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등장인물들의 반란
1편. 예정된 장면
다음 날 아침, 작가는 책상 위에 놓인 원고를 정리했다.
밤새 잠을 설친 탓인지 눈이 무거웠다. 책상 한쪽에는 어제 민석과 나누었던 대화를 기록한 종이가 놓여 있었고, 다른 쪽에는 주인공과 어머니 역할을 맡았던 여자의 원고가 펼쳐져 있었다.
작가는 한동안 그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인물들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뒤로 글을 쓰는 일이 전과 같지 않았다. 예전에는 사건을 정하고 인물을 배치하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마지막에 어떤 결말을 맞을지 대부분 미리 정해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첫 문장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작가는 주인공의 다음 장면을 펼쳤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주인공은 위험에 처한 여성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감춰 왔던 과거의 상처를 고백해야 했다. 작가는 이미 장면의 순서와 대사까지 생각해 두었다.
그는 펜을 들었다.
'주인공은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곧장 달려갔다.'
문장을 쓴 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저는 달려가지 않겠습니다."
작가가 고개를 들었다.
주인공이 책상 앞에 서 있었다.
"뭐라고?"
"이번에는 달려가지 않겠습니다."
작가는 펜을 내려놓았다.
"어제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러는 거지?"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주인공은 원고를 가리켰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달려가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고요. 먼저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긴장감이 사라지잖아."
"긴장감이 있어야만 제 행동에 의미가 생기는 겁니까?"
작가는 입을 다물었다.
주인공은 잠시 원고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작가님은 제가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 때마다 용감하다고 쓰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충분히 생각한 뒤 행동하는 것은 용기가 아닌 겁니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제 목숨을 걸어야만 선한 사람이 되는 겁니까?"
"그건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어."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작가님에게는 장치였던 일이 제게는 실제로 겪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작가는 대답하지 못했다.
주인공은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작가는 그가 떠난 문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주인공이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수록 작가는 그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이야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장을 쓰지 못했다.
잠시 후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아니었다.
작가는 고개를 들었다.
문밖에서 누군가 말했다.
"이제 우리도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작가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인물들이 하나둘씩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