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톡톡!
누굴까?
졸린 실눈 뜨고 창문을 보니
화사한 봄 향기가 배달되어 있었어
흠!
가슴 가득 부풀어 오르는 이 느낌
수채화처럼 그려지는
내 유년시절의 그리움
뽀얀 물안개 사이로 아련한 재방 뚝
물 논 가득 피어오르던 물안개
빼꼼이 돋아난 쑥이며 냉이며
씀바귀 꽃다지 벌금쟁이......
잎새마다 맺힌 영롱한 아침이슬까지
소쩍새의 울음이어
뻐꾸기들이 알리는 소리 소리들
아침이 상큼하다
밤꽃향기
아릿한 현기증이 인다
얄굿게 피어오른 뾰족한 깃털
정녕
네가 꽃 이렷다
알싸한 새벽공기 너의 은밀한 밀어
잠든 신경 깨워 세포들의 잔털세우고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예까지 왔구나
햇살은 아직 개천가에 뒹구는데
섣부른 떨림으로 다가오는 너의 존재
또다시
긴 기다림의 시작
길 위
흥건히 비릿한 밤꽃 내음
울컥
솟아오르는 욕망
고향 뜨락에서
넝쿨 강낭콩 키 큰 옥수수 대궁마다
인연의 끈 엮어
바람난 시골아낙 발길 묶어놓고
밤새
풀벌레 소리 빈 허공 맴돌아
간만의 고향 뜨락 맞이한 자리엔
애증의 기억들만 달빛 끝에 서럽다
큰 뜻 품고 떠날 때야 어찌 알았겠냐마는
불혹의 나이 넘어 돌아온 우물가
웃자란 억새의 날카로운 풀잎은
무심한 세월 앞에 얼룩진 내 모습일진데
줄지어 늘어선 달빛은
여전히 텃밭 콩이랑 사이로 흐른다
자정이 훨씬 지나 새벽이 가까운데
서성이다 돌아앉은 뜨락에
또다시 그리운 시간만 잉태하고
피곤한 시골 나들이 심란한 머릿속
늙으신 부모님 주름진 모습이
달빛처럼 서럽다
어성전 가는 길
구비구비 돌아 나온 길 위로
시린 달빛 참으로 밝더이다
유독 진한 향기로 다가오는 산벚꽃
예서제서 들려오는 길 찾는 소리
방망이질 하는 가슴속 흔들림
감추려 내다 본 창밖 시간 속에선
연초록의 향긋함으로
두 볼 어느새 빨갛게 달아 올랐더이다
달음질 치던 설렘으로 달려 온 좋은 터!*)
타 오르는 벽난로의 온기가 정겨움으로 반기는 곳
은은한 음악이 숭숭 뚫린 가슴 잠재우고
구석구석 쌓여있는 산골 카페 인고의 세월 속에
돌아 나온 시간이 참으로 아쉽더이다
4월 꽃비 내리던 봄 밤
아릿한 여운 남기는 소중한 인연 하나
내겐 또 하나 진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긴 시간 또 다른 가슴앓이 안겨 줄
멈춰질 시간이 될 것 같더이다
달빛 스미는 남대천에 드리우는
또 다른 이야기 하나 남겨진 그 날
파도의 꿈
또 하나의 그리움
밀려갔다 밀려갑니다
구멍난 가슴 후벼파곤
썰물에 개망둥이처럼 도망쳐 버립니다
끝없이 펼쳐진 감정의 흔적들
그저,
점 하나에 불과한 번뇌가
이토록 가슴에 남을 일이었다면
차라리 시작하지 말 걸 그랬나봅니다
언제나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
외로움이었다면
다가가는 마음을 밀려오는 그리움을
솟아오른 저 달빛으로
잠 재울 걸 그랬나봅니다.
이명화님의 프로필
문학시대등단
양양문학/ 관동문학동인
갈뫼문학동인/한국문인협회회원
카페 게시글
♣─* 자작 좋은글
이명화님의시/ 봄이오는소리 외4편
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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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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