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화장품 글로벌 인기 수출도 신기록(55억1000만 달러, 2025년 상반기) 07130915 중앙센데이

폴란드 134%(작년 대비 수출액), UAE 69% 뛰었다...K뷰티 지도 확장어려운 대내외 경제 여건에도 선방하고 있는 업종은 있다.수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방산과 조선, 식품이 대표적이다.여기에 최근 하나가 더 추가됐다.화장품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이하 'K화장품)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55억1000만달러(약 7조5600억원)로 전년 동기(48억달러)보다 14.8% 증가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2년 전인 2023년 상반기(40억7000만 달러)보다는 35.4%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은 K화장품의 위력에 '경기 방어주냐 민감주냐'라는 논란이 뜨겁던 국내 화장품 기업 주가도 반등 또는 급등 중이다.                                                           상반기 수출액 7조5600억원, 역대 최대중국 수출 비중 첫 10%대 부진에도 유럽 등서 세 자릿수 수출 증가율K콘텐트 인기에 뷰티도 덩달아 관심제품 현지화, 안정적 공급망도 한몫아모레퍼시픽 등 주가 반등 이어져 식약처는 지난 3일 K화장품의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 집계를 발표하면서 주목할 만한 사실 하나를 전했다.바로 K화장품이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수출시장인 중국에서의 부진이다.식약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은 K화장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억8000만 달러어치 수입했지만, 이는 전년 동기보다 10.8%줄어든 수치다.그러면서 전체 K화장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도 19.6%로 사상 처음 10%대로 낮아졌다.사실 중국에서 K화장품 매출 성장이 꺾인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2013~2018년에 연평균 40%씩 성장하던 K화장품의 對중국 수출액은 2019년 14%대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확연히 꺾였다.2023년엔 전년 대비 -23.1%로 역성장이었다.2017년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시행한 限韓令, 그리고 그사이 급성장해 K화장품의 대체재가 된 중국화장품 영향이 컸다.최근에는 중국에서 심화한 경기 침체 역시 영향을 미쳤다.이처럼 중국에서의 수출 부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K화장품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이는 다른 수출 시장에서 그만큼 인기를 끌면서 많이 팔았기 때문이다.예컨대 올 상반기 K화장품은 미국에서 1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수출액이 17.7% 증가했고, 일본에서도 5억5000만달러로 15.7% 증가했다.수출액, 프랑스. 미국 이은 글로벌 3위특히 유럽과 중동 등지에서 고루 잘 팔린 게 영향을 미쳤다.폴란드가 전년 동기보다 133.8% 증가한 1억5000만 달러어치 K화장품을 수입해 처음으로 K화장품 수출 상위 10개국 안에 진입했고,프랑스(7000만달러 , 116.1% 증가)와 영국(1억달러, 46.2% 증가)도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였다.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가 1억2000만달러(69.4% 증가)로 K화장품을 많이 수입했다.이외에 아시아에선 인도, 남미에선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K화장품 수입이 많이 증가했다.이에 힘입어 한국은 화장품 수출액에서 전통 강호인 프랑스와 미국에 이은 글로벌 3위를 기록하고 있다.2023년까지 한국보다 앞섰던 독일을 지난해 4위로 밀어냈다.식약처 관계자는 '기초화장품이 올 상반기 전체 K화장품 수출액의 약 75%를 차지했고 이어 색조화장품과 인체세정용품, 두발용품 순이었다'고 말했다.K화장품의 광범위한 인기 비결은 뭘까.우선 K팝과 K드라마.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트가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화장품의 자연스러운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화장품이 불리했던 환율 여건에도 수출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한 데는 한류 콘텐트 주인공인 유명 아이돌과 배우 등이 꾸준한 글로벌 인기를 끌면서 K화장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영향이 컸다'며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도 주목할 대목'으로 분석했다.'품질 등 기초 채력 강화 중점둬야' 지적페이스북.인스타 그램 등 소셜 미디어도 계속해서 K화장품 수출의 '발사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재생시간 1분 이내로 분량이 짧은 동영상인 쇼츠가 최근 글로벌 대세인데, 짙은 색감을 강조하는 서양식 화장법보다 엷고 자연스러운 세련미를 추구하는 한국식 화장법이 이런 쇼츠를 통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폴란드 유학생 김주영(26)씨는 '인터넷에서 쇼츠를 보고 한국식 화장법을 따라하거나 내게 문의하는 친구.지인이 1~2년 사이 급증했다'고 전했다.마치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소셜 미디어에서 세계인의 '매운 맛 챌린지' 대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K라면 수출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믿었던 중국에서 한한령 이후 한바탕 곤역을 치렀던 화장품 업계가 수년간 수출처 다변화와 현지화에 공들인 것도 결실을 맺고 있다.예컨대 화장품 업계는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에서 K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현지인이 안심하며 쓸 수 있는 할랄(halal) 인증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데 전념했다.오유경 식약처장은 지난해 공식석상에서 '국내 화장품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미국.중국 등의 화장품 규제 강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요 수출국 외에 할랄 시장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이같은 노력은 UAE 등 중동에서 K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성과로 이어졌다.제조부터 유통까지 시장 주도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출 공급망을 자력으로 확보한 것도 K화장품의 힘이다.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 등이 활발한 연구.개발(R&D)로 세계인의 취향에 맞는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고, 콜마BNH와 코스맥스 등이 ODM(제조사가 제품 디자인.개발을 모두 주도하는 위탁생산)과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의 생산)으로 수요에 발맞춘 탄력적인 공급에 나서고 있다.실리콘투 등 화장품 유통 전문 업체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실리콘투의 경우 올 1분기 매출 2457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도 연일 치솟고 있다.박은정 하나증권연구원은 '유럽과 중동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고 분석했다.아모레퍼시픽과 한국콜마 등도 최근 수출 실적 호조를 앞세워 증시에서 길었던 침체기를 뒤로 한 채 반등하고 있다.화장품 업계의 관계자는 지금 같은 좋은 분위기가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동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이다.김해정 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K콘텐트 영향력이 쇠퇴하거나, 콘텐트와 패션.뷰티 사이 접점이 약화하면 K화장품 인기 역시 시들해질 수 있다'며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고품질과 합리적 가격, 꾸준한 현지화와 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으로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