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
천고마비라는 말은 없었다?
원래 ‘추고마비’(秋高馬肥)였지만
언제부턴지 아무런 문헌적 근거없이 ‘천고마비’로 바뀐 족보없는 말이란다.
왕조실록, 승정원일기에도
추고마비는 나오지만 천고마비는 없다.
이 말의 출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한서 흉노전>에는
‘추마비’(秋馬肥 가을이 되어 말이 살찌다),
▶두심언(두보 할아버지)의 시에는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 가을이 깊어 변방의 말이 살찌다)로 되어 있어 역시 '
천고'(天高)는 없다.
언제 바뀌었을까?
1925년의 신문에서도 이미 추고마비 보다는 천고마비가 휠씬 많이 등장 한다.
일제 전후에 들어온 듯하다.
즉, 일본은 지리적으로 변방 민족의 침입을 염려할 것 없어니 추고마비를 가을의
좋은 기후와 풍요를 뜻하는 천고마비로 바꾸어 받아 들였고 우리도 쓰게 된것같다.
결론적으로
추고마비는 북방 이민족 침입의 걱정이 담긴 말이었다면 천고마비는 가을의 좋은
기후와 풍요를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고해서 굳이 피하거나 또 본래의 뜻이 바뀐지 오래인 말을
새삼 원래대로 돌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유', '사회'같은 말도 일본에서 온 말이고 '도토리 키재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같은 말도 일본에서 온 말이다.
후자의 예로는 '횡설수설'이 있다.
본래는 가로세로를 꿰뚫어 본다는 좋은 의미였으나 지금은 뜻이 바뀌어 쓰이고 있지만
누구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