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역 주변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잘 놓인 길 하나를 발견했다.
고즈넉한 길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넉넉히 품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서울이 아니라 시골 같았다. 당장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 눈도장만 찍어놓고 돌아섰다. 그 후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 전 걸어보기로 했다. 나서고 보니 간밤에 내린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아 가끔씩 내리고 있었다.
구파발역 3번 출구로 나가니 길이 이어졌다. 이정표에는 개천을 따라 쭉 올라가며 ‘선림사’가 나온다고 쓰여있고 ‘구파발 천서길’이라는 이름표도 붙어 있었다. 개천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드문드문 인가도 있고 마음 푹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에는 그 옛날 끝까지 외워보겠다고 시간 가는줄 몰랐던 유명 시가 쓰여 있어 어디선가 들어본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으레 치르는 행사를 할 수 있는 작은 무대 옆으로는 잘 자란 애기똥풀이 노란 꽃을 군데군데 피워놓기도 했다. 저만치는 아이 서넛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도 보이고 숲 속이지 싶은 곳에서는 지은 지 제법 돼 보이는 아파트도 줄지어 있었다. 비 온 뒤를 증명이라도 하듯 개천에는 물이 제법 불어나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징검다리위로 물이 찰랑찰랑 넘치기도 했다. 청둥오리가 먹이를 찾아 물 위를 둥둥 떠다니다 나를 보고 더 빨리 다가와 근래 보기드문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어릴적 시냇가에서 바짓가랑이를 둘둘 말아 붙이고 물에 뛰어들던 내가 떠올라 해지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길 이름이 '구파발 천서길' 이라고 붙어 있습니다.
이 방향표를 보고 걸으면 주변을 빨리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징검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더군요.
애기똥풀 꽃송이가 비를 머금어 고개를 숙이고 있더군요.
걷다가 지치면 보라고 주민들이 올린 정성 같았어요. 저도 소리내어 낭송까지는 아니어서도 제법 시인 티를 내보았습니다.
우산을 쓴 사람도 접어서 든 사람도 이 동네 사람들 같았습니다.
날이 궂어 의자는 손님을 잃은 상태입니다.
작은 무대, 줄기차게 물을 품어낼 분수 이 모두가 사람들을 줄겁게 하는 것이라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국수나무가 있으면 옆에는 언제나 마을이 있다는 속설이 있는데 진짜일까요.
왕성하게 즐기를 뻗어 꽃은 피웠습니다.
청둥오리가 물살을 가르며 나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쪽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건 모르는 사람도 많을겁니다.
친구들이랑 주전부리할것 조금 싸가지고 가 너른 그늘에 앉아 사는 얘기해가면서 놀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댓글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제가 좋아하는 길입니다.
오늘도 이 길을 따라 걷는데, 분수가 바람을 타고 시원한 물 분자를 날라다 줬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이나 비 오는 날도 걷기 좋고, 사시사철 좋아요~
근처에 사는 친구가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시원한 다리 아래에서 나누어 먹고는 했습니다.
그 친구가 쓰러져 2년이 다 되도록 식물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구 생각나서 걷기 어려운 길이라 오늘 2년 만에 걸었습니다.
'천서길'
그동안 이름도 몰랐네요^^
김영희 기자님은 이 길을 잘 아시는군요.
저는 처음 만나는날 어찌나 마음이 설레이는지 어서
걸어보고 싶어거든요. 그야말로 도심속 시골 같더라구요.
멀지도 않고 교통도 좋고 공기도 좋아 마냥 머물고 싶은 길이었지요.
친구분의 쾌유를 빕니다.
글 잘 봤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강병숙기자님 반갑습니다. 기사 쓰시느라 수고 많으 셨네요. 국수나무 명칭은 생소 하네요. 국수나무, 처음 봅니다.
네 윤기자님, 요즘 국수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꽃이 귀엽지요.
국수나무라는 명칭은 나무를 자르면 안에 있는 대궁이
하얀 국수처럼 쏙 빠진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라고 들었습니다.
구파발 천서 길 천사 길로 바꾸면 어떨까 문득 생뚱맞게 생각이 났어요.
조용하고 편안한 길 같아 찾아 가셨나 봐요. 기사 감을 얻어 내셨네요.
저는 그제 오후 북한산 가 국수나무 꽃 정말 많이 보고 왔답니다. 산길이 온통 늘어진 국수 나무 꽃이 하얀 좁쌀 같기도 하고
햇살 받은 꽃은 별처럼 반짝이기도 하더라고요. 생략
기사 잘 쓰셨습니다.
네 맞아요. 북한산 길목마다 국수나무 참 많지요. 저도 조만간 가볼 계획입니다.
언제 가도 반겨줄것같은 북한산 서울 사람들이 유독 아낀다고 들었습니다.
황기자님 말씀에 공감이 가 더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숨은 보석 같아요.
좋은정보 잘보았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구파발역 3번출구로 나가 개천을 따라 올라가며
도심속 시골이 나옵니다.
좋은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댓글 달아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