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작정하고 빚은 듯한 풍경과 밤하늘, 테렐지 공원… 그리고 '지구의 푸른 눈' 바이칼호수
가을은 연중 가장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계절이다.
다양한 톤으로 변주하는 붉은빛의 단풍, 맑고 높은 하늘, 포근하고 부드러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우리의 발길은 홀리듯 자연으로 향한다. 광활한 대자연이 뽐내는 아름다운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몽골의 테렐지 국립공원과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로 떠나보는 것을 어떨까.
◇몽골 테렐지 국립공원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여행지인 몽골은 9월과 10월이면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북동쪽으로 75km 떨어진 곳에 있는 테렐지 국립공원(Gorghi-terelj national park) 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자연유산으로 다채로운 자연경관을 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중생대에 형성된 산맥 아래 펼쳐진 다양한 형상의 화강암 기암괴석,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와 야생화 군락지, 타이가 삼림지대, 헨티산맥에서 발원해 흐르는 몽골의 젖줄인 툴강(tuul river)이 한데 모인 풍광은 대자연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테렐지 국립공원은 해발 약 1,700m에 위치한다. 고지대인 만큼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로 빠른 편이다. 이 시기에 맞춰 방문한다면 신이 작정하고 빚은 듯한 압도적인 풍경에 홀려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황홀한 색으로 대자연을 물들인 다채로운 색감은 밤이 되면 어둠 속으로 침잠하고 그 자리는 무수히 많은 별 무리가 대신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아름다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눈 깜박이는 찰나의 순간조차 아쉬울 정도다.
테렐지 국립공원에는 자연에 안겨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칭기즈칸이 달렸을 이 길 위에는 유목민의 전통가옥인 게르가 운집해 있다. 목동과 말, 야크, 염소, 양 떼가 금빛 초원을 누비는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 연상케 한다.
다채로운 자연이 한데 모인 만큼 이곳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테렐지 국립공원은 승마체험 명소로 정평이 났다. 말에 올라 툴강을 따라 삼림지대를 거닐다 보면 자연에 온전히 동화된 듯한 느낌에 가슴이 벅차다. 말을 타지 않는다면 트레킹을 추천한다. 붉은빛으로 물든 산야에 발을 디디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몽골 대자연의 강인한 기운이 몸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유목민 전통가옥인 게르에서의 하룻밤은 현지인의 생활방식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밤이면 초원에 누워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 무리와 은하수를 감상하는 일 역시 테렐지 국립공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필수 코스다.
현지 음식을 맛보는 것 또한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테렐지 국립공원 여행 중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전통 음식은 수태차, 허르헉이다. 수태차는 말린 찻잎을 끓인 물에 우유와 소금을 넣어 마시는 유목민 전통차다. 게르에서 주로 맛볼 수 있는데, 집집이 조리법이 다양해 볶은 밀가루나 양 꼬리 등을 첨가해 걸쭉하게 마시기도 한다. 양고기 찜인 허르헉은 몽골의 유목민이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나 잔치 때 내는 전통 음식이다. 양을 통째로 잡아 해체하고 나서 냄비에 고기와 채소, 뜨겁게 달군 몽골 초원의 자갈을 차곡차곡 쌓아 1시간에서 2시간을 익혀 완성한다.
◇러시아 바이칼 호수
바이칼 호수는 최대 수심 1621m로 전 세계 호수 중 깊이로는 1위다. 해수면 기준으로는 1285m 아래까지 내려간다. 넓이는 담수호 중 세계 7위(3만1722 ㎢)며, 지구의 얼지 않은 물 20%가 담겨 있다. 지난 1996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 거점 도시인 이르쿠츠크(Irkutsk)와 브라티야 공화국(Republic of Buryatia) 사이에 있는 이 호수에 약 365개의 강물이 유입되는데, 나가는 물길은 안가라강 딱 하나다. 바이칼 호수는 인근에 오염을 유발하는 대도시가 없고 바닥면에 사는 에피스추라(Epischura)라는 갑각류가 수질을 정화해 수정같이 맑은 물빛을 자랑한다. 날씨가 좋을 때면 수심 40m까지 내려다보이는 이 호수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 또는 '지구의 푸른 눈'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른 봄과 가을철에 가장 투명도가 높다. 호수 주변으로는 자작나무 숲과 빽빽한 침엽수림이 끝없이 펼쳐지며, 바이칼 바다사자와 같은 희귀종을 포함한 동식물이 무려 1500여 종이나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바이칼은 '고기가 많이 잡히는 호수'이라는 뜻도 있는데 오믈(Omul)이라는 연어와 비슷한 생선이 많이 나온다.
이르쿠츠크에서 육로로 이동한 관광객들은 리스트비얀카 마을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호수 주변의 다양한 풍경을 둘러보고 싶다면 옛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을 달리는 관광열차 환 바이칼 철도를 타는 것이 좋다. 차창 밖으로 느릿느릿 지나가는 서정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싶다면 바지선을 타고 바이칼 호수에서 가장 큰 유인도 알혼섬에 들어가야 한다. 알혼섬은 길이가 약 72㎞, 폭은 15㎞며 대략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다. 광활한 평야가 펼쳐진 이 섬에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들이 여럿 있고 약 2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이 섬의 원주민들은 우리 민족과 비슷한 전통문화와 풍습을 갖고 있어 흥미롭다. 원주민들은 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부르한 바위(샤먼 바위)에 신성한 기운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가는 루트는 대략 3가지다. 가장 흔한 방법은 여름철마다 직항편이 뜨는 인천∼이르쿠츠크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이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Khabarovsk),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까지 날아가서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고 이동하는 경로도 많이 이용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체험을 하고 싶다면 몽골과 연계한 여행 코스를 짜봐도 좋다. 탁 트인 대평원과 끝없이 펼쳐지는 침엽수림, 밤마다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여행 내내 즐길 수 있는 여정이다. 바이칼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이르쿠츠크는 세계에서 가장 춥다고 알려진 도시다. 시베리아의 매서운 강추위를 감내하고 싶지 않다면 가을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수도몽골 울란바토르(Ulaanbaatar), 러시아 모스크바(Moscow) 비자몽골은 무비자 협정 국이 아니다, 몽골 여행을 위해선 대사관 혹은 여행사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3개월 단수비자) 러시아는 사증면제협정국으로 무비자 6개월 여행 가능 비행시간몽골 울란바토르 3시간 40분, 러시아 이르쿠츠크 4시간 20분(바이칼호까지는 이르쿠츠크 공항에서 차로 4시간 이동) 시차몽골 테렐지 국립공원 지역, 러시아 바이칼 호수 지역 모두 한국보다 1시간 느림 공용어몽골어, 러시아어 화폐몽골 투그릭(1쿠그릭= 45원), 러시아 루블(1루블= 16.57원) 전압몽골, 러시아 모두 220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