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계 거물 손정의, 야놀자에 비전펀드 2조원 투자 확정
쿠팡-야놀자 '평행이론', 착취 논란 속 혁신 이뤄 미국 상장
"이수진 야놀자 대표, 김범석 쿠팡 의장과는 행보 달라야"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글로벌 테크 업계의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쿠팡에 이어 야놀자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손정의 회장의 러브콜을 받은 야놀자와 쿠팡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지난 15일 소프트뱅크그룹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벤처캐피털(VC) 등 기존 주주 지분 인수에 1조원, 신주 인수에 1조원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비전펀드는 야놀자 지분 2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비전펀드의 야놀자 투자 금액은 국내 기업 중 쿠팡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지난 2015년, 2018년에 걸쳐 쿠팡에 총 3조4500억원(30억달러)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쿠팡은 올해 3월 뉴욕 증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로 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인 ‘데카콘‘ 기업에 등극했다. 지난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투자 받던 당시 1조원 기업가치에서 2년 만에 몸값이 10배 뛰었다. 야놀자도 오는 2023년 쿠팡처럼 미국 상장에 나선다.
손정의 회장을 등에 업고 미국 상장까지 추진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게 흔치 않은 기회다. 쿠팡과 야놀자 모두 기존 사업이 가진 한계를 넓혀 신사업 확대에 집중해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와 함께 손 회장에게 선택된 경우다.
하지만 쿠팡과 야놀자는 혁신기업이라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부정적 시장 이슈들이 가려져 있다는 유사점도 있다. 두 기업 다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동력이나 입점 업체에 대한 착취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불공정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을 앞세워 국내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한국을 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곪았던 염증은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부터 10명 가까운 노동자 과로사와 열악한 물류센터 환경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집단감염, 지난달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쿠팡은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최저가 가격을 제시한 쿠팡 판매자가 다른 판매자의 대표 상품이미지 등을 가져가 사실상 승자독식하는 ‘아이템위너’ 제도가 논란이 됐다. 결국 공정위가 직접 심사에 나섰고 지난 21일 문제가 됐던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공정위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판매자가 지도록 정한 위법 조항을 삭제하고 쿠팡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이달 초 ‘쿠팡의 사회적 책임 모색 토론회‘에서 “쿠팡이 플랫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판매 사업자에 대한 여러가지 불공정 행위를 한다든지 시장 지배적 남용 행위를 하는 우려가 있다“며 “매출액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신뢰 형성이 중요해졌는데 쿠팡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놀자는 지난 2007년 법인 설립 후 모텔 예약 서비스 사업에서 시작해 현재는 클라우드 기반 호텔관리시스템(PMS) 서비스로 확장하며 혁신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호텔 관련 B2B(기업간거래)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이 특히 손정의 회장의 관심을 끌었다.
야놀자는 지난 2년 사이 세계 2위 글로벌 객실관리 시스템 업체 ‘이지테크노시스’와 객실관리 자동화시스템 ‘가람’, ’씨리얼’을 인수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호텔솔루션 기업 1위 산하정보기술을 인수했다. 현재 야놀자의 객실관리시스템은 전 세계 170국 3만여개 고객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1위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이라는 타이틀 이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야놀자는 플랫폼 입점 업체들에 대한 착취 의혹이 꾸준히 불거지며 성장해 왔다. 쿠팡에 대한 기시감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야놀자에서도 불공정 거래 이슈는 끊이지 않는다. 야놀자는 지난해부터 가맹점주들로부터 고액의 광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고비, 수수료 등을 과다하게 부과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야놀자 입점 업체들은 매출이 늘어나더라도 광고비 갑질에 실제 이익은 줄어든다는 주장하며 플랫폼 갑질을 호소하고 있다.
한 숙박업체 점주는 “야놀자 수수료가 다른 플랫폼 중에서 가장 비싸고 최저가보다도 10% 비싸서 결국 야놀자 객실 예약을 막았다“며 “야놀자 할인행사도 모두 업체 추가 수수료로 빠져나가고 리뷰가 쌓여봤자 노출 순위하고는 무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야놀자는 할인쿠폰 발급, 광고상품 노출기준 등 핵심 정보를 가맹점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보완 권고를 받았다. 공정위 조사 도중 야놀자는 광고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용약관에 대한 숙박업소의 동의나 전자서명 등 확인조치가 없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숙박 앱 활용 숙박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94.8%가 수수료와 광고비가 과도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 업체의 92%가 야놀자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놀자는 지난달 말 야놀자 직원이 아내 명의 호텔에 쿠폰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정부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직원은 아내가 운영하는 호텔에 64만원 상당 쿠폰이 2차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직원의 일탈만으로 과도한 쿠폰 몰아주기가 성립될 수 없어 간부의 영업권한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상생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야놀자가 쿠팡 성장 과정의 전철을 밟고 있는 만큼 최고 경영진의 행보만큼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전 이사회 의장은 한국 쿠팡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 쿠팡에 대해 76.2% 의결권(차등의결권 포함)을 가진 실질적 지배자다. 그럼에도 지난달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건 발생 5시간 만에 의장 사임을 발표해 책임 회피 의혹을 남겼다.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 대상에서도 완전히 제외되는 등 ESG 경영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모텔 청소부로 일을 시작해 사업에 뛰어들은 ‘흙수저‘ 신화의 주역이다. 이 대표가 평소 수수한 옷차림으로 말과 행동에 꾸밈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이 대표의 경영 책임 강화에 대해 거는 시장 기대도 크다. 이수진 대표 포함 특수관계인의 야놀자 지분율은 지난 2019년 기준 41.6%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야놀자 임직원들이 (특정 업체에)할인쿠폰 등 특혜를 주거나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선 시급하게 고쳐야 하는 부분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ESG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수진 대표는 어려운 생활을 몸소 체험해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감에 따라 미국 사고방식을 가진 김범석 쿠팡 의장과는 다른 모습으로 책임 경영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www.top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11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