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있을찐저”, 정의의 편에 서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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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헌 화백이 ‘키세스 시위대’를 묘사한 작품에서 많은 이들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떠올렸고, 이 화백 자신도 피에타 상을 품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했다. ⓒ이정헌 화백 제공 |
지난 3일(금) ‘12.3 내란수괴범’ 윤석열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불발되며 이후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밤샘 집회가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5일(일)엔 시위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이 새벽부터 내린 폭설 때문에 방한용 은박 비닐을 몸에 두른 채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한낮이 되어 환하게 웃는 모습도 신문 지상에 실렸다.
이렇게 은박 비닐을 두른 모습이 마치 미국 한 초콜릿 회사의 상품인 ‘키세스’를 닮아 “키세스 시위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물방울 모양의 이 초콜릿은 은박지로 감싼 포장이 특징이다. 시위대를 잘 묘사한 작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가 밤샘 시위 중이던 참여자들을 위해 ‘아미밤’을 들고 화장실로 인도하는 모습이 알려지며 종교인의 자세에 대해 많이 회자되었다. 이런 미담이 알려지며, 스스로를 “차별 없는 세상을 그리는 만화가”라고 지칭하는 ‘이정헌’ 화백은 그의 개인 SNS 계정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그림을 게시하며 이런 멘트를 남겼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수도회 수사님, 제가 가톨릭 신자라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또한 이 화백이 소위 ‘키세스 시위대’를 형성화한 작품에 어떤 이들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을 떠올렸다. 어떤 이들의 평가에 기자도 동의했기에 이 화백에게 “작품을 구상하실 때 ‘피에타’ 상을 떠올렸냐?”고 물었다. 이 화백은 이렇게 답했다.
“아, 처음에는 (조금 더 피에타 이미지처럼) 무릎에 응원봉을 그릴까 했는데... 당사자에게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
그렇다, 키세스 시위 참여자에게서 가장 종교적이라고 일컬어지는 피에타 상을 이 화백은 품고 있었다. 일상이 영원과 맞닿고 있다는 어느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가톨릭 신자로 수사의 행동이 자랑스럽고 시위 참여자의 모습에서 종교를 읽어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내심 기자도 부러웠다. 하지만 이런 부‘러’움은 이내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단 한 글자 차이이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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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헌 화백은 아미밤을 들고 시위 참여자를 화장실로 인도한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사의 미담을 듣고 이를 작품화했다. ⓒ이정헌 화백 제공 |
기자 개인 SNS 계정의 이웃 분이 이런 글을 썼다.
“진짜 개종할까. 어짜피 교회 신물나서 나가지도 않았지만, 이 날씨에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에 그 많은 십자가 건물들 중 하나 개방했다는 말이 없냐. 하나님 위에 건물주님 계셔서 그런가. 낮은 곳에서 임하는 주님은 적어도 한국 교회엔 없다. 바리새인들 따라다니고 소수들 핍박하며 돈을 쫒는 개신교가 적그리스도 아니냐고. 하나님의 나라에 저 미친 교회 인간들이랑 같이 가서 살게 된다면 거기가 바로 지옥이나 다름없는데 난 그 나라 안갈거다. 한국의 하나님은 저 성당에 계셨나보다. 진심 대형교회 목사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린이 주일학교부터 다시 나가라. 내가 진짜 배워야 할 가르침은 주일학교에서 다 배웠다. 밤새 예쁘게 내린 눈에 우리 강아지들 신나겠네 흐뭇해 하다가 트위터 보고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세상에 아직도 저 맨바닥에서 사람들이 저러고 있어. 우리 소녀들 어떡해. 못가서 미안해서 어떡해.” |
이웃 분의 글에 기자도 왈칵 눈물이 났다. 저 비판이 그른 것 하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밤을 대낮 같이 밝히는 그 수많은 교회의 십자가 불빛, 하지만 십자가 불빛을 뿜어내는 교회들 중 그 어느 교회 하나 추운 겨울에 밤을 지새우고 있는 시위 참여자들을 위해 몸이라도 녹이라고 화장실이라도 사용하라고 교회를 개방했다는 소위 ‘훈훈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어느 수사님처럼 응원봉이라도 들고 화장실로 인도했다는 목사의 이야기도 없다.
이런 모습은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다. 여전히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회는 내란수괴범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평소에는 그렇게도 무속을 맹비난 하면서 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무속에 찌들어 국가와 국정, 국민은 내몰라라 하는 것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기괴한 기독교. 이런 비난에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없다.
윤석열이라는 괴물의 탄생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한국 주류 개신교회와 목사들. 끊임 없이 윤석열을 축복했던 한국 주류 대형 개신교회 목사들. 내란수괴범에 대해 여전히 감싸고 도는 한국 주류 개신교와 목사들. 이러한 비난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기자의 이웃 분의 비판처럼 “진심 대형교회 목사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린이 주일학교부터 다시 나가라.”
좀 우습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삶이 타이밍이듯이 종교도 타이밍이다.” 이 어려운 시국에 한국 개신교회가 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간의 기괴하고 기이한 모습을 용서받을 수 있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이다.
아니 다른 말로 치환하자면, 그간 사회적 약자에 대해 무수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연대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회는 망할 것이다. 정의의 편에 서지 않고 공공성을 내던져버린 한국 개신교회는 망할 것이다. 아니 냉정하게 말해 이미 한국 개신교회는 정말 망했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화 있을찐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교인 하나를 얻기 위하여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생기면 너희보다 배나 더 지옥 자식이 되게 하는도다. 화 있을찐저 소경된 인도자여 너희가 말하되 누구든지 성전으로 맹세하면 아무 일 없거니와 성전의 금으로 맹세하면 지킬찌라 하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