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특히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개인으로서나 아니면 조직 안에서 한번 새겨진 과거는 계속 재생산됩니다. 좋지 않은 일만큼 좋지 않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과자라는 기록은 평생 따라다니며 당사자를 힘들게 만듭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많은 노력을 쏟아도 웬만해서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희석은 되겠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게 어느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무덤에 들어가는 날에나 같이 그 무덤에 들어가야 끝나겠지요.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그러니 그런 실수는 하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하기야 일부러 그러겠습니까마는 우리의 인생길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릅니다.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원작이 2009년 나왔답니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은 과학수사대라는 것이 없었나? 좀 더 세밀하게 수사하고 현장검증을 정밀하게 했더라면 혹 다른 수사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내부 집안사람들의 위치나 총의 발사 방향이나 거리 등등을 정밀하게 조사 분석하였더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물론 정황은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여아에게보다는 경찰에게 대놓고 반항하고 있던 스무 살 안팎의 그 언니에게 향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그렇게 자백을 하였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수사를 이끌고 갈 필요도 없었겠지요. 당시의 상황과 본인의 자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으니 오래 갈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아마도 피해자 가족에게는 더구나 시간 끌기가 필요 없습니다.
동네에서 그래도 명망 있는 경찰인데 총격을 당해 사망했습니다. 충격이지요. 두 아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그러니 20년이 지났음에도 그 살인범이 가석방 되어 출소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찌 사나 지켜봅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직장도 다니고 별일 없이 지냅니다. 그 꼴을 보기가 괴롭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아픈데 살인범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니 말이 안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벼릅니다. 처음에는 동생이 관여하지 말라고 말리지만 결국은 자기가 먼저 나섭니다. 그녀의 동생이 어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고통을 당해보라고 그 동생을 해칠 계획을 가집니다.
술꾼 아버지는 자살하고 엄마는 동생 ‘캐서린’을 출산하다 사망합니다. 결국 그 동생은 언니인 ‘루스’의 몫이 됩니다. 언니이면서 엄마가 되어 둘이서 지냅니다. 아마도 집세가 밀리겠지요. 집은 내놓아야 하고 자기도 떠나야 하는데 동생을 양육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린 동생은 사회복지관을 통해 입양되어야 합니다.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루스가 그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동네 경찰이 찾아와 설득을 하려 합니다. 루스를 자기 집에서 살도록 해주겠다고 제안까지 하면서 루수에게 다가가려 합니다. 루스는 거부합니다. 집에 들어오면 총으로 쏘겠다고 협박까지 합니다. 잘 아는 사이이니 별일 있으랴 싶었겠지요.
사고는 터졌고 루스는 경찰 살해범으로 감옥으로 갑니다. 20년을 살고는 가석방되어 나옵니다. 가석방이니 보호감찰관이 감시합니다. 처음에는 거처와 직장까지 알선해줍니다. 루스는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면접에서 거부당하기 일쑤입니다. 특히 경찰 살해범은 모든 사람에게 경계대상입니다.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 곳으로 가서 일합니다. 막일을 하고 허름한 거처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살지만 한 가지 꿈이 있습니다. 동생을 찾는 일입니다. 옥에서 수천 통의 편지를 썼건만 소식 한번 없습니다. 양아버지가 받기는 하였지만 캐서린에게 전해주지 않고 숨겨두었습니다. 캐서린의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캐서린이 차라리 살인범 언니를 모르고 사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입니다.
루스는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편견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당연히 짊어져야 할 짐이라 생각하며 참고 견딥니다. 오로지 하나 동생만 찾으면 됩니다. 20년, 어떻게 자랐는지 잘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고 궁금하고 걱정됩니다. 동생에 대한 꿈 하나로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며 버티는 것입니다. 그 간절함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줍니다. 변호사의 도움으로 양부모의 거처를 알게 되고 연락이 닿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불행히도 이런 과정 속에서 이런 사실이 피해자 아들에게 노출됩니다. 그는 동생인 줄 알고 납치하지만 사실은 캐서린이 아니라 양부모의 친딸입니다.
내가 살던 집, 내가 자라고 가족이 함께 하였던 집, 그 자리에 20년 만에 왔습니다. 지금은 물론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동생 캐서린과 함께 하였던 시간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날들이고 오로지 마음 한 구석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리운 날들, 동생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다행히 그곳에서 무료봉사하는 변호사를 만납니다. 그 도움을 받아 동생의 행방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그마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세상은 왜 이렇게 힘든 곳인가 싶지요. 하지만 돕는 자도 있게 마련입니다. 영화 ‘언포기버블’( The Unforgivable)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또는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지 생각해봅니다. 사실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이 그 짐을 안고 살게 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