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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셋 엄마하나] 09
S#1. 놀이방 밖 (낮)
하선을 안고 나오는 경태.
경 태 : 널 이렇게 혼자 둘 순 없어...! 절대...!!
하선을 안고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태.
S#2. 경찰서 (낮)
책상 위의 전화가 울리면 받는 반장. 전화기 속에서 경태의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반 장 : (전화 받는) 여보세요.
경 태 : (E, 엄청 아픈 듯) 콜록콜록... 콜록콜록콜록...!
반 장 :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그대로 전화를 끊는 반장.
S#3.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황당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바라보는 경태.
경 태 : 뭐야? 기침을 너무 세게 했나? 이번엔 조금만 해야겠다.
다시 재다이얼을 누르고 통화를 기다리는 경태. 옆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하선이 보이고, 신호가 가고 곧 반장이 받는다.
반 장 : (E) 여보세요.
경 태 : (이번엔 조금 작게) 콜록콜록...
반 장 : (E, 끊으려하며) 전화 잘못 거셨다니까요...!
경 태 : (황급히) 반장님 전화 끊지 마세요! 저, 경탭니다!!
반 장 : (E) 나황? (화난 듯) 너 왜 전화해놓고, 말은 한마디도 안하고 기침만 해대? 너 나 데리고 아침부터 장난 치냐?
경 태 : 그게 아니라요... 제가 감기에 걸려서요... (그제야 생각난, 얼른) 콜록 콜록...!
반 장 : (E, 의심스러운) 어제까지 멀쩡하던 놈이 갑자기 무슨 감기?
경 태 : 그러게요... 독감인가 봐요. 몸이 으슬으슬 한 게, 며칠 병가를 내야할 것 같아요... 콜록콜록...!
S#4. 경찰서 (낮)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극심한 기침소리.
경 태 : (E, 거의 숨넘어갈 듯 폐병환자 수준) 콜록콜록콜록...!
반 장 : (빤히 꾀병임을 알고) 병가 낼 때 내더라도, 출근은 해서 내라.
S#5.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경 태 : (놀라며) 네? (재빨리) 사실은... 감기가 아니라... (고민하다) 갑자기 배가...! 아, 배야...!
반장님 아무래도 맹장이 터진 거 같아요...! 일단 응급실부터 빨리 가봐야... (하는데)
반 장 : (E) 맹장이 터졌는데, 왜 기침을 하지?
경 태 : (당황하여) 네? 그게...
반 장 : (E. 버럭) 빨리 안 튀어 와? 너 얼마 전부터 아주 완전히 빠졌어? 뻑하면 휴가에 조퇴! 30분 줄 테니까 빨리 튀어 와!
그대로 전화 끊겼는지, 수화기 내려놓는 경태.
경 태 : (당황하여) 이걸 어쩌지...? 하선일 데리고 갈 수도 없고...?
S#6. 새림 건설 앞 거리 (아침)
수현의 차 멈추며, 나영 내린다.
나 영 : (차 안의 수현과 광희에게) 고마워요.
광 희 : 나영씨! 하선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해봐요! 파이팅!
나 영 : 네, 그럴게요...
수 현 : (고개까지 빼고 잔소리) 정신 똑바로 차려요! 또 엄벙덤벙 실수나 하지 말고!
나 영 : (눈 흘기며 삐쭉대는) 으... 알았어요!
나영이 차문 닫으면, 수현의 차 출발하고...
빌딩으로 향하는 나영. 문득 빌딩을 보더니 주먹을 불끈 쥔다.
나 영 : (다짐하듯) 그래, 송나영... 이제부터 너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거야!
뭐든지 너 하기에 달렸다구! 진짜 열심히 하는 거야. 알았지...? 아자!
이때 앞의 자동문 열리며 우르르 뛰어 나오는 경비와 비서진들.
그 바람에 잔뜩 분위기 잡았던 나영, 놀라 한쪽으로 물러나며 휘청한다.
곧 이어 현관 앞에 도착하는 고급 세단. 뛰어나온 비서진들이 잽싸게 문 열어주면, 찬호와 회장이 내린다.
비 서 : (꾸벅 인사하며) 나오셨습니까? 상무님, 회장님...!
고개 끄덕여 인사하고는 들어가는 회장과 찬호.
나영, 자기도 몰래 길을 비켜주며 꾸벅 인사한다.
S#7. 달리는 수현의 차 안 (아침)
수 현 : (운전하며) 걱정이다...!
광 희 : 뭐가?
수 현 : 넌, 저 정신없는 여자가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걱정도 안 되냐? 아무래도 금방 짤릴 거 같은데...
비싼 돈 들여서 괜히 애만 놀이방에 보낸 거 아냐? 그냥 집에서 애나 볼 것이지...!
광 희 : 나영씨한테 빨리 독립하라고 채근한 건 너야, 임마...!
이때 핸드폰 울리자 받는 광희.
광 희 : (받으며) 어, 경태야...
S#8.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울고 있는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는 경태. 어깨위에 전화기를 끼운 채 전화하고 있다.
경 태 : 광희야! 너 지금 빨리 집으로 좀 올 수 없냐?
광 희 : (E) 왜? 오늘은 전체 편집회의란 말이야. 못 빠져. 야, 근데 하선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어떻게 된 거야? 혹시 하선이랑 같이 있냐?
경 태 : 그게 말야... 내가 놀이방에서 하선일 데리고 왔어...!
S#9.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낮)
광 희 : (의아해서) 왜? 왜 하선일 데리고 와?
경 태 : (E) 그게 있지... 놀이방에 불이 나서... (하는데)
광 희 : (놀라) 뭐? 놀이방에 불이 났어?
그 말에 함께 놀라는 수현.
수 현 : (운전하며, 다급히) 하선인? 하선인 어떻대? 괜찮대?
S#10.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답답하다는 듯 인상 구겨지는 경태.
경 태 : 그게 아니라, 야...!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내 말은 불이 났다는 게 아니라,
혹시 불이 나서 우리 하선이가 다칠 수도 있다는 얘기지...!
S#11.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낮)
광 희 : 뭐? (안도하며) 그럼 불이 난 건 아니라는 거지? (옆에 대고 수현에게) 불 난 건 아니래...
수 현 : 경태 이 자식...! (수화기를 향해, 빽) 야, 너 왜 아침부터 사람을 놀래켜? 놀래키기를!
경 태 : (E) 아무튼 하선일 놀이방에 혼자 둘 순 없다구...!
광 희 : 그렇다고 니 맘대로 애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 누가 보라구?
경 태 : (E) 그러니까...! 니가 집으로 좀 와 줄 수 없냐구?
광 희 : 안된다니까?
S#12.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경 태 : 그럼 수현이한테 잠깐 와서 애 좀 봐달라고 해봐...
수 현 : (E) 안돼!!
수현의 대꾸가 너무 큰지, 인상 찌푸리며 수화기에서 귀를 떼는 경태.
경 태 : (혼잣말) 아이, 자식... (다시 수화기에 대고) 그럼 어떡하냐? 나도 출근해야 되는데, 하선일 누구한테 맡겨...?
광 희 : (E) 그러게 왜 니 맘대로 애를 데리고 와?
경 태 : 야, 니들은 걱정도 안 되냐? 이 어린 게 그 낯선 데서 하루 종일 혼자 있을 걸 생각해 봐! 안쓰럽지도 않아?
광 희 : (E) 혼자는 왜 혼자야? 선생님도 있고 다른 애들도 많은데?
경 태 : 아무튼 알았어.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뭐...
광 희 : (E) 그러지 말고 다시 놀이방에 맡기고 가.
경 태 : (단호히) 안돼! 하선일 놀이방에 다시 맡길 순 없어!
광 희 : (E) 그럼 나영씨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하던가?
경 태 : 어떻게 그래? 오늘이 첫 출근인데...?
광 희 : (E, 짜증) 에이, 몰라. 니가 데려왔으니까 니가 알아서 해. 끊어!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는 경태.
S#13. 새림 건설 리서치 T/F 팀 (낮)
혼자 책상에 앉아 실내를 둘러보는 나영.
나 영 : 뭐야... 이 싸가지는 왜 안 오는 거야...? (불안 초조해서) 하선이는 잘 있나...? 전화해볼까...? (핸드폰 꺼내 걸려다가)
아니야... 두고 온지 얼마나 됐다고 호들갑이야... 엄마가 자꾸 전화하면 선생님들이 싫어한다던데...
괜히 선생님한테 찍혀서 미움 사면 안돼... 잘 있겠지... 애를 맡겼으면 믿어야지...
(핸드폰 집어넣고) 그런데, 난 뭘 하지...?
안되겠는지, 일어나 찬영의 책상위에 놓여있는 서류들을 뒤적이는 나영.
‘리서치 T/F 팀 리포트’ 라고 쓰여 있는 서류를 넘겨보지만, 텅 비어있다.
나 영 : (혼잣말) 뭐야? 아무 것도 없잖아? 이 사람 이거 일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내가 진짜 이런 사람 믿고 일해야 하나...?
리포트를 내려놓는 나영. 이때 문득 책상 서랍이 조금 열려있는 것이 보인다.
호기심이 생기며 서랍을 열어보는 나영. 텅 빈 서랍 안에 액자 하나가 뒤집혀 있다.
액자를 집어 드는 나영, 뒤집어 보면, 찬영과 회장, 그리고 찬호 등 회장가족의 사진이다. (둘째 형과 엄마까지 5인 가족)
약간 오래 전인 듯, 찬영의 모습은 더 젊다. 모두 다 밝게 웃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굳은 표정의 찬영.
나 영 : (찬호 보며) 어? 이 사람은 아침에 본 사람인데...? 형인가...?
(고개 갸우뚱하며) 이 싸가지가 진짜 회장님 아들은 아들인 모양인데, 왜 이런 데서 일을 하지...?
이때 문 열리며, 찬영이 들어온다. 설계도면과 서류뭉치를 한 아름 안고 있다.
재빨리 액자를 엎어놓고 서랍을 닫는 나영.
찬 영 : (자기 책상 쪽으로 오며) 좀 늦었죠? 자료 좀 찾아오느라...
나 영 : 뭐예요? 한참 기다렸잖아요. (서류 뭉치 보며) 그건 다 뭐예요?
찬 영 : 미분양아파트 관련 자료들이에요. 자세한 건 차타고 가면서 봐요. (도면과 서류 몇 챙겨들고, 돌아서 가며) 가요...!
나 영 : (얼떨결에 핸드백 챙기며) 가다뇨? 어딜 가는데요...?
찬 영 : 충북 음성이요. 시간이 없으니까 당장 가까운 데부터 하나씩 돌아봐야죠...!
나 영 : 네...? 충북 음성이 가까운 데예요...? (불안한 듯) 오늘 안에 돌아오긴 하는 거죠?
찬 영 : 그건 가봐야 알죠.
앞서 나가는 찬영. 얼떨떨한 나영, 어쩔 줄 몰라 서 있으면...
찬 영 : (돌아보며) 안 갈 거예요?
나 영 : 가, 가야죠...!
얼떨떨한 표정으로 따라 나가는 나영.
S#14. 새림 건설 복도 (낮)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찬영. 나영, 그 뒤를 총총 따라간다.
이때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는 회장과 찬호 일행.
찬영, 그 자리에 멈추더니 고개 숙여 인사한다. 나영도 찬영의 뒤에서 얼떨결에 인사하고...
찬영을 한번 쓱 돌아볼 뿐 신경도 쓰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회장 일행.
회장이 지나가고 나자, 다시 걸어가는 찬영. 하지만 표정은 굳어져 있다.
자꾸 뒤돌아보면서 찬영을 따라 가는 나영.
S#15. 경찰서 복도 (낮)
마치 작전을 하듯 몸을 숨기며 조금씩 전진하는 경태. 아기를 앞으로 업고 있다.
모퉁이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피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없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음 모퉁이까지 사사삭! 전진한다.
이내 천천히 강력반의 문을 여는 경태.
S#16. 동 강력반 사무실 (낮)
범인을 취조하고 있는 형사들로 인해 시끄러운 실내. 조금 열린 문틈으로 경태가 안을 살펴보고 있다.
마침 반장의 자리는 비어있다.
순간 조용히 문을 열더니, 몸을 숙이고 오리걸음으로 자기자리를 향해 가는 경태.
다른 형사들은 취조를 하느라 이런 경태를 보지 못한다.
계속 오리걸음으로 자기자리를 향해서 가는 경태.
이때 아기가 깨며 운다. 순간 일제히 말을 멈추고 경태를 돌아보는 형사들.
경 태 : (겸연쩍은 듯) 일들 하세요... 일들이요...
이내 일어서서 뚜벅 뚜벅 자기자리로 가서 앉는 경태. 의아해서 이런 경태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형사들.
용의자1 : (취조하던 박형사에게) 취조 안 하세요?
박형사 : (그제야) 어? 어... 어디까지 했지...?
용의자1 : 제가 떨어져 있던 칼을 주워든 데까지요...
다시 취조하며, 경태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형사들.
가방에서 젖병과 분유통 등을 꺼내는 경태.
경 태 : (애써 웃어주며) 아기... 처음보세요?
형사들 : 아, 아니...!
형사들 다시 외면하며 취조하면, 제법 능숙하게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는 경태.
경 태 : (아기에게) 여긴 경찰서야... 폴리스 스테이션... (스펠링 대는) Police sta...? (생각 안 나는지 고개 갸우뚱) sta...??
스테이션...! 나중에 크면 배워라?
S#17. 달리는 찬영의 차 안 (낮)
운전하고 있는 찬영.
나영이 옆에서 서류 넘겨보다 말고, 찬영을 빤히 쳐다본다.
찬 영 : 왜요?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나 영 : 아니요...
다시 고개 돌려 서류 들여다보는 나영.
나 영 : (E) 이놈 진짜 정체가 뭐야...? 회장님이 아버지라면 왜 아들을 보고도 아는 척도 안 하지...? 서잔가? 양잔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숨겨둔 아들?
자기도 모르게 다시 찬영을 빤히 보는 나영.
찬 영 : 왜요? 할 말 있으면 해요.
나 영 : 아니에요... (시선 돌리는데)
찬 영 : (웃으며) 왜요? 보면 볼수록 내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나 영 : (어이없어) 네? (시선 서류로 향하는데)
찬 영 : 근데 그 동안 고생했어요? 아님 어디 아팠나? 많이 말랐네? 뱃살도 쏙 들어가고?
나 영 : (서류로 얼른 배 가리며, 삐딱하게) 남의 배는 언제 봤대요? 운전이나 똑바로 잘 해요! 중요하신 몸이니까.
나영, 다시 서류를 넘기며 본다.
S#18. 경찰서 (낮)
어이없는 눈으로 경태를 보고 있는 반장.
반 장 :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만 깜빡이며) 뭐? 육아... 휴직...?
경태는 아기를 앞으로 업은 채 반장의 앞에 서 있다.
일하는 척 하면서도 이런 경태와 반장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형사들과 종희.
경 태 : 네...!
반 장 : (어이없어) 너 결혼도 안했잖아...?
경 태 : 네.
반 장 : 그런데 무슨 육아휴직이야? 이 애는 또 뭔 애고? 너 정말 옷 벗을려고 작정했어? 경찰이 결혼도 안하고 애를 낳아놓고는
육아휴직을 달라니, 너 정말 미쳤어? (뒷목 잡으며) 어이구...! 누가 얘 좀 어떻게 해줘...!
이때 보고 있던 종희가 뛰어온다.
종 희 : 반장님...! 이 애는 나황형사님 애가 아니라, 돌아가신 친구분 애래요!
반 장 : 친구 애?
경 태 : 네...
반 장 : 니 애든, 친구 애든, 왜 애를 데리고 여길 오냐고? 경찰서까지! 애 엄마는 어쩌고?!!
경 태 : 실은 애 엄마가 오늘 첫 출근을 하는 날인데, 어디 맡길 데가 없어서요. 주변에 친척도 없고...
믿을 사람은 달랑 저 하나 밖에 없어서...
반 장 : 그럼 오늘만 봐주면 되는 거 아냐? 무슨 육아휴직이야?
경 태 : 불쌍한 이웃을 돕는 게 경찰이 할 일 아닙니까? 육아휴직을 한달만 주시면...
반 장 : 너 영원히 애나 보고 싶냐?
경 태 : 아니요.
반 장 : (빽)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경 태 : (작게) 작게 말씀하세요. 애기 깨요...!
반 장 : (작게) 아무튼 이번 한번은 봐주겠지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각오해.
경 태 : 네... 그런데 육아 휴직은요?
반 장 : (다시 목소리 커지며) 너 진짜...! (하다가 다시 목소리 낮추고) 서장님이나 과장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구. 알았어?
기분 나쁜 듯 험기침하고 나가는 반장.
반장 나가고 나자, 형사들 우르르 모여든다.
박형사 : 나황 너도 대단하다!
경 태 : 뭐가요?
김형사 : 너한테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는 줄 몰랐다? 나 완전 감동했어. 죽은 친구의 애를 이렇게까지 보살펴주다니...!
경 태 : 김형사님도 참...
김형사 : (아기 보며) 애도 참 예쁘게 생겼네?
경 태 : (좋아하며) 그죠? 예쁘죠?
박형사 : 어디 나 한번 줘봐. 안아보게.
경 태 : (식겁하며) 안돼요! 손도 안 씻으셨잖아요!
종 희 : (삐쳐서) 흥! 정말 못 봐주겠네...!
경 태 : 뭐가?
종 희 : 그 아줌마 진짜 뻔뻔하네? 뻑하면 가출에, 멀쩡한 총각한테 애나 맡기고... 그러다 혼삿줄 막히면 어쩌려고...!
경 태 : (이때 아기가 깨자, 종희는 아랑곳없이) 어이구, 우리 하선이 깼어? 분유 먹어야지?
(종희에게 젖병 내밀며) 남순경 가서 여기다, 뜨거운 물 좀 받아 다 줄래? 120cc. 너무 뜨겁지 않게...?
입이 잔뜩 나와 투덜대며 젖병을 받아, 정수기로 향하는 종희.
경 태 : (지긋이) 참, 정수기물은 안돼. 탕비실 가서 물 끓여라.
종희, 입이 대빨 나와서, 분유병을 들고 나간다.
경태, 그러거나 말거나 아기만 토닥거린다.
박형사 : (웃으며) 애기 많이 봐본 솜씨네?
경 태 : (어르며) 그럼요~. 얘 제가 다 키웠어요.~
S#19.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낮)
썰렁한 모델하우스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나영과 찬영.
찬 영 : 분양 마감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미분양 물량이 60%가 넘는 단지에요. 우리 회사의 제일 큰 골칫거리죠.
나 영 : (여기저기 둘러보며) 이만하면 실평수도 크게 나왔고... 인테리어도 분양가에 비해 깔끔한 거 같은데,
왜 분양이 안됐을까...?
찬 영 : 그걸 알아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어요?
계속 여기저기 살펴보는 나영과 찬영.
나영은, 자꾸 시계를 보며,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이다.
찬영, 문득 그런 나영을 보더니,
찬 영 : 왜 그래요?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무슨 일 있어요?
나 영 : 아뇨. 그게... 제가 오늘 첫날이라, 집에 꼭 일찍 가야 하거든요... 저녁때까진 서울에 올라갈 수 있겠죠?
찬 영 : 고등학생도 아니고, 통금 있나보죠?
나 영 : 통금은 아니지만... (걱정이다.) 7시까진 꼭 가봐야 되는데...
찬 영 : 그거야, 나영씨 연구 성과가 오늘 안에 나오면 가고, 안나오면 못가는 거 아니겠어요?
인상 구겨지는 나영, 대꾸 없이 다시 여기저기 살펴본다.
피식 웃으며 나영을 따라 살펴보는 찬영.
S#20. 경찰서 (낮)
여전히 아기를 앞으로 업은 채, 조서를 쓰고 있는 경태.
경태의 앞에는 인상이 험악한 조폭 부하들처럼 보이는 사내들이 서넛 앉아있다.
경 태 : (조서 쓰며 읽는) 따라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2항에 의거 구속 수감할 것을...
이때 옆에 앉은 박형사가 책상 쾅! 내리 치며 용의자에게 큰소리친다.
박형사 : 그러니까, 니가 먼저 흉기를 든 거잖아, 이 시끼야!!
경 태 : (박형사에게 부드럽게) 저기, 박형사님...? 좀 작게 해 주실래요? 애가 자고 있어서...
욕도 좀 삼가 해주시고요. 애 교육상 안 좋으니까.
이때 그 옆의 김 형사가 답답한지 담배 피우려 하면,
경 태 : 김형사님...? 담배는 좀 밖에서... 공기가 안 좋으니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담배를 집어넣는 김형사.
박형사도 피의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살살 말한다.
박형사 : (작게) 그러니까 니 말은 상대방이 먼저 흉기를 들었다...?
용의자1 : (큰소리로) 네, 그렇다니까요!
박형사 : 작게 말해, 작게... 애기 깬다잖아...!
용의자1 : (작게) 그러니까 그 새끼가... (하는데)
경 태 : (끼어들며, 눈 부라리며 작게) 욕하지 말랬지...!
용의자1 : (기죽어, 작게) ... 그러니까 그쪽 분께서 먼저 가위를 집어드셔 가지곤, 저를 (찌르는 흉내 내며) 이렇게 공격하시면서
‘이 개새끼...! (하려다, 경태 눈치 보곤) 아니, 이 강아지가...!’ 하고 말씀하시면서 가위를 휘두르시길래,
저는 ‘아니, 이 개씹...! 아니, 이 강아지 열 마리 같은 양반이...? 정신이 혹시 어떻게 되신 거 아니셔요?’ 하면서
이렇게 칼로 방어를 하려한 죄 밖에 없다니까요...!
만족한 듯 용의자를 쳐다보고 엄지손가락 치켜 세워주는 경태.
경 태 : 그렇지... 그렇게 순화된 말을 써야지... 얼마나 부드럽고 좋아...?
이때 문 열리며 의경 하나가 황급히 튀어 들어온다.
의 경 : 비상입니다! 비상!! 신당동 떡볶이가 떴답니다!!
형사들 : 그래...!?
조서 작성하던 걸 중지하고는 후다닥 뛰어나가는 형사들.
경태도 어쩔까 망설이다가, 아기를 업은 채 그대로 수갑 챙겨 뛰어나간다.
S#21. 달리는 봉고 차 안 (낮)
봉고차 안에서 야구 방망이등을 챙기고 있는 형사들.
경태 손을 내밀면,
박형사 : 넌 차에 가만히 있어. 애 데리고 뭘 할려구?
김형사 : 맞아. 우리끼리만 가도 충분해.
어쩔 수 없이 손길 거두는 경태.
S#22. 어느 뒷골목 빌딩 후문 근처 (낮)
경태는 봉고차 안 조수석에 아기를 안은 채 앉아 있고,
경 태 : 조심하세요... 신당동 떡볶이 그 놈 악질인 거 아시죠?
박형사 : 걱정 말고, 차에서 무전이나 잘 받아.
박형사와 다른 형사들, 몽둥이를 들고 빌딩 쪽으로 간다. 조심조심 발소리를 줄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형사들.
(시간경과)
계속 건물 쪽을 주시하며 쳐다보고 있는 경태. 형사들이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건물 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이때 황급히 들어오는 무전.
박형사 : (E) 나황! 빨리 지원 요청해! 김형사가 찔렸다...!
그와 동시에 유리창을 깨뜨리며 2층에서 뛰어내리는 신당동 떡볶이. 피가 묻어있는 칼을 들고 있다.
그대로 봉고차 쪽으로 달려오는 신당동 떡볶이. 험악하게 생겼다.
순간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기를 보며 갈등하는 경태.
경 태 : 이걸 어떡하지...?
신당동 떡볶이가 막 봉고차 옆을 스치며 달리는데... 그대로 차문을 확! 열어, 신당동 떡볶이를 차 문으로 때리는 경태.
차문에 맞은 신당동 떡볶이는 튕겨져 쓰러지고, 동시에 차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태.
차문에 맞고 쓰러졌던 신당동 떡볶이가 잽싸게 일어나, 잭나이프를 꺼내들고는 경태에게 다가온다.
본능적으로 하선을 보호하며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경태.
떡볶이 : (칼 휘두르며) 넌 또 뭐야? 새꺄!
경 태 : (작지만 힘 있게) 작게 얘기해, 임마! 애기 깨...!!
떡볶이 : (그제야 품에 있는 아기 보며) 오호...! 이건 또 뭐야? 살다보니 별 미친 새끼를 다 보겠네?
어디서 애새끼를 데리고 와서 설치는 거야...!!
경 태 : 욕도 하지 마...! 애한테 안 좋다...!
그대로 격돌하는 두 사람.
떡볶이의 날카로운 잭나이프가 마구 휘둘러지지만, 경태, 살짝 피하면서 떡볶이의 급소를 향해 그대로 연타를 날린다.
떡볶이, 그 자리에 폭삭 쓰러지고, 재빨리 떡볶이를 올라타며 수갑을 채우는 경태.
떡볶이 : 이거 놔! 이 새끼야! 이거 안 놔! 이 개새끼!!
경 태 : 욕하지 말랬지!
일부러 힘주어 수갑을 채우는 경태. 떡볶이가 비명을 지른다.
경 태 : 너를 형법 제 334조 특수강도 및 제 337조 강도상해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떡볶이를 일으켜 세우며)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니가 말한 모든 것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가 있다...!
이때, 건물 안에서 뛰어나온 박형사와 다른 형사들이 떡볶이를 에워싼다.
박형사 : (경태의 어깨 치며) 수고했어, 나황...!
경 태 : (떡볶이를 넘겨주고 빠지며) 김형사님은요? 괜찮으세요?
김형사 : 괜찮아... 손 좀 빈 건데, 뭐... (하다가, 경태의 품에 안기 아기 보며) 햐! 얘, 깨지도 않고 잘 자네? 그 난리 통에도?
박형사 : (범인 일으켜 세우고는, 같이 보며) 그러게? 누굴 닮았는데 이렇게 담이 커? 여자애가?
김형사 : 담이 큰 거야? 무딘 거야?
그 말에 문득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보는 경태. 아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있다.
경 태 : (내려다보며) 하선아, 너 정말 나 닮은 건 아니지...?
박형사 : 널 닮다니?
경 태 : 네? 아... 뭐, 그럴 일이 있어요.
박형사 : 그럴 일...?
일제히 의심의 눈초리로 경태를 보는 형사들.
S#23.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광희와 수현.
이때 문이 열리며 경태가 아기를 업고 나타난다.
광 희 : (일어서 가며) 왜 이제 와? 얼마나 기다렸는데? 오늘 하선이 데리고 출근했던 거야? 경찰서에?
경 태 : (하선을 광희에게 넘겨주며) 하선아, 경찰서 구경 많이 했지? 다들 우리 하선이를 어찌나 예쁘다고 하는지,
오늘 인기절정이었어. (2층 보며) 나영씨는?
광 희 : (하선이 안고서) 아직.
수 현 : (투덜대는) 놀이방으로 애 찾으러 일찍일찍 온다는 여자가 제일 늦어. 우리 믿고 그러는 거 아냐?
광 희 : 이제 어떡하지? 베이비 시터라도 구해야 하나...?
수 현 : 돈이 어디서 썩어 나냐? 베이비 시터까지 구하게? 낼부터 다시 놀이방에 보내.
경 태 : (대뜸 강경하게) 안돼! 우리 하선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순 없어!
수 현 : 그럼 어떡하자구?
경 태 : 우리가 직접 봐야지.
광 희 : 뭐...? 우리가 어떻게?
수 현 : 너 미쳤냐? 사회생활 안할 거야?
경 태 : 아무튼 안돼. 하선이한테도 못할 짓이고, 나영씨도 안됐고... 나도 불안해서 도저히 남의 손엔 못 맡기겠어...!
광 희 : 누군 뭐 마음이 좋은 줄 아냐? 하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아기 키워!
경 태 : (강경하게) 아무튼 우리 하선이는 그럴 수 없어. 남들은 둘이니까 맡기지만, 우린 넷 아니냐, 나영씨까지 넷!
넷이서 애 하나 못 키우겠냐?
광 희 : 숫자만 많으면 뭐? 여기 노는 사람이 누가 있어?
경 태 : 너 낮에 시간 있잖아! 그리고 수현이 넌 3시면 증시 끝나지. 바로바로 들어와서 광희랑 교대해.
수 현 : 뭐? 우리 둘이 애를 보라고?
광 희 : 얌마! 그럼 넌?
경 태 : 나도 별일 없으면 6시 칼 퇴근하고 와서 교대해줄게. 나영씬 늦어도 9시면 들어오겠지.
광 희 : 그럼 뭐야? 밤엔 애가 잘 거구... 결국 내가 다 보는 거잖아?!
경 태 : 대신 넌 토요일 일요일을 빼주면 되잖아. 완전히 풀~로! 그럼 공평하지?
광 희 : (순간 고개 갸우뚱) 아! 헷갈려...! 그게 공평한 건가...? (이내 버럭) 그래도 내가 더 많이 보는 거지!! 난 못해! 절대!
광희, 그대로 하선을 소파에 내려놓더니, 자기 방으로 가버린다.
얼른 하선을 안아들고 광희를 쫓아가는 경태.
S#24. 동 광희방 (밤)
하선을 안고 광희를 쫓아 들어오는 경태. 수현도 경태를 따라오고...
경 태 : (사정하듯) 내가 일주일에 하루씩은 일요일에 특근신청하고 평일을 빼볼게!
광 희 : 아무튼 난 못 봐.
수 현 : 나두! 어떻게 증시 끝나고 바로 집에만 오냐? 서연씨도 만나야 하고... 기업 탐방도 가야하고,
사회생활 하려면 사람들도 만나야 되는데?
경 태 : (버럭) 그럼 하선인 어떡하라구!
광 희 : 놀이방이 싫은 건 너 아냐! 니가 데려왔으니까 니가 봐!
경태, 정색하고 두 사람을 빤히 보는데, 광희도 수현도 외면하고 있을 뿐...
경 태 : (표정 굳어지며) 니들...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 나영씨한테 확 다 말해버린다?
광,수현 : (돌아보며) 뭘?
경 태 : 우리가 정자기증한 거! 우리 중에 한명이 하선이 아빠라는 거!
광 희 : 뭐? 야, 안돼!
수 현 : (비웃더니, 지가 감히) 야! 해! 어디 해봐! 자식, 넌 뭐 안했냐? 니가 아빠 대표라며? 어디 해봐 임마!!
경 태 : (노려보며) 진짜지?! 좋아!
무슨 생각인지, 자기 방으로 성큼성큼 가는 경태.
광희와 수현, 동시에 쳐다보더니, 안되겠는지 얼른 경태를 따라 간다.
S#25. 동 경태 방 (밤)
하선을 안은 채 방으로 들어선 경태, 화가 난 표정으로 핸드폰 꺼내 전화부터 걸며,
경 태 : (급해서 헷갈리는) 나영씨가 몇 번이야? 아이 씨, 1번으로 해놔야겠구만.
‘나영씨’를 찾아 전화부터 걸면, 블라인드 밖에서 기색을 살펴보던 광희와 수현이 얼른 뛰어 들어온다.
광 희 : (핸드폰부터 뺏으며) 야, 안돼!
수 현 : 너 왜 이래? 정신 차려!
경 태 : (두 남자 노려보며) 우린 하선이 아빠야. 그거 부인할 셈이야? 비겁하게?
수 현 : 알았으니까 일단 나와.
S#26. 세 남자의 거실 (밤)
심각하게 앉아 있는 세 남자.
경 태 : 우리 손으로 하선이를 키우는 거야! 아빠라면 그 정도 희생은 해야지!
수 현 : (한숨, 시선 돌리는) 하, 난 정말 모르겠다...
경태, 못마땅한 듯 두 남자를 딱 쳐다보면,
광 희 : (마지못해 소리치며) 아, 알았어...! 우리 손으로 키워...!
그제야 하선이를 보며 빙긋 웃는 경태.
경 태 : 오늘 내가 데리러 갔더니, 우리 하선이가 얼마나 좋아했는 줄 알아?
애들 바글바글 거리는 그 낯선 데다 또 데려다 줄 순 없어...!
하지만 수현과 광희는 한숨쉬며 걱정스러운 표정인데...
경 태 : (못 미더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니들, 하선이 제대로 안보면 알아서 해? 나영씨한테 다 말해버릴 거니까?!
이때 언제 들어왔는지, 현관에서 허둥지둥 들어오는 나영. 서류 뭉치를 한 아름 안고 있다.
나 영 : (들어서며) 뭘 저한테 얘기해요?
깜짝 놀라 돌아보는 세 남자.
광 희 : (당황해서 재빨리 둘러대는) 아, 그게... 경태가 하선일 놀이방에서 데리고 왔다는 얘길 한다구요.
수 현 : (당황해서, 얼른 덧붙이며) 네, 그리고 앞으로는 하선이를 놀이방에 절대 안 맡기고,
우리가 돌아가면서 본다는 얘길 할라구요...
나 영 : (들어와 하선부터 안으며, 의아해서) 네? 안 그래도 놀이방에 갔더니, 아침에 아빠가 와서 바로 찾아갔다고 하길래,
제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요? 놀이방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왜 하선일 놀이방에 안 맡겨요?
광희와 수현, 괴로운 듯 난감해서 아무 말도 없으면,
경 태 : (그런 광희와 수현을 딱 보더니, 심각하게) 저, 나영씨. 제가 심각하게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이때 황급히 경태의 입을 틀어막는 수현.
수 현 : 아무래도 하선일 남한테 맡겨두니까 안심이 안돼서요. 우리가 돌아가면서 볼라구요...
나 영 : 그래도 어떻게...? 세 분 다 일이 있으신데...?
경 태 : (광희를 노려보면)
광 희 : 나눠서 보면 되죠. 낮엔 제가 시간이 많잖아요... 헤헤헤...
나 영 : (여전히 의아해서) 혹시 그 놀이방이 맘에 안 드시면, 제가 다른 데를 알아볼게요...
경 태 : 아니요. 우린 하선일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아요!
나 영 : 아니, 그래도...?
광 희 : 네. 하선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우리가 직접 보고 싶어서요. 우리 셋이 합의한 거예요...!
수 현 : (인상 구겨지며) 네... 합의...!
나 영 : 그래도, 그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죄송하죠... 그리고 쉽지도 않을 텐데...?
광 희 : (떨떠름한) 뭐, 쉽진 않겠죠...
이때 경태가 다시 광희를 딱 보면,
광 희 : 우리가 하선이하고 정이 들어서, 도저히 못 떼어 놓겠더라구요... 걱정마세요... 잘 할 수 있으니까. 니들도 잘 할 수 있지?
수 현 : (과장되게 웃으며) 그럼. 잘 할 수 있지.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힘을 주는 경태.
경 태 : 아무튼 잘 됐네요!
좋아하며 아기를 들어 올리는 경태.
경 태 : (하선에게) 하선아! 너도 놀이방에 있는 거 보다, 우리랑 같이 있는 게 훨씬 좋지? 응?
혼자 좋아하며 아기를 공중으로 높이 들어 흔들었다 안는 경태.
광희와 수현, 이런 경태를 떨떠름하게 본다.
광 희 : (과장되게) 그럼... 하선이도 우리랑 있는 걸 훨씬 좋아할 거야... 암~ 그렇구말구...! (수현 보면)
수 현 : 나도 이제 안심이 되고, 기분이 참 좋다...!
의아한 듯 그런 세 남자를 보면서도, 미소가 나오는 나영.
S#27. 세 남자의 집 현관 밖 (아침)
아기를 안은 광희가 찜찜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으며 배웅을 하고 있고,
경태와 수현, 나영이 출근을 한다.
나 영 :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하선아...!
경 태 : 광희야, 우리 하선이 잘 봐라.
수 현 : 이따 보자, 하선아... 빠이빠이...!
손 흔들며 차에 타는 경태와 나영, 수현. 나영은 수현의 차에 탄다.
찌푸린 얼굴로 아기 손잡고 손 흔들어 주는 광희.
이때 마당을 쓸고 있던 반장 아줌마가 광희에게 다가온다.
아줌마 : 누구 앤가 했더니, 만화가 총각 애였구만? 어쩐지 아빠랑 입매가 똑같다 했어.
광 희 : (소리 팩) 아빠는 누가 아빠에요? 아무 것도 모르시면서, 아빠는...! 마당이나 팍 팍 쓰세요, 이 쪽, 저 쪽. 깨끗하게!
짜증내며 그대로 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광희.
아줌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S#28. 몽타주
세 남자가 아기를 돌보는 모습과 나영의 모습이 교차로 펼쳐진다.
- 리서치 T/F 팀 사무실 (낮)
열심히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나영.
찬영이 지나가다 이런 나영을 보고 묻는다.
찬 영 : 뭐해요?
나 영 : 설문지 좀 만들어요. 이미 입주해서 살고 있는 분들이나 아파트 근처에 사는 주민들한테,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항목별로 좀 여쭤볼려구요...
고개 끄덕이는 찬영. 나영이 작성중인 설문지를 들여다본다.
나영, 열심히 설문지 만든다.
-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뚱한 표정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고 있는 광희. 7시 15분이다.
이때 문 열리며 허겁지겁 들어서는 경태.
광 희 : 1시간 15분 지각이야...! 다음에 1시간 15분 더 봐!
힘든 표정으로 아기를 건네주려 하는 광희.
경 태 : 손 좀 씻고...!
경태 허겁지겁 화장실로 가면, 다시 시계 쳐다보는 광희.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빠른 속도로 돌고... 잠시 후 경태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광 희 : (하선을 넘겨주며) 1시간 18분 25초... 너, 다음에 1시간 18분 25초 더 봐야해...!
힘든 표정으로 아기를 건네주더니, 팔이 아픈지 팔을 휘휘 휘둘러보는 광희.
광 희 : (투덜대는) 뭐? 6시 칼 퇴근? 내 7시 전에 오는 걸 못 봤네...! 맨날 나만 손해야...!
- 미분양 아파트 단지 (낮)
문이 열리자, 설문지를 내밀며 설명을 하는 나영.
나 영 : 안녕하세요... 아파트 시행사에서 나왔거든요. 여기 사시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 뭔지 좀 여쭤볼려구요...
- 세 남자의 집 목욕탕 (밤)
팬티만 입고 아기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 목욕놀이를 하고 있는 경태.
오리와 돌고래 등 목욕놀이 용품으로 물총처럼 물을 뿜으며 재미나게 논다.
하선도 재미있는지 까르륵 웃고...
목욕이 끝났는지 경태가 아기를 내밀면, 수현이 수건으로 물기를 말려 준다.
익숙하지 않아 허둥대는 수현. 아기에게 또 오줌 세례를 맞는다. 일그러지는 수현의 표정.
- 동네 거리 (낮)
문가에서 집주인에게 인사하며 나오는 나영. 제법 두둑한 설문지 뭉치 보면서 흐뭇하게 웃는다.
근처 축대에 기대 앉아, 다리가 아픈지, 구두를 벗어드는 나영. 발을 주무른다.
다른 집에서 설문지 들고 나오다가 이런 나영의 모습을 보는 찬영.
-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아기를 무릎에 안은 채 수현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영.
수 현 : 나영씨가 엑셀 쓰는 법은 배워서 뭘 하게요?
나 영 : 쓸 일이 있으니까 그러죠. 파워 포인트 쓰는 법도 좀 알려 주세요...
수 현 : (피곤한 듯) 잘 봐요.
피곤한 표정이지만, 나란히 앉아 모니터 보며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수현.
하선을 안고 있어, 나영이 마우스 조정이 어렵자, 마땅치 않지만 수현이 하선을 안아주고, 나영을 가르치는 수현.
- 리서치 T/F 팀 사무실 (낮)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설문지 정리를 하고 있는 나영.
이때 찬영이 상자 하나를 불쑥 놓고 나간다.
열어보는 나영. 하얀 운동화가 나온다.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어보는 나영.
- 세 남자의 집 창고 (밤)
청 테이프로 봉해놓은 상자를 뜯는 나영. 성민이 쓰던 건축 관련 서적을 꺼낸다.
책들 사이에서 성민이 그려 놓았던 스케치가 나오자, 들어보는 나영.
나 영 : 성민씨가 그렸던 우리가 살 집이네...? (생각에 잠기며) 성민씨... 나 많이 도와줘야해...! 나도 노력할게...!
밝은 음악 계속 되며, 이후 세 남자와 나영의 아기교대 몽타주로 이어진다.
- 경찰서 정문 앞 (저녁)
외출하는 차림의 광희가 퇴근하는 경태에게 하선을 넘긴다.
- 세 남자의 집 욕실 앞.
막 퇴근해서 손을 씻고 나오는 수현에게 경태가 하선을 넘겨준다.
- 동 2층 거실.
막 퇴근해서 2층으로 올라오는 나영에게 하선을 넘겨주고는 내려가는 수현.
- 세 남자의 집 거실 (아침)
하선이를 안은 채 출근 차림으로 2층에서 바삐 내려오는 나영. 광희에게 하선이 넘겨주고 허겁지겁 나서려다가
다시 돌아와, 하선이 볼에 쪽~! 뽀뽀해주고 간다.
- 증권가 거리 (낮)
광희가 하선을 안고 핸드폰으로 협박전화하고 있다.
광 희 : 수현이 너 3시 넘었어. 안 나오면 지금 니네 회사로 하선이 데리고 들어간다?
이때 핸드폰 통화하면서 달려 나와 얼른 하선을 받는 수현. 어느새, 하선은 한 돌짜리 아이로 성장해 있다.
음악 끝나면서, 몽타주 끝난다.
S#29. 공원 (낮)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밀고 가는 경태와 광희. 아기 소지품을 담은 가방까지 들고, 두 사람 아주 다정한 부부 같다.
경 태 : (벤치 가리키며) 우리도 저기서 좀 쉬었다 갈까?
벤치로 가서 나란히 앉는 두 사람.
마침 옆 벤치에는, 젊은 부부가 역시 유모차를 앞에 놓고 쉬고 있다. 두 아기 유모차가 나란히 놓여있다.
광 희 : (옆 부부의 유모차안 아기를 들여다보며) 몇 개월이에요?
엄 마 : 13개월이요.
광 희 : (흐뭇하게) 우리 애는 11개월인데...
엄 마 : 그래요?
경 태 : (역시 부부의 유모차보며) 잘생겼다... 딸이에요?
엄 마 : 네...
경 태 : (흐뭇하게) 우리 애도 딸인데...
순간 이상하다는 듯 광희와 경태를 힐끗 보는 부부.
광희와 경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서로 귀에 대고 속닥속닥 이야기 한다.
광 희 : (귀에 대고) 13개월이라는데, 우리 하선이보다 작은 거 같지?
경 태 : (흡족하게, 역시 귀에 대고) 응. 우리 하선이가 더 커.
광 희 : (귀에 대고) 우리 하선이 이목구비 좀 봐. 우리 애가 더 이뻐? 그지?
경 태 : (귀에 대고) 눈 코 입, 요 얼굴형까지 우리 하선이가 세상에서 젤로 예뻐.
광 희 : (귀에 대고) 눈빛 좀 봐. 비교된다. 또릿또릿 하고 반짝반짝한 게, 우리 애가 더 똘똘해 뵈지?
경 태 : 당연하지. (광희 귀에 대고) 쟤는 눈이 벌써 흐릿하잖아. 표정도 멍청하고...
(하선을 보며) 우리 하선인 영리하게 생겼어. 머리도 좋아.
광희와 경태, 나란히 앉아 아주 만족스럽게 하선을 바라보며 웃는데,
그런 광희와 경태를 떨떠름하게 쳐다보는 옆의 부부.
엄 마 : (E, 속마음 소리) 우리 애? 우리 애라니...? 저 두 사람...! 혹시... 말로만 듣던 게이부부...?!
광 희 : (하선일 유모차에서 안아 올리며) 어디, 우리 애기, 쉬했나 볼까...?
경태의 무릎에 아기를 눕히고는 기저귀를 갈기 시작하는 광희.
광 희 : (기저귀 갈며) 어이구! 우리 하선이... 응아했네...?
경 태 : 어디... 우리 애기 응아냄새 좀 맡아볼까? (지저귀 들고 냄새 맡으며) 흠...! 냄새 좋다...!
우리 하선이가 이젠 제법 어른 똥냄새가 나...? 많이 컸어. 이제 사람이야, 사람...!
어이없는 표정으로 일어나는 부부. 뭐라도 묻을 듯이 기분 나쁜 표정으로 탈탈 털고는 유모차 밀고 간다.
엄 마 : (가면서 남편에게) 저 두 사람, 게인가봐...!
아 빠 : 그러게? 요샌 게이도 애를 키우네...? 입양했나? 허 참...!!
힐끔힐끔 뒤 돌아보며 유모차 끌고, 재빨리 사라지는 젊은 부부.
이 소리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경태와 광희.
경 태 : 게이라니...? 저거 지금 우리한테 한 소리냐?
그제야 서로를 쳐다보는 두 남자. 둘 다 분홍색 셔츠를 맞춘 듯이 입고 있다.
광 희 : 너 왜 평소에 잘 입지도 않던 분홍색 옷을 입고 그래?
경 태 : 너야 말로, 왜 분홍색 옷은 입고 나왔어?
광 희 : 난 하선이랑 매치해서 패셔너블하게 입을라고 그런 거지! 저리 좀 떨어져! 떨어지라니까?
재빨리 벤치 끝으로 떨어져 앉는 광희와 경태.
S#30.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씩씩대며 문 열고 들어오는 경태와 광희.
광 희 : (애 안고 들어서며, 괜히 신경질) 누구더러 게이부부래? 내 진짜 어이없어서...!
경 태 : 그러게 왜 착 달라붙어서 기저기를 갈아, 갈길? 이제부터 너, 내 옆에서 2미터 이상 떨어져 다녀! 알았어?
광 희 : 귓속말 해댄 게 누군데? 너나 달라붙지 마!
이때 양복 빼입고 나오는 수현.
경 태 : 어디가?
수 현 : 어. 데이트...!
경 태 : 그 갑부 딸?
수 현 : (기분 좋은 듯) 갑부 딸은 무슨...? 그저 돈 좀 있는 거 가지고...
광 희 : 강남에 빌딩 다섯 채 있는 게, 돈 좀 있는 거냐? 갑부지? 너 잘되면 바로 새끼 쳐라!
경 태 : 나도. 나도 좀 새끼 쳐줘!
수 현 : 이것들이? 돈 많은 여자만 밝힌다고 뭐라 그럴 땐 언제고?
내가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만데? 거저 콩고물을 얻어 먹을라 그래?
경 태 : 야, 그럼 너 하선이 안 봐준다? 너 이번 주에 13시간 더 봐야 돼!
수 현 : 아, 알았어. 노력해보마. (현관으로 가려는데)
광 희 : (아기 안고 수현 막아서며) 야, 하선이하고 인사는 하고 가야지?
수 현 : 인사는 무슨...? 됐어. (광희 피해 가려하면)
광 희 : 그래도 그게 아니지. (하선의 입을 수현 얼굴에 가까이 대며) 자, 삼촌 뽀뽀...!
그런데 아기가 울면서 수현에게 가려하지 않는다.
수 현 : (기분이 좀 나쁘지만, 귀찮은 듯) 거봐. 애도 안 좋아하잖아?
경 태 : 안 좋아하기는...? (광희에게 아기 받아 달래며)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질 않으니까, 애가 낯설어서 그런 거지...!
울지 마... 하선아...!
수 현 : 뭐? 내가 얼마나 잘해주는데? (하선이 입은 옷 가리키며) 이거 내가 사준 옷이잖아. 이거 비싼 거야. 명품 옷!
광 희 : 이거 거래처에서 공짜로 얻어온 거라며?
수 현 : (발끈) 얻어오긴! 당당하게 받아왔지...
경 태 : 그게 잘해주는 거냐? 제대로 한번 안아주지도 안으면서...?
수 현 : 누가 안 안아줘? 안아봤어...! 얼마나 많이 안아줬는데?
경 태 : 언제? 한번도 못 봤는데?
광 희 : 나도...
수 현 : 니들 없을 땐, 나도 많이 안아줘...! (피하듯 현관으로)
광 희 : 진짜...?
수 현 : 그렇다니까...! (피하듯) 나 늦었어. 가야 돼!
서둘러 신발을 신는 수현.
경 태 : (아기 안고서 수현 뒤에 대고) 나 오늘 아버지 제산 거 알지? 저녁에 늦지 마!
수 현 : (나가며) 알았다...!
경 태 : 늦으면 안돼!
수 현 : (문 닫고 나가며) 알았다니까...!
경 태 : 아무튼 수현이 저 놈, 차가운 건 알아줘야 돼. 어떻게 이렇게 이쁜 하선일 한번도 안 안아줄 수가 있지?
광 희 : 누가 아니래냐? 아무튼 나도 씻고 나간다...?
경 태 : 너도?
광 희 : 일주일 내내 토요일 일요일만 목 빠지게 기다렸어! 원고도 보냈는데, 빨리 나가야지!
오늘은 누굴 만나서 놀지? 희아? 경아?
신나서 휘파람 불며 목욕탕으로 향하는 광희.
S#31. 출판사 편집장 실 (낮)
퀵 서비스 맨이 나가고, 화가 난 듯 봉투를 뜯어 원고를 꺼내는 희숙.
삐딱한 표정으로 원고를 휙휙 넘기다말고 생각에 빠지는 희숙.
노희숙 : (괘씸한) 최 작가...! 니가 원고만 달랑 보내고, 이제 전화도 안 해? 내가 애까지 봐주고, 내 아이로 받아들이려고
마음까지 먹었는데... 니가 나를 무시해? (이를 바드득 갈며) 실력도 없는 걸 데뷔까지 시켜주고...
누구 덕에 여태 연재를 한 건지 전혀 모르나본데... 두고 봐...!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 인생의 쓴 맛을 보여주겠어!
들고 있던 원고뭉치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바드득 이를 가는 희숙.
S#32.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낮)
서연을 옆자리에 태운 채 운전하고 있는 수현.
서 연 : (차안 둘러보며) 차 좋네요?
수 현 : 아, 뭐... 이 정돌 가지구...
서 연 : 이 차도 한 대 사고 싶었는데... (차를 살피며 혼잣말) 하나 살까.
수 현 : (E, 속마음 소리) 뭐 이 차도 한대...? 내가 평생을 벌어서 간신히 산 차다. 아직 할부도 안 끝났는데...!
하지만 겉으로는 부드럽게 웃어주면서 말하는 수현.
수 현 : 새로 사실 필요가 뭐 있겠어요? 저한테 전화하시면 기사까지 딸려서 출동하는데?
서 연 : 그런가요?
웃으며 창밖 쳐다보는 서연.
마침 신호대기로 멈춰서면, 아이들 서너 명을 업고 안은 채 택시를 잡으려 애쓰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서 연 : (창밖 보며, 혼잣말) 능력도 안 되면서 애들은 왜 저렇게 낳나 몰라...
수 현 : (잘 못들은 듯) 네...?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키는 서연.
수현도 고개를 돌려 고생하고 있는 부부와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서 연 : 저는 저렇게 키울 거 같으면, 애를 나아선 안 된다고 보거든요? 왜들 저렇게 무턱대고 결혼하고, 무턱대고 애부터 낳는지,
저 여자도 참 한심하네... 수현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 현 : 그럼요! 그러면 안돼죠! 애들도 불쌍하고, 어른들도 저게 뭡니까? 삶의 질이 떨어지잖아요? 나도 저런 건 딱 질색입니다!
이때 신호가 바뀌었는지, 만족스럽게 서로를 보고 웃으면서 가는 서연과 수현.
S#33. 고급 중식당 (낮)
심각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넘기는 수현. 메뉴판의 코스요리 가격, 비싸다.
눈이 튀어나오는 수현.
수 현 : (E. 마음속 소리) 뭐야? 왜 이렇게 비싸?
하지만, 서연과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는 수현.
서 연 : 단골집이에요. 요리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수 현 : (E, 어이없어) 이게 저렴이냐? 같이 다니다 가랑이 찢어지겠구만...!
(하지만 서연에게는 웃으며) 그러네요. 저렴하네요... 허허...
서 연 : (메뉴판 보며) 뭐 먹을까...?
수 현 : 마음껏 시키세요... (메뉴판 덮으며 미소 머금고) 저는 짜장면.
서 연 : 어머? 이 집은 코스 요리가 맛있는데...? 특선 코스 요리 드세요.
수 현 : (여전히 미소 잊지 않고) 아, 아닙니다... 제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서 연 : 하긴... 중국요리가 칼로리가 높긴 하죠. (대기하고 있던 웨이터에게) 여기, 특선 코스 A 하나 하고요, 짜장면 하나 주세요.
웨이터 : 음료는 뭘로...?
서 연 : 사장님께 제가 항상 마시던 빈티지 와인 달라고 하면 아실 거예요.
웨이터 : 네, 알겠습니다.
서연이 돌아보며 데스크의 사장에게 미소를 짓자, 꾸벅 인사하는 사장.
이틈을 노려 재빨리 메뉴판을 살펴보는 수현. 와인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수 현 : (얼굴은 굳은 채로 억지로 웃는) 허허허허...
서 연 :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자꾸 웃으시고?
수 현 : 그럼요... 이렇게 서연씨랑 오붓하게 점심을 먹게 됐는데, 기분이 안 좋겠습니까? 허허허...
(E, 속마음 소리) 피 눈물이 난다...!
서 연 : 참, 수현씨 운동 하시죠?
수 현 : 운동이요? 예전에는 운동중독이라, 몸짱 소리도 듣고 다녔는데.. 요즘은 통 시간이 없어서...
서 연 : 골프... 안하세요?
수 현 : (당황하여) 아, 골프요? 그럼요! 골프 정도는 하죠...!
서 연 : 잘됐네요. 안 그래도 아빠가 수현씨랑 언제 필드 한번 같이 나가자고 하시던데...
수 현 : 필드 좋죠... 허허허허... (E, 속마음 소리) 빨리 골프부터 배워야겠구만...!
얼굴은 웃고 있지만 계속 다리를 덜덜 떨고 있는 수현.
S#34. 세 남자의 집 앞 (밤)
끽! 와서 멈추는 수현의 자동차. 수현 기분 나쁜 듯 내린다.
수 현 : (집으로 걸어가며) 세상에...! 무슨 와인이 한 병에 25만원이야...? 밥 한끼 먹고 38만원이 나온다는 게 말이 돼!
내가 짜장면 안 먹었으면 어쩔 뻔 했어? 진짜 미치겠네...! 빨리 결판을 내던지 해야지...! 투자기간 길어지면 거덜 나겠어.
S#35.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아기는 보행기에 앉아 있고, 수현은 TV를 보고 있다. TV에서는 골프클럽을 팔고 있는 홈쇼핑 화면이 한참이다.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수현.
수 현 : (TV화면에서 눈 떼지 못하고) 백 구십구만 구천 원...! 무이자 10개월...! 한달에 십구만 구천 구백원이야...
떨지 말자...! 그깟 푼돈에 니 인생을 날 릴 순 없어...! (하다가) 아니야...! 어디서 빌려서 써도 되잖아...?
왜 내 피 같은 돈을 왜 이렇게 막 써야 돼...?
차마 번호 누르지 못하고 손만 바르르 떠는 수현.
이때 자기 방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경태가 나온다.
경 태 : (현관으로 향하며) 뭐하냐?
수 현 : 어...? (차마 말 못하고) 있어...
경 태 : (신발 신으며) 오늘 나영씨 늦을 모양이니까, 9시까진 하선이 꼭 재워라.
수 현 : (기운 없이) 알았어...
경 태 : 그냥은 안 자니까, 잘 때 꼭 등을 긁어 줘야 돼.
수 현 : 등...?
경 태 : 응. 등을 긁으면서 (적당히 리듬 있게) ‘딸~기딸기... 딸~기딸기...’ 이렇게 말해줘.
수 현 : (리듬 없이) 딸기딸기...? 딸기딸기가 무슨 뜻인데?
경 태 : 몰라. 아무튼 안 그러면 안 자니까, 꼭 해줘. 딸~기딸기...
수 현 : 알았어, 딸기딸기...
경 태 : 갔다 올게... 하선아 삼촌 집에 갔다 올게! 잘 놀아...! (손 흔들며) 빠이빠이...!
하선도 경태에게 손 흔들어 준다.
경태 나가면 돌아서는 수현. 냉장고로 향한다.
수 현 : (가며, 하선에게 얼굴 들이대고 시비 걸 듯) 딸기딸기는 또 뭐니? 도마도 도마도는 안 되냐?
냉장고를 여는 수현.
수 현 : (짜증난 표정으로, 냉장고 안 들여다보며) 뭐야? 맥주도 하나도 없잖아? 먹을 것도 없고...?
이것들은 도대체 시장을 보는 거야? 안 보는 거야? 왜 뭐든지 다 내가 해야 되냐구...!
쾅! 냉장고 문을 닫는 수현.
S#36. 대형 할인마트 (밤)
유모차를 밀고 가며, 팔에 건 바구니에 장을 보고 있는 수현. 맥주를 몇 병 집어넣는다.
수 현 : 맥주하고... 또 뭘 사지...?
이때 유모차 안의 하선이 손을 뻗어 진열된 요란한 막대사탕을 집으면,
수 현 : (말리며) 안돼. 하선아... 집에 사탕 많이 있어. 이건 비싸기만 하지, 맛도 없는 거야... 안돼...!
억지로 하선에게서 막대사탕을 뺏어 내려놓는 수현.
수 현 : (막대사탕에 붙어있는 가격표 보며) 사탕하나에 2천원이라니...! 도둑놈들...!
돌아서 다시 유모차 밀고 가는 수현. 이때 한 쪽에 골프클럽을 팔고 있는 코너가 보인다.
수 현 : 어? 여기서도 골프채를 파네? (가격표 보며) 여기가 훨씬 싸잖아...?
잠시 유모차를 세워 놓고 장바구니도 놓고 골프채를 구경하는 수현.
이때, 한 젊은 부부가 하선을 태운 것과 똑같이 생긴 유모차를 끌고 온다.
하선의 유모차 옆에, 자기 아이가 타 있는 유모차를 세워 놓고서 물건을 고르는 부부.
수 현 : (아쉽게 골프클럽들 돌아보며) 여기가 싸긴 싼데...! 꼭 골프채가 있어야 골프를 치는 건가?
아니야... 그래도 갖출 건 갖춰야지... 진짜 골프채를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다, 고민...!
수현, 결정을 못 내리고 아쉽게 골프채를 보면서 유모차로 온다.
젊은 부부의 유모차를 자기 유모차인 줄 알고 끌고 가는 수현.
하 선 : (E, 가는 수현의 뒷모습 보면서) 어? 아빠...? 나 여기 있어...! 왜 다른 친구를 데려가는 거야...? 아빠...! 아빠!!
하선 손으로 잡으려는 듯 발버둥치지만, 수현의 뒷모습은 멀어지고...
젊은 부부도 물건을 다 골랐는지, 하선이 탄 유모차를 끌고 간다.
(유모차 차양을 덮어서, 어른들은 뒤에서 아이가 잘 안 보이는 걸로.)
하 선 : (E) 어? 어디로 가는 거지?
수현과 반대방향으로 가면서, 수현 쪽을 돌아보며 바둥거리는 하선.
하지만 유모차 안에 있어서 젊은 부부는 알지 못한다.
하선의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의 모습도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다.
S#37. 동 마트 다른 코너 (밤)
계속 쇼핑을 하는 수현. ‘특가 세일 분유’ 가 눈에 띄고...
수 현 : 분유는 있나...? 세일할 때 아예 몇 통 사두자.
분유 코너로 가서 분유를 고르는 수현.
수 현 : 하선이가 뭘 먹었더라...? (분유 두개 들고 번갈아 보며) 이건가...? 이건가...?
이내 안 되겠던지, 분유를 들고 유모차 앞으로 가는 수현.
수 현 : (유모차 앞에 쪼그려 앉으며, 분유통만 보며) 하선아 너 어떤 거 먹었니? 이거야? 이거야?
아기의 얼굴 앞에 분유통을 들이대며 보여주는 수현. 순간 수현의 얼굴이 굳어진다.
하선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사내아이가 타 있다.
수 현 : (놀라) 너...? 너 누구니...?
남아기 : (E) 아저씬 누구세요?
서로를 빤히 쳐다보는 아기와 수현. 눈만 깜박이는데...
수 현 : (그제야 감 잡고, 벌떡 일어서며) 하선아...? 하선아...!!
큰소리로 하선을 부르며 유모차를 밀고 뛰어가는 수현. 유모차 안에 타 있는 아기는 신이 나서 좋아한다.
남아기 : (E, 신나서) 달려! 아저씨...! 더 빨리 달려요...!!
S#38. 동 쇼핑센터 (밤)
큰소리로 하선을 부르며 유모차를 밀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수현.
마침 유모차를 밀고 가는 부부의 뒷모습이 보이자, 재빨리 뛰어가며 부른다.
수 현 : (다급히) 저기요! 잠깐 만요...!
멈춰서며 돌아보는 부부2.
수 현 : (유모차 안을 보며) 하선아!!
하지만 유모차에 들어 있는 아기는 하선이 아니다. 미안하다고 인사하고는, 다시 하선을 부르며 유모차 몰고 뛰어가는 수현.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하선을 태운 유모차는 보이지 않는다.
수 현 : (완전 당황하여) 하선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선아! 하선아...!!
계속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유모차를 밀고 허둥대며 뛰어다니는 수현.
S#39. 동 쇼핑센터 계산대 (밤)
계산대 앞으로 하선의 유모차를 밀고 오는 젊은 부부. 시장 본 물건들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
하선은 뒤척이며 울고 있지만, 젊은 부부는 물건 계산하느라 모른다.
이때 뒤쪽에서 유모차를 밀고 뛰어나오는 수현. 하선의 유모차는 계산대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수 현 : (미칠 듯이 큰소리로) 하선아!! 하선아!!!
계산을 하다 말고 이런 수현을 돌아보는 젊은 부부.
엄 마 : (힐끗 수현을 보고는, 계속 물건 담으며) 어머, 애를 잃어버렸나봐...
아 빠 : (역시 계산하며) 그러게...? 어쩌다 애를 잃어버려...?
그러면서도 계속 물건만 봉투에 담는 부부.
수현이 하선의 이름을 부르며 사라진다.
계산을 마치고 계산대를 빠져 나오는 젊은 부부.
이때, 다시 계산대 쪽으로 유모차를 밀고 온 수현이 큰소리로 외친다.
수 현 : 하선아...! 하선아, 어디 있니? 어디 있어...!!! (절규하듯) 애기 바뀌신 분!! 애, 바뀌신 분 없어요!! 애 바뀌신 분!!!
그 소리에 문득 멈춰서는 부부.
아 빠 : 아니, 어떤 정신 나간 아빠가 애가 바뀐 것도 몰라, 그래...?
비웃으며 유모차 안의 아기(하선)를 안아 올리는 아빠.
아 빠 : 안 그러니? 대원아? (하다가) 어? 넌 누구니? (황급히 돌아서며) 어? 여기요! 여기 애가 바뀌었어요!!
돌아보는 수현. 그대로 유모차를 밀고 뛰어오더니 하선을 받아 든다.
수 현 : (아기를 꼭 안으며) 미안해...! 미안해! 하선아! 아빠가 잘못했어...!!
젊은 부부도 유모차 안의 자기 아기를 안아 올리고, 세상에...! 뒤늦게 놀라고 안도하는 부부의 모습이 수현 뒤로 보이고...
뜨겁게 하선을 안아주고 있는 수현. 하선도 울음을 멈추고, 까르르 웃으며 수현의 목을 꼭 안아준다.
수현, 살짝 맺힌 눈물을 손으로 몰래 닦는다. 다시 하선을 보면서 감격적으로 웃는 수현과 하선.
S#40. 세 남자의 집 2층 거실 (밤)
오디오에서 부드러운 왈츠 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치 애인과 춤을 추듯, 하선을 꼭 안고 부르스를 추고 있는 수현.
수 현 : 하선아... 아깐 많이 놀랬지...? (혼잣말처럼) 나도 진짜 놀랬다... 다시는 널 못 보는 줄 알고...
다시 한번 아기를 꼭 안아주는 수현.
수 현 : 다시는 널 혼자 두지 않을게...! 다시는...!
아기를 꼭 안고 부드럽게 돌면서 춤을 추는 수현.
수 현 : 사랑해. 하선아... 사랑해...!
부드럽게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는 하선과 수현의 얼굴이 교차로 보이며, 행복한 부녀의 모습이 오랫동안 보여 진다.
S#41. 리서치 T/F 팀 사무실 (밤)
책상에 앉아 낡고 지저분해진 운동화를 벗는 나영.
나 영 : (발 주무르며) 어휴, 발이야... 어? 이게 뭐야? (눈 커지며) 이거 무좀이잖아? 어떻게 무좀이 다 생겼지?
우씨...! 경태씨한테 옮았나?
발을 들어 발가락 사이를 벌려 유심히 들여다보는 나영. 손톱으로 벗겨진 살갗을 조금씩 뜯어낸다.
이때 들어오는 찬영. 하지만, 나영은 등을 지고 있어 모른다.
나영의 등 뒤에서 유심히 나영의 발을 들여다보는 찬영.
나 영 : (뒤에 있는 걸 모른 채) 아이, 이 무좀...! 당장 무좀약부터 하나 사야겠다...! 하, 난 왜 이러냐? 무좀에 치질에...! 증말!
찬 영 : (뒤에서) 치질도 있어요?
이 말에 깜짝 놀라는 나영.
나 영 : (재빨리 발 내리며) 언제 왔어요?
찬 영 : 옛날부터 나영씨 발 냄새가 예사롭지 않았던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어휴, 드러... 어떻게 여자가 무좀이 있냐? 치질은 또 뭐야...?
나 영 : (당황하며) 아니, 누가 치질이 있다고 그래요? 생사람 좀 잡지 마요!
그리고 이거 무좀 아니에요! 많이 걸었더니 살갗이 좀 벗겨진 거라고요!
찬 영 : 그래요? 아니면 됐구요...
나 영 : (핸드백 들고 일어나며) 안 들어가요?
찬 영 : 먼저 가요.
나 영 : (먼저 가기 미안한 듯) 일... 많이 남았어요?
찬 영 : 아뇨. 조금만 더 하면 되요.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요.
나 영 : (미안한 듯) 저녁... 챙겨먹으면서 일하세요. 안 그래도 요즘 무리하시는 거 같던데...
찬 영 : (그제야 나영 보며 미소) 그럴게요.
나 영 : 그럼 먼저 갈게요. 내일 뵈요.
찬 영 : 그래요. 내일 봐요.
핸드백을 들고 나가는 나영.
찬영, 나영이 나가고 나자 나영이 벗어놓은 운동화를 들어 본다. 벌써 앞코와 발등이 다 까지고 더러워진 운동화.
찬 영 :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무좀이 생길 만도 하지...! 정말 열심히도 다녔네...
자기 서랍에서 방취제를 꺼내 나영의 신발 속에 뿌려주는 찬영.
찬 영 : (뿌린 뒤 약병 보며) 이거 뿌리면 무좀 같은 거 안 생긴다더니, 뭐야? 이 약 이거 순 엉터리잖아?
다른 걸로 사서 뿌려줘야겠네...?
다시 원래 위치에 나영의 신발을 가지런히 내려놓는 찬영.
S#42. 경태모 집 방 안 (밤)
제사상에 절을 하는 경태.
경태모 뒤쪽에서 이런 경태를 바라보며 눈물바람 한다.
경태모 : (눈물 찍어내며) 으휴...! 니 아부지, 지하에서 눈이나 잘 감고 계시는지 모르겄다...!
대답 없이 잔 올리고, 절만 하는 경태.
경 태 : (경태모에게 오며) 갑자기 왜, 또...?
경태모 : 이 눔아, 이러다가 나씨집안 대 끊어질까봐 그러지...! 안 그래도 손이 귀한 집안인디, 나씨집안이.
경 태 : 엄마는? 나, 나씨 아니야. 나황! 엄마 성까지 붙여서, 나황씨라니까?
경태모 : 나씨건 나황씨건, 어쩌케 할 거여? 정말 장가 안 갈 거여?
경 태 : 가야지... 그런데 그게 뭐 내 맘대로 되나?
경태모 : 지난번에 너랑 선봤던 그 소변인가 대변인가,
경 태 : 소변 수정씨?
경태모 : 그려, 그 처자 말이여.
경 태 : 소변 수정씨가 왜?
경태모 : 그 처자는 벌~써 시집가서 애까지 가졌다는디...
경 태 : 뭐?! 나랑 선본지가 얼마나 됐다구! 소변 수정씨 정말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경태모 : 그러게 왜 성민이 애는 델꼬가, 델꼬가길? 니가 그때 잘만 했어도... 지금 뱃속에 있는 그 애가 니 애였을 거 아녀!
경 태 : 일부러 그랬나? 그땐 그때 사정이 있었다고...!
경태모 : 아무튼 걱정이다. 니 대에서 나씨집안 대가 끊어지면, 내가 낭중에 니 아부지를 워쩌케 본다냐...?
경 태 : 아, 몰라. 배고파. 밥 줘.
경태모 : 이 눔아, 밥이 넘어가냐? 도대체 멀쩡하니 생겨가꼬, 남들 다 가는 장가를 왜 못 가는 거여...!
경 태 : 못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라니까...!
경태모 : 큰소리 뻥뻥치는 건 지 아부지하고 똑같어...! 에잉!
헛기침 하면서 나가는 경태모.
경 태 : (경태모 나가고 나면, 혼잣말) 걱정 마, 엄마... 대 끊어질 일은 없으니까...!
혼자 빙긋이 웃는 경태.
S#43. 2층 나영방 안 (밤)
나영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하선의 등을 긁어주고 있는 수현.
수 현 : (등 긁으며, 자기만의 적당한 리듬으로) 딸~기딸기... 딸~기딸기...
계속 긁다가 팔이 아픈지, 허공에 대고 팔을 터는 수현.
수 현 : (시계 보고는) 하선아... 열시가 넘었어? 너 안자니...?
하지만 아기는 금방 뒤척이면서 칭얼댄다.
하 선 : (칭얼대며, 얼른 해달라는) 딸기딸기...
수 현 : 어, 알았어. 딸기딸기 해줄게... (다시 등 긁으며) 딸기딸기... 딸기딸기...
(E, 속마음 소리) 후~ 팔뚝이야. 금방 팔뚝 굵어지겠네... 애기 엄마들이 왜 그렇게 팔뚝이 굵은가 했더니?
이렇게 애를 보느라 그런 거네? (다시 하선에게) 딸기딸기... 딸기딸기...
힘들지만 열심히 하선의 등을 긁어주는 수현.
S#44.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영.
나 영 : (들어오며) 하선아, 엄마 왔어...
보면, 1층의 불은 다 꺼진 채 조용하다.
나 영 : 다 나갔나 보네? 그럼 하선인 2층에서 혼자 자나...?
얼른 2층으로 올라가는 나영.
S#45. 나영방 안 (밤)
천천히 살짝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영. 침대위에 수현과 하선이 똑같은 포즈로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다.
나 영 : 어머? 잠들었네...?
두 사람이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는 나영.
나 영 : 자는 모습이 똑같네...?
아닌 게 아니라, 수현과 하선은 똑같은 포즈로 잠들어 있다. 한쪽 손을 볼 밑에 괴고 옆으로 누워있는 수현과 하선.
나영, 하선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수현을 깨울까하다가, 곤하게 잠들어있는 수현의 모습을 보는 나영.
고마운지, 미소를 살짝 지으며, 수현에게도 이불을 덮어준다.
소리 나지 않게 살금살금 밖으로 나가는 나영. 조용히 문을 닫는다.
S#46. 1층 거실 (밤)
거실에서 건축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는 나영.
나 영 : (책 읽는)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하품을 하며 시계를 쳐다보는 나영. 새벽 1시가 넘었다.
나 영 : 아직도 자나? 근데 어떡하지...? 깨울 수도 없고... 하루 종일 애 보느라 고생한 거 같은데...
근데 광희씨하고 경태씬 다 어딜 갔나...?
다시 책으로 고개 돌리는 나영.
이때 수현이 계단을 내려온다. 나영이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수현.
수 현 : (E, 속마음 소리) 금방 짤릴 것 같더니... 제법 열심이네...?
방해하지 않으려고 다시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가는 수현. 그 바람에 삐걱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돌아보는 나영.
나 영 : (돌아보며) 일어났어요...?
수 현 : (다 틀렸다는 듯 돌아서서 오며) 네... 하선이가 엄마침대에서 자자고 해서요... 하선이 재우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네?
근데 언제 왔어요?
나 영 : (책 덮고 수현을 보며) 좀 됐어요...
순간, 깜짝 놀라는 수현.
수 현 : 나영씨...!
나 영 : 왜요?
얼굴을 드는 나영의 코에서 코피가 흐르고 있다.
수 현 : 나영씨 코피 나요! 코피...!
나 영 : 네...?
나영이 자기 코 만져보면 피가 묻어나는 손.
수 현 : (얼른 나영의 고개를 젖혀주며) 고개 젖히고... 잠깐 가만히 있어요...!
얼른 휴지통을 나영에게 건네주고는, 나영의 뒷목을 꾹꾹 눌러 지압을 해주는 수현.
수 현 : (목 뒤를 계속 주물러 주며) 왜 오밤중까지 안하던 공부를 하고 그래요? 때 되면 자야지...!
나 영 : (휴지로 코피 닦아내며) 모르는 게 많은데, 어떡해요...? 회사에선 따로 공부할 시간도 없고...!
수 현 : 자꾸 말하지 마요. 코피 안 멎으니까.
수현에게 목을 맡긴 채 삐쭉거리는 나영.
수 현 : (목 계속 주물러주며) 공부라는 게 뭐 갑자기 한다고 되요? 머리도 안 좋은 사람이...
나 영 : 뭐요? 제가 하는 공부 생각보다 어려워요.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줄 알아요?
수 현 : 그러니까 한꺼번에 다 할라고 덤벼들지 말고 쉬엄쉬엄하라구요! 체력도 안 되면서 무슨 공부까지 한다고...
나 영 : (뒤로 획 돌며) 수현씨는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수 현 : (나영의 고개 다시 앞으로 돌려놓으며) 내가 뭘요?
나 영 : 그냥 힘들죠? 한마디면 될 걸... 어쩌구 저쩌구...
좋은 여자 만나려면 말 곱게 하는 것부터 좀 배워요. 잘난 척 좀 하지 말구...
수 현 : 저 좋은 여자 잘 만나고 있거든요?
나 영 : 돈 많아서 좋은 여자요?!
수 현 : 뭐요? 나영씨가 뭘 안다고 그래요? 나 그 여자 진짜 좋아합니다.
나 영 : 누가 뭐래요? (혼잣말) 찔리나 보지? 발끈하는걸 보니...
수 현 : 코피 또 나오네, 또 나와. (나영의 머리 얼른 더 젖혀 다시 목 지압해주며) 좀 가만히 좀 있어요.
그렇게 열을 올리니까 코피가 또 나오지.
나영, 얼른 휴지로 코 막으며, 뚱하니 꼼짝 못하고 고개 젖히고 있는데,
나 영 : (빈정 상했지만, 누그러지듯) 됐어요... 이제 그만해요...
수 현 : 가만히 좀 있어요.
나영, 뚱하니 꼼짝 못하고 고개 젖히고 가만히 있는데, 두 사람 잠시 각자 어색한 기분을 느끼며 당황스러운데...
그래도 계속 주무르고 있는 수현.
수 현 : (계속 주물러주며) 저기, 올라가면 찬물로 찜질하고 자요. 혹시 자는 동안 또 터질지 모르니까...
나 영 : 알았어요...
이때 언제 들어왔는지, 현관에서 거실로 올라서는 광희.
광 희 : 둘이서 뭐해? 밤에?
수현과 나영, 괜히 놀라 서로 떨어지고, 나영도 괜히 어색해서 똑바로 앉는다.
수 현 : 뭐하긴...? 나영씨가 코피가 나서...
나영은 코를 만지더니, 닦은 휴지들 치운다.
광 희 : (두 사람을 보며) 그래...?
수 현 : 왜 그런 눈으로 보냐?
광 희 : 어? 아니... (나영에게) 코피가 많이 났나보네? 괜찮아요?
나 영 : 별일 아니에요. 주무세요...
나영, 2층으로 올라가는데,
수 현 : (괜히 한마디) 그냥 자지 말구, 찬물로 꼭 찜질해요!
나 영 : (뻘줌해서) 알았어요. 고마워요. 여러 가지로...
수 현 : (소파에 벌렁 누우며) 아~ 피곤해!
괜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수현.
그런 수현을 의아해서 힐끗 보는 광희. (F.O)
S#47. 세 남자의 집 외경 (낮)
(F.I) 햇살이 비치는 세 남자의 집이 보인다.
S#48.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아기에게 먹일 이유식을 섞으며 부엌에서 거실로 오는 광희. 힘들고 지친 표정이다.
광 희 : (인상 찡그리며) 하선아, 맘마 먹어야지... (피곤한 듯) 하선아...!
그러다 광희 쳐다보면, 하선이 무언가를 잡고 일어서서 베란다를 향해서 뒤뚱뒤뚱 걸어간다.
순간 놀라 멈추며 쳐다보는 광희.
이내 베란다 창문 붙잡고 바들바들 떨며 서는 하선. 하선, 이내 광희를 돌아보며 까르르 웃는다.
광 희 : (경이롭고 감동적인 표정으로) 어? 하선아...! 너 지금 뭐 한 거니...? 너 진짜... 거기까지 걸어간 거니...?
너 혼자 걸어간 거야...?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시작된다.
S#49. 세 남자의 집 거실 전경 (낮)
흔들리는 푸른 나뭇가지 아래로 보이는 세 남자의 집. 그 위로 광희의 목소리가 울린다.
광 희 : (E. 즐거운) 야호! 하선이가 일어서서 걸었다!!
S#50. 수현의 사무실 (낮)
모니터 보며 트레이딩 중인 수현. 핸드폰이 부르르 울리자, 열어본다.
전송되어 오는 동영상. 동영상을 플레이 시키는 수현.
하선이 뒤뚱거리며 걷고 있다. 그 위로 환희에 찬 광희의 중계방송 목소리 들려온다.
광 희 : (E. 흥분된) 놀라운 순간 아닙니까? 하선이가 첫 걸음마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S#51. 경찰서 (낮)
역시 핸드폰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경태.
경 태 : (혼잣말) 내가 이 중요한 순간을 직접 못 보다니...!
이때 맞은편에서 취조 당하던 용의자가 이런 경태를 보면서 실실 웃자,
경 태 : (신경질 내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임마! 넌 왜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사고를 쳐! 딴 날 다 놔두고...!
내가 오늘 하선이 걸음마를 봤어야 됐는데! 에이!
S#52. 미분양 아파트 단지 놀이터 (낮)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영.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누가 볼 새라, 재빨리 눈물을 닦으며 다시 동영상을 플레이 시키는 나영. 이번엔 그 위로 경태의 목소리 들린다.
경 태 : (E) 우리 오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모두 일찍 들어오삼!
S#53. 세 남자의 집 부엌 (밤)
광희는 비디오를 찍고 있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식탁에 둘러 낮은 수현, 경태와 나영, 하선.
하선은 유아용 의자에 앉아있다.
광 희 : (찍으면서) 하선이의 첫 걸음마를 축하합니다...! 다같이 축하합니다!
박수치며 좋아하는 세 남자와 나영. 아기도 좋아하는데...
나 영 : 하선아, 후~ 해!
경 태 : 그래. 후~ 해. 후~
하지만 아직 어린 하선이 잘 불지 못하자,
수 현 : 그럼 우리 같이 불자. 하나 둘 셋...!
동시에 후~ 불어 촛불을 끄는 사람들.
광희도 카메라 끄고 식탁와 앉고, 이때 수현이 쭈뼛대며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내민다.
수 현 : (쑥스러운 듯) 자... 하선아, 선물...
광 희 : 어? 짠돌이 한수현이 웬일이야? 시키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다 사오고?
경 태 : 그러게나 말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수 현 : 하! 자식들! 내가 언제 짜게 굴었다고... 나도 쓸 땐 쓰는 사람이야...!
나 영 : 어머! 뭘까?
나영이 상자 열면, 예쁜 구두가 들어 있다.
나 영 : 어머! 구두잖아? 예쁘다...! 하선아, 예쁘지? 잘 신을게요...
이때 또 선물 상자 내미는 경태.
경 태 : 자, 이건 내 꺼...!
나 영 : 어머? 이건 또 뭐예요?
나영이 풀어보면, 이번엔 운동화가 나온다.
경 태 : 뭐니 뭐니 해도, 애들 신발은 운동화가 최고죠. (수현에게) 구두는 임마, 걸음마할 땐 안 좋아! 넘어지기나 하지.
(아기 보며) 하선아, 이거 신고 마음껏 뛰어놀아? (하는데)
광 희 : 얘들이...? 니들이 애들을 알아? 이게 바로 하선이가 직접 고른 신발이야!
또 선물상자 내미는 광희.
나 영 : (풀어보며) 어머? 애 보느라고 힘들었을 텐데, 이건 또 언제 샀어요?
광 희 : 아까요. 하선이랑 같이 나가서 직접 고른 거예요. 직접! 그치 하선아!
나영 풀어보면, 이번엔 삑삑 소리 나는 유아용 신발이 나온다.
나 영 : 어머, 이쁘다...!
경 태 : (괜히 퉁박) 이쁘긴 뭐가 이뻐요? 촌시럽구만...!
수 현 : 그러게. 제일 싼 거 아냐?
광 희 : 어허! 이것들이...! 이거 소리도 나! 봐...! 니들은 이런 거 돼?
광희가 손가락으로 누르자, 삑삑! 소리가 난다. 그 소리에 좋아하는 하선.
나 영 : 고마워요, 세 분...
경 태 : 뭘요...
나 영 : 전, 참 행복해요. 이렇게 멋진 친구들도 많고...
경 태 : 친구요...?
나 영 : 네. 성민씨 친구들이니까 저한테도 친구나 마찬가지죠...
경 태 : 친구? 그럼 남자... 친구네요...?
나 영 : 남자친구요? (그런가? 히죽 좋게 웃는데)
수 현 : (뜬금없이) 우리가 왜 친구냐? 동네오빠들이지...
나 영 : 네?
수 현 : 아, 왜 지난번에 우리보구 동네오빠라면서요?
나 영 : (머쓱해서) 아, 네...
광 희 : 야, 쫌팽이 고만해라. 동네오빠면 어떻고 남자친구면 어떠냐. 무조건 좋은 날이고 축하나 하자고!
(하선에게) 하선아, 축하해? 무럭무럭 쑥쑥 잘 자라야 돼?
하선 괜히 꽥꽥 소리라도 지르며 기분 좋은데,
나 영 : (그런 하선을 보며)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광 희 : 아니에요. 우리가 나영씨한테 더 고맙죠. 사실 나영씨 코피 터지게 사는 거 보면서, 나 요즘 반성 많이 해요...
난 이 나이에 아직도 엄마한테 용돈이나 타 쓰는데...
나 영 : 왜요? 광희씨가 뭐 빈둥빈둥 노나요? 곧 만화만 뜨면 되죠...
경 태 : 나도 나영씨를 볼 때마다 엄마 생각 많이 하는데... 우리 엄마도 나영씨처럼 혼자서 나 키울 때
저렇게 고생했겠구나, 싶어서요... 엄마한테 더 잘 해드려야겠어요...
수 현 : 야, 야! 그만해. 닭살 돋아서 더 들어줄 수가 없다. 나영씨 진짠 줄 안다.
나영씨, 이거 다 그냥 하는 말이에요. 입에 발린 말.
나 영 : 알아요... 저한테 용기 북돋워 주려고 하시는 말이란 거... 사실 전 한참 부족하죠... 엄마로써나 뭐로나...
경 태 : 우리 이러지 말고, 한잔해요! 오늘 같은 날 한잔 안하면 또 언제 하겠어?
신나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는 경태.
광희와 수현도 술잔을 꺼내고 술 따르는 등 부산하다.
다시 한번 식탁 위에 놓인 세 켤레의 신발을 내려다보는 나영. 하선도 신발을 만지며 기분 좋은 듯 소리 지른다.
경 태 : (잔 들어 올리며) 자! 건배! 짠!!
일제히 잔을 들어 건배를 하는 나영과 세 남자. 하선도 보리차 든 물 잔을 들고 같이 건배한다.
모 두 : (잔 부딪치며) 짠...!
S#54. 세 남자의 집 현관 (밤)
어둠속 현관에 하선이 선물로 받은 세 켤레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져 있다.
그 옆으로 나영의 낡은 하이힐, 수현의 반짝이는 구두, 경태의 구겨 신은 더러운 운동화,
그리고 광희의 세련된 스니커즈가 은은한 빛은 받으며 나란히 보여 진다.
그 위로 하선의 나레이션 들린다.
하 선 : (Na) 아빠들이 사준 신발이에요. 예쁘죠? 전부 다 신어봐야지...!
신발을 선물 받은 날, 난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왔어요. 그런데 엄마는 신발이 맘에 들지 않았나봐요.
S#55. 나영방 (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하선을 도닥이며 재우고 있는 나영. 미소를 머금은 표정에 잠시 슬픈 듯 눈물이 찔끔 난다.
하선이 그런 엄마를 말똥말똥 보고 있다.
하선이 손을 뻗어 나영의 볼을 만져도 좋고... 혹은 나영을 보며 어버버! 소리 한번 질러도 좋고... (모녀간의 교감 같은 느낌)
하선을 보며 얼른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다시 미소를 머금는 나영.
하 선 : (Na. 계속) 그날 밤 나를 재우면서 울더라구요? 엄마는 내가 자는 줄 알았겠지만,
세상에 엄마가 우는 걸 모르는 아기가 어딨겠어요? 그래서 난 엄마에게, ‘엄마, 신발 정말 예뻐. 그러니까 울지 마...’
이렇게 말해주었지요... 그러자 엄마도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답니다.
나 영 : 참, 행복한 날이지? 하선아... 자자...
하선을 도닥이며 평화롭게 눈을 감는 나영. (하선 옆에는 곰 인형이 있고)
S#56. 세 남자의 집 전경 (인써트. 밤)
가로등 불빛만이 고요한 한 밤중, 세 남자의 집 풍경이 보인다.
S#57. 동 나영방 (밤)
잠을 자던 나영이 잠결에 하선(곰 인형)을 도닥이며 차버린 이불을 덮어준다.
그러다 문득 보면, 하선은 없고 곰 인형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토닥이고 있었다.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나는 나영.
나 영 : 어머, 하선아... 침대에서 떨어졌니?
화들짝 놀라 얼른 불을 켜고, 침대 너머로 가보지만, 거기에도 하선은 없다.
나 영 : (놀라며) 어...? 하선아...? 하선아...? 얘가 어디 갔지...?
순간 덜컥 하는 마음으로 아기 침대와 침대 밑, 화장대 밑 등을 살펴보는 나영. 어디에도 아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 영 : (더 크게 놀라) 어? 하선아...? 하선아...!!
이내 두리번거리며 밖으로 달려 나가는 나영. (방문이 조금 열려있어야 할 듯)
S#58.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우당탕 쿵탕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나영.
나 영 : 하선아! 하선아!!
나영, 불부터 켜고 거실을 둘러보는데, 이 소란에 깨어나, 각자의 방에서 나오는 세 남자.
수 현 : (거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왜요, 나영씨? 왜 그래요?
나 영 : (너무 놀라, 경황없이) 하선이가 없어졌어요...!!
광 희 : (달려오며) 하선이가 없어지다뇨...?
나 영 : 몰라요. 같이 자고 있었는데... 없어요!
경 태 : (놀라며) 네?
순간 놀라서 허둥대는 세 남자와 나영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 9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