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현지식에 대한 근거없는 기대를 하면서 전통음식점을 찾아다니는데, 여긴 레알...전통음식이 없었다. 캄보디아식 카레는 베트남이나 타이의 카레와의 차별점이 전혀 없는데 그보다 못하고, 캄보디아식 bbq는 필리핀에서 먹던 것과 같은데 그보다 못하다.
다른 하나는 서양식 퓨전 메뉴들. 프랑스의 영향인지, 주식으로 바게뜨를 먹는 것 같은데, 여행책자에서 본 "프랑스의 바게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말은 그저 OMG. 기타 빵의 외관을 띈 엄청난 양의 튀김가루들. 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 촬영 당시 매일 방문했다는 서양식 레스토랑 역시..매일 거길 갈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제대로 된 독일식 레스토랑이라는 소문에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강남역 호프집 옥토버훼스트의 학센보다도 못한 족발튀김을 내어놓는다.
그래서 3일째 되던 날, 모든 음식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정착한 곳은 바로... MSG의 세계.
쌀국수 종류는 캄보디아에선 메인 요리가 아니다. 하지만, 가끔 베트남식을 빙자한 볶음국수, 국물국수 그리고 중국식을 빙자한 완탕면이 어찌나 맛있던지. 1년치 MSG를 3일만에 섭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단기간 급속도로 섭취한 MSG가 신경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는 굶주림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모험 끝에 내가 뽑은 씨엠립 최고의 음식은,
1. 바나나
2. 샤브샤브
3. 대통밥
무조건 조리과정이 적은 음식일수록 맛이 좋았다:) 대통밥은 교외로 나가는 봉고차를 세우려던 지게꾼 할머니에게 산 밥인데 찹쌀 콩 몇개 박아서 그대로 찐것. 한국에서라면 남겼을 양이었지만, 정말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리고 미처 도전해보지 못한 음식이 남아있다.
바로 해피 피자.
음식점에 들어가서 피자를 주문하면,
"두 유 원뜨 해삐?" 라고 묻는다.
"아이 원뜨 해삐"라고 대답하면...
아마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물질일 것으로 추정되는 해피허브를 넣어준단다. 이 척박한 땅에서 해피하게 살기 위해서 조금은 미쳐야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딱 하나 이 땅에서 본 레스토랑의 희망은, 프랑스인이 운영하는 카페 겸 레스토랑 블루펌킨. 그곳의 메뉴들은 재료에 양념을 버무린다고 하여 '요리'가 되는 것이 아님을 감각으로 가르쳐 주었다. 비록 몇몇 메뉴들은 재료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지만, 아무런 구차한 설명없이도, 요리와 비요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쳐묵쳐묵한 까닭에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게다가 블루펌킨의 운영자는 씨엠립의 음식산업에 대한 경영적 야심까지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블루펌킨의 보급형 빵은 캄보디아의 주유소 내 카페(몹시 고급인 듯 하다)에 입점되어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아마도 캄보디아 공무원 약 3000명 정도를 회식시켰을 것이다(한번 로비성 공무원 회식이 열리면 300명씩 나온단다).
고퀄리티 제품에 경영수완까지 보태어진 블루펌킨의 추세가 계속 된다면, 몇 년 후엔 씨엠립의 음식도 조금은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 그 주체가 이 땅이 낳은 크메르인이 아닌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이 특이점이긴 하나, 아마도 그 프랑스인은 지금쯤이면 이 붉은 땅을 사랑하는 크메르 인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의 아들과 딸들은 붉은 먼지 속에서 뛰놀며 자라고 있을 것이고, 그의 브랜드 안에서 같이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크메르인이 아닌가.
첫댓글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근했어요? 체력이 대단하네요. 여행에서 음식으로 고생하면 저절로 다이어트 되서 꼭 나쁜건 아니더라구요. 물론 소피샘은 뺄 살도 없지만서도~~저는 해피피자가 궁금하군요 ㅎㅎ 암튼 잘 돌아오셨어요. 여행후기가 아주 좋습니다.^^
ㅋㅋㅋ데이지님 감사해요~땅고인들은 체력왕^^ 밀롱가때 여러분들 플로어 장악(?)한거 못봐서 아쉬울따름이에요ㅋㅋ
소피언니. 진짜 해피피자 먹으면 해피 하나요?ㅋㅋㅋ
ㅋㅋㅋ쥰~~내년에 체험하러 같이갈까? 올해는 말이지...매사에 박장대소해보쟈ㅎㅎ 해피해질꺼야ㅋㅋㅋ
앙코르와트엔 땅고바는 없어? ㅎㅎ
ㅋㅋㅋ압사라댄스 바는 있어~띵기리딩딩딩~
ㅋㅋㅋ~ msg와 뉴에이지라~~
ㅎㅎㅎmsg 여파 지금도 겪고 있음
해피 허브가 매우 궁금한 1인.. 자생하는 양귀비라도 넣어주는걸까요 ㅋㅋ
나도 궁금해ㅋㅋㅋ
아직 동남아는 저에게 머나먼 땅 얘기 같지만.. 쌤 일기 보니까 궁금하기도 해요 ^^ 건강히 다녀오셔서 다행~
저도 건강히 다녀온줄 알았는데~그랬는데~~!! 장염진단ㅜㅜ 2일 굶으래요 의사가ㅋㅋ
@Sophie 으잉~! 이론 ㅠㅠ
물이 안 맞았나봐요 쌤 ㅠㅠ
약먹고 얼른 쾌차하세요~
@소려 Soryu ㅇㅇ그럴께요~소려님 고마워요~~~^^
열아님의 당부대로, 생수 싸들고 다녔지만...뭐 음식을 함부로 먹었으니 할말이 없네요ㅋㅋㅋ
쌤 그래두 건강히 다녀오셔서 다행이에여!!!!!!!! 체력두 짱짱!!!ㅋㅋㅋㅋㅋㅋㅋ bbbbbbbb
ㅋㅋㅋ지금은 쫌 메롱이지만~~얼른 회복해서 체력이 무엇인지 시범보일께요ㅎㅎ
해피피자라..ㅎㅎ궁금해지는 가장맛있었던음식 1위에서 웃었네요 여행가면 머리가 상쾌해지던데 좋으셨겠다^^2탄기다려요
게을러서 2탄 못쓰고 있어요ㅋㅋㅋ곧 올릴께요^^
해피피자 먹으러 가야겟네요~~~~^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