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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자가 없다. 지금의 환자 수가 실제로 의사들이 봐야 할 실질 환자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봤던 환자수는 가수요가 있는 것이다. 가수요를 유발하는 부분은 환자와 의사,그리고 의료제도의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수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현상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바랄 뿐이다. 자유롭게 병원 문을 드나들 수 있는 조건은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진짜 치료가 필요한 분을 걸러 내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집으로 돌려 보낼 수 있는 의사의 양심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제도와 의료분쟁 해결시스템이 잘 갖추어졌으면 한다. 그러나 이건 바람이지 실제 만족스런 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의료는 노동집약적인 성격이 강하고 다종 다양한 사람들이 충돌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식과 관습,도덕이 중요하다. 나아가 인문적 소양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고 본다. 공자가 이야기한 恕(서)나 성경의 황금율이 적용될 때 의료현장의 모순과 갈등은 더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총,균,쇠>라는 책이 있다.. 세상을 지배하며 문명을 교체시키는 힘중 하나가 균이다. 인류는 균과의 전쟁을 통해 발전하였다. 메르스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막 나타에 전염되고 DNA염기 배열 두 군데에 변이가 일어나면서 인간에게도 전염되는 바이러스로 변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박쥐와 낙타가 인간에게 저주를 퍼 불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바이러스가 살려고 그렇게 자연선택,적응진화를 했을 뿐이다. 메르스는 신종플루나 사스처럼 초반에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적 전염력에서 산발적 전파력으로 전화될 것이고 지역사회 풍토병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신종플루가 토착 독감으로 변했듯이 말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초기에 전파력뿐 아니라 독성도 강해 사망율을 높인다. 그러다 전파력은 약해도 사망율을 높이거나 전파력은 강해도 사망율은 낮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왜? 바이러스도 살고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해야 하므로. 숙주를 다 죽이면 자신들도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런 원리에 따라 메르스도 생각해 본 것이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식한 말이지만 면역력을 높이고 생존력을 집단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군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죽인 대부분은 그들이 옮긴 전염병때문이다. 그 전염병에 스페인군인들은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전에 다 앓아논 것이니까. 영국의 아이들은 천식등 면역질환이 많다고 한다. 왜? 어릴적 너무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니 외부와의 접촉이 적고 있어야 할 면역세포들이 제대로 성장,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대한 지금의 혼란과 우려는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그 대응 또한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좀 먼 시선으로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 어느 동문회지에 올린 글입니다. 6월 19일 기준 글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일명,메르스)사태를 바라보며
메르스란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MERS)의 약어로 2012년 0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신종 감염병이다.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막 낙타에 옮겨가면서 DNA염기 배열 두 군데에 변이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전염되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5월 20일 확진 판정받은 1번 환자를 필두로 6월 19일 현재 확진자 166명,이중 현재 치료자는 112명, 16명은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한다. 사망자는 24명이다. 대한민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메르스 감염자 수 2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왜 대한민국은 치사율은 높지만 전파력은 약하다는 전염병에 뚫렸을까? 국가방역체계의 어디가 문제였는가?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서울병원이 슈퍼전파의 온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앞으로 메르스사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나와 가족의 위생과 건강은 어떻게 챙겨야 하나? 여러 가지 의문과 걱정이 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몇 가지 정보 소개
먼저 원고 청탁을 받고 주의 깊게 인터넷과 시사잡지등을 들추어 봤다. 수 많은 정보가 떠 돌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JTBC의 썰전’에 나오는 이 철희씨의 “이게 정부냐?“라고 혹평을 날린 방송이었다. 방역업무는 국가의 일이다. 민간이 건물을 폐쇄하고 사람을 격리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뒷북만 치고 있다. 구체적인 팩트를 알고 싶으면 이 방송을 들어 보면 좋겠다. 메르스 사태의 전개 과정을 쉽게 파악하고 싶으면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인 노환규씨의 글을 찾아 읽어 보면 좋겠다.(ohmynews 6.16일자 인터넷 판 ‘한방에 정리되는 삼성서울병원 의혹’기사). 그리고 메르스라는 병이 무엇인지 개인 위생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으면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바르게 알고 미리 예방하는 메르스)를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1번 환자의 감염전파는 막을 수 없었다.
우선 반성부터 해야겠다. 만약 1번 환자를 내가 진료했다면 메르스를 의심했을까? 아마 못했을 것이다. 메르스라는 병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 2차 병원인 평택성모병원도 못 했다. 서울삼성병원에 가서야 진단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두 번이나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메르스를 처음 진단한 삼성병원 의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국가방역체계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선 의사들이 무지한 상태에서는 메르스 1차 확산은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에 대처를 잘 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30명의 감염환자만 잘 관리하면 끝날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14번 환자에 대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의 대처가 미흡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환자가 서울삼성병원 응급실에 5월 27일 내원하였다. 병원에서는 이 환자에게 메르스를 의심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분부에서도 의심환자 통지를 해 주지 않았다.(비슷한 시기 수원 성빈센트 병원에는 통지를 해 주어 초동대처를 잘 해 감염전파를 막았다) 이 점 때문에 서울삼성병원 감염내과과장이 국회 보고에서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확진판정을 받은 30일 이후에도 제대로 방역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증거가 속출했다. 6월 7일 병원의 기자회견에서 환자 675명과 의료진 218명을 무더기 격리조치 했다고 했으나 언제 격리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의 옆 침대 환자를 진료한 의사인 35번 환자는 증상이 발생한 31일 까지 병원측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의료진인 60번 환자는 6월2일부터 열이 나서 마스크를 쓰고 4일까지 대중교통수단으로 출퇴근을 했고 6월 6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병원내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증상이 있는 9일 동안 격리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의료진인 138번 환자도 14번 환자에게 감염되었으나 응급실에서 격리조치가 안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정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선례를 보고 서울삼성병원을 믿었다. 이 곳 병원장이 감염내과 과장이고 태평양아시아 감염학회 회장이기도 했다. 방역의 주도권을 병원에 맡겼다고 보지만 아직은 의혹수준이다. 민관합동대응반을 가동했다고 하지만 병원측에 주도권을 뺏기고 정부의 명령체계나 방역시스템은 개입하지 못했다는 의심이 든다. 이를 보다 못한 박 원순 서울시장이 6월 1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했다고 본다. 서울시장의 35번 환자에 대한 언급이 개인 인권의 차원에서 구설수에 오를만 했다. 하지만 그 동안 보인 삼성서울병원과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문제제기는 잘 했다. 거대 병원에 휘둘리는 중앙정부의 모습에 비해 이 재명 성남시장의 적극적 대처는 비교가 되었다. 초기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정부의 정책인지 서울삼성병원의 요구였는지 따져볼 문제라고 본다. 정보의 비공개로 국민들은 혼란을 겪고 과장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 점은 향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여 국가의 방역시스템을 새롭게 하는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르스의 전국 확산이 가져올 의료 논쟁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0여명의 환자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하루 8천명이 내원하고,응급실 입원실 침대만 2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초대형병원 서울삼성병원. 메르스의 전국 확산 현상은 이 병원이 전국의 모든 환자가 가고파(?)하는, 실제 가는 곳임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감염에 취약한 칸막이 구분의 다인실 병실 구조, 보호자가 있어야만 하는 간호시스템, 그리고 가족과 친지,지인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병문안문화가 메르스 집단 감염에 일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이 앞으로 의료계의 큰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5대 초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는 의료전달체계의 왜곡문제, 영리법인과 원격진료문제, 숫가 현실화문제, 국가방역체계의 재검토, 공공의료의 확충문제, 한국인의 위생습관, 병문안문화의 적절함,의사교육의 문제등등.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앞으로 메르스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평택 경찰관의 감염경로가 명확치 않고 4차 감염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결국 지역 내 감염으로 진행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지만, 산발적으로 속출하는 양상을 띨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감염 환자수가 줄어 들고 있고, 전염 경로가 대부분 파악되는 병원 내 감염이여서 결국 메르스는 잡힐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 맞다. 그러므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희망의 시니리오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한다. 정보를 신속,정확,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적절한 행동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역 내 감염으로 메르스가 확산한다고 볼 때, 각 지역마다 특별 진료소를 만들어 메르스 위험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 지역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 의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간과하기 쉬운 것 중에 감염자나 격리대상자들의 돌발 행동이 있다. 메르스 감염의심으로 격리 대상인 분이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 왔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은 억울하고 무언간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자중해야 한다.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전파시키려는 개인이 있다면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개인 위생 관리는 특별한 것 없다.
개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금처럼 병원 내 감염으로 국한되는 양상이면 손씻기,마스크쓰기등 개인 위생활동에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특히 마스크는 나를 보호하려는 것 보다 남에게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메르스가 유행한 병원에는 가능하면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막연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노인이나 어린이,임산부,만성질환,면역이 저하된 분들은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 가능한 사람이 많고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관리 활동요령은 질병관리본부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 참조하면 좋겠다.
메르스를 바라보는 인문적 시선
<총,균,쇠>라는 책이 있다. 세상을 지배하며 문명을 교체시키는 힘중 하나가 균이다. 인류는 균과의 투쟁과 변증법적 통일을 통해 발전하였다. 라틴아메리카인디언의 수가 줄어든 것은 스페인 군대의 총칼이 아니라 그들의 몸을 통해 건너온 온갖 전염병들 때문이었다. 메르스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선배 균들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까? 어찌됐든 인간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메르스 감염을 통해 한국인의 면역체계는 보다 튼튼해질 것이다. 인문적 시선으로 지금 당장이 아니라 조금 더 먼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그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메르스를 유발하는 변종코로나바이러스도 자연선택의 결과 일 뿐이다. 애초부터 숙주인 인간을 괴롭히고자 타고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바이러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바이러스는 숙주와 적당히 타협할 것이다. 숙주가 죽으면 자신들도 죽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감염력은 반비례관계를 갖는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인간들의 대처에 어떻게 생존을 이어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또 하나는 메르스 사태를 겪고 나면서 한국인들의 보건위생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앞으로 감기 걸린 사람이 마스크를 안 하면 지탄을 받는 분위기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병문안 문화가 약화될 수 도 있겠다.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긴다는 믿음하에 체온계,N95마스크을 비롯한 온갖 의료기구들을 집안에 비치하는 유행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가족위생관리사라는 직종이 생길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사건의 본질은 없다. 다만 다양한 현상과 측면이 있을 뿐이다. 또한 이를 바라보는 제각각의 시선들이 존재한다. 평가는 다양하고 해석은 엇갈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사태를 어느 한 쪽으로 규정하고 몰아간다면 풍부한 교훈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을 교훈삼아 모두가 참여하여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