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Prisoners of Geography
필자 ‘팀 마샬 TiM Marshall’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로 25년 일하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다. 이 책은 미국, 영국, 독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자기 백성을 보호하는 고대 지도자의 사명은 높은 지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강과 산, 사막과 호수, 바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지리학은 정치의 바탕을 이루는 물리적 현실이다. 지리학은 무엇 못지않게 왜!라는 질문의 근간이다. 예로 중국과 인도를 보자. 엄청난 인구의 두 대국은 긴 국경을 마주함에도 정치나 문화의 공통점은 없다. 이유는 높은 산이 두 나라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히말라야를 관통하거나 넘어서 진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리의 허락이 떨어질 때 전쟁이 일어난다. 발칸 반도는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 여러 민족이 공존하던 지역에 각각의 민족 지도자들이 해묵은 의심을 끄집어내어 분열을 부추기어 편 가르기에 성공하고 서로 적대적으로 된 것이다. 코소보 사태가 최적의 사례다. 아프리카는 큰 강이 많지만 주로 고지대에 낙하하여 폭포를 이루고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이 조건은 교역로로는 무용지물이다. 반면 유럽은 라인강, 다뷰뉴 강 등이 평지에서 서로 연결되어 천연국경의 역할을 했고 배로 연결되어 교역시스템의 발전을 부추겼다. 한국과 일본은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섬나라이며, 분단된 한국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지리적 천연장벽이 없다는 이유로 강대국들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만약 북쪽에서 침략을 해오면 압록강을 건너 해상으로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천연장벽이 없다. 반대로 해상에서 육지로 침입하면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은 변변한 해군력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광활한 땅과 인구를 가진 육상병력의 나라였다. 소규모 도시국가들이 다투고 초기 商 왕조가 탄생했다. 훗날 한족이 되는 민족도 탄생했다. 오늘날까지 국경선이 확정되기까지 2천 년은 더 걸렸다. 마오쩌둥인 이렇게 발표했다. “인민 해방군은 모든 중국 영토를 해방할 것이다. 여기에는 티베트와 신장, 하이난, 그리고 대만도 포함된다.” 1940년대 신장 위구르족은 ‘동투르게 스탄’이란 국호로 독립 국가를 선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이 땅을 포기할 리 없다. 티베트와 마찬가지로 신장에서도 독립으로 향한 창문은 닫혀가고 있다.
중국 선박이 태평양으로 자유로이 접근하려면 일단 일본의 방해에 부딪힌다. 서해를 벗어난 중국 선박들은 한반도를 돌아 동해를 지나 홋카이도 위쪽, 즉 ‘라페루즈’ 해협을 통해서 태평양으로 나올 수 있다. 이곳은 ‘쿠릴 열도’를 향해 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러시아의 실질적 지배를 받는 이 지역을 두고 일본이 자국 영토라 주장하고 있다. 대만 북쪽의 ‘센카쿠 열도’를 두고도 중·일이 분쟁 중이다. 상하이를 출항한 배들이 태평양에 진출하려면 오키나와와 ‘큐류열도’를 통과해야 한다. 이 지역에는 미군 기지가 있고 섬 끝단에는 일본이 다수의 지대함 미사일을 쌓아 놓고 있다. 일본은 메시지는 “너희가 그리로 나가려는 것을 우리가 모를 리 없다. 다만 우리와 엮이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대만은 ‘중화민국’,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정식 명칭이다. 대만 편을 들어주는 나라는 22개국이고 대개는 그에 걸맞은 보상받았다. 중국에서는 225킬로 떨어진 대만이고, 미국에서는 1만 킬로 이상 떨어진 곳이지만 결코 양국은 대양 강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믈라카 해협’에서 미국과 연결된다. 길이 800킬로의 이 해협은 좁은 곳의 폭은 3킬로이다. 따라서 이곳은 대단한 군사적 요충지이자 관문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필리핀, 브루나이와 갈등하고 있다. 중국은 ‘미스치프 암초’를 가지고 필리핀과 첨예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중국해 난사 군도에 있는 암초는 언젠가 제 이름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오겠지만 수백 개의 산호섬 하나하나도 외교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미국민의 총기 소유는 적군이 침입 시 심각한 위협을 줄 요소이다. 게다가 주 방위군, 주 경찰, 군부대로 민간인이 모여들 것이다. 순식간에 저항의 요새가 되는 것이다. 1732년 ‘조지아주’를 마지막으로 13개 식민지 주가 성립된다. 이곳은 ‘애팔래치아’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있는 동쪽의 지역이다. 미합중국은 ‘루이지애나’를 프랑스에서 사들인 신의 한 수를 둔다. 1803년 ‘1천5백만 달러’에 사들여 영토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미합중국이 투자 대비 이렇게 많은 것을 얻은 일은 이제껏 없었다.”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 ‘뉴올리언스’에서 320킬로 두고 마주 보게 된다. 당시 멕시코는 620만 인구, 미국은 960만 명이다. 미국은 새 이주민을 멕시코 인근에 장려한다. 가톨릭 신자에 스페인어를 쓰는 멕시코 인구는 수천 명, 신교도 정착민의 수는 2만 명이다. 텍사스 혁명으로 백인 정착민이 멕시코인을 몰아낸다. 미국의 돈과 무기 사상의 혜택을 받은 멕시코가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텍사스는 1845년 미국에 귀속된다. 결국 멕시코는 ‘리오그란데’ 강 남쪽 제방 모래밭이 끝나는 지역을 영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1세기의 역사는 아시아와 태평양이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이곳에 거주한다. 특히 인도까지 포함하면 2050년쯤에는 이 지역이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동남아 지역에 개입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미국은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이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볼 것이다. 강대국 간에 이뤄야 할 타협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100% 장담할 수 없지만, 다른 나라들에 분쟁 지역 내로 들어오기 전에 통지할 것을 요구하며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중국과, 일부러 통지하지 않고 비행을 강행하는 미국 간의 타협 여부가 초기 사례로 부각할 가능성은 높다. 복잡한 퍼즐로 연결된 지역에서 핵심국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인 것 같다. 이 해협을 통해서 1천2백만 배럴의 원유가 목이 마른 중국과 다른 나라들로 향한다.
근세 세계는 유럽에서 나왔다. 유라시아 대륙은 계몽주의를 탄생시켰고 이는 산업혁명의 모태가 되었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고마워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유럽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말이다. 유독 유럽은 왜 많은 민족 국가들이 존재하는가? 유럽에는 많은 산과 강, 계곡이 있다. 미국은 하나의 지배 언어와 문화 덕분에 발전이 빠를 수밖에 없었으며, 적극적으로 유럽에 진출한 덕분에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은 기본적으로 천 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성장한 데다 오늘날 지리적, 언어적으로 분리돼 있다. 이베리아반도는 ‘피레네산맥’이 막아 프랑스의 진입을 방해받았다. 차츰 안으로 모여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형성했다. ‘베오그라드’에서 다뉴브강으로 흘러드는 사바강을 제외하면 유럽의 강들은 만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이 많은지 이해가 간다. 대다수 강이 연결되지 않아 국경이 된다. 저마다 권리에 따라 경제적 영향권을 형성했다. 여기서 성장한 도시들이 수도가 된다. 다뷰뉴 강은 18개 나라에 영향을 준다. 강 연안은 국경이 된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국경이 그것이다.
서유럽은 남유럽보다 부유하다. 북쪽이 산업화가 먼저 이룬 덕분이다. 이 덕분에 교역 라인을 지속하고 수월했다. 부자 이웃이 다른 이웃과 교역을 하여 부자가 된 격이다. 1871년 독일의 통일이 이뤄졌다.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자신보다 몸집이 크고 인구는 같은, 그러나 산업화는 훨씬 앞서서 성장하는 이웃을 곁에 두게 되었다. 독일의 통일 선언은 프랑스를 무릎 꿇리고, 파리 베르사유 궁전에서 행해졌다. 이어서 프랑스의 방어선에서 취약한 지점이던 북유럽평원이라는 틈을 메우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필자는 쓰고 있다.
2024.01.24.
지리의 힘-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상이 간행
첫댓글
애들 싸움이나
어른 싸움이나
나라간 싸움이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
정말 고마웠습니다.
새 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셔서
계 속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설 명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