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다 싶더니… 대법, ‘압수영장 사전 심문’ 수정 검토
“수사 기밀 새어나갈까 우려” 검찰·변협 등 반대 거세자 혐의자는 심문 대상서 빼기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의 대상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에 법원이 사건 관계인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법무부·검찰, 공수처와 대한변협이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범죄 혐의자가 수사 기밀을 파악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형사소송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데 규칙으로 사전 심문을 도입하는 것은 법 체계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 대상에서 범죄 혐의자를 빼고 수사 기관만 넣는 방향으로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손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려면 ‘검색어’를 미리 제출하고 해당 내용이 포함된 정보만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개정안 조항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조항에 대해서도 마약, 성범죄, 뇌물, 불법 정치자금 등 ‘은밀한 용어’가 사용되는 범죄 수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수사 기관의 반발이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이런 내용의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확정하는 시기도 이달 중순 이후로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12일 서경환·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이 논란이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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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대법원이 형사소송 규칙 개정을 통해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을 도입하려는 것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구속영장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될 때 형사소송법 개정을 거쳤으니 이번에도 국회가 판단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 말에 법원행정처가 애초부터 무리한 내용의 형사소송 규칙 개정안을 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법무부·검찰, 공수처, 변협 등이 반대할 것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마치 한 걸음 양보하는 것처럼 수정안을 만들어 이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을 도입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