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이명윤]
내 마음의 강가에 펄펄,
쓸쓸한 눈이 내린다는 말이다
유년의 강물냄새에 흠뻑 젖고 싶다는 말이다
곱게 뻗은 국수도 아니고
구성진 웨이브의 라면도 아닌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나 오늘, 원초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너덜너덜 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도시의 메뉴들
오늘만은 입맛의 진화를 멈추고
강가에 서고 싶다는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와
귓가를 스치고
내 유년의 처마 끝에 다소곳이 앉는 말
엉겹결에 튀어나온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뇌리 속에 잊혀져가는 어머니의 손맛을
내 몸이 스스로 기억해낸 말이다
나 오늘, 속살까지 뜨거워지고 싶다는 뜻이다
오늘은 그냥, 수제비 어때,
입맛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당신, 오늘 외롭다는 말이다.
진짜 배고프다는 뜻이다
* 어릴 땐 수제비를 참 많이 먹었다.
구강기때나 느꼈던, 어머니의 젖꼭지처럼 야들야들한 그 맛을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낸 공갈젖꼭지, 수제비로 유년기를 보냈다.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빚어도 국물에 흠뻑 젖어 맛은 같았다.
가끔 어머니의 수제비가 그리워 모산수제비집을 다녔다.
아마 전국 어디에서도 그 맛을 볼 수 없을 거다.
특히 모산에 있는 집보다 음봉에 있는 모산수제비집을 다녔는데
그 아주머니가 조카에게 물려준 후로는 영 그 맛이 사라져버렸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누군가에게 수제비 어때,라고 말하고
강물냄새에 젖으면 좋겠다.
첫댓글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이명윤].
어려서 구강기에....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낸 공갈젖꼭지, 수제비로 유년기를 보냈다.
비유법으로 글표현에....글 쓰는 분들에 재치에 박수를 보냅니다.
어머님의 장독대.
수제비!!
생각에 장독대가...
문득 오르는군요.
글 보고갑니다...커피나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