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옥아
좋은 경험 했다.
은옥이는 나중에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억울한 일이 사람의 마음 속에 고이면
그것이 진주가 된다.
--------------------- [원본 메세지] ---------------------
산부인과에 다녀왔습니다.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구요,
요즘 한 참 문제가 된다는 그런 것은 더욱 아니구요..
작은 엄마가 수술을 하셨는데 혼자 가시기 좀 그렇다고 해서
작은 아빠의 특명을 받고 (실은, 용돈을 받고.. 가 맞는..^^;; )
쭐래 쭐래 따라갔지요..
우선, 엄마가 작은 엄마와 함께 가시고
저는 회복실로 가신 후에 병원으로 갔어요.
엄마랑.. 임무교대.. ^^;;;;
음.. 화양 사거리에 오시면 큰 산부인과가 2개가 있지요..
하나는 최차혜 산부인과, 또 하나는 고려 산부인과.. -_-;;
제가 간 곳은 고려 산부인과라구요..
울 작은 엄마는 거기에 10살, 9살 남매를 씀풍~ 낳으셨다는 ....
끼익~ 병원현관 문을 열자 그 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쫘악~ 몰리고...
접수실에 있던 간호사는 저를 보고 일어 나고.. -_-;;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접수실과 진료실을 휙~ 지나서 계단으로 올라갔죠.
회복실은 2층에 수술실과 신생아실 옆에 있었거든요.
제가 아주 아주 당황하고 황당하고 어리둥절하다가 열이 슬슬
올라오게 된 일은 여기서 벌어집니다.
회복실 문을 열자 칸막이로 막혀진 곳이 여러 군데 있더군요
작은 엄마와 울 어무니를 찾느라 고개를 두리번 거렸죠..
그 때, 어느 곳에서 한 간호사가 오더니 하는 말..
"우선, 화장실부터 가시구요 (거기 바로 옆에 있더군요.. -0-;;) 들어 가서 옷 갈아 입으세요.. 보호자 없어요?? 혼자 왔어요?? 아무리 세상이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쯧쯧.. 빨리요!! "
"잉..?? 에?? 뭐라구여..?? "
하하하... -_-;;; 그 분은... 제가 수술하러 온줄 알았다네요..세상에..
아무리 제가 늙어 보인다지만..
요즘은 저보다 어린 것들도 많이 찾는다지만.. 그래도.. 어떠케.. ㅠ.ㅜ
제가 어딜봐서..... ㅠ.ㅜ
엄마는 막 웃으며 가시고.. 저는 그냥 주사 맞고 계신 작은 엄마 옆에서
만화책을 봤죠.. ^^ (가는 길에 빌려갔거든요...)
아~ 어찌나 방이 뜨끈 뜨끈 하던지.. ^^;;;
빈둥 거리면서 그러고 있는데 또 제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옆 칸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따로 방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큰 방에 칸막이가 다 되어 있는거여서
제 키로는 슬쩍 보면 옆칸에 누워 있는 사람도 보이고..
소근 소근 얘기해도 다 들리거든요..
거기서.. 조금은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답니다..
계속 울고만 있는 제 나이 또래의 아이..
옆에서 "네 잘못이 아니다" 라고만 하고 있는 어느 여자.
(가족은 아니었고, 그냥 아는 언니인듯... )
조금.. 나쁜 예감이었죠. 몹쓸짓을 당했나봐요..
나중에 나갈 때 보니 오히려 저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던데...
에휴....
그 사람들이 나가고 난 후에 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왔어요..
부부인것 같던데... 어쩌다가 유산이 되었나봐요..
흐느껴 울면서 "미안하다"고만 하는 어느 젊은 여자와..
"어서 자" 라고만 하는 어떤 남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약해빠져서는...장남인데.. 으이구.. 벌써 3번째나.. 쯧쯧쯧.." 하고 중얼거리는 어떤 할머니..
딱 상황 파악이 되더군요.. 이궁... 불쌍해라..
저는 그냥 새 생명이 태어나는 아주 좋은 곳인줄로만 알았는데 말이죠..
생각했던것 보다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 같아요..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어쩔수 없이 셋째를 지워야 했던 우리 작은 엄마..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받은 내 또래의 작은 아이..
벌써 세번째 유산이라는 어느 집 맞며느리...
산부인과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어쩐지...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느낌이네요...
카페 게시글
차선생사랑방_게시판
Re:산부인과 체험기.. -_-;;;;
차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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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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