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기도를
6일(현지 시각) 새벽 규모 7.8의 강진이 쓸고 지나간 튀르키예 남부 도시 하타이의 공동주택 단지가 융단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했다. 4~5층짜리 건물이 산산이 부서져 잔해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번 지진은 1 939년 3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지진과 규모가 같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튀르 키예와 시리아 두 나라에서 최소 1800여 명이 숨졌다. 부상자 숫자는 1만명에 육박했다./게티이미지
내게 다시 걸어갈 힘을 주었던, 해맑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에 큰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망자만 수천 명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얼룩소에 서 알게 된 한 분도 튀르키예(옛 터키)에 계신다. 요즘은 보이지 않지만, 늘 들르면 내 이름을 찾아주시던 감사한 분이다. 아수라장이 된 그곳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속이 탄다. 그곳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여행지였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그곳에 살고 있는 지라도 꺼내 보이고 싶어 이 글을 쓴다.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게 너무 무기력하다.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밤이다. 요르단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보통 세 가지 갈림길 중 하나를 택했다. 가깝지만 먼 나 라 이스라엘로 가거나, 가깝고도 비슷한 나라 시리아로 올라가거나, 아카바라는 항 구 도시에서 배를 타고 이집트로 가거나. 시리아는 여행을 다니던 십 수 년 전 내게 는 무척 낯선 나라였는데, 의외로 많은 여행객들이 시리아를 다음 목적지로 결정했 다. 나는 원래는 이스라엘을 가려 했지만, 아랍 국가를 거쳐서 가면 여권에 찍힌 나 라들을 대체 왜 방문했느냐고 묻는 인터뷰만 몇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말에 정나미 가 떨어져버려, 결국 이집트로 발길을 옮겼다. 이집트라니. 요르단과 같은 아랍 국가이긴 하나 그래도 북아프리카에 속한 나라였 다. 국경을 내 발로 넘어가는 것도 설레는데 대륙을 건넌다니 더 마음이 들떴다. 배 를 타고 버스를 타고 얼마나 지났을까. 수도 카이로에 발을 디뎠다. 인도에서 너도나 도 한 푼만 달라는 듯 구걸을 하는 통에 여러모로 지친 여행길이었다. 인도에서 곧장 아랍 에미리트로 건너가면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극심한 빈부 격 차를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피로가 더해갔다. 모순된 건 사회만이 아니었다. 간만에 마주한 도시에서 신이 난 나는 두바이의 한 쇼 핑몰에서 수만 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했다. 하지만 곧바로 인도에서 내가 아끼 려 했던 돈이 단 몇 백 원, 몇 천원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돈이라도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과 그 돈이라도 안 뺏기려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니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넉넉한 형편의 여행객이 아니라지만 나는 왜 그렇게 인색했을까. 돈 앞 에서 모든 걸 버리는 그들의 모습이 나를 더 속 좁은 사람으로 만든 걸까. 같은 지구 상임에도 너무나 다른 돈의 가치와 삶의 질 앞에서 나는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에는 안면몰수하고 돈을 달라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집트에는 전혀 예상 치 못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피라미드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고 그 곳에서 양복을 차 려 입은 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자연스레 말을 걸며 피라미드로 가느냐고 물었 고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피라미드 바로 근처가 자신의 집이라고 했다. 대낮이었고 너무 여유로운 태도에 나는 크게 의 심을 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 사람은 굳이 자신이 피라미드로 걸어가는 길을 안내하겠다고 나 섰다. 방향이 비슷해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점점 골목으로 들어갈수록 느낌 이 싸했다. 그 사람은 말이 점점 없어졌고, 피라미드와는 가까워지는 듯하더니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불러 세워 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사람 은 머뭇거렸다. 나는 왜 이쪽으로 나를 데려온 건지를 따져 물었다. 순간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집에 아이들이 많다고. 자식이 많은데 돈이 없다고. 한국 돈이라도 좋으 니 돈을 좀 달라고. 동전이라도 좋으니 제발 달라고 애원을 했다.
한국 동전은 그에게 필요가 없는 돈일 터였다. 환전을 해주는 곳도 없을 뿐더러 이집 트 물가를 생각해도 크게 도움이 될 만한 금액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말끔한 양복을 차려 입은 그는 나를 붙잡고 한 푼이라고 제발 달라고 사정을 했다. 사기를 당한 것 보다 더 끔찍했던 건, 왜 멀쩡한 사람이 이렇게 구걸하며 살아야 하는가였다. 불편한 곳 없이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왜 일을 하지 않고 여행객을 속일 생각만 하고 있는 걸까. 무엇이 대체 문제인 걸까. 나는 그 사람을 뿌리치고는 걸어 들어간 골목길을 돌아 나와 피라미드로 향했다. 이집트 여행을 하는 내내, 나는 그곳의 사막처럼 내 마음도 점점 말라가는 느낌에 사 로 잡혔다. 인도와 이집트에서의 기억이 자꾸 나를 병들게 했다. 사는 게 아무리 힘 들다 해도, 돈이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다짜고짜 뜯어내려 하거나 으슥한 곳으로 끌 고 가 돈을 구걸하는 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스스로의 존엄을 짓밟으면서까지 그렇 게 살아야 하는 걸까. 여행을 중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시름시름 마음의 병 을 앓았다. 그러다 찾은 곳이 튀르키예였다. 조금 분위기가 다른 나라로 가고 싶었다.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튀르키예를 칭찬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꼭 가보라고. 유럽과 아시아가 공존한다고. 아무리 좋은 말을 들었다 해도 기대하지 않았다. 세상 가장 반짝이는 게 눈 앞에 있 다 해도 내 마음이 병들어 있다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이스 탄불이었다. 12월 초였는데 그곳에는 그제야 단풍이 지고 있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올해 단풍을 보지 못했구나. 계속 더운 나라를 거쳐 오면서 가을을 만나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낼 뻔 했던 것. 나무에 남아있는 단풍은 몇 잎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묘한 위안이 됐다.
이스탄불 술탄아흐메트(블루) 모스크 내부 모습
그렇게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가 들어간 곳이 블루 모스크였다. 사원을 감상할 새도 없이 갑자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내게로 뛰어왔다.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서로 경쟁하듯 헬로우를 말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나는 얼떨결에 화답하며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요청에 따라 사진을 찍었 다. 영어가 서툰 아이들은 뭔가 할 말이 잔뜩 있는 사람처럼 내 주위를 빙빙 돌며 호 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멀리서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아이들 몇 명이 먼저 선생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내 곁에 남아있던 서너 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가방을 열더니 내 손바닥 위에 자신들이 싸온 간식들을 꺼내놓 았다. 비스킷, 음료수, 사탕 등등. 나는 갑자기 받은 선물에 몹시 놀라 손사래를 쳤다. 괜찮다고. 너희들 먹으라고. 아이들은 가진 것의 거의 전부를 낯선 이방인에게 내놓 고는 환하게 웃으며 멀어져 갔다. 나는 두 손바닥 가득 놓인 간식을 보고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선뜻 내게 건넨 선물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까. 이 상황을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감사히 받으면 되는 걸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왜 내게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보이고 선물을 주는 걸까. 여행은 믿음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인도와 이집트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건 돈이 아니라 사 람에 대한 믿음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 내 여행도 비로소 앞 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믿음이 꺾이자 나는 모든 의욕을 상실해버린 것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은 그냥 간식이 아니었다. 다시 사람을 믿고 여행을 해도 된다는 믿음이었다. 그 힘으로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가 그저 좋았다. 거쳐 온 수많은 역사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스탄불뿐만 아니라 파묵 칼레, 카파도키아, 페티예 등 각양각색의 도시들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며 그곳을 밟고 또 밟았다. 그 아름다운 땅의 안녕을 바라고 또 바란다. by 박현안
지진으로 파괴된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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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두손모아 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간절한 기도로
공유하신 동트는아침 님 !
감사드립니다~
희망 가득한
행복한 2월되시길
소망합니다~^^
너무....처참합니다..
차라리..
꿈이였으면....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
애절한 마음 남기신
방문글 감사드립니다~
건강한 하루
즐거운 오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핑크하트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