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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군폭포
"비류직하 삼천척((飛流直下 三千尺)!"
개성의 명기 황진이가 박연폭포의 풍광에 반해 읊었다는 시구다. '수직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길이 삼천 척이나 되더라'는 것이다.
박연폭포, 서경덕과 더불어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렸던 황진이는 박연폭포 아래의 고소담에 머리채를 던져 물에 적신 뒤 용바위에 일필휘지로 써내려갔다고 한다. 시구는 이렇게 이어진다.
"의시은하 낙구천(疑是銀河 落九天)!"
폭포의 낙하 모습이 '마치 은하수가 구천에서 쏟아지는 듯하다'는 감탄사다. 이 시는 원래 당나라 시인 이백이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지은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라고 한다.
심산유곡에서 펼쳐지는 구장군폭포(九將軍瀑布)의 대향연을 바라보노라니 이 시구가 자연스레 연상됐다. '비류직하 삼천척 의시은하 낙구천'이 따로 있나. 마치 이백이 이곳에 와서 짓기라도 한듯 딱 들어맞는다.
전북 순창의 명소인 강천산(剛泉山)의 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구장군폭포는 장엄하기 그지없다. 높이 120여m의 폭포가 쌍을 이뤄 다투듯 떨어지는 게 절경 그 자체다. 아스라히 높은 데서 직각으로 떨어지다가 하얗게 부서져 실타래처럼 흘러내린다.
이 폭포는 아홉 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이겼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장쾌무비함이 남성성을 그대로 나타내주나 죽고 사는 장수의 이야기보다 세속을 잊고 유유자적하는 도인의 여여함으로 비유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폭포 건너편에는 산수정(山水亭)이 수도승처럼 단아하게 앉아 있다.
아무튼 기암괴석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는 이곳을 찾는 탐승객들에게 아름답고 신비한 풍광을 듬뿍 선물로 안겨준다. 폭포수의 소리는 마치 은구슬이 한꺼번에 흘러내리는 듯 맑게 귀를 간지럽힌다.
구장군폭포와 짝을 이루는 게 병풍폭포다. 강천산 계곡의 초입에 있는 이 폭포 또한 이름 그대로 병풍 산수화에서나 봄직한 수려한 자태를 뽐낸다. 비가 내린 후여서인지 이날은 수량이 제법 많았다. 모두 다섯 갈레의 물길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제 멋대로' 낙하했다.
높이는 각기 30-40m. 규모는 구장군폭포보다 작으나 아기자기한 맛은 그보다 앞선다 싶을 정도다. 죄 지은 사람이 이 폭포 앞을 지나가면 죄를 용서받는다나? 아무튼 진입로에서 낸 입산료 2천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금방 가시게 하는 풍치가 아닐 수 없다.
구장군폭포와 병풍폭포가 짝은 이룬다고 한 건 둘이 비록 2.7km나 떨어져 있지만 묘하게 대비되는 부분이 있어서다. 구장군폭포가 웅대ㆍ장쾌하다면, 병풍폭포는 단아ㆍ화려하다. 즉, 남성성과 여성성을 각기 띠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폭포는 십 리 가까이 떨어져 있으나 서로를 몹시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물길은 구장군폭포에서 병풍폭포 쪽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려간다.
강천산은 순창군이 자랑하는 최대의 명소다. 특히 길게 이어지는 계곡은 어느 명산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아늑하고 신비한 느낌을 편안하게 안겨준다. 강천산의 정상인 왕자봉은 해발 583.7m. 이 산은 금성산성으로 유명한 전남 담양의 산성산(603m)과 이어져 있다.
강천산만의 자랑은 아무래도 계곡을 따라 평평하게 이어지는 등산길인 것 같다. 산의 입구에서 십 리가량 평길이 이어져 등산로라기보다 차라리 산책로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다. 그래서인지 나이 드신 노인분과 어린 아이들은 물론 휠체어를 밀고 가는 사람들도 별다른 어려움없이 산천경개를 완상할 수 있다.
진입로 한 켠에는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서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비포장 산길은 마사토로 잘 덮여 있어 신발을 챙겨들고 걷는 맛이 일품이다. 다시 말하지만 계곡을 따라 이토록 긴 평길을 홀가분하게 걸을 수 있는 산길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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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자아내는 남녀 화장실 출입문
비 온 뒤라서인가? 계곡에는 수량이 제법 많다.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 위로는 옅은 안개가 살짝 내려앉아 운치를 더한다. 수묵채색화랄까? 산길을 따라 걷노라면 천지사방이 그대로 신선계의 병풍 그림이 된다.
휴가철 막바지라서 더 그럴 것이다. 주차장이 빼곡하다 했더니 과연 계곡마다 피서객들로 붐빈다. 자리를 펴고 드러누운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아이를 고무보트에 태워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등등으로 시끌벅적하다. 강천사 앞 계곡에는 수 백개의 돌탑에 잔돌을 조심스레 올려놓는 손길들도 보인다.
강천산 계곡에는 아담한 볼거리들이 널렸다. 무엇보다 투명한 물을 꼽아야 한다. 얕은 내를 이루다가 깊은 소(沼)를 만들어내는 흐름은 말 그대로 명경지수다. 나무다리와 징검다리, 무지개다리를 차례로 건너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책로의 중간쯤에는 이르면 양쪽 봉우리 사이에 건쳐진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30m 가량 될까? 하늘에서 출렁거리며 건너는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쁘다. 대자연 속에서는 만나는 인공이 오히려 반갑다. 물론 아담한 산중사찰인 강천사도 빼놓을 수 없고.
산길을 가노라면 길 양쪽으로 각종 나무들이 시립하듯 서 있다. 서어나무, 굴참나무, 산딸나무, 층층나무, 산뽕나무, 은행나무 등이 한없이 이어진다. 여름이라서 그렇지 가을이 되면 단풍나무가 아주 멋질 것 같다. 또하나 눈길을 모으는 것은 수령 500년이라는 모과나무. 이 나무는 강천사 앞에 의연하게 서 있다. 내 생전에 이렇게 큰 모과나무는 처음 본다.
하산은 나뭇길로 하기로 했다. 순창군은 걷는 묘미를 더해주고자 산언덕을 따라 나무 숲길을 별도로 만들어놨다. 계곡에서 미처 못 본 풍경을 중턱길을 천천히 오르내리며 감상하라는 거다. 이토록 긴 나뭇길을 만드느라 인부들도 참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을 찾는 탐승객들이 자주 하는 얘기란다. 강천산이 군립공원이라는 게 아깝다는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강산은 당연히 국립공원이 돼야 하지 않느냐며 입을 모은단다. 물론 국립, 도립, 군립 공원의 기준이 있겠는데, 계곡만 봐선 탐승객들의 말처럼 국립공원이 돼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단풍잎 아름다운 가을날에 이 멋진 산을 다시 찾아봐야겠다. 그때는 계곡보다는 산등성이를 주로 걸으며 산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봐야겠다.
20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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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폭포
첫댓글 아침녘 고운 가락과 함께 강천산의 폭포가 청량하게 다가섭니다.
남도는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 좋아요...
대타 님께 커피 한 잔 타 보냅니다. 날은 덥지만 보람찬 하루 되세요...^^
역시 우드님표 커피는 맛있습니다^^! 우드님은 늘 이런 심산유곡에서 사시니 좋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다^^^^
부럽쏘!!!!! ㅎㅎ
고맙쏘!!!!! ㅎㅎㅎ
저도 그 계곡에 반했답니다. 비온뒤라 수량이 많아서 도 좋은데요? 제암산 백두산 보내놓고 허전해서 올렸쏘? 제암산 사진만....ㅎㅎㅎ
여럿이 갔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단 둘이 가다 보니 할 수 없이 제암산 사진만 여러 장 올려놨습니다. 아니, 내가 시방 왜 이래? , 이러다 맞아 죽을라... ㅎㅎㅎㅎ
계곡보다 , 더 멋진 ~~~~ 대타 + 제암산^^ 아름답쏘 !!!!!
휘 여사도 얼른 나아서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할 텐데. 휘리릭^^고맙쏘!!!!
아무리 생각해도 대타님은 전주로 잘~가신거 같애요~~두 분의 모습이 넘~넘~아름다우세요!! 총각 처녀같다면 저를 푼수아줌씨로 보실레나~~~^^*
초여름에 다녀왔는데 산중에 갑자기 폭포가 화악~펼쳐지니 장관이었어요. 구장군푹포도 절경이구요.
근데 이 폭포가 인공폭포라 해서 어리둥절했답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인공폭포인지도 궁금하구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폭포였는디...
말로만 듣던 곳인데 갈 날이 있겠지요
대타님 글 보니 기대가 더해집니다.
폭염주의보 속에서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작년 가을에 가보고 홀딱 반했던 곳입니다. 맨발로 오르는 이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아름다운 풍경과 꽃보다 예쁜 두 분 반갑습니다.^^
늘~ 마음속에 두고 있던곳!!! 늦 여름에 꼭 한번 가리다 다짐 합니다^^& 고맙심더^^&!! 더운데 건강 조심 하십시오^^&
그계곡에 나두 홀딱 반했쏘~~~~ㅋㅋ
그랬쏘?!~~~~~ ㅋㅋ
제암산 님은 백두산에서 대타님이랑 함께 못 가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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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잘 안 묵고
웃도 잘 안 하고
말도 잘 안 하고
눈에 총기도 엄꼬
경치도 본둥 만둥
마치 오뉴월 능수버들 늘어지뎃끼 시들부들 합디다.
그래서 시들부들하도록 냅 뒀습디요? 안 그랬것제, 우리 참새님이. 그라고 갑장 좋다는 게 머시것오? ^^
오메~ 멋져요. 제암산님은 좋겠다~~ ㅎ ㅎ ㅎ 올 가을 순창 강천사로 꼭 가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