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해서 사용해야 할 말인데, 흔히 혼동해서 쓰는 말에 '가르치다'와 '가리키다'가 있습니다.
'가르치다'는 지식이나 기술 또는 이치 따위를 알게 하거나 깨닫게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때로는 '버릇', '버르장머리' 따위의 낱말과 함께 쓰여, 그릇된 것을 고쳐 올바르게 잡아 준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한자어로는 '교육하다', '지도하다'라고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가리키다'는 손가락이나 몸짓 등으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 따위를 나타내 보이거나 집어서 말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특별히 어떤 대상을 지정해서 강조할 때도 쓰이는 말입니다. 한자어로는 '지시하다', '지정하다'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분명히 구별해서 써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흔히 혼동해서 쓰며, 그 어형도 '가르키다', '가리치다' 등으로 잘못 발음하기도 합니다.
*대화(남녀간) *
(여) : "저 표지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남) : "이것은 주정차 금지를 가리키고, 저것은 횡단 금지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여) : "미안하지만 이것 하나만 더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남) : "저보고 담배를 끄라는 가르침을 주시려고 그러시는군요."
* 여러분 잠깐만! *
'씀벅씀벅'과 '썸벅썸벅'은 같은 말일까요, 다른 말일까요?
' 씀벅씀벅'은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고, '썸벅썸벅'은 연한 것이 쉽게 계속 베어지는 모양이나 소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갈음하다'인가 '가름하다'인가
'가름하다'와 '갈음하다'란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 동음이철어(同音異綴語)입니다. "삼회전은 승패를 가름하는 고비였다.", "그 결과가 노동운동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다."와 같은 말에서의 '가름하다'는 '가르다'로부터 전성된 명사 '가름'에 '하다'가 붙어서 된 말이기 때문에 갈라놓는다는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제 인사 말씀은 유인물로 갈음하겠습니다." 할 때의 '갈음하다'는 '갈다'의 명사형 '갈음'에 '하다'가 붙어서 된 말로서 대신하다는 뜻으로 쓰인 말입니다. 그러므로 이 두 말이 발음은 같지만 그 어원도 다르고 표기도 다른 것이기 때문에 잘 구별해서 사용해야 할 말입니다.
'가름하다'와 '가늠하다'를 또한 혼동하기도 합니다. "노동 운동의 방향이 어떻게 나갈 것인지 가늠해 보는 것은 쉽지 않다."에 쓰인 '가늠하다'는 시세나 기미를 살펴보는 짐작, 또는 대중이란 뜻으로 쓴 것이어서 '가름하다'와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따라서, '가름하다', '갈음하다', '가늠하다'는 잘 구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 대화(토론자간) *
(남) : "이러다간 끝내 시비를 가름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결정합시다."
(여) : "시비를 가리기 위한 토론을 가위바위보로 갈음한다니 말도 안 됩니다."
(남) : "사태를 가늠하는 잣대가 저마다 다르니 시비가 가려지겠습니까?"
(여) : "그래도 얘기하다 보면 잣대의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여러분 잠깐만! *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다."라는 말의 '판가름하다'는 '가름하다'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판가름하다'는 한자어로는 '判別하다'에 해당하는 말로서 '判斷하다'의 '판'과 '가름하다'가 합성된 말이므로, '판가름하다'와 '가름하다'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갈음하다'와는 통하지 않습니다.
'갓쟁이'와 '갓장이'
'갓쟁이'와 '갓장이'는 본래 동철어였던 단어로 多義語였었는데, 새 표준어 사정 과정서 異義語가 된 단어입니다. 종전에 '갓장이'로 표기하던 말인데 갓을 만드는 장인은 '갓장이' 그대로 두고, 갓을 쓴 사람은 '갓쟁이'로 표준말을 바꾼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장인의 뜻이 분명한 '미장이', '유기장이', '땜장이', '갓장이' 등은 ㅣ모음 역행동화를 인정하지 않은 종전의 표기를 표준으로 삼고, 장인의 뜻이 거의 잊혀졌거나 없는 것은 ㅣ 모음 역행동화 된 형태 '멋쟁이, 소금쟁이, 골목쟁이' 등을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따라서 양복을 입은 사람은 '양복쟁이', 갓을 쓴 사람은 '갓쟁이', 남녀의 야합을 소개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뚜쟁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쟁이'를 붙인 말에 '깍쟁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깍정이'로부터 왔기 때문에 '깍쟁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발음이 이미 '깍쟁이'로 변했기 때문에 현실음을 인정하여 표준어로 삼게 된 것입니다.
* 대화(부부간) *
(남) : "저 멋쟁이들이 다 어디 사람들이오."
(여) : "공사판에 오는 미장이들인데 그렇게 멋지네요."
(남) : "작업복을 입었을 때는 깍쟁이 못지 않더니만."
(여) : "옷이 날개라지 않아요. 나도 멋쟁이 옷 한 벌 해 주시지 않겠어요?"
(남) : "저 담쟁이가 물이 들 때쯤에나 여유가 생길 듯하니 그 때까지 기다려 보구려."
(여) : "설마 그때 가서 딴 말씀을 하시지는 않겠지요?"
* 여러분 잠깐만! *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은 곡식이나 과실의 열매는 '쭉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쭉쟁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은 '쭉정이'라고 해야 합니다. 속에 알이 들어 있지 않은 밤도 '쭉정밤'이라고 합니다. 또한 도토리나 상수리의 받침도 '깍정이'라고 해야 합니다.
'건너다'인가 '건느다'인가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한용운 : 나룻배와 行人>
그윽하고 오묘한 느낌을 주는 시입니다. 비유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제도중생하고자 하는 의 作中話者의 의도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어휘는 '건너다'입니다. 예로 든 시에도 '건너갑니다'가 두 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건너다'를 흔히 '건느다'로 발음하거나 표기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용언들이 'ㅡ으다' 형인 것에 유추하여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러나 '건너편', '건넛집'과 같은 합성어나 '건너갑니다'와 같은 합성어를 보면 '건너다'가 기본형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건넛방'을 '건는방'이라고 하는 일이 있어서 '건느다'가 아닌가 혼동을 일으키게 하지만, 그것 역시 '건넌방'이라고 해야 옳은 말입니다.
* 대화(부부간) *
(남) : "건넛방에 누가 왔소, 못 듣던 목소리가 들리니."
(여) : "강 건너편에 사는 딸이 왔나 봐요."
(남) : "비에 강물이 불었는데, 어떻게 건너 왔지?"
(여) : "그렇지 않아도 강을 건너느라 애를 먹었대요."
* 여러분 잠깐만! *
사람을 배로 건너가게 해 주는 것을 무어라고 할까요?
'건너다'의 사동형인 '건네다'를 써야 합니다. "발동선으로 사람을 건네다." 혹은 "발동선으로 사람을 건네 주다."처럼 씁니다. ×건늬다
'게검스럽다'인가 '게걸스럽다'인가
음식을 욕심껏 마구 먹어대는 태도를 흔히 '게걸스럽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맞는 표준말은 '게검스럽다'입니다. '게걸스럽다'는 게걸들린 태도가 있다는 뜻으로 쓸 때는 표준어로 인정이 되지만, 욕심껏 마구 먹어대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로는 쓰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게걸들리다'는 먹고 싶은 욕심이 때때로 생긴다는 뜻의 말이고, '게걸들다'는 먹고 싶은 욕심이 뿌리깊이 들어있다는 뜻의 말입니다. 게걸들린 태도를 가리키는 경우는 '게걸스럽다'이고, 욕심껏 마구 먹어대는 태도를 가리키는 경우는 '게검스럽다'가 표준어인데, 그 작은말은 '개감스럽다'입니다. '개감스럽다'는 단작스럽게 욕심껏 먹어댄다는 뜻입니다. 보기에 치사스럽고 다라운 데가 있어 보이게 음식을 욕심껏 먹어대는 것이 곧 '개감스럽다'입니다.
욕심껏 먹어대는 태도를 가리킬 때, '게걸스럽다'를 버리고 '게검스럽다'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널리 쓰이기 때문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 25항에 따른 것입니다.
* 대화(부부간) *
(여) : "무슨 일로 음식을 그렇게 급히 잡수세요, 게걸들린 사람처럼."
(남) : "내가 게검스럽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당신 음식 솜씨가 좋다는 증거 아니겠소?"
(여) : "음식 맛이야 천천히 잡수시면서 음미를 하셔야지, 그렇게 급히 잡수시면 목이 메지요."
(남) : "목이 메기는커녕 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했는데도 더 먹고만 싶으니 걸신들렸나 봐."
(여) : "그러기에 천천히 잡수셔야 음식을 덜 들게도 되고, 맛도 음미할 수가 있지요."
* 여러분 잠깐만! *
방금 대화 속에 나온 '걸신들리다'란 말과 '게걸들리다'란 말은 비슷한 말일까요?
비슷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걸신'은 빌어먹는 귀신의 뜻으로서 걸신에 사로잡힌 바 된 것이 '걸신들리다'입니다. '게걸'은 마구 먹으려고 하는 탐심인데, 그런 탐심에 사로잡히는 게 '게걸들리다'입니다. 그러므로 이 두 낱말이 결과적으로 음식을 탐하는 상태를 뜻하게 되니까 비슷하게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