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假說), 영혼의 무게는 21그램
김 상 립
1907년 처음으로 인간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가설이 나왔다. 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사람이 죽는 순간에 반드시 체중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측정하면 영혼의 무게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실험을 했다. 물론 실험대상이 아주 소수라 적지 않은 논쟁도 있었지만, 이를 소재로 영화도 만들어지고 소설도 나왔다. 희한하게도 그 이후로는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 되어 버렸다. 그러고 100년후인 2007년 스웨덴의 룬데 박사 팀이 영혼의 무게는 21.26214 그램 이라고 다시 발표를 한다. 박사는 특수하게 제작된 침대에 정밀 컴퓨터 제어 장치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니 그 믿음이 놀랍다. 거기다 실험 대상자가 무려 2천명이 넘었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물론 평생을 함께 해온 내 영혼의 무게가 그것밖에 안되다니 말도 안 된다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영혼이 한 사람만이 아니고 여러 사람의 삶을 살았다면, 그 긴 세월 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이 어딘데, 무게가 겨우 그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한다. 그러나 최신 USB장치하나만 보더라도 그 가볍고 작은 것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는가를 참고하면, 21그램짜리 USB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지 않겠는가? 영혼은 성능이 그 보다는 월등할 터이니 말이다. 좌우간 지금까지 발벗고 나서서 그 이론에 반기를 들고, 내가 실험을 다시 해 보이겠소 하고 나선 단체나 개인이 없는 것을 보면 영혼을 믿는 사람들은 그려느니 할성싶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도 텔레스는 ‘영혼에 관하여’ 라는 책을 썼는데, 영혼을 논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인간의 능력을 가지고 영혼을 설명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삶 전체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영혼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이론을 내세운 저서다. 그렇다면 과연 영혼은 실제로 존재 할까? 참 오랫동안 많은 토론을 불러왔던 신학의 논제이기도 하다. 또한 그리스도 밖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영혼 문제를 거론해 온 것도 사실이다. 성경 속에서 찾아보면 인생은 나그네라든지 잠시 머무는 길손이라는 표현이 더러 나오는 데, 이것이 바로 영혼의 존재를 상징하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가들도 있었다. 또 반대로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는 사람들은 영혼은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낸 헛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단다. 이렇게 오랫동안 영혼에 대한 여러 주장이 나왔지만, 이론에 모순이 없고, 학술적으로도 체계가 확립된 답은 없었다고 보는 게 옳지 싶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밝혀진 영혼의 존재는 미루어 두고라도, 그게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인식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어령선생께서는 죽음을 앞두고 구술로 남긴 ‘마지막 수업’ 이란 책을 보면 ‘영혼이 있으니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는 매우 의미 심장한 글을 남겼다. 비록 죽음이 나에게서 모든 것을 지움으로 다가오지만, 영혼의 존재를 믿으면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풀이를 하셨다. 또 평소 무소유를 강조하시던 법정 스님도 노령에 들어서는 ‘영혼은 불멸의 존재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라고 썼다. 그래서 ‘영혼은 나이가 없다’라 하셨다. 두분 다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것이다.
놀랍게도 요즈음은 여러 화가들 중에는 영혼이 보는 사물을 그리기도 하고, 영혼의 모습이나 행동을 그려낸다. 우리의 가요에도 얼마나 많은 영혼이 등장하는 가? 영원한 사랑의 맹세도 영혼을 들먹이고, 변하지 않을 약속도 영혼을 끌어 댄다. 혼 불을 썼던 소설가 최명희는 혼 불이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가게 되는 데, 그 크기는 종발만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 세대의 어른들에게서 ‘죽어가는 사람 몸에서 새파란 불빛이 빠져 나와 날아가는 데, 크기는 주먹만하고 가느다란 꼬리가 달렸더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정신세계를 공부할 때도 마음만 먹으면 영혼이 유체이탈을 하여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다가 돌아올 수도 있고, 수시로 산신들과 만나 대화한다는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다만, 내가 동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진실은 아직도 정확하게 모른다.
오래 전부터 소유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든지 남을 향한 원망이나 증오를 잔뜩 안고 떠나면, 그 영혼은 무거워져서 먼 하늘로 가지 못하고 사바세계를 떠돌아 다니게 된다 했다. 이런 영이 떠돌다가 제 목적하는 바에 따라 사람에게 빙의하거나, 꿈처럼 나타나 엉뚱한 짓을 시켜 개인이나 가정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퇴마사나 영매가 존재하고, 무당이나 점술 가가 계속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영의 존재를 무시할 수도 없을 성싶다. 내가 공부하고 경험한 것으로는 분명 영혼이 있다고 보는 데, ‘이렇소’ 하고 내 보일 수가 없으니 나도 답답하다. 그러나 믿든, 말든 영혼은 지금도 우리사회에 깊이 침투하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상층부에 의식을 가진 거대한 에너지 집단이 있는데 거기서 영혼을 관장한다고 배웠다. 지구상에서 한 아이가 탄생할 순간에 집단의 으뜸인 조물주께서는 새 생명과 함께하라고 내려주는 작은 빛 덩어리가 바로 영혼이라 했다. 그 영혼은 지정 받은 육신과 평생을 함께 살며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 그러다 해당 생명이 사멸하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경험한 모든 기록을 가지고, 하늘 나라로 가서 그 곳의 율법대로 살게 된다 했다. 만약 영이 미진한 부분이 생겨 공부를 더할 필요가 있으면 윤회를 하게 된다니, 알고 보면 윤회라는 것은 육신의 것이 아니고, 영혼의 여정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황혼에 깊숙이든 나는 영혼을 자주 생각한다. 한 생을 잘 살아 내지도 못한 내가 지금 와서 믿을 것은 영혼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내게 깃들었던 영혼이 다시 이승에 와서 아주 좋은 삶을 꾸리고 많은 선한 일을 이루어 준다면, 그것보다 값진 일도 없을 터이다. 죽음은 극히 정상적인 자연현상이고, 나의 죽음으로 영혼은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이 곧 영혼을 통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라고 믿으면, 한결 수월하게 삶을 정리할 수가 있으리라. ‘죽음을 이해하면 삶을 알게 된다’ 는 말도 있지만, 나는 영혼을 믿으면 죽음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첫댓글 저는 아직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이니 윤회는 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에 충실한 삶이면 되지 않나 싶다가도 충실하지도 말고
허영허영 살자 싶기도 합니다.
죽음이 있어서 삶을 생각하는 인생이다 싶기도 합니다.
애독자 올림
이선생님 아침부터 생각을
무겁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요즘같이 복잡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가볍게 감성을 건드려 주거나, 재미를
주거나, 웃음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것을 나도 아는데 나는
이미 틀린것 같아요. 그전
나이로 따지면 내가 80중반이니 삶의 중심을 말하다
먼길 떠나도 시간이 부족함을느끼거든요. 그래서 글을
쓰기만 하고 발표하지는
말까를 깊이 고심하고 있는
중입니다.
@남평(김상립) 아고 정반대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삶 가운데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깊이의 재미를 읽게해주셔서 애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선생님이 주시는 글의 재미는 다른 경지에 있습니다♥
저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영혼이 있어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남아 다시 이세상에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과성이 강한 사람이라 과학적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데도 이 생각만은 굳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믿음이 세상 살아가는 힘인줄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깊이 있는 작품 탐독하니 이 아침이 더 행복합니다.
요즘 미치고 펄쩍 뛸 일이 생겼습니다. 실컨 귀신세계에 대한 글을 정리했는데 요즘 하는 구미호전에 다 나오는 것입니다. 선생님 글을 대하고는 또 아차 싶습니다. 영의 존재에 대해 이렇게 참신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니 갑자기 머리가 정돈되는 느낌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줄줄 꿰면서 우리나라 신들에 대해 무심한 어린 백성을 위해 한발작 앞으로 더 나가볼까 싶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리옵니다.
불현듯 저의 영혼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아침 매일 신문에 3명이 렌트카에서 동반 자살 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그들의 영혼은 어디를 떠 다닐까요?
남평선생님의 가설 21그램을 읽고 느닿없이 지난 삶을 생각했습니다ㆍ과연 이세상을 소풍왔다 떠나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잘 살았고 또 남은 날들을 잘 살수 있는가를 ㆍㆍㆍ종교를 떠나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부터 시작된 나라는 존재의 흔적을 레비게이션을 달아서 미리 뒤따라가 봅니다ㆍ
육신과 영혼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