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정말 너무나 고생 많이 했소!
이렇게 이쁘고 귀한 딸을 낳아준 당신에게 무엇이라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소!
그동안 내가 너무 속 좁게 굴어서 미안하오!“
수지는 남편이 말에 눈물을 흘린다.
“여보!
우리에겐 당신만 있으면 되요.
이제 당신에게는 우리 가족 모두가 걸려 있어요.
당신 한 사람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우리 가족의 행복과 불행이 달려 있어요.
절대로 우리 가족을 버리지 않을 거지요?“
“그럼!
버리다니?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가족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가족은 내 손으로 지켜내고 내 가정을 불행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고마워요!
나도 당신을 믿어요!“
수지는 그런 남편의 말이 믿음직스러웠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가족을 불행하게 하지는 않을 사람이다.
남편은 절대로 자신의 전철을 자식들에게 대 물림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정은 다시 평화로워진다.
지원의 병원도 이제는 완전히 자리가 잡혀서 환자들이 끊이지 않고 줄을 잇는다.
마음을 다해서 정성을 다해서 환자를 보는 지원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있었다.
지원은 환자 한 사람한사람 마음을 다해서 치료를 해 주고 있었다.
딸아이의 이름은 승희라고 지었다.
승찬이와 승희는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고 있었다.
아들보다 딸을 키우는 재미가 훨씬 더 정감이 간다.
지원이는 자식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자신을 낳은 아버지도 얼마나 자식들을 사랑하고 대견스러워하면서 키우셨던가?
언제나 우리장남 우리장남하시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식들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시기를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아버지가 그 모든 것들을 잃었을 때의 크나큰 상실감으로 인해서 가정도 가족도 모두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지원은 자신은 절대로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아내는 들어 내 놓고 어머니와 누나를 싫어한다.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무시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원이는 그 모든 것들을 침묵으로 이겨내고 있다.
허지만 아내 몰래 가끔씩 어머니를 찾아뵈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아주 가끔씩 부모님의 집을 방문한다.
“어머니!
자주 찾아오지를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나야 아무려면 어떠냐?
그저 너만 행복하고 네 아이들만 무탈하게 잘 자라주면 난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가끔씩 너를 이렇게 만나는 것으로도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이연자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는 지원이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애들 엄마도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알겁니다.
그리고 마음을 달리 생각하고 어머니를 찾아 뵐 날이 있을 겁니다.“
“애비야!
내 걱정을 하지 말아라!
이 어미는 네게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지금 네가 이렇게 훌륭하게 의사로서 길을 가고 있고 그런 좋은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 사람이다.
여기서 더 이상 욕심을 낸다면 내가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가 있겠니?
그러니 이 어미 걱정은 하지 말고 너만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지원은 그런 말을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이제는 자신의 힘만으로도 어머니를 편안하게 모실 수가 있다.
아내의 마음만 돌아서 준다면 얼마든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 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의 완강한 고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렇다고 자식들을 낳아준 아내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제 막 기어다니는 딸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딸의 재롱이 지원의 모든 근심들을 털어낸다.
“승희야!
아빠라고 불러봐라! 응?“
“당신도 참!
아직 돌도 되지 않는 아이에게 아빠소리가 그리도 듣고 싶어요?“
“어?
승희가 엄마라고 부르고 있는데 왜 아빠소리는 안하지?“
“조금만 기다려요!
이제 곧 아빠라고 부르게 될 테니까요.“
수지의 얼굴은 행복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지원은 명치끝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승희는 커가면서 아빠를 따르기 시작한다.
집에 들어서는 아빠를 보면서 안아 달라고 두 팔을 벌리고 아빠 앞으로 다가선다.
“어이구!
우리 공주님!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재롱을 부리셨나?“
“아빠!
안아 조!“
지원은 어린 딸을 번쩍 들어 안는다.
“아빠!
나도 안아 줘!“
승찬이도 함께 매달린다.
두 아이를 안아든 지원은 그만큼 행복의 무게를 느끼는 것만 같다.
“아빠 얼른 씻고 우리 밥 먹자! 응?”
“시어!
나 아빠가 조아!“
잘 돌아가지 않는 혀로 승희가 아빠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래!
아빠도 우리 승희가 조아!“
지원은 그렇게 한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아이들에게서 풀려나서 샤워를 할 수가 있다.
“당신은 아이들을 무조건 이뻐만 하지 말아요.
그러다 아이들 버릇이 나빠질까봐 걱정이 된단 말이에요.“
아내의 잔소리다.
“허허허...........
내 자식들 내가 이뻐서 그러는데 어때?“
“어휴!
그러니까 내가 야단을 치기만 하면 아빠를 찾으면서 울지요.“
“애들을 너무 야단치고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소!
당신은 너무나 아이들을 엄하게 키우려고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오!“
“당신이 그렇게 무조건 아이들을 이쁘다고만 하니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애들 버릇을 누가 가르쳐요?”
“허허허............
그것도 그렇구려!“
그들의 가정은 화목 그 자체인 것만 같았다.
“여보!
이제 우리 병원을 좀더 크게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지는 조심스럽게 남편의 의향을 묻는다.
“그랬으면야 좋겠지만 어디 그만한 돈이 있나?”
“그건 걱정 마세요!
그동안 악착스럽게 돈을 모았거든요.“
사실 수지는 남편의 수입에 비해서 짠순이 같은 생활을 해 오고 있었다.
모든 생활에서 절약을 하면서 아이들이 옷도 이웃이나 친구들에게서 얻어다 입히는 것이 많을 정도로 무섭게 생활을 해 왔던 것이다.
그것은 남편의 병원을 좀 더 넓게 해 주기 위한 초석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지자 수지는 남편의 의향을 묻는다.
“정말 그럴만한 돈이 우리가 가지고 있단 말이오?”
“충분하지는 않더라 하더라도 조금 무리를 한다면 병원을 다시 확장할 돈은 될 거에요.
모자라는 액수는 내 친정에 손을 조금 벌릴 것이고요.“
“그렇게는 하지 맙시다!
누구의 도움이 없이 우리만의 힘으로 했으면 싶소!
조금 늦더라도 무슨 상관이 있겠소?“
“무슨 소리를 해요?
이제 내년이면 우리 승찬이가 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우리도 그만한 병원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요?
모든 것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내가 하는 대로 두고 보기만 해요.“
수지는 무엇이 그리도 자신만만한지 자신에 차 있었다.
지원은 아내의 그런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를 않는다.
이미 결정을 내린 아내의 마음이다.
이제 와서 자신이 반대를 한다고 말을 들어줄 아내가 아니다.
병원의 모든 수익은 아내의 손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모든 수익은 아내가 관리를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원은 병원의 관리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미 병원의 모든 관리는 아내가 관리를 하면서 병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것이 지원은 차라리 속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지는 남편과 상의를 하지 않고 병원건물을 물색한다.
오 층짜리 아담한 건물이다.
지금의 병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다 병원의 건물을 마련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쌓아놓은 단골손님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고 남편의 명성이 잘 알려진 곳을 떠나고 싶지도 않은 까닭이기도 했다.
그러나 건물을 구입하는 대금이 생각보다 많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었다.
일단 계약을 하고 나서 잔금을 치룰 때까지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모자라는 대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친정에서도 그 만한 정도의 여유가 있을 리 없다.
이연자는 아들이 병원 건물을 사 들인다는 소식을 듣고는 무언가 보탬이 되고자 고심을 한다.
이럴 때 엄마로서 자식에게 어떠한 힘을 실어 줄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생각을 하다가 문득 고향에 남아 있는 땅을 생각해 낸다.
그것은 분명히 지원이 앞으로 명의가 되어있는 재산이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연자는 아들에게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며느리를 찾아간다.
뜻밖에 시어머니의 방문에 수지는 인상이 변한다.
“어떻게 오셨어요?”
이연자는 며느리가 마땅치 않아 한다는 것을 알지만 집안으로 들어선다.
“병원을 확장할 계획으로 건물을 구입한다면서?”
“어떻게 아셨어요?”
음성이 곱지가 않다.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냐?”
“알아서 무엇을 하시려고요?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일에 나서시는 것이 싫습니다.“
“애미야!
아무리 시애미가 사람 같지가 않더라도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온 시애미가 아니냐?
끼니는 아니더라도 찬 냉수나 한 컵 얻어 마시자!“
“냉수 얻어 마실 곳이 없어서 이곳까지 오셨나요?”
수지는 여전히 못 마땅스럽다.
“아니다!
냉수는 그만두고 이리 와서 앉기나 하거라!“
“하실 말씀이계시면 어서 하시기나 하세요.”
“그래!
자!
이것을 받거라!
애비를 찾아가 건네주려다 그래도 너를 찾아 왔다.
별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것은 네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고향에 있는 땅이다.
아마 집터가 되어서 다른 땅보다는 그래도 값이 많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수지는 그런 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볼 생각을 안 한다.
“그까짓 것이 무슨 도움이나 된다고.........”
“그래!
미안하구나!
그러니 어쩌니?
내가 가진 것이 없으니 별 도움이 되지를 못하는구나!“
“도움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 앞에 나타나시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병신이랑 살고 있는 사람을 제 남편의 어머니로 인정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너 지금 병신이라고 했니?”
이연자는 안색이 하얗게 변해간다.
아무리 그래도 며느리의 입에서 남편이 병신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가슴이 아프다.
“왜요?
제가 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입니까?
병신을 병신이라고 하지 그럼 무엇이라고 합니까?“
“너................”
이연자는 말문이 막힌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연자는 그대로 아들의 집을 나선다.
등 뒤에서 문을 닫는 소리가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처럼 뒤통수가 화끈거린다.
남들의 입에서 듣는 병신이라는 소리도 가슴이 아프다.
하물며 며느리는 자식이 아닌가?
어떻게 자식의 입에서 시아버지를 두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던가?
자신이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에 하늘을 올려다보기가 부끄럽다.
이연자가 돌아가자 수지는 봉투를 열어본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서 그곳의 땅의 시세를 알아본다.
생각보다 넓은 평수의 땅이었고 땅값도 제법 많이 나간다.
농지가 아니고 주택지라서 생각보다 많은 값을 받을 수가 있다는 얘기에 수지의 안색은 화색이 돌면서 웃음기가 번진다.
수지는 급하게 내 놓지를 않는다.
무엇이건 급하게 처분을 하려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수지는 그것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린다.
그리고 병원을 인수할 계획에 아무런 차질이 없다.
건물을 인수한 수지는 건물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임대를 할 곳의 모든 상가들을 내 보내고 본격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병원을 이층으로 정하고 나머지 모든 점포들은 임대를 내 줄 계획이었다.
보수공사가 끝나기 전에 상가들은 이미 계약이 완료가 된다.
시장 근처의 몫 좋은 사거리에 위치한 건물은 어느 상점이 들어온다 해도 장사가 잘 되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다 탐을 내는 자리였다.
첫댓글 수지가 정말 맘에 안드는군요~~~
그렇죠? 하긴 우리도 그 누구에겐가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며 살아 왔을지도 모릅니다... 수지와는 다른 형태일지라도... 나 자신을 돌아 보곤 합니다... 나는 어떻데 살아 오고 있었나....
공부를아무리 많이한들 무슨소용있나 가정교육이엉망인데!
그래요 공부와 사람 됨됨이는 다를 수 있을거에요....사람답게 사는 공부.. 그게 인생일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