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스테디셀러 가판 위에 나란히 놓인 ‘소설 결산’(?) 책들이 눈길을 끈다. 한 해 또는 일정 기간의 소설 작품 중에서 우수한 작품을 각각의 기준으로 선정해 엮은 『2006 올해의 좋은 소설』(현대문학), 『2006 올해의 문제 소설』(푸른사상), 『2006 오늘의 소설』(작가)이 바로 그것이다.
『2006 올해의 좋은 소설』(이하 『좋은 소설』)은 현대문학이 1993년부터 펴내고 있는 기획시리즈로 현장비평가 다섯 명이 우수 작품을 선정해 엮은 것이다. ‘좋은 소설’의 기준은 “작품의 완성도와 새로움의 성취도”이며, 전년도 6월부터 금년 5월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신작 중·단편소설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06 올해의 문제 소설』(이하 『문제 소설』)은 전국의 대학의 현대소설 연구자 및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현대소설학회’에서 선정한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다. 『문제 소설』의 경우 1994년부터 매년 발간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총 350명의 현대문학 교수들이 참여해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1년 동안 문예지 21곳을 통해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했다.
심사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의 현대소설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 예비심사와 이메일을 통한 교수들의 추천 및 평가, 전체 세미나를 통해 최종 후보작품을 선정하고, 선정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올해의 ‘문제 소설’로 지목된 작품은 김원일의 「오마니별」, 김인숙의 「어느 찬란한 오후」, 김중혁의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박민규의 「코리언 스텐더즈」, 박정규의 「한나절 수수께끼」, 손홍규의 「이무기 사냥꾼」, 유금호의 「그 강변, 야생 키니네꽃」, 이응준의 「약혼」, 이화경의「상란전」, 정이현의 「1979년생」, 조선희의 「파란꽃」, 최수철의 「창자 없이 살아가기」 등 12작품이다.
앞의 두 작품집이 비평과 학계의 시전으로 선정된 것이라면 올해로 3년째 출간된 『2006 오늘의 소설』(이하 『오늘의 소설』)은 평론가를 비롯해 현역 소설가와 출판편집인 등 폭넓은 범위의 문학인들이 함께 선정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오늘의 소설』의 경우 102명의 문학인들에게 2005년 한 해 동안 발표된 모든 작품에 대해 추천을 받았으며, 추천 횟수에 따라 10편을 선정해 순서대로 단행본에 실었다. 선정된 작품은 순서대로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 김경욱의 「맥도널드 사수 대작전」, 김애란의 「베타별이 자오선을 지나갈 때, 내게」, 김종광의 「낭만 삼겹살」, 김중혁의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 이기호의 「수인」, 전성태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정이현의 「그 남자의 리허설」, 정지아의 「소멸」,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 등이다.
이번 결산 소설 작품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30대 이하의 젊은 소설가들의 활약이다. 『오늘의 소설』의 경우는 10명 중 7명이 70년대 이후 출생 작가들이며, 『좋은 소설』 역시 11명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30대 작가들이다.
또 두 곳 이상에 작품이 실린 작가들도 모두 30대 작가들인데, 단연 돋보이는 작가는 김중혁(36)이다. 세 작품집에 모두 작품이 실렸으며, 『작가세계』(2005년) 5월호에 실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야」의 경우 『문제 소설』과 『오늘의 소설』에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그 밖에도 김경욱(36)과 전성태(39)는 『오늘의 소설』과 『좋은 소설』에, 정이현(35)은 『좋은 소설』과 『문제 소설』에 실렸다.
물론 이 같은 신예들의 약진 속에서도 선배 작가의 무게감을 놓지 않는 중진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구효서, 이현수, 정미경, 고종석, 한창훈, 정지아 등과 같은 중진들의 작품이 결산집 곳곳에 포진돼 있으며,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의 경우 『오늘의 소설』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세 권의 결산집 모두 30대 젊은 작가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공통된 흐름은 “이미 확고해진 완숙함보다는 가능성과 뚝심을 더 선호”(『좋은 소설』 심사평)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 결국 시장을 염두에 둔 안전한 선택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컴필레이션 음반처럼 앤솔로지 작품집도 다중의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는 ‘종합선물세트’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의혹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단의 동의인가, 평균화된 기호와 취향의 종합선물세트인가. 어쨌든 독자들이 꾸준히 이러한 작품집을 찾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