  

 

 

극장측에서 뒤풀이로 붉은 포도주에 치즈조각을 내놓았다.
관객, 배우, 스텦들이 둘러앉아 건배하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흙에 파묻힌 농촌에서의 삶, 이따금 이런 맛이 있어 외롭지 않다.
영월에서 구경온 농부 금자씨와 그녀의 돌쇠
분위기가 딱 좋단다.

 

 

한 잔의 붉은 취기에 이 겨울이 조금씩 풀리나보다.
조용히 봄이 오시나보다.

 

 

(2018.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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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2.18 09:31

    첫댓글 마음의여유가 넘칩니다,, 단양엔 좋은 문화공간인데 당분간 고생 하신후에 좋은 볼거리로
    각인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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