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제주 한달살이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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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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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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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면 해안산책로 ⓒ전윤선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시내권을 벗어나 한가한 곳에서 한달살이하고 싶다면 한림에 있는 “하이제주 호텔”이 안성맞춤이다. 하이제주호텔은 반려동물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편의객실이 있다. 장애인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달살이 동안 반려동물을 떼어놓을 수 없어 포기하거나 미루지 않아도 되는 하이제주 호텔. 리조트 형으로 객실 내 거실, 방 3개, 화장실 2개와 간단한 조리도구가 준비돼 있다.
하이제주 호텔 근방엔 소소한 여행지가 많다. 한림공원과 협제해수욕장, 금능해변, 한림항 등이 근처에 있고 한림 오일장과 월령리 무명천 할머니 생가도 있다. 조금 더 가면 한경리 해안도로 산책로와 차귀도까지 이어진 코스는 으뜸이다. 애월 해안도로 절경은 숨이 멎을 것 같다. 한림은 손에 잡힐 것 같은 비양도가 서쪽 바다의 밋밋함을 덜어준다. 그 섬에 가고 싶지만, 비양도 가는 배는 승선장에 많은 계단이 있어 휠체어로는 접근하지 못한다. 올레 14코스가 있는 한림 쪽은 작은 어촌 마을이 많아 조용히 걷기 좋은 곳이다. 마을 골목골목 현무암 돌담은 정겹고 돌담 아래 핀 작고 여린 꽃들이 서정이 흐른다. 마을 곳곳엔 작은 사찰이 어우러져 사찰 여행하기도 좋다.
금능리 마을은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지혜가 곳곳에 있기도 하다. 마을 앞바다엔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기잡이 방식인 “모른원”이 지금도 전해진다. 모른원은 원담이라고도 하는데, 밀물 때 물살에 따라 고기들이 마을 바닷가 안쪽으로 들어왔다가 썰물에 원담 안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원리를 이용해 옛날 어르신들이 고기 잡던 장소다. 현재 보존되고 있는 금능원 담은 ㅁ자원 ㅈ자르기원 ㅇ자르기원이 있고 돈원담은 ㅁ른 원이다.
▲금능리 돌담 개민들레 ⓒ전윤선
올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마을 유례와 자연환경을 활용한 지혜로운 삶과도 만나고, 골목길을 지날 때마다 돌담 사이에 핀 소라 꽃도 제주의 신비로움이다. 금능리 올레길을 걸으며 만난 개민들레는 키가 크다. 제주 사람들은 외래종이라 싫어하지만 개민들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뿌리를 굳게 내렸다. 싫어해도 좋아해도 예쁜 게 꽃이다. 그렇게 금능리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금능리 바당길 ⓒ전윤선
조금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신풍로에 있는 “삼달다방 게스트 하우스”가 딱 맞다. 낯선 사람과 금세 친해질 수 있고 분위기 좋다. 제주에서 드물게 아니 어쩌면 유일할 수도 있게 편의시설 잘 갖춰진 게스트 하우스다. 마당에서는 모닥불을 지펴 캠프파이어도 할 수 있고 다방에서는 인권영화 상영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람 좋아하고 사회적 약자 일에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다방지기의 인권 감수성과 장애 감수성은 탁월하다. 매년 서울 장애인 인권영화제를 개최하고 장애계와 깊은 연대를 한다. 삼달다방은 활동가들의 쉼터이기도 하다. 삼달다방은 그 자체로 훌륭한 무장애 여행지 콘텐츠며 무장애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삼달다방 게스트 하우스 ⓒ전윤선
삼달다방 근처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있다. 김영갑은 열병처럼 제주를 사랑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르내리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제주에 매혹돼 1985년 아예 정착했다. 밥을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에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제주의 외로움과 평화를 카메라에 담는 작업은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김영갑 작가. 창고에 쌓여 곰팡이꽃이 피는 사진들을 위한 갤러리 마련이 절실해 버려진 폐교를 사들여 초석을 다질 무렵.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놀려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나중에는 카메라를 들지도,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됐다. 그런 그에게 루게릭병이 생기고 말았다. 루게릭병은 급성 진행성 근육병의 일종이라 3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 있다가 자를 털고 일어나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 몸을 움직여 갤러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전윤선
그렇게 만들어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2002년에 문을 열었다. 그는 투병 생활한 지 6년만인 2005년 5월 29일 그가 만든 두모악 갤리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그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고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섬, 제주에서 영면에 들었다. 김영갑 작가가 생전에 사용하던 방도 전시동 한쪽에서 여행객을 맞는다.
▲김영갑 갤러리 작품 ⓒ전윤선
제주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제주에서 생을 마감하면서도 행복해했을까. 누구나 원하는 것에 전념하다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를 향해 질주 본능이 발동하나 보다. 김영갑 작가의 제주사랑이 사진에 담겨 열정이 느껴진다. 제주가 아름다운 건 김영갑 작가처럼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일 거다.
삶이 한 달간 여행지로 이동하려면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집에서는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도 여행지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이 보조기기 이용 이다. 집에서 쓰던 보조기기를 여행지까지 가져가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부피가 작은 것은 그나마 용이하지만, 부피가 큰 보조기기는 만만치 않다. 여행지에서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필요한 보조기기를 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보조기기 대여 제도가 용이한 곳도 제주도이다. 여행지에서 집에서처럼 써야 할 보조기기가 없다면 제주 한달살이나 일년살이는 어려워질 수 있다. 다행히 제주는 장애인 관광객에 대한 여러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서 여행하기 안전하고 편리함을 추구한다.
제주엔 보조기기 대여해 주는 곳이 몇 곳 있다. 제주 공항 1층 4번 게이트 앞에 있는 휠체어 대여소는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공항에서 공항으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휠셰어존에는 수동휠체어 전동화 키트를 무료로 대여한다. 자신의 수동 휠로 여행하는 장애인은 꼬리형 키트를 대여하면 편리하다. 꼬리형 키트는 양손을 사용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 용이하고 휠체어에 탈부착도 가능하다. 조종 장치인 워치로도 조종할 수 있고 컨트롤러로도 조종할 수 있어 맞춤형 선택이 가능하다. 다른 유형의 키트도 있다. 조이스틱형 키트와 보호자가 조정하는 조작형 키트까지 자신의 체형과 장애 상태에 맞는 휠체어 키트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제주장애인보조공학서비스지원센터, 제주특별자치도보조기기센터에서도 여러 가지 보장구를 무료로 대여한다. 제주시엔 보조기기 지원센터 두 곳이 시각장애인 복지관 2층 같은 장소에 있다. 한 곳은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다른 한 곳은 제주도 지원으로 운영된다. 두 곳 모두 보조기기를 대여하는 장애인이 많다 보니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보조기기 대여 품목은 다양하다. 이동식 휠체어 리프트와 수전동 휠체어, 전동휠체어 등 자신에게 맞는 보조기기를 선택해 한달살이 여행에서 집처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면 된다. 부피가 큰 보조기기는 숙소까지 가져다주고 가져오는 서비스도 시행한다. 여행 중 휠체어 고장도 수리할 수 있다.
제주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에서도 수전동 휠체어 등 여행에 필요한 보조기기를 대여해 준다. 이곳은 관광약자가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도 제공한다.
▲제주 장애인 콜택시 다인승 ⓒ전윤선
한달살이 여행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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