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바울이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바울이 가이사(황제)에게 상소하여 로마까지 온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이유밖에는 없습니다.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20절). 로마에 도착한 바울은 한 명의 로마 군인과 함께 따로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마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나자, 바울은 로마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바울이 로마까지 오게 된 연유(緣由)를 이야기하였습니다(17절~20절). 바울은 자기가 이스라엘의 율법이나 관습을 어기거나 배척하지 않았는데 유대인들이 자신을 로마 관리들에게 죄수로 넘겨서 재판을 받았지만, 로마의 총독은 자신에게서 죄목을 찾지 못하여 석방하려고 했지만, 유대인들이 반대해서 부득불 가이사에게 상소했는데, 이것은 이스라엘 민족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로마에 있는 유대인들을 만나 이스라엘의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죄수의 상태로 로마까지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울의 말을 들은 로마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에게 바울에 대한 그 어떤 편지도 받은 적도 없고, 누군가 와서 바울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없었다고 이야기하면서(21절), 바울이 전하는 가르침이 어디에 가든지 유대인들의 반대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바울의 가르침과 그 사상이 무엇인지 듣고자 한다고 이야기합니다(21절, 22절). 로마에 있는 유대인들은 매우 객관적인 태도로 바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것입니다.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바울을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날을 정하여 바울이 유숙하는 집에 유대인들이 많이 찾아왔고, 하루 종일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고, 모세의 율법과 구약의 선지자들의 말을 통해 나사렛 예수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아(그리스도)라는 것을 전하였습니다(23절). 이러한 바울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바울의 말을 믿고 받아들이는 자들도 있었고, 믿지 않는 자들도 있었는데(24절), 아마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다가 그 의견이 엇갈린 채 흩어지려고 하였습니다. 아마 바울의 말을 듣고 서로 난상토론(爛商討論)이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바울은 이사야 6:9, 10의 말씀을 인용하여 영적으로 어두워져서 복음을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그들의 우둔(愚鈍)한 모습을 한탄하였습니다(25절~27절). 하나님께서 선택하셔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율법과 선지자들을 통한 메시지들을 통해 메시아를 약속하셨고, 그 메시아가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한탄한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으니, 이 구원의 소식이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들에게 전해지게 되었고, 이방인들이 복음을 듣고 구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28절). 하나님은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을 받아 유대인들을 통해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길 원하셨지만,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거부하였기에 유대인들을 건너뛰어 이방인들에게 복음이 전파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로마에서 셋집을 얻어 거주하였습니다. 아마도 바울은 자신이 세(貰)를 지불하고 셋집을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로마의 군인이 바울을 지키고 있었기에 자유롭게 지내기는 하지만, 가택연금(家宅軟禁) 형태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바울은 2년 동안 자기 셋집에 머물면서 바울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모두 다 맞아들여,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하게 거침없이 가르치는 사역을 계속하였습니다(30절, 31절). 바울은 자기의 인생을 다할 때까지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인 복음 전파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의 기록은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이후에 바울은 석방되어 다시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다가 그리스의 아가야(Ἀχαϊα, Achaia,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남쪽에 있는 지역) 니고볼리(Νικόπολις, Nicopolis)에서 다시 체포되어 로마의 감옥에 갇혔다가 참수형(斬首刑)으로 순교당하였습니다. 바울이 다시 붙잡혀 로마에 수감(收監)된 이유는 네로(Nero) 황제가 로마에 일어난 대화재(大火災)의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뒤집어씌우면서 그 수장(首長)으로 여긴 바울을 체포하여 사형한 것입니다. 바울은 죽는 순간까지도 복음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바울로 인해 로마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편만(遍滿)하게 전해졌고, 결국 온 세상에 복음이 전파되는 일에 톡톡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바울이 사도행전 20:24에 에베소교회의 장로들에게 고백했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복음은 지금 우리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바울의 복음 전파에 대한 기록은 사도행전 28장에서 끝나지만, 이 사명은 우리에게 이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를 통해 이 복음 전파의 사역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흔히들 우리는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우리에게서 이 복음 전파가 멈춰서는 안 됩니다. 이 복음 전파는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이 바쁘고, 생업(生業)과 학업, 현실적인 문제들로 분주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복음 전파의 사명이 맡겨져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내 자신이 이러한 복음 전파의 사명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이 사명을 이뤄나가는 우리 모두가 되길 기대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