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탈퇴로 삼성을 떠난 벤 리베라가 최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잔여연봉 지급을 조건으로 올 시즌 다른 팀에서 뛰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리베라의 에이전트와 다시 연락을 취하는 등 진상조사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 19일 메이저리그 출신 대형선수 카를로스 바에르가를 새로 데려오면서 투수 벤 리베라를 임의탈퇴 선수로 묶어 비난을 받았다.다른 팀이 데려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길을 봉쇄했다는 지적이다.외국인 선수를 중도퇴출할 때는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웨이버공시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팔꿈치를 다친 롯데 투수 에밀리아노 기론도 웨이버로 풀렸다.
그러나 삼성은 리베라가 스스로 임의탈퇴를 원했다고 강변했다.그 말을 믿는사람은 거의 없다.삼성이 돈으로 리베라를 ‘매수’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과연 리베라는 임의탈퇴를 원했을까
삼성 김재하 단장은 “리베라가 허리가 아파 선수생활을 더 했다가는 더 큰부상을 할 수도 있다.그래서 선수 본인을 위해 임의탈퇴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너무나 자상한 삼성이다.선수가 국내에서 더 이상 뛰기 싫으면 웨이버공시를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삼성이 굳이 나서 리베라를 걱정해 임의탈퇴시킬 까닭이 없다.
더욱이 리베라는 정밀검진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한국에서선수생활을 더 하기를 원했다.리베라의 마음의 바뀐 것은 불과 1주일 사이다.그동안 삼성과 리베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삼성은 전반기 최고의마무리로 활약한 리베라가 다른 팀에서 뛰게 될 게 겁났을 것이다.
◆파라,가르시아,리베라
삼성은 98시즌이 끝난 뒤 투수 호세 파라를 일본 요미우리로 트레이드했다.그 트레이드도 사실은 국내 다른 팀들이 파라를 데려가지 못하도록 접근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당시 트레이드 조작설이 나돌았다.
지난해 말에는 마이클 가르시아와 재계약한다고 해 다른 팀에서 접촉을 하지못하도록 방해했다가 결국 다른 선수들과 계약했다.뒤늦게 한화가 가르시아영입을 위해 달려들었으나 가르시아가 한국에 오지 않겠다고 해 무산됐다.한화관계자는 “삼성이 미리 다 손을 써놓은 것 같다”고 확신했다.
리베라에 대한 의혹은 바에르가의 계약발표 시기에서도 냄새가 난다.바에르가와 오래 전에 계약을 해놓고도 발표를 미뤘다.미국의 매스컴은 바에르가의삼성행 사실을 며칠 전부터 보도했는데 삼성은 계속 부인하다 19일에야 보도자료를 냈다.리베라가 미국에 가 있는 바람에 임의탈퇴에 대해 사전 합의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바에르가의 계약을 즉시 발표했으면 리베라도 웨이버로 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임의탈퇴는 선수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버릇이 된 편법
삼성은 84년 ‘져주기’ 경기 등 갖은 편법을 일삼아 프로야구의 질서를 크게 흐렸다.이 같은 편법 때문에 규약이 매번 바뀌었지만 법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삼성의 행태는 아직도 변한 게 없다.
84년 전기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확정된 삼성은 파트너로 OB 대신 롯데를 고르기 위해 후기 레이스 막판 롯데에 져주기 경기를 했다.구단 최고위층의 재가까지 받았다고 당시 관련자는 증언했다.
그러나 삼성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에 패하는 등 ‘져주기의 저주’를받았다.프로야구 19년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죄값을 치렀다.
92년에는 2차지명 최대어인 신인 양준혁을 최우선 지명권을 쥔 쌍방울에 뺏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군대에 보낸 뒤 다음해 1차지명으로 입단시키는 편법을 썼다.뒷돈도 줬다.양준혁은 99년 해태로 트레이드된 뒤 삼성의 ‘뒷돈공작’을 폭로했다가 어쩐 일인지 입을 다물었다.
96년 말에는 중앙대를 중퇴하고 필라델피아와 계약을 했던 투수 최창양을 역트레이드해 와 또 한번 물의를 빚었다.최창양은 롯데연고 선수였다.중앙대중퇴 과정에서부터 삼성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이 같은 삼성 프런트의 다양한 허점 노리기는 결국 우승에 대한 조바심에서비롯됐지만 그것이 지나쳐 우승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룹의 감량경영 원칙에서 야구단은 열외?
삼성은 임의탈퇴로 묶은 리베라에게 잔여연봉을 다 준다고 했다.규약상 임의탈퇴 선수에게는 잔여연봉을 줄 이유가 없다.삼성의 리베라 매수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잔여연봉에 상당한 웃돈이 보태졌을 가능성도 높다.
최근 삼성그룹은 제2의 경제 위기에 대비해 인원 10% 감축,50% 경비절감을선언했다.그런데 삼성 야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돈을 물쓰듯 쓰고 있다.주위에서는 제2의 IMF가 온다고 난리들인데 삼성야구단은 쓰지 않아도 될 외화를 자꾸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