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아직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물론 이야기가 말로만 전달되고 전해져 내려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마도 자기가 겪은 일, 보고 들은 것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잘 알고 있듯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도 아는 것도 서로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각자 자기 아는 범위를 넓혀 갑니다. 직접 경험해서 쌓은 지식이라고 해봐야 매우 제한적입니다. 자기 것에 합하여 남의 것까지 덧대어 더 많이 쌓아갑니다. 흔한 이야기지만 아는 것이 힘입니다. 또한 아는 만큼 발전하고 사는 것도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지식이 물질의 풍요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쉬운 말로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 어느 때 무엇을 사두었다가 언제쯤 내다 팔면 이익이 생기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좀 늦었다 싶기도 하지만 부동산 투기라는 것, 미리 땅값 흐름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발 빠르게 대처하여 부자 된 경우도 많습니다. 비단 재물에 관한 이야기뿐이 아닙니다.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사고의 깊이를 쌓을수록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과 성취를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소위 형이상학적 행복감이라고 표현할까요? 꼭 철학자가 되지 않아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사람은 그 모든 지식을 가지고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현실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사람의 상상 속의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도 서로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린이들에게도 있습니다. 그 많은 동화는 사실보다는 상상 속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자라면서 꿈을 만들어내고 인내와 용기를 키우며 어른으로 성장하게 해줍니다. 우리는 그렇게 자라왔고 그 가치를 알기에 우리 다음 세대에게도 유익한 이야기들을 많이 남겨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 발전과 성장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독서를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세기 전만 해도 허황된 이야기들이 이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경험합니다. 우리 자신이 놀랍니다. 그렇게 인류세계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전 속도는 날로 더욱 거세어집니다. 그러니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발전 과정과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발전 속도는 비교가 안 될 지경이 되겠지요. 수자로는 같은 1백년이지만 나타난 현상은 비교가 안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상상의 세계 안에서도 그렇게 기발한 사건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세상에! 수십억 년 지켜온 우주의 질서가 한 순간 무너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물론 이야기입니다. 동화보다도 더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시간을 들여서 보고 있지요?
달이 떨어진다고? 있을 법하기나 한 일입니까? 혹 별이 떨어진다면 끄덕입니다. 유성은 지금도 떨어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 지구와 함께 돌고 있는 달은 아마도 지구 역사와 함께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달이 떨어질 수 있는 일입니까? 그 달을 떨어뜨리려면 어찌 해야 하겠습니까? 달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부터 어쩌면 도발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그게 이야기입니다. 사람만이 해낼 수 있는 머릿속 작품입니다.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래서 어쩌자고요? 재미를 만드는 겁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인간은 배만 부르다고 행복한 존재는 아니니까요. 어떻게든 재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인생이 지루하다고 딴 짓거리를 찾아다닐 것입니다.
그래도 사람다운 양심은 조금 있어서 그냥 볼거리나 제공하는 유치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자 사람의 이야기를 덧대었습니다. 그 흔한 가족의 사랑 이야기 말입니다. 장면의 웅대함에 비추어 보니 그야말로 아이들 소꿉장난입니다. 역시나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참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 웅대함으로 이야기 자체는 묻혀버리니까요. 사실 가족 이야기는 양념 수준조차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 신파극을 보는 편이 낫지요. 그냥 화면에 집중하고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속으로 외칩니다. 대단해! 그게 다입니다. 여기서 감동이니 공감이니 그런 후일담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기술의 발전이 여기까지 왔구나, 박수를 쳐줍니다.
누가 믿겠는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인류가 구원을 받습니다. 마치 성경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인류 생존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망상의 이야기 속에도 이런 요소가 스며있어야 조금은 이야기답기도 합니다. 그냥 그림만 보여준다면 남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사람은 무엇이든 눈에만 새겨지는 것에 대하여는 금방 잊어버립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새겨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극단의 악평은 면하지요. 아무튼 그림 한번 잘 봤다 정도로 생각하고 나옵니다. 영화 ‘문폴’(Moonfall)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