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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kindischer Held! O herrlicher Knabe! Du hehrster Taten to:riger Hort! | 오, 아이같은 영웅이여! 오, 영웅다운 어린애여! 고귀한 행위를 지닌 어리석은 그대여! |
3막 1장에서 발라(에르다)를 다시 찾아간 방랑자(보탄) 역시 그를 가리켜 '사랑을 즐기며, 질투가 없고, 두려움을 모르는 고귀한 자'라고 표현하는데, 이러한 '행위하는 바보'의 캐릭터는 이후 파르지팔(Parsifal)로 이어질 것이다.
햄릿(Hamlet) 역이 워낙 캐스팅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 지그프리트만큼 힘들랴 싶다. 언어연극일 경우라도 어려울 판에, 이러한 '아이같은 영웅'을 구현해낼 수 있는 '영웅적 테너(Heldentenor)'를 찾기가 쉽겠는가? 일단 길고 힘든 무대를 소화할 만한 역량과 관록을 겸비한, 강하고 힘찬 음색과 풍부한 성량의 헬덴테너이면서, 동시에 그 목소리는 결코 두툼해서도 노회해서도 안 되고 찌르듯이 빛나는 원석 같은 '소년'이어야 할 텐데...또 연기력은? 그리고 외모는?
극적 재미의 온상
미메는 비록 악한이며 끔찍한 최후를 맞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귀엽다 아니할 수 없는 부포 테너이다. 눈치 봐 가면서도 공치사를 잊지 않고 틈만 나면 "내가 널 어찌 키웠는데~"라고 그야말로 '노래를 부르는', 때론 청승맞고, 주로 야비하고, 나름대로 영리하고, 말재간만큼은 남에 뒤지지 않는 미메는 극의 활기와 재미를 책임지는 두 기둥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구역질나는 당신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데, 왜 나는 떠나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하고 묻는 지그프리트에게 "그게 바로 네가 날 사랑한단 증거야. 젊은이들은 부모의 둥지를 애태우며 갈망하는 법이지. 그 갈망이 바로 사랑이야. 그러니까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라는 답변 등은 묘한 설득력으로 관객을 미소짓게 만든다. 미메의 시침떼는 청승과, 그것에 절대 넘어가지 않는 강철 같은 지그프리트의 가차없는 대응은 극적 재미의 온상이다. 특히 지그프리트가 힘차게 노퉁을 만드는 과정과, 미메가 세계의 주인이 될 계획을 세우는 모습이 교차되는 1막 3장은 압권이다. 물론 그 탄력이 고스란히 음악을 통해 전달되고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메와 지그프리트, 두 테너의 극명하게 대비되는 음색 또한 감상의 묘미일 것이다.
미메가 방랑자와 대면하는 1막 2장, 알베리히가 등장하는 2막 1장, 방랑자가 발라(에르다)를 만나는 3막 1장은 비교적 어둡고 장중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극은 활력이 넘치는 빠른 호흡에다가 희극적 요소가 다분하고, 용도 나오고 숲새도 나오며, 브륀힐데가 깨어나는 '감동적' 장면조차 소년적 동화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물론 다른 세 편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 이 <지그프리트>는 워낙 극적 재미가 뛰어나기에 음반으로만 들어서는 그 진면목을 알기 어려울 듯하다.
빠져버린 한쪽 눈?
3막 2장에서 드디어 보탄(방랑자)과 지그프리트가 만난다. 가르쳐달라는 길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미주알고주알 캐묻는 늙은이가 귀찮았던 지그프리트는 방랑자의 눈 하나가 없다는 것을 알아보고, '비키지 않으면 다른쪽 눈도 잃어버릴걸'하고 위협한다. 그러자 보탄(방랑자)은 조용히 말한다.
Ich seh', mein Sohn, wo du nichts weisst, da weisst du dir leicht zu helfen. Mit dem Auge, das als and'res mir fehlt, erblickst du selber das eine, das mir zum Sehen verblieb | 알겠다 얘야, 넌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잘해 나가는구나. 빠져버린 내 다른 한쪽 눈을 가지고, 넌 내게 남아있는 보이는 한쪽 눈을 알아봐 내는구나. |
이 대목은 번역시에 최고로 고심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앞의 두 행은 별 문제될 것이 없으나, 그 다음이 문제다. 직역하자면, "내게서 빠져버린 다른 한쪽 눈을 갖고서, 너 자신은 내게 남아있는 보이는 한쪽 눈을 알아보는구나('erblicken'은 '알아보다', '(눈으로 보고) 인지해 내다'의 뜻이다)"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바로 전의 지그프리트의 대사와 관련시켜 보자. 그는 방랑자가 애꾸인 것을 알아채고, '남의 앞길 가로막다 빠진 것 아니냐? 내 앞길도 가로막다간 남은 눈조차 위험할 걸'하고 협박한다. 한쪽 눈이 없는 것을 알자마자 얼른 필요한 대로 말을 만들어 남은 눈에 들이대는 순발력과 대처능력이 비상하다. 방랑자의 대답이 이 점에 대해 말한 것이라면, 위의 말은 '빠져버린 한쪽 눈을 이용해서, 남아 있는 한쪽 눈을 위협한다'의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지그프리트는 유래나 의미 같은 것에 관심 없이 그저 제 하고 싶은 대로 행위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쥔 칼의 유래, 보탄이 누구이며 왜 눈이 하나 빠졌는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 하지만 그것을 나름대로 이용해서 남은 한쪽 눈을 위협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자 한다. 보탄은 그 모습을 보고서 "알겠다 얘야, 너넌 아무것도 모르면서 스스로 알아서 잘해 나가고 있구나"라고 말한 것이다. 그 이후의 "빠져버린 내 다른 한쪽 눈을 가지고, 넌 내게 남아 있는 보이는 한쪽 눈을 알아봐 내는구나"는 앞의 두 행 -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잘해 나가는 - 에 대한 내용 설명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차적이고 표면적인 뜻 아래, 좀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보탄에게 한쪽 눈이 없는 까닭은, <신들의 황혼> 서막에서 얘기되듯(<라인의 황금>에선 좀 다르게 나오지만) 지혜의 샘물을 마신 데 대한 댓가로 한쪽 눈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즉 보탄의 빠져버린 한쪽 눈은 그의 지혜의 등가물이다. 그리고 지그프리트는 그러한 보탄의 후손이다. 그렇게 보면 보탄의 위의 말은 "네 자신이 지금 나의 남은 한쪽 눈을 보는 데 사용하고 있는 그 눈은, 바로 나의 빠져 버린 눈이다" - 곧 '지금 나를 보고 있는 너 자신은, 바로 나로부터 나온 것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지그프리트에게, 보탄은 그가 자신의 후손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보탄이 원래 태양신으로서 그의 눈은 곧 태양이며, 지그프리트 또한 태양과 같이 빛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해석이 힘을 받을 수 있겠다.
또다른 해석은 '내 빠져버린 눈'을 '보지 못하는 눈'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말은 "너는 내 빠져버린 눈과 같은 장님 눈을 가지고, 볼 줄 아는 나의 남은 한쪽 눈을 보고 있구나"가 되며, 이는 다시 말해 "너는 보고도 볼 줄 모른다: 나는 비록 눈이 하나지만 '볼 줄 아는' 사람이요, 너야말로 봐야 할 걸 못 보는 눈뜬 장님이다"라는 뜻이다. 지그프리트가 '아무 것도 모르며' 보탄이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를 전혀 감 잡지 못하고 대드는 상황과 연관시키면 이러한 해석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어떤 해석을 따르든, 그러한 숨은 의미를 살려 위 본문을 번역하려면 상당한 의역이 필요할 것이다. 그보다는 가장 일차적인 의미를 살리고 여러 심층적 해석가능성들을 열어 두는 것이 좋을듯하여 위와 같이 번역하였다.
=== 줄거리 === <Dr. Karl Dietrich Gra:we / Mary Whittall 영역 / 박경미 번역>
[바그너의 원본 무대 설명은 이탤릭으로 표기하였다.]
신들의 우두머리인 보탄과 니벨룽들의 왕인 알베리히는 세상의 지배권을 두고 경쟁했다. 보탄은 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요새 발할 성을 세웠다. 난쟁이인 알베리히는 보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절대 권력과 부를 얻었다. 그는 라인 강의 딸들이 지키고 있던 황금을 훔쳐서 사랑을 부인함으로써 그 힘을 얻었고, 이는 신으로서는 택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황금이 지닌 "마법 주문"을 다룰 수 있는 주인으로서, 그는 자신을 위해 "마법의 반지"를 만들고 교활한 대장장이인 그의 동생 미메로 하여금 머리에 쓰면 보이지 않게되는 마법의 투구인 타른헬름을 만들도록 한다. 동료 니벨룽들을 노예로 부리며, 지하세계의 왕인 자신을 부유하게 하는 보물 더미를 쌓을 수 있도록, 그들을 땅 속 구석 구석으로 보내 보물을 구해오도록 시켰다.
보물을 소유하고 알베리히를 지배하기 위해서, 보탄은 점점 더 책임과 조건, 주위 상황, 속임수와 자기 기만에 빠져들게 되었다. 보탄이 반지를 부정한 방법으로 자신의 손에 넣었을 때, 알베리히는 그 반지에 저주를 걸었다. 그러나 보탄은 어쨌든 반지를 소유하지 못했다. 반지와 보물들은 거인 형제의 손에 들어가고 이를 독차지하기 위하여, 거인 파프너는 형제인 파졸트를 죽이고, 타른헬름의 마법으로 용으로 변신했다. 그때 이래로 그는 깊은 숲에 있는 한 동굴에서 보물을 지키면서 숨어 지냈다. 보탄과 알베리히는 둘 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난쟁이는 다시 반지와 보물 더미를 빼앗아 올 기회만을 엿보았다. 고통을 겪으며 현명하게 자란 신은, 그가 신들 앞에 놓인 최후의 순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힘이 새로운, 자유 종족들에게로 넘겨지기를 바란다. 그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라는 두 명의 인간을 창조했지만, 그 자신이 만든 덫에 걸리게 되어, 그들에게 닥친 재난을 막을 수 없었다. 그와 지혜로운 대지의 여신 에르다 사이에서 낳은, 그가 아끼는 딸 브륀힐데는 보탄의 저의를 알고 있었고, 그가 자신의 임무에 대한 강박과 슬픔 속에서 그녀에게 명령했던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이때문에 그녀가 깊고 긴 잠에 빠지도록 벌을 내렸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지그프리트가 미메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나는 동안, 보탄은 더 이상은 그가 주인이 아닌 세상을 끊임없이 떠돌아다녔다. 지그프리트는 이러한 역사의 어떤 것도, 심지어는 자신의 태생도 알지 못한다. 난쟁이는 그를 보살피는 데에 있어 무관심할 뿐이었지만, 그는 용감하고 고집 센 아이가 무적의 영웅이 되어 반지와 파프너의 보물 더미를 되찾아 오고, 그것을 미메에게 안겨 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보탄은 자기 나름대로, 신과의 혈연 관계 없이 태어난 영웅인 지그프리트가 언젠가 잠들어 있는 브륀힐데를 깨우고 그녀와 함께 새로운 인간 종족을 찾아 반지의 저주로부터 세상을 구해줄 것이라 믿는다.
1막
숲 속에서
왼쪽으로 바위 안쪽까지 움푹 들어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무대의 4분의 3 정도 열려 있는 동굴 전경에서, 두 개의 자연스러운 입구가 숲에서부터 동굴로 이어져 있는데, 하나는 무대 안쪽으로, 다른 하나는 더 넓고 무대 바깥 쪽으로 뻗어있고, 둘 다 오른쪽에 있다. 대장장이의 대장간은 뒤쪽 벽에 왼쪽을 향하여 있다. [...] 그리고 매우 큰 모루와 다른 대장간 도구들이 놓여있다.
제1장
미메는 그의 대장장이 기술이 쓸모 없다는 것을 계속해서 인정하도록 강요당한다. 그는 용맹한 지그프리트가 휘두를 만큼 충분히 강한 검을 만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글린데가 죽어가던 때, 그녀에게 부러진 조각으로 받았던, 아마도 지그프리트에게 맞는 유일한 무기가 될 노퉁이라는 검을 고칠 수도 없다. 지그프리트는 밧줄로 된 고삐로 큰 곰 한 마리를 매고 전속력으로 숲으로부터 달려온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맹렬한 기세로 미메 앞에 내려 놓는다. [...] 미메는 무서워서 검을 떨어뜨리고 용광로 뒤로 숨는다. 지그프리트는 곰이 그를 쫓도록 한다. 그 난쟁이가 그에게 새 검을 다 완성했다는 것을 보여주자, 지그프리트는 곰을 숲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그는 즉시 새 무기를 모루 위에 놓고 세게 내려치고 그 대장장이의 "엉성한 솜씨"에 절망한다. 지그프리트는 몹시 화내며 돌 의자에 뛰어들어 앉는다. 미메는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계속 그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지그프리트를 달래려고 한다. 그는 지그프리트에게 음식을 주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지그프리트는 그릇과 고기를 빼앗아 내던진다. 미메는 그의 배은망덕에 대해 꾸짖으며 그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지를 상기시킨다. 지그프리트가 돌아서서 미메를 조용히 바라본다. 미메는 지그프리트와 눈이 마주치자 그의 눈을 피하려고 한다. 지그프리트는 그가 미메를 싫어하고, 숲에 사는 새들과 짐승들을 사랑하게 된지 한참인데도 왜 항상 자신이 난쟁이의 동굴로 돌아오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이 세상에 있는 부모와 자식들이 서로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냇물에 비춰본 그의 외모가 흉측한 난쟁이인 미메와 닮지 않았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이 그의 아버지라고 우기던 미메의 말을 불신하게 되었다. 미메의 자백을 끌어내는 데에는 몇 마디의 위협으로도 충분했다. 한 여자가 숲에서 나와서 동굴에서 아기를 낳고, 숨을 거두면서 아기를 "지그프리트"로 불러줄 것을 부탁하고, 아기의 아버지는 전쟁에서 숨졌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아이를 난쟁이에게 맡겼다. 그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미메는 지그프리트의 아버지가 살해당했을 때 깨어진 검, 노퉁의 파편을 내보였다.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실에 전율하며 기쁨에 넘친 지그프리트는 그의 양아버지에게 그 검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숲 속으로 달려들어간다. 미메는 잠시 동안 놀라서 그를 바라보다가 대장간에 돌아와서 모루에 맍는다. 다시 한번 평범한 재주를 가진 대장장이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제2장
방랑자(보탄)가 동굴 뒷문으로 들어온다. 그는 길고 어두운 청회색의 망토를 두르고 지팡이로 사용하는 창을 들고 있다. 그는 머리에 얼굴까지 늘어지는 넓고 동근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있다. 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미메에게 그가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각자의 머리를 걸고 함께 내기 게임을 하자고 한다. 미메는 그 방랑자의 제안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그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땅 위에서", 그리고 "구름이 있는 높은 곳"에서 사는 존재들의 특징에 대해 묻는데, 이것은 각각 니벨룽, 거인, 그리고 신들이었다. 난쟁이는 방랑자가 던진 두 개의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 먼저, 비록 벨중들(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생명이 그에게 매우 소중했지만, 보탄은 그들을 억압하도록 강요 받았다는 것, 그리고 용 파프너를 죽일 검의 이름이 노퉁이라는 것. 미메는 그가 지금 곤경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점점 잊어버리고, 매우 즐거워하며 만족해한다. 그러나 세 번째 질문에서 그의 머리는 보탄에게 빼앗기게 된다. "대장장이 중 가잘 슬기로운 자"는 누가 노퉁을 고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는 분노하며 그의 연장을 던지고 절망 속에서 오열한다. 보탄은 그가 얻은 미메의 머리를 노퉁을 고치고 파프너를 죽일 "두려움을 모르는 용감한 자"에게 양도한다. 그는 웃으며 돌아서서 숲 속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미메는 자포자기하여 의자에 맥없이 주저 앉는다.
제3장
미메는 그의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햇빛이 비치는 숲 속을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격렬하게 떨기 시작한다. [...] 파프너가 와서 그를 삼켜버릴 것을 상상하자 그의 마음이 두려움으로 격렬하게 뛴다. 지그프리트가 숲을 헤치고 뛰쳐나온다. [...] 그는 다급하게 그의 검을 요구한다. 직접 질문을 하는 대신, 정신이 나간 미메는 지그프리트가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고 실없이 지껄인다. 그는 지그프리트에게 무서운 용 파프너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지만, 지그프리트는 오히려 그 용을 만나러 가고 싶어할 뿐이다. 미메는 노퉁의 조각으로 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지그프리트 스스로 그 검을 고치기 시작한다. 그는 석탄을 불에 가득 쌓아 올리고 밝게 타오르는 동안, 검의 파편을 붙인다. 그리고 그는 굵은 줄을 사용해서 금속을 조각으로 만든다. 미메는 지그프리트가 자신이 가르쳐 준 모든 것을 무시하자 그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기술이 실패하는 순간 그의 무지함이 오히려 성공하게 될 것이란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지그프리트는 조각들을 아래에 쌓고 줄로 갈린 것들을 그 위에 쌓아 용광로에 넣는다. 그리고 그것을 빨갛게 달아오른 석탄 위에 올려놓는다. 미메는 그의 머리를 되찾을 계획을 세운다. 지그프리트는 일을 하면서 씩씩하게 노래한다. 그는 용광로의 빨갛고 뜨거운 쇳물을 길고 얇은 거푸집에 붓고, 그것을 공중에 높이 든다. [...] 그는 그 거푸집을 큰 물통에 집어넣는다. 금속이 식으면서 증기가 크게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올라온다. 그 동안 미메는 독을 넣은 음료를 준비하는데, 그가 황금 더미를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지그프리트가 용을 죽인 후에 그에게 그 독극물을 줄 계획이었다. 지그프리트가 여전히 빨갛고 뜨거운 금속을 내려치며 모루에서 일하고 있는 동안, 미메는 그의 독약을 불에 올려 섞어서 플라스크에 담는다. 지그프리트는 금속을 공중에서 흔들어 그것을 큰 물통에 집어넣는다. 그는 치이익 하는 증기 소리에 소리 내어 크게 웃는다. 지그프리트가 새로 만든 칼날을 칼자루에 맞추고 있는 동안, 미메는 플라스크를 가지고 무대 앞쪽에서 바삐 움직인다. [...] 지그프리트가 계속해서 작은 망치와 줄을 가지고 일하는 동안, 미메는 조금씩 커져가는 기쁜 마음으로 동굴 주위를 돌아다닌다. 난쟁이는 이미 곧 다가올 그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지그프리트는 그의 아버지가 죽는 순간에 보탄의 창에 깨졌던 무기를 완성한다.
지그문트의 아들은 칼자루에 있는 마지막 나사를 망치로 때리고 그의 검을 단단히 붙잡는다. 그가 모루를 위에서 아래로 세게 치자 큰 소리와 함께 두 동강이 난다. 흥분된 마음으로 의자에서 껑충 뛰어, 미메는 놀라워하며 땅으로 뛰어 내려온다. 지그프리트는 기뻐하며 공중으로 검을 높이 든다.
2막
깊은 솦 속에서
무대의 뒤 끝의 동굴로 가는 입구. 땅은 무대 앞에서부터 중앙으로 약간 비스듬히 경사져 있어서 작은 고원을 이룬다. [...] 뾰족한 암벽 면이 왼쪽으로 보인다. 때는 어두운 밤이고 무대 안쪽은 특히 더 어두워 보인다. [...]
제1장
알베리히는 용이 그의 저주의 희생양이 되어 다시 그가 반지와 금을 차지하게 될 때를 기다리면서 파프너의 동굴 밖에서 망을 보고 있다. 폭풍우가 숲 속 오른쪽에서 불어오고, 파란 빛이 같은 방향으로 비춰진다. [...] 방랑자는 숲으로부터 들어와서 알베리히를 보고 멈춘다. [...] 마치 구름이 갈라지는 것처럼 한 줄기의 달빛이 갑자기 무대에 떨어지고, 방랑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알베리히는 그를 알아보고 처음에는 놀라서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나지만, 곧 그에게 강한 분노감을 보인다. 그는 그의 천적에게 그가 지금은 파프너가 지키고 있는 보물을 갖지 못할 거라고 경고한다. 보탄은 반지를 소유할 권한은 자신이나 지그프리트에 의해 위협받지도 않을 것이고, 오직 반지를 몹시 탐내는 그의 동생 미메에 의해서 위협받을 것이라며 니벨룽을 안심시킨다. 반지에 관심이 없음을 알베리히에게 확신시켜주기 위해서, 보탄은 잠자고 있는 파프너를 깨워서 지그프리트가 오고 있다고 말하고, 알베리히에게 보물을 넘기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라고 충고한다. 태연한 용은 그의 경고에 전혀 개의치 않은 채로 다시 잠이 든다. 알베리히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지켜보기 위해 숨으러 가는 동안 보탄은 웃으며 퇴장한다.
제2장
동이 트고 지그프리트와 미메가 등장한다. 지그프리트는 밧줄로 만든 벨트에 그의 칼을 차고 있다. 장면이 전개되면서 떠오르는 태양에 의해 점점 더 밝아지는 무대 중앙의 높은 땅과는 달리, 미메는 아직 어둑한 그림자가 남아있는 무대 안 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염탐한다. [...] 미메는 한번 더 파프너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자세히 묘사하여 지그프리트를 놀래키려고 한다. 그러나 지그프리트는 노퉁에 처음 피를 바르는 의식을 거행하는 데에 몰두하여, 오직 그 괴물도 다른 생물체들과 같은 위치에 심장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미메는 안전한 곳으로 돌아와서 중얼거리며 둘이 싸우다가 서로를 죽이게 되기를 기도한다. 지그프리트는 린덴 나무 밑에 편안하게 뻗어서 미메가 떠나는 것을 바라본다. 자신이 지극히 싫어하는 난쟁이가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뻐하며, 그는 그의 진짜 부모가 어떤 모습일지를 꿈꾸듯 떠올린다. 그러다가 노래하는 새들이 그의 주의를 끈다. 그는 관심을 갖고 그의 바로 위에 있는 한 마리 새의 노래 소리를 듣는다. 그는 새 소리를 따라 하며 새의 언어를 배워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근처 시냇가로 달려가서 갈대를 그의 검으로 자른다. 그리고 파이프를 만들기 위해서 재빨리 구멍을 만든다. [...] 그는 파이프를 분다. 그리고 멈춰서 새 구멍을 깎고 다듬는다. 그는 다시 파이프를 불어본다. 그는 고개를 젓고 갈대를 다시 다듬고서, 다시 해본다. 다급한 마음에 갈대를 손으로 쥐어 뜯어 다시 한 번 해보지만, 결국 웃으며 그만 둔다. 그는 이 방법으로는 새와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그의 허리춤에 걸려있는 은색 피리를 집어 불어본다. 오랫동안 긴 선율을 불면서 새들을 희망 어린 눈길로 올려다본다. 그의 피리 연주 소리는 더 쾌활해지고 더 빨라지고 커진다. 무대 안쪽에서는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 뱀과 같은 꼬리를 가진 도마뱀 같은 용인 파프너가 괴물의 형상으로 동굴 속 그의 은신처로부터 나왔다. 그는 덤불 속에서 뛰쳐 나오며 높은 곳으로 불쑥 올라온다. 그는 몸 윗부분의 4분의 1을 드러낸 채로 시끄러운 하품 소리를 낸다. 지그프리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파프너를 응시하며 조금 놀란다. 자랑은 자랑을 불러오고, 위협은 반대로 위협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 동등하지 못한 이 둘은 싸울 준비를 한다. 지그프리트는 그의 검을 뽑아 들고 파프너를 향해 달려가 그에게 맞서 멈춰 선다. 파프너는 불쑥 뛰어 올라와서 콧구멍에서 독을 내뿜는다. 지그프리트는 펄쩍 뒤어 한 쪽으로 비켜선 뒤, 조금 더 가까이 간다. 파프너는 꼬리를 뻗어 지그프리트에게 닿으려고 한다. 이제 파프너에게 매우 가까워지자, 지그프리트는 펄쩍 뛰어 채찍질하는 꼬리 위로 올라가 상처를 낸다. 파프너가 포효하며 재빨리 그의 꼬리를 빼내고 그의 온 무게를 실어 지그프리트와 부딪히기 위해 그의 몸의 앞부분을 들어올린다. 하지만 가슴을 적에게 보이는 꼴이 되었다. 지그프리트는 그의 심장이 뛰는 지점을 찾고, 그의 검을 칼자루까지 깊게 찌른다. 파프너는 심한 고통에 털썩 주저앉고, 지그프리트는 그의 검을 빼어 들고 뛰어오른다. 용은 그의 앞으로 쓰러진다. 파프너는 이 무지한 소년이 누군가의 계획대로 행동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죽음의 순간에 달래듯이 살해자에게 미메의 살인 의도에 대해 경고한다. 그가 죽는 순간 그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다. 지그프리트가 칼을 뽑아 들다가, 그의 손에 파프너의 피가 떨어진다. [...] 그도 모르는 사이 그는 그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 피를 핥는다. 그가 생각에 잠겨 가만히 서 있는 동안, 어떤 새 한 마리가 또 다시 그의 주의를 끈다. 그는 이제 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새는 그에게 타른헬름과 반지를 가지고 가라고 충고한다. 그는 동굴로 들어간다.
제3장
미메는 겁에 질려 그를 보고서, 황급히 파프너가 죽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달려간다. 같은 순간 알베리히는 무대 다른 쪽에 있는 절벽 아래로부터 나온다. 그는 미메를 보고 달려가서, 동굴로 향하는 그의 앞을 막는다. 형제는 말다툼을 시작한다. 알베리히는 보물을 나눠가지자는 의견을 조롱하며 무시한다. 미메는 지그프리트를 내세워 그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 땅을 지키는 신이 그들의 싸움을 말리고, 지그프리트가 나타나자 다시 사라진다. 그는 싸움이 오고 가는 동안 반지와 타른헬름을 가지고 동굴에서 천천히 나온다. 그가 얻은 것들을 골똘히 바라보면서, 그는 무대 중앙의 높은 곳에 멈춰 선다. 새가 그에게 반지와 헬멧이 이제 그의 것이라고 알려주며 미메의 배반을 경고한다. 지그프리트의 자세와 몸짓은 그가 새의 말을 충분히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미메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그를 보고 경계하며 칼을 뽑으려고 하다가 그만둔다. [...] 용의 피를 마셨기 때문에, 그는 미메가 위선적인 말들로 숨기려 했던 살해 계획을 알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난쟁이는 그에게 전에 만들어놓은 독약을 주면서 지그프리트의 피로를 풀어줄 것이라고 속인다. 그는 그것을 뿔잔에 부어 지그프리트에게 주면서 마시라고 강요한다. 지그프리트는 갑작스럽고 격렬한 메스꺼움을 표하면서 미메를 때리고, 그는 단번에 땅에 떨어지고, 죽는다. 알베리히의 조롱하는 듯한 웃음 소리가 절벽 아래로부터 울려 퍼진다. 지그프리트는 미메의 몸을 잡아 들고, 높은 땅으로 가지고 올라가서 아래에 있는 동굴 위쪽으로 던져버린다. [...] 그는 용의 몸을 힘들게 동굴 문 입구까지 가지고 와서 그것으로 동굴을 막아 놓는다. [...] 다시 한 번 린덴 나무 아래에 누워서 나뭇가지를 올려다본다. 그는 새로부터 불로 둘러싸인 채로 "두려움을 모르는" 그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신부 브륀힐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기뻐한다. 새는 그에게 브륀힐데의 바위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새가 그를 놀리기 위해 여러 방향으로 돌진하는 바람에 그는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결국 그는 한쪽으로 날아가는 새를 따라서 무대 안쪽으로 가면서 퇴장한다.
제3막
제1장
왼쪽으로 가파르게 솟아 있는 바위가 많은 산기슭의 황폐한 지역. 폭풍우가 치고 비가 오는 밤. 이따금씩 번개는 구름 사이로 번쩍거리지만, 심한 번개와 거센 천둥은 천천히 가라앉는다. 방랑자가 입장한다. 그는 아치 형의 지하 창고 입구를 닮은 무대 안쪽의 동굴 입구를 향해 결연하게 큰 겅음으로 걸어온다. [...] 보탄은 지혜의 어머니인 에르다가 그에게 미래를 예언해 주기를 바란다. 빛이 동굴 입구에서 모여 푸르스름한 광선이 안 쪽 깊은 곳으로부터 천천히 나타나는 에르다를 비춘다. 그녀는 하얀 서리로 덮여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머리와 옷이 얼음에서 나오는 광선을 발사하는 듯 하다. 그러나 긴 잠에서 깨어난 대지의 여신이자, 여전히 잠들어 있는 브륀힐데의 어머니인 그녀는 보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이 없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묻지 않는다. 겁 없이 신들의 몰락에 직면하고, 새로운 종족의 등장을 반기며 보탄은 에르다를 다시 "끝없는 잠" 속으로 가라앉힌다. 이미 그녀는 눈을 감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동굴도 다시 어둠 속에 잠긴다. 달이 무대를 비춘다. 폭풍이 멈춘다.
제2장
브륀힐데를 깨울 영웅이 드디어 나타나고, 보탄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그프리트의 새가 펄럭이며 들어온다. 그 새는 먼저 무대 앞쪽을 향해 오다가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는 놀라서 이리저리 펄럭거리며 날다가 재빠르게 무대 안 쪽으로 날아간다. 기분이 좋고 유쾌한 보탄은, 참을성이 없는 소년의 길을 막고 그를 도발하는 질문을 던진다. 보탄은 이번에는 화를 내며 그의 창을 든다. 그의 창의 자루에는 보탄이 한 때 군림했던 세계의 기초를 확립하기 위한 모든 조약들에 대한 신비한 기호가 새겨져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그프리트는 그에 대항하여 노퉁을 들고 방랑자의 창을 단 숨에 두 동강을 낸다. 번개가 이 순간 위쪽에 있는 산 정상으로부터 번쩍거리고, 지금까지는 어둑했던 빛이 빛나기 시작하며 점점 더 밝은 화염으로 커진다. 번개가 번쩍거린 뒤 뇌성이 따라오나, 금방 사라진다. 창의 조각이 방랑자의 발치에 떨어지고 그가 그것들을 조용히 집어 든다. 지그프리트의 새가 재빨리 도망쳤던 그 "까마귀들의 왕"은 이제 그가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한 영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는 완전한 어둠으로 갑자기 사라진다. 지그프리트는 그를 공격했던 사람이 그저 겁이 나서 도망쳐 온 노쇠한 노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본능을 따라 브륀힐데를 향한 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그는 그의 피리를 입에 물고 산 정상으로부터 퍼져서 이제는 무대 전체를 덮고 있는 불의 소용돌이를 향해 돌진한다. 지그프리트는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그는 산을 올라가고 있는 듯 하다. 화염이 밝게 번쩍이고, 점차적으로 희미해지기 시작하다가 천천히 구름으로 변한다. 그리고 마치 이른 아침의 붉은 하늘이 반사된 것처럼 보인다.
제3장
구름이 조금씩 개고, 핑크 빛으로 물든 미세한 안개가 되어 사라진다. [...] 이제는 잘 보이는 산 정상의 언저리 주변은 핑크 빛 아침 안개를 아직 그대로 머금고 있고, 이 광경은 경사면을 따라 내려오면서 빛을 내는 마법의 불을 떠올리게 한다. [...] 무대 앞 쪽, 소나무 큰 가지 아래에 브륀힐데가 누워 있는데, 그녀는 헬멧을 쓰고, 빛나는 갑옷을 입은 채로 방패를 덮고 잠들어있다. 지그프리트는 먼저 잠이든 말 그라네를 보고, 그 다음에 브륀힐데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그는 잠들어 있는 그녀를 더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 보호막과 헬멧을 벗기고 갑옷을 벗기려고 한다. 지그프리트는 그의 칼을 뽑아 들고 조심스럽게 쇠사슬 감옥의 끝에 잠겨 있는 사슬 갑옷의 연결 고리를 부수고, 그것과 무릎 받이를 들어올린다. 이제 브륀힐데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누워 있다. 그는 놀라서 펄쩍 뛴다. 그의 앞에 누워있는 모습이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갑작스럽게 알아챈 순간 그는 매우 놀라며, 반사적으로 제일 먼저 그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이전에 모르는 여인을 보고 한번도 이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그 감정이 두려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들어 있는 여인에게 다시 다가간 그는 더 부드러운 감정에 사로잡히고, 눈을 그녀에게서 뗄 수가 없다. 그는 허리를 구부린다. 뭔지 알 수 없는 마음의 감정이 그녀를 깨우기 위해 그녀에게 입을 맞추라고 그를 부추긴다. 그는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잠들어 있는 그녀에게로 몸을 숙이고, 눈을 감고 그녀의 입에 그의 입을 갖다 댄다. 브륀힐데가 눈을 뜬다. 지그프리트는 깜짝 놀라며 그녀의 앞에 선다. 브륀힐데는 천천히 앉아서 땅과 하늘의 감각이 돌아온 것을 경건하게 축하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든다. 그 둘은 기뻐하며 그들에게 다시 생명을 준 태양, 빛, 신, 그리고 어머니, 대지를 환호하며 맞이한다. 둘 다 서로를 바라보며 기쁨에 차서 정신이 팔려있다. 그러나 두려움과 우울함이 브륀힐데의 기쁨을 앗아갔다. 지그프리트는 그녀의 갑옷을 부수었고, 그의 사랑이 그녀가 발퀴레로서 믿었던 자유를 방해할 것이다. 그는 그녀를 힘껏 껴안는다. 브륀힐데는 펄쩍 뛰며 두려움에 질려서 힘껏 그에게 저항하다가, 무대의 다른 편으로 달아난다. 그러나 지그프리트의 구애와 그의 용맹함은 그녀의 저항을 압도하기에 이르고, 웃으며 그녀는 "발할 성의 빛나는 세계"에 대한 기억을 지운다. 보탄의 딸과 지그문트의 아들은 발할 성의 지배와 신들의 영광을 거부하며 자신들의 결합을 축하한다. 그들은 오직 "빛나는 사랑, 즐거운 죽음"만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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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은진 글>
지크프리트
리하르트 바그너
바그너의 음악극 〈지크프리트〉는 그의 연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중 3부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바이로이트 축제 전야제로부터 세 번째 날에 연주된다. 바그너는 〈니벨룽의 반지〉에 대해 착안하면서 원래 지크프리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려 했기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해 구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56년에 시작된 〈지크프리트〉의 작업은 1871년이 되어서야 완성을 보게 된다. 이처럼 긴 공백 기간 동안 바그너가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그의 철학과 음악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이러한 변화들이 〈지크프리트〉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시련의 시기와 쇼펜하우어의 발견
1856년에 〈지크프리트〉의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 바그너는 몇 달 지나지 않아 의욕을 상실한다. 당시의 바그너는 모든 면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이미 6년이 넘게 스위스에서 정치적 망명생활을 이어오고 있던 바그너는, 이 무렵 독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청원이 기각되면서 좌절에 맞닥뜨리게 된다. 경제적인 상황 역시 최악의 상태로서, 엄청난 채무를 갚을 희망이 보이지 않았고, 영국에서의 음악활동도 언론의 비방과 혹평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건강 상태도 악화되고 있었고, 스위스에서 자신의 망명생활을 도와주던 오토 베젠동크의 아내 마틸데와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생활 역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이처럼 좌절과 무기력에 시달리던 바그너는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접하게 되고, 그의 사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의지와 욕구와 갈망이 그 자체로 인간의 존재라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인간적 본능과 감정이 권력과 제도에 억압되는 현실에 분개했던 바그너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음악 역시 그러한 형이상학적 의지가 체현된 것이라는 쇼펜하우어의 견해는 바그너에게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희망을 붙잡은 바그너는, 자신의 불행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트리스탄 전설에 매료되었고, 쇼펜하우어의 계류음에 대한 언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니벨룽의 반지〉에서 벗어난 바그너는 이후 다른 작품들에 매진하였고, 13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지크프리트〉의 작업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새로운 음향의 음악극
〈지크프리트〉는 전작인 〈라인의 황금〉이나 〈발퀴레〉와는 전혀 다른 음향을 연출해 낸다. 예전의 두 음악극에서는 음악이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지 않는다. 바그너의 음악극은 다른 오페라에 비해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이전의 두 작품에서는 가사의 전달을 위해 오케스트라가 선율을 유니즌하거나 작게 연주하는 등 청자가 가사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그러나 〈지크프리트〉에서는 가사의 전달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 육중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은 때로 가사의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그너는 가사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 자체로 연극적 의미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바그너는 음악극에 대한 이상을 논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이 그리스 비극의 합창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크프리트〉에서 비로소 그러한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이제 반주의 역할을 벗어나 그 자체로 극의 일부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사건의 내적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또한 새로운 라이트모티브 작법에 힘입은 것이었다. 전작들에서는 새로운 인물과 사건을 상징하는 새로운 모티브들이 제시되지만, 〈지크프리트〉에서는 앞서 제시된 라이트모티브들을 재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여러 개의 모티브들이 서로 대위법적으로 결합되어 제시됨으로써 각각의 라이트모티브를 구분하고 식별하기 힘들다. 이러한 새로운 라이트모티브 작법은 중량감 있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연출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라이트모티브의 상징성이 선율 자체보다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표현되는 효과를 낳았다.
낡은 세계에 물들지 않은 영웅의 이야기
〈지크프리트〉는 〈라인의 황금〉이나 〈발퀴레〉와는 달리 신들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지상의 세계에서 난쟁이 미메와 용으로 변한 파프너, 인간으로 변장한 보탄이 영웅 지크프리트의 모험에 관여한다. 이제 이야기는 인간을 중심으로 이끌어지게 된 것이다.
야기의 중심이 되는 지크프리트는 ‘두려움을 배우지 못한 자’이다. 두려움은 기존의 가치관에 의해 배우게 되는 것이며, 이를 배우지 못했다는 것은 기존의 가치관과 제도에 무지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세상의 이치에 대해 무지하고 순수한 존재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이후 〈파르지팔〉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낡은 체계가 강제하는 의무와 제약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바그너의 오랜 믿음이기도 했다. 그가 지크프리트를 통해 그리고자 했던 순수한 영웅의 모습은, 낡은 체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였으며 인간적 의지와 욕망에 충실한 쇼펜하우어적인 인간상이었다.
쌍둥이 오빠 지크문트의 아이를 가진 지클린데는 숲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가 난쟁이 미메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고 숨진다. 미메는 이 아이를 통해 용으로 변신한 거인 파프너를 퇴치하여 반지를 되찾기로 결심하고 지크프리트를 정성껏 기른다. 〈지크프리트〉의 이야기는 여기에서서부터 시작된다. 모두 3막 9장으로 구성된다.
줄거리와 주요 음악
1막
숲 속의 집에서 지크프리트에게 줄 칼을 만들고 있는 미메에게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부모에 대해 끈질기게 캐묻고, 미메는 지클린데와의 만남에 대해 말해준다. 지크프리트가 증거를 요구하자 미메는 부서진 마법의 검 노퉁을 보여준다. 노퉁과 같은 검을 만들라는 지크프리트의 요구에 미메는 절망에 빠진다. 이 때 방랑자로 변장한 보탄이 찾아와 목숨을 걸고 서로 수수께끼를 내자고 제안한다. 미메의 질문을 모두 맞춘 보탄은, 미메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 지크프리트가 마법의 반지를 가진 파프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노퉁이 필요하다는 답을 받아 낸다. 보탄은 노퉁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자는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뿐이라고 알려주면서, 미메의 목숨을 그 영웅의 손에 넘겨주겠다고 말한 뒤 사라진다.
결국 지크프리트는 스스로 노퉁을 고쳐 만들겠다고 말하고, ‘대장장이의 노래’를 부르면서 칼을 만들어 간다.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지크프리트에게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진 미메는 한 가지 꾀를 짜낸다. 지크프리트에게 파프너를 죽이게 하여 반지를 빼앗은 뒤 독약을 먹여 잠든 틈에 노퉁으로 그를 찔러 죽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미메가 약초를 달이는 동안 지크프리트는 칼을 완성하고, 미메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2막
거인족 파프너는 보탄에게서 받은 반지와 보물을 지키기 위해 용으로 변신해 동굴 속에 잠들어 있고, 난쟁이 알베리히는 호시탐탐 반지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파프너의 동굴에 방랑자로 변신한 보탄이 찾아와, 알베리히에게 동생 미메가 용을 죽일 영웅을 데려오고 있으며 그가 바로 알베리히의 적이라고 알려준다. 또한 보탄은 파프너를 찾아가 잠을 깨우며 위험을 알리고 반지를 주면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프너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보탄은 퇴장한다.
알베리히 역시 파프너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여 동굴을 떠나고, 미메가 지크프리트와 함께 등장한다. 지크프리트는 ‘두려움을 배우러 왔다’고 말하면서 노퉁으로 파프너를 베어버리고, 파프너는 죽어가면서 미메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지크프리트는 파프너의 뜨거운 피가 손에 튀자 반사적으로 손을 입으로 가져가고 용의 피를 마시게 되면서 산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산새의 경고를 통해 자신을 해치고 보물을 빼앗으려는 미메의 의도를 알게 된 지크프리트는 미메를 찔러 죽인다. 지친 지크프리트가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의 쓸쓸함을 토로하며 아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자, 산새는 바위 위에 잠들어 있는 브륀힐데에 대해 알려준다. 두려움을 모르는 용사만이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새의 충고를 따라 지크프리트는 브륀힐데를 찾아 길을 나선다.
3막
보탄은 대지의 여신 에르다에게 신들의 미래에 대해 묻지만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다. 보탄이 브륀힐데와 지크프리트를 결혼시키자고 제안하자, 에르다는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가 반지에 내려진 저주를 풀고 라인처녀들에게 되돌려줄 것이라고 예언한다.
장면이 바뀌어 보탄과 우연히 만나 싸우게 된 지크프리트는 보탄의 창을 부러뜨린다. 보탄은 손자 지크프리트를 보면서 신들의 파멸을 예감하면서 슬퍼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대신해 지크프리트가 세계를 구원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보탄과 헤어진 지크프리트는 마침내 불의 장벽을 뚫고 브륀힐데를 발견한다.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지크프리트는 떨리는 마음으로 브륀힐데에게 키스하여 그녀를 깨운다. 지크프리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브륀힐데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사랑의 열정에 기뻐하는 이중창을 부른다. 신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브륀힐데는 발할 성을 향해 곧 무너지리라고 외치면서 지크프리트와 포옹한다.
대장장이의 노래, ‘노퉁! 노퉁! 선망의 신검!(Nothung! Nothung! Neidliches Schwert!)’
1막에서 지크프리트가 부러진 신검 노퉁을 다시 만들면서 부르는 노래로, 지크프리트의 영웅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음악이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5도와 8도로 도약하는 지크프리트의 선율이 지크프리트의 망치질 소리와 어우러진다. 이윽고 지크프리트가 7도로 순차하행하는 선율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서 오케스트라가 4도로 순차하행하는 선율을 되풀이한다.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어 음악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노퉁이 완성된다.
‘숲의 속삭임(Forest Murmurs / Du holdes Voglein! Dich hort' ich noch nie)’
2막에서 숲속에서 지크프리트가 홀로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아내에 대한 동경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제시되는 음악으로, 독립된 관현악곡으로 자주 연주된다. 플루트가 작은 새의 지저귐을 묘사하고 현악성부를 중심으로 한 오케스트라가 부드럽고 평온한 ‘숲의 속삭임의 모티브’를 연주한다. 지크프리트가 뿔피리를 만들어 새의 지저귐을 흉내내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윽고 금관독주가 ‘지크프리트의 모티브’와 ‘뿔피리의 모티브’를 연주하는데 점차 기교를 더해가는 중에 저음의 현악성부가 등장하면서 파프너와 대면하게 된다.
브륀힐데의 노래, ‘나는 영원한 자였으며(Ewig war ich···)’
3막에서 잠에서 깨어난 브륀힐데가 지크프리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노래이다. 고요한 오케스트라의 진행 위에서 담담하게 시작된 선율은 점차 고음부로 진행하면서 감정이 고조된다. 처음의 유려한 선율이 격정적인 형태로 제시되고 금관이 가세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가 다시 고요하게 마무리된다.
사랑의 2중창, ‘당신은 나를 사랑해요: 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Dich lieb' ich: o liebtest mich du! - Lachend muss ich dich lieben)’
3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지크프리트와 브륀힐데가 사랑의 기쁨을 표현하는 노래로, 격정에 넘치는 지크프리트의 선율과 유려한 브륀힐데의 선율이 함께 어우러진다. 지크프리트의 선율은 주로 금관악기와 함께, 브륀힐데의 선율은 목관악기와 함께 제시된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브륀힐데는 ‘발퀴레의 기행’의 선율을 제시한다. 두 사람이 함께 노래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음향 역시 더욱 강렬해진다. 환희에 찬 선율로 노래가 마무리되면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고 힘찬 진행으로 승리감에 가득한 음악을 연주하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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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멸의 오페라 2 / 박종호> ★★★
가장 돋보이는 것은 하인츠 체드니크(미메)의 연기다. 그가 정신이 헷갈리는 대목은 배우 뺨치는 대목인데, 지그프리트 예루잘렘(지그프리트)은 그에 비해 좀 어색하다. 숲 속의 장면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브륀힐데 눈 뜨는 장면>에서 힐데가르트 베렌스는 참으로 사실적인 표정과 연기로 무대를 사랑의 느낌으로 채운다. 사실적인 장면의 세밀한 묘사로 가득한 이 프로덕션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그라네(브륀힐데의 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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