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있지만 미국 직장에는 없는 것이 여러 가지다. 국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미국으로 간 사람이라면 없어져서 좋은 것도 있고 허전한 것도 있을텐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단체면접
미국에서는 입사면접을 단체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몇 명씩 같이 들어가 유사한 질문에 개성을 실어 대답해야 하는 면접이 있지만, 미국의 면접은 철저하게 1 대 1, 엄밀히 말하면 1 대 다수다. 이때 1은 구직자이고 다수는 면접관이다. 면접관들은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미래의 동료들로, 여러 명이 지원자 한 사람을 놓고 관찰을 한다.
입사 동기
미국의 직장에는 공채 개념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입사 동기도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매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수백 명을 뽑아 각 부서에 배치하지만, 미국은 각 부서의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광고를 내고 부서별로 사람을 뽑는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사람이 있더라도 공채를 통한 입사 동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물론 대대적인 신입사원 환영회도 없다.
작업복
우리나라 직장에서는 근무시간에 작업복을 입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미국은 공장 근로자가 안전이나 위생상의 이유로 입을 때가 아니면 작업복을 입지 않는다.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작업복 착용으로 근무 중에 옷에 먼지나 오물이 묻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이해한다면 작업복을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통근버스
미국의 직장은 대개 집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거리상으로는 20마일(32킬로미터)이상인 곳도 많다. 짧은 거리는 아니나, 도로 환경이 좋아 오래 걸리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대도시의 출퇴근 시간은 우리와 다름없이 교통지옥이다. 통근버스라도 있어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숨 푹 자다가 회사 근처에 와서 눈을 뜨면 좋을 텐데, 미국 직장에는 통근버스가 없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힘든 경우 이사를 가든지 직장을 옮긴다.
회식 2차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이 많은 서부 실리콘 밸리에서는 팀원들끼리 근무시간 후에 식사를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기업도 있다고 하지만 보편적인 직장 풍경은 아니다. 특별한 일이 있어 회식을 하더라도 우리처럼 1차는 식당, 2차는 맥주집, 3차는 노 래방이나 당구장 식으로 옮겨다니지는 않는다. 한곳에 자리 잡고 오랫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모임 형태다. 말수가 없는 사람은 회식도 고역이다.
상사의 훈시
우리나라에서는 회의를 하든 회식을 하든 일단 상사의 훈시는 빠질 수 없다. 상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한 말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지만, 어쨌든 이것도 관리자의 역할이니 감당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관리자는 회의를 할 때 잔소리를 하는 법이 거의 없다. 리더의 역할은 결정과 책임이기 때문에 조직원의 의견을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몫이다. 게다가 회식에서야 다 같은 직원으로 모이는 것이라 훈시할 일은 더더욱 없다.
연차와 월차
미국의 휴가는 그냥 휴가(vacation)다. 연차나 월차, 리프레시(refresh) 휴가, 가족사랑 휴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 굳이 구별을 한다면 병가(sick leave) 정도다. 병가는 한 해에 사용할 수 있는 휴가 기간만큼 사용하고 그 이상 필요하면 무급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어떤 직장은 사용하지 않을 동료들의 휴가를 기부받아 환자에게 주기도 한다.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서도 병가를 낸 동료를 위해 기부한 휴가 일수가 석 달이 넘었던 적도있었다.
산행
우리나라 직장에서 주말에 단체로 하는 활동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산행이다. 비용이 들지도 않고, 특별한 소질이 없어도 누구나 걷기는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택해 새벽에 모여 함께 산에 가는 직장이 많다. 내려와 막걸리 한잔에 찌개를 곁들인 점심을 같이 하며 동료애를 쌓는 우리의 전통적인 주말행사가 미국에서 유행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과체중이라 산에 못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 토요일에 산행을 한다고 해서 월급을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셋째, 인근에 산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동호회
동호회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가히 세계 톱클래스라 할 만하다. 직장에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모임은 각종 스포츠, 음악, 어학 등 일반적인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나 비디오게임, 여행, 주식 동호회에 이르기까지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직장에서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조직되는 동호회까지 포함하면 수백 종류는 넘을 것이다. 미국에도 소프트볼, 볼링, 골프 등 운동 클럽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다종다양하지는 않다. 이런 모임은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기금을 마련해 운영하고 직장에서 보조해주지는 않는다.
축의금과 조의금
미국의 경조사에는 돈봉투가 등장하지 않는다. 교민사회에서는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내기도 하지만, 미국인의 결혼・장례 문화는 사뭇 다르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형편에 맞게 선물을 준비하거나 신랑 신부가 정리해놓은 필요 물품을 선물한다. 장례식에 참석할 때는 특별히 준비해 갈 것이 없다. 조의를 표하기 위해 꽃을 준비할 수는 있지만 조의금을 내는 일은 없다. 간혹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돈을 모아 장례 비용을 보조해주거나 유가족이 원하는 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첫댓글 이 글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15년을 미국 대학교와 ,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 미국 회사 에서 근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는 현대자동차그룹 기술연구소에서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이끄는
현대차 이사로 있는 안병기씨가 쓴 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