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도 지하화 계획, 부동산 호재 될까… “최소 10년 필요, 기대 적어”
영등포·이촌동·신촌 등 수혜 기대
“소음에 집 보러온 사람도 포기”
전문가들 “시장 활성화 효과… 당장 호재는 아냐”
방재혁 기자
입력 2024.10.27. 14:13
업데이트 2024.10.27. 14:46
“저렴한 가격에 집을 보러 온 사람들도 지하철 소음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지하화만 실행되면 이런 불편이 나아질 것으로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25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아파트 단지.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만, 지하철이 이동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해당 아파트 단지 옆 오피스텔에 2년째 거주 중이라는 강모(32)씨는 “2년 정도 거주했는데 수면장애가 생길 정도로 소음이 심하다”며 “근처 아파트를 매입할 의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철도 지하화가 되면 삶의 질이 개선될 것 같아 그때 다시 고려할 것 같다”고 했다.
25일 오후 용산역 일대 경부선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나고 있다. /방재혁 기자
25일 오후 용산역 일대 경부선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나고 있다. /방재혁 기자
서울시가 지상철도 전체 구간에 대한 지하화 구상안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철도로 소음, 교통체증 등 불편을 겪었던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구간은 경부선 일대와 경원선 일대 등 총 2개 구간의 6개 노선. 경부선(서울역∼석수역), 경인선(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가좌역∼서울역), 경원선 일부(효창공원앞역∼서빙고역), 중앙선(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망우역∼신내역) 노선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철도 지하화와 복합계획이 맞물리면 각종 인프라가 추가돼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이촌2동은 지상철도 규모가 큰 데다 지역 중심을 관통하는 경부선 지상철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실제로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인근 도로 정체가 시작됐다. 이 일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 계획과 맞물려 진행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도 저녁시간 도로 정체로 횡단보도에 차량과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용산구 이촌2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동네는 철도를 기준으로 동네가 나뉘는데 같은 동네여도 철도 위 고가도로를 도보로 이용하려면 불편한 점이 많아 주민들 불만이 많다”며 “철도 지하화만 되면 한강과 가까운 입지로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25일 오후 지하철1호선 영등포역 일대. /방재혁 기자
25일 오후 지하철1호선 영등포역 일대. /방재혁 기자
다만 지역별로 사업성이 다르고 자금 조달 계획 등 재정 문제가 있어 철도지하화 사업이 현실화돼서 부동산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40)씨는 “지하화만 되면 교통 편의 등 좋아지는 게 많겠지만 당장 지나다니는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이고 규모가 커서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는 동안 완료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촌2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철도 지하화 이야기가 오늘내일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빨라도 4년 뒤 착공에 들어가고 완료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릴 것 같은데 탈 없이 진행될까 하는 우려도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며 “외부에서도 철도 지하화가 호재가 될까 싶어 문의전화는 오는데 실제로 매입을 결정하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거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철도 지하화 사업은 한정된 토지에서 불가피한 사업으로 시장에 호재를 불러올 수 있지만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이라는 한정된 토지에서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현재 가용 토지는 사실상 그린벨트 해제 외에는 없다”며 “반면 철도 부지는 코레일 보유 부지도 있지만 서울 부지에 가까워 지하화를 통해 개발한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좋은 대안”이라며 “다만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없고 빠른 시일 내에 마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서 당장 호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운을 띄웠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교통이 개선되면 편의성이 증대되고 주택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또 침체된 시장 활성화, 다른 지역과 양극화 해소 등 긍정적 효과가 있고 복합 개발이 되면 분양시장에서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재정 마련 등에서 의문이 생긴다.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25일 오후 경의중앙선 신촌역 일대. /방재혁 기자
25일 오후 경의중앙선 신촌역 일대. /방재혁 기자
방재혁 기자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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