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종회 의원 선거 앞두고
입후보스님 공양비 500만원
조계종 “공식 답변 어려워”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한국불교 대표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내에서 또다시 금권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그동안 조계종 선거에서는 금권선거 등이 잇따르면서 불교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진우스님이 종단의 변화와 쇄신을 내세운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터진 금권선거 의혹에 대해 불교단체는 종단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금권선거신고센터는 “10월 13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4교구 선운사의 현직 종회의원이자 18대 중앙종회의원 입후보자인 A와 B스님이 지난 8월 16일~18일(2박 3일) 제주도에서 진행한 24교구 선운사 교구종회에 각각 500만원씩을 대중공양비로 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는 ‘일체의 금품 및 이익을 제공’할 수 없다는 조계종 선거법 제36조(선거운동 정의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주장했다.
조계종 선거법 제36조는 종단 내 모든 선거에서 선거인의 식사 및 숙박 알선을 할 수 없으며 일체의 금품 및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7년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한 수불스님은 당시 후보 등록에 앞서 전국 교구본사를 찾아다니며 ‘대중공양’이란 명목으로 국장단 등 소임자 스님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조계종 중앙선관위로부터 공권정지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센터 측은 “특히 A와 B스님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선거권을 가진 교구 종회의원들에게 대중공양비를 제공했기 때문에 그 죄목이 더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해당 스님들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11일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종법을 위반한 후보에 대한 조계종 중앙선관위와 호법부에 고발장을 접수, 신속한 조사와 조치를 요구했다.
조계종의 중앙종회는 입법권을 지닌 곳으로 사회로 치면 국회 격에 해당한다. 종헌과 종법 개정이 전부 종회의원들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종단 내에서 큰 권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보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봐야 한다”면서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금권선거’는 종교계에서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다. 특히 조계종은 오랫동안 금권선거, 야합정치 등의 오명을 받아왔다. 급기야 지난 2017년 당시 조계종 봉암사 수좌 겸 전국선원수좌회 장로선림위원 적명스님은 불교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 얼마나 썼냐. 한 10억은 썼느냐’는 물음에 ‘10억은 아니고 한 7억 정도 썼다’고 말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들은 생생한 증언이다. 이게 현실”이라고 종단의 현실을 폭로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출가자 급감 등 현재 한국불교가 위기에 직면한 현실 속에서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종단 차원의 자정과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교계에서는 그간 해외 원정도박, 부동산 은닉, 은처자 의혹 등 승려들의 부적절한 행위와 불법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일이 비일비재했다.
금권선거는 비단 불교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10당 5락’ 사건도 금권선거 논란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한기총의 꼬리표로 따라다니며 지울 수 없는 상징이 됐다. 국내 개신교 교단 중 교세로는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역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금품 수수, 흑색선전 논란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 2010년 5월 예장 통합이 발표한 ‘총회 선거 개선을 위한 성명서’에서도 “세상 선거보다도 못한 불법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며 “상상을 초월한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성도들이 하나님께 정성과 거룩함으로 드린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한편 금권선거 의혹을 받는 A와 B스님은 18대 중앙종회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