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자극하는 마산 걷기 여행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일대를 걷다
2013년 가을에서 겨울, 마산이란 도시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바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때문이다. 하숙집 주인 나정이네 가족과 중심인물인 쓰레기가 모두 마산 출신이었다. 드라마에서 마산이 종종 언급됐고, 큰 웃음을 줬던 미팅 장면에서는 '마산 3대 갑부' 아들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1994년 배경 속에는 마산시가 당당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마산시가 없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마산은 1970년대와 80년대 전국적인 도시이자 경남 최고의 도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2010년 7월 진해시와 함께 창원시에 통합되었고, 이제는 창원시 안의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로 존재하게 됐다.
알록달록한 벽화가 있어 걷기 좋은 마산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과 창동예술촌
마산시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마산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은 여전하다. 마산이라는 역사 깊은 동네는 반듯반듯하고 세련된 신도시에서 느껴볼 수 없는 추억과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따스한 봄날, 마산 최대 번화가였던 창동에서 부림시장을 지나 성호동 산동네에 조성된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까지 걸어보자.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전해줬던 진한 향수가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물아물 피어오른다.
마산 걷기 여행의 시작은 창동예술촌에서
갖가지 설치미술과 벽화, 공방 등이 숨어든 창동예술촌 골목길
옛 마산의 중심지였던 창동. <응답하라, 1994>에서도 마산 3대 갑부니, 4대 갑부니 하면서 마산을 상징하는 곳으로 등장했던 시민극장과 코아양과가 모두 창동에 있다(시민극장은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코아양과는 여전히 창동을 지키고 있다). 그만큼 창동은 마산에서 중요한 입지를 차지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후 도시 공동화로 인해 상권은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쓸쓸한 모습으로 남게 됐다. 다행히 2012년 도심 재생 프로젝트인 창동예술촌 사업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상업 및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창동과 그 주변 지역을 마산예술흔적골목, 문신예술골목, 에꼴드창동골목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꾸민 문화예술의 거리가 창동예술촌이다. 골목을 따라 아기자기한 벽화와 설치미술이 가득하고, 개성 만점 가게들과 공방이 추억과 낭만의 시간을 선사한다. 번성기 때 인기깨나 누린 창동복희집, 창동분식 같은 전통 깊은 분식집과 마산 빵집의 양대 산맥인 고려당, 코아양과가 모두 이 일대에 포진하고 있으니 먹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미로처럼 이어지는 창동예술촌 골목 여행이 끝나면 1980년대 창동과 함께 마산 최대의 상권 중 하나였던 부림시장으로 발걸음을 이어가자. 경남을 대표하는 의류 도매시장이자 떡볶이 골목으로도 유명했던 부림시장 역시 1990년대 이후 상권이 쇠퇴했다. 빈 점포가 늘어가던 상황에서 원도심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2013년 말 창작공예촌이 들어섰다. 한지, 칠보, 도자기 등 다양한 테마의 공방들이 입주해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명소,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2013년 12월, 성호동 산동네에 새롭게 조성된 벽화마을 소박한 창작 벽화와 함께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벽화가 주민들의 생활터전과 어우러져 더욱 정겹다. [왼쪽/오른쪽]마을 주민들이 사용했던 백년 넘은 우물 / 마산 시가지와 앞바다가 내다보인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창동과 부림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이 새로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2013년 12월에 완공된 최신 명소라 마산 사람들에게도 아직 낯설다. 창동 거리에서 부림시장을 지나 성호동주민센터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언덕배기에 신추산아파트가 보인다. 바로 그 옆 산동네에 알록달록 어여쁜 벽화마을이 들어섰다. 30여 가구 마을에 총 452m 구간이라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마산항 조망 포인트로 훌륭하고 볼거리도 알차다.
저도 연육교, 문신미술관, 어시장, 무학산, 마창대교 등 마산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함께 이제는 같은 창원시에 포함된 옛 진해의 벚꽃 피는 경화역 풍경 등 지역 명소를 담은 벽화들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밖에 내걸린 빨랫줄, 거리에 나와 있는 화분, 동네 노인정까지 벽화와 어우러져 더욱 정겹다. 동네 풍경 속에 녹아든 창작 벽화와 함께 앤디 워홀의 <금빛 마릴린 먼로>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공존해 신선하다. 한때 마산에서 활동했던 시인 김춘수의 <꽃>을 적어놓은 벽화와 1910년 이전에 만들어져 실제 동네 주민들이 이용했던 백년우물, 이색 포토존도 볼거리를 더한다.
양쪽으로 난 골목길 어디에서 시작해도 한 바퀴 훌훌 돌아보고 나올 수 있다. 한 걸음씩 올라가며 산동네와 벽화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고, 한 걸음씩 내려오면서 마산 앞바다와 시가지, 벽화가 어우러진 정취를 음미해본다.
마산 앞바다가 내다보이는 문신미술관
벽화마을과 바로 인접한 문신미술관 전경 문신미술관을 직접 설립한 화가이자 조각가 문신 훌륭한 전망을 선사하는 아트숍 테라스
벽화마을이 끝이 아니다. 신추산아파트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문신미술관과 마산시립박물관이 나타난다. 건물 외관과 주변 자연환경이 눈길을 사로잡는 문신미술관은 화가이자 조각가인 문신의 작품세계를 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1980년에 귀국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산에 정착했다. 본인이 직접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1994년 꿈에 그리던 문신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5년에 세상을 떠났다. 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야외조각전시장으로 이뤄지며, 2010년에 문신원형미술관이 추가로 건립됐다. 미술관 안팎을 오가며 조각, 석고원형, 유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원형미술관 아트숍 테라스에서 내다보는 전망을 놓치지 말자. 마산 앞바다와 마창대교, 돝섬이 한눈에 펼쳐진다.
여행정보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서7길 15-8 일대
문의 : 055-225-3651(창원시청 문화관광과)
창동예술촌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24 일대
문의 : 055-222-2155
문신미술관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신길 105
문의 : 055-221-5050, korean.visitkorea.or.kr
1.주변 음식점
진짜초가집 원조아구찜 : 아귀찜 /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남3길 8-2 / 055-246-0427 / korean.visitkorea.or.kr
오동동아구할매집 : 아귀찜 / 창원시 마산합포구 아구찜길 13 / 055-246-3075 / korean.visitkorea.or.kr
창동복희집 : 분식 /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4길 21-1 / 055-242-1157
창동분식 : 김밥‧우동 /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서6길 10 / 055-246-1467
6.25떡볶이 : 떡볶이 /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12길 16-23 / 055-247-4830
2.숙소
리베라관광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17 / 055-248-5200 / korean.visitkorea.or.kr
베니키아 호텔사보이 : 창원시 마산합포구 삼호로 39 / 055-247-4455 / korean.visitkorea.or.kr
마산m호텔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367 / 055-223-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