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대중교통 23-4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슬기 씨, 오늘 버스 카드 충전하러 가는 것 알고 있죠?”
“응”
“점심 먹고 사무실에 가서 슬기 씨 체크카드 받으세요.”
“응”
버스카드 충전하러 가는 날이라고 아침부터 슬기 씨에게 말했다.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에 거침이 없다.
점심시간이다.
슬기 씨가 식당 앞에 서 있다.
“슬기 씨, 체크카드 꼭 받아 놓으세요.”
“응”
다시 한번 체크카드를 받아 놓으라고 당부했다.
직원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나오니 슬기 씨가 외출 준비를 일찌감치 마치고 거실에 서 있다.
“슬기 씨, 체크카드는 받았어요?”
대답은 하지 않고 카드 지갑만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받지 않았다는 몸짓이다.
“슬기 씨, 사무실에 가서 체크카드 받으세요. 버스 카드 충전한다고 꼭 말하세요.”
“응”
대답하기 무섭게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잠깐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슬기 씨를 찾아보니 받은 체크카드를 지갑에 넣고 있었다.
“슬기 씨, 버스 카드 충전하러 간다고 말했어요?”
“응”
대답 소리가 작다.
슬기 씨의 대답 소리가 작은 것으로 보아 아마 말하지 못한 것 같다.
함께 내수 농협으로 이동했다.
내수 초등학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카드 잔액을 확인했다.
“슬기 씨, 잔액 확인해 보세요.”
슬기 씨가 버스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댔다.
잔액이 39,000원이라고 표시 됐다.
“슬기 씨, 얼마 남았죠?”
“삼십구만 원”
“슬기 씨, 삼만 구천 원 이잖아요. 삼십구만 원이 아니고요.”
“삼백만 원”
이번에는 단위를 더 높여서 말했다.
“슬기 씨, 삼만 구천 원이에요. 알았죠?”
“응”
슬기 씨도 살짝 민망한지 웃으며 대답했다.
“슬기 씨, 버스 카드 충전하는 곳으로 가보세요.”
슬기 씨가 내수 농협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내수 농협을 지나치며 직원을 돌아봤다.
“슬기 씨, 이쪽으로 들어가야죠.”
슬기 씨가 직원의 말을 듣고 앞장서서 내수 농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ATM기가 있는 쪽으로 돌아서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슬기 씨는 직원이 함께 있으면 직원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슬기 씨, 맞아요. 그쪽으로 가면 돼요.”
슬기 씨가 ATM기 앞에 멈춰 섰다.
“슬기 씨, 카드 꺼내세요.”
체크카드만 꺼내려고 한다.
“둘 다 꺼내세요.”
체크카드와 버스 카드를 모두 꺼내 들었다.
“체크카드는 이쪽에 넣으세요.”
슬기 씨가 체크카드를 넣는 입구의 아래쪽에 카드를 넣으려고 한다.
“슬기 씨, 위쪽이에요.”
이제야 바로 넣었다.
“버스 카드는 이쪽에 올려 주세요.”
슬기 씨가 직원의 도움으로 버스 카드를 올려놓았다.
그 뒤로는 기계의 안내에 따라서 충전을 진행했다.
비밀번호를 누를 때, 충전 금액을 누를 때는 전담 직원의 도움을 받아 숫자판을 슬기 씨가 직접 눌렀다.
이렇게 버스 충전을 마쳤다.
“슬기 씨, 영수증은 제가 갖고 갈게요. 체크카드는 슬기 씨 것이니까 슬기 씨가 택견 마치고 집에 와서 직접 사무실에 주세요.”
“응”
체크카드와 버스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대답했다.
“슬기 씨, 택견 수련 하고 있다가 집에서 봐요.”
“응”
택견 전수관으로 향하는 슬기 씨의 발걸음이 오늘도 가볍게 느껴진다.
전담 직원이 혜화 학교 학생들의 하교를 돕고 들어오는데 이슬기 씨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가만히 보니 주머니에 살짝 손을 넣어 뭔가를 잡고 있었다.
체크카드였다.
사무실 앞에 서 있던 국장님에게 다가가더니 체크카드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국장님께 체크카드를 주고 사무실을 손으로 가리키며 밖으로 나갔다.
“갖다 넣으라고요. 알겠어요.”
국장님이 웃으며 응대해 주었다.
이층에 올라와서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슬기 씨에게 카드 갖다 놓으라고 하셨어요?”
“아니요. 발만 닦도록 얘기해서 발만 닦았어요.”
“네, 감사합니다.”
슬기 씨가 전담직원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가 스스로 체크카드를 사무실에 갖다 주었다.
느리지만 하나씩 하나씩 슬기 씨가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06월 12일 월요일 원종오
슬기 씨 "카드 꺼내세요." "이쪽에 넣으세요." "이쪽에 올려 주세요." 보다 예를 들면 동작을 멈췄을 때 "그다음에 뭘 하면 좋을까요?"라든지 질문의 방법을 달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상황에 슬기 씨가 선택, 통제할 수 있도록요. - 다온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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