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기도 1177. 시월의 기도(241002)
요세비
부족한 노력에도 같은 결실을 나누어 주는 하늘에 감사하게 됩니다.
보잘것 없던 나무 한 그루도
열매를 가득 달고 서있는 모습에서
생명의 숭고한 사명을 깨닫습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이웃의 풀들도 볕을 쬐고 바람을 맞고 한줌의 물과 양분을 찾아 뿌리를 깊게 내리고 키를 키웠던 지난 여름 나는 무엇을 했나 돌아보게 합니다
몇 십 년만의 폭염을 욕하며 그늘과 물가만 찾고 있었지 않았나?
폭염의 원인이 무분별한 나의 씀씀이에서 비롯 되었음은 생각 않고 남이 버린 행위만을 심판하며 나라, 이웃, 탓 만을 소리 높여 꾸짖지는 안했는가 반성하게 합니다.
어김없이 하늘은 푸르고, 밤송이는 벌어지는데 밤나무에 부채질 한번 안해준 나는 밤알 주울 생각부터 하고 있었음을 반성합니다.
빈약한 이파리와 넝쿨을 보며 꼴이 안되겠다고 여겼던 고구마가 다섯 자식을 매달고 붉은 웃음을 보며 지난 폭염에 물 한번 시원하게 주지도 않았음을 반성합니다.
모든 관계에서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며 게거품을 물었는데 알고 보니 쐐기가 되어있는 나를 반성합니다.
베짱이가 되어 누구에게도 필요선(善)이 되지못하고 악에 기울어 있던 지난한 지난 계절에 하늘에 쑥대욕을 하며 심판한 불만의 죄를 반성합니다.
빈 바랑을 지고 멈출 곳을 찾지 못하는,
시월이 되면 부끄러워 하늘 보기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