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 메이플 호텔.
초라한 여관에서부터 시작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 호텔은 한국을
본점으로 해서 세계의 훌륭한 1류 호텔계에서도 인정받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과 경영 철학
을 가지고 있는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호텔 체인이다.
호텔이라면 차고 넘친다는 미국에서도 인정받은 이 호텔은 섹션별로 각 국의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인테리어 되어 있고 다국적인 고용을 하는 등, 선진적인 경영 방침을 가지고 있다.
단 한가지 이 골드 메이플 호텔의 뿌리가 한국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세습제에 있었
다. 현재의 대주주인 양명균 사장을 비롯해서 그 아들인 양진리, 양마리가 합친 주식이 절반
정도가 되는 양이다. 철저한 세습제를 따른다. 다른 경영에서는 선진국형 경영을 하면서도
유독 후계자에 있어서는 혈연을 고집하고 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Second*
승민은 한 때 그의 아버지가, 또 한 때는 그의 누나가 썼을 법한 넓은 서재의 책상에 놓여
진 서류를 읽다가 피곤한지 왼손의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지긋이 눈을 눌렀다.
시차도 그는 비껴가는 것인지 8시간이 넘는 비행에 조금은 지칠 법도 한데 그는 인터넷에서
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해서 검은 루트의 이야기까지 전부다 캐치해냈다.
여타 다른 그룹이나 외국의 바이어로부터 세습제에 대한 비난을 아예 안받았던 것은 아니지
만 세습제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조차도 플러스의 이미지로 바꾸어 놓은 대단한 ‘양’씨 가문
에는 엷은 존경심마저 생겼다.
지금의 양명균 사장은 하버드를 졸업한 수재였고, 그 아들인 진리 역시 아버지를 따라 하버
드를-그것도 월반해서 졸업한-수재였다. 온갖 사랑을 받고 자랐다는 홍일점 양마리의 전공
은 경영은 아니지만 세계 평화 단체로부터 몇 번이고 상장을 부여 받을 만큼 선행을 하고 있
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만약 그녀의 선행이 경영전략으로부터 나온 거라면 꽤나 만만하지 않
은 체계를 가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세습을 하는 그룹인 만큼 혈연에 매달릴 것이 뻔한데, 의외로 능력에 따라 많은 인재를 포섭
하는 모양이었다.
쉽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조사된 자료를 읽고 있자니 후계자고 뭐고 미국으로 돌아가
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미국에서 일하던 로펌에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요즘 식사도 많이 못하재. 많이 마르셨다 아닝교”
“..................”
“위를 다 잘라냈다 아닙니까. 게다가 얼마나 심하게 전이가 됐다는지 보이는 것만 긁어내
고 그냥 꿰맸다 하던데”
누가 누나냐며-
어디가서 ‘연’씨 집안 사람이라고는 뼈가 부러져도 하지 말라던 사람이 그의 누나, 노부인
이었다. 승민의 기억속엔 엄한 얼굴만 남아있는 그의 아버지에게도 괄괄하게 대들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8년만에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앙상하게 마른 얼굴에 소름이 돋은
것도 사실이었다.
비행기 사고로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었던 그녀. 그것으로 더욱 심하게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은 얼굴에 문득 그녀의 아들이 되고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그래도 같은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곤할텐데 자지 않고-”
“누님-”
승민은 묻고 있던 두 손을 때며 벌떡 일어났다. 새벽 1시. 병이 깊은 노인이 깨있기에는 힘
든 시간이었다.
“주무셔야죠!”
“............내 아들은.. 공부를 지독히 싫어했다”
“..............”
그는 뭐라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아들과 남편을 잃은건 승민이 미국에 간지 3년쯤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노인은 ‘그래, 그랬지’라며 다시 한 번 중얼 거리며 깊이 생각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지독히도 재능이 없는 아이었다. 공부에 대해서 말이다”
“....................”
“그래도 제 애비가 검사고, 엄마가 변호사니- 두 사람의 직업은 아니더라도 흔히 말하는
‘사’자 붙은 직업은 달게 하고 싶은것이 부모 된 입장의 바람이었다”
그랬다. 승민의 집안은 대대로 법조계에서 일해왔다. 그의 아버지는 검사 출신으로 후에 정
치가로 방향을 전환에 국회의원이 되는 등, 나라의 권력을 이용해 살아온 집안이었다. 그래
서 친척들 역시 대부분 법조계로 빠지곤 했다.
한국의 대형 로펌 ‘JUSTICE FIRM’의 60%는 연씨 가문 사람들이었으니 할 말 다했지. 골드
메이플 호텔 만큼이나 똘똘 뭉친 혈연 집단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후계자’역시 이 ‘JUSTICE FIRM’ 이야기이다.
“헌데.. 정말 재능이 없었다. 머리도 둔했고- 혹여나 끈기나 오기라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재능도 없더구나. 그 녀석에게 부처님이 재능을 주었다면 맨날 놀고 먹는 뻔뻔함 이었
을 거다”
신을 믿지 않던 그녀였다. 그녀에겐 스스로가 신이었다.
자기 자신만을 믿었고, 또 그래서 틀린 적은 거의 없었다. 가족을 잃은 후로 절에 다니기 시
작했다지. 무엇인가를 믿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기 자신이든, 신이든, 그 누군가든.
그것은 의지가 되는 일이니까.
“단지 그 애가 잘 되길 바라고 있었을 뿐인데.. 그애가 죽고나니 왜 그렇게 못해준 것만 기
억이 나던지....”
노인의 끝말이 살짝 흔들리자 승민은 더욱 숨소리를 죽인다. 그의 기억에 오류가 없는 한 그
녀와 이렇게 오랜시간 이야기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비단 우리 로펌을 다른 집안 핏줄에게 주기 싫어서 굳이 미국에서 살겠다는 너를 끌어 내
린 것은 아니다”
“어린애가 아니니까 오기 싫었으면 안왔을 겁니다”
그랬다. 실로 그는 잘나가는 변호사였으니까. 미국에서 알아주는 로펌에서 일하며 대기업만
을 상대하는 그가 뭐가 아쉽다고 한국같이 조그만 나라에 와서 일하겠는가. 그는 거부할 이
유와 명분도 충분했고 그것은 노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
미 모든 생각을 정리하고 결론을 내렸다는 뜻이다.
“너한테는.. 미안한게 많았다.”
“기억 안납니다. 누님도 잊으세요”
승민은 조용히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미워했었던 적은 분명이 있었다. 원망도 했었다. 같은 아버지를 두었다. 단지 어머니가 달랐
다. 단지 그 어머니가 그녀보다 어렸던 것은 확실히 문제였을 지도 모른다.
그 역시 이 대단한 연씨 성을 달고 싶어한 적은 없었다. 노인의 어머니가 그리 죽지 않았다
면, 노인에게 다른 남자 혈연이 있었다면 승민 역시 그저 평범한 인생을 살아 갔을 것이다.
어머니의 존재를 그리워 할 때 어머니를 빼앗겼고 사랑에 굶주린 나이에 인생의 시린 면만
을 보았던 그는.. 그의 아버지가 죽던 해에 결국 한국에서 내쫓기듯 출국했다.
원망했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고 노인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계속 노인을 원망하기에는 그는 이미 모두 커버린 후였으니까.
더 이상은 어머니의 존재를 그리워 하지도, 또 사랑을 갈구할 나이도 지나버린 후였으니까.
그래서 버렸다. 원망도, 미움도- ‘왜 나여야만 하는가’라는 질문도-
태평양을 건너던 비행기 안에서 모두 떨쳐 버렸다.
“....무리하지 말고 어서 자거라. 아직 젊다고 해도 언제까지 건강한 건 아니니”
“누님이야 말로 주무셔야죠. 가세요”
승민은 천천히 휠체어를 밀어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 주고 침대 위에 그녀를 눕힌다. 어두워
서 잘못 본것이 아니라면 노인의 눈가는 조금 젖어 있는 것 같았다.
문을 나선 그는 슬며시 웃고는 서재로 잠깐 눈을 돌렸다가 침실로 올라갔다.
**
신혼 여행에서 단 한 번도 섹스하지 않고 돌아오는 부부가 세상천지에 있겠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인천 국제 공항을 막 밟은 재훈과 마리가 세상천지에 없을 것
같은 부부였기 때문이다.
재훈은 성큼 성큼 걸어 자신의 여행 트렁크만 휙 잡아채서는 또 성큼 성큼 걸어 나간다. 마
리는 자신의 짐을 찾아 열심히 재훈의 뒤를 따라갔지만 나중엔 거의 뛰는 것처럼 먼저 가버
리는 그를 따라가는 것은 포기했다. 어차피 진리는 이런 일을 예견하고 차를 두 대 보냈을
테지. 마음 같아서는 마리 차만 보내고 싶지만 마리 차를 재훈이 타고 온다면 진리의 분노
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진리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다.
일산에 마련된 그들의 신혼집엔 이미 혼자서 샤워를 마친 재훈이 굳게 문을 잠근채 잠들어
있었다.
마리는 조금은 야속한 눈빛으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는 집안의 다른 방으로 들어가 가볍
게 짐을 풀어 놓고는 다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선잠을 자서 인지 아직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편하게 청바지와 티로 갈아 입고 학생처럼 머리를 묶고는 익숙한 일산의 산책로로 걸
음을 옮긴다.
승민은 늦게 잔 만큼 늦게 일어났다. 노인은 아직 잠을 자고 있었고 진성댁만이 TV를 보며
웃고 있을 뿐이다. 연씨 집안 5대째 살고 있는 이 고풍스러운 집은 확실히 세 사람만 살기
는 너무 넓었다. 미국 맨하튼에 있던 자신의 아파트를 생각하니 더더욱 이 집이 넓게 느껴진
다. 그가 가진 배경과는 다르게 그는 무척 검소했다. 수입에 비해 지출도 적었다. 나이트도
가본 사람이 잘 논다고 그는 돈을 써본 적이 별로 없어서 쓰는 법도 잘 몰랐다. 그가 돈을
쓰는 품목은 매우 한정적이었는데 예를 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커피는 상당히 까다롭게 고
른 다는 것, 자신이 차고 있는 오토매틱 시계.. 그 외에는 아낌없이 돈을 쓴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오토매틱 시계가 기분 좋은 초침소리를 내자 승민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피식 웃음이 났다.
이런 고급의 시계를 사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그 주인이 자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
이다. 점원의 설명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그에게도 그런 로맨틱한 열정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망설임 없이 한 번에 캐쉬로 결제했
던 생각이 났던 것이다.
편안하게 옷을 갈아 입은 그는 스텐 머그컵에 귀국때 가져온 최고급의 원두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갈아 내린 후 잔뜩 따라 부었다. 식전이라 속도 쓰릴텐데 이미 그의 위는 식전에 커
피 마시는 일에 내성을 가졌는지 오히려 향긋한 커피향에 어서 빨리 넣어달라고 그의 신경
을 자극하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향기를 음미하며 그는 운동화를 신고 작은 크로스백을 맨 뒤 문을 열
고 나섰다. 넓은 곳에 있을 바엔 집안 보다 사람 냄새 나는 곳에 있고 싶었음이라. 그래서
그가 택한 곳은 일산 산책로였다.
대도시에서 떨어진 미국의 도시는 주택이 많다지만 그가 살고 있던 맨하튼은 1초를 1시간처
럼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곳이다. 그래서 언제나 복작 복작 거리는 도시-
그런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외로움을 이길 수 있었다.
이곳은 누구나 혼자다- 누구나가.
누구나가 느끼는 감정일 경우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나. 그것은
승민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발에 맞는 편한 운동화. 문득 학생때 보았던 영화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They'd take me anywhere」
훗-
엷게 색이 바랜 미소였다. 아직 젊은 그가 왜 그런 미소만을 짓는지는 몰라도, 그는 제대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 영화의 그 구절이 좋아서 승민은 그 영화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마리는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며 재훈을 떠올렸다. 그리고 기도한다.
매번 같은 기도. 단 한번만, 한번만.
아주 간절한 기도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발이 아픈지 인상을 찡그리며 근처 벤치를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발견하고는 가지런히 무릎을 모으고 앉아 아픈 쪽 다리를 벤치 끝에 올려놓고는 신발
위로 주물러 본다. 자주 신던 운동화가 아니라 그런지 길이 들여지지 않았었나보다.
승민은 커피를 홀짝 거리며 마시다가 이내 걸으면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것이 얼마나 어려
운 일인지 깨닫고는 벤치를 찾는다. 빈 벤치까지는 거리가 있기에 이미 누군가 앉아 있긴 하
지만 어차피 시 공원의 벤치인데 같이 쓰면 어떠냐 싶었다.
“안녕하세요?”
“?? 아, 예..”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습관이 든 걸까? 근처에 있는 사람에겐 습관적으로 인사
를 하는 것이 승민이 익힌 미국의 문화중에 하나였다. 마리 역시 유학의 경험은 있지만 일
단 젊은 남자고 아무도 없는 평일의 한적한 시간대이기 때문에 경계를 하게 된 것이다.
“신발이 불편하신가 봐요?”
눈을 보고 인사한 직후 시선을 옮긴 그는 그녀가 운동화 위로 발을 주무르고 있는 모습을 보
며 묻는다. 그러자 마리는 조금 부끄러운듯 슬그머니 다리를 내려 놓았다.
“산지 얼마 안됐거든요”
“훗-”
승민은 개구지게 웃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마 그녀를 비웃는다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
만 실제로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영화의 상황과 무언가 비슷한 지금을 깨닫고는 웃음이 나
온 것이다.
영화속의 남자주인공이 ‘신발이 편해 보이네요. 나도 그런 신발을 갖고 싶어요’라는 말에
‘이것도 발 아파요’라고 대답했던 그 장면.
그가 한참을 소리죽여 웃자 약간 기분이 불쾌해진 마리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그걸 본 승민
은 정색을 하며 설명한다.
“아, 당신을 비웃는게 아니라.. 혹시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 봤어요? 그 영화에서 그
런 장면이 나오잖아요. 포레스트 검프가 ‘신발이 편해 보이네요. 나도 그런 신발을 갖고 싶
어요’라는 말에...”
“My feet hurt”
“알아요?”
“저도 좋아하는 영화예요”
승민은 환하게 웃으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 자체가 굉장히 유명하긴
하지만 초반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나온 대사를 외우고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럼 혹시 그 대사 기억나요? ‘Life was..’”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You never know what you're going to get!! 와우!!!”
마리는 경계를 해제하고는 덩달아 웃는다. 왜 기억하지 못할까.
그 영화는 재훈과 봤던 첫 번째 영화였는데. 물론 재훈은 잊은 지 오래겠지만..
같이 영화를 보기 위해 마리는 온갖 모욕을 참아내야만 했었다. 자기가 아는 한 모든 인맥
을 동원해야만 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자리에 재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았던 그 때-
덩달아 가장 좋아하게 된 영화인데 왜 기억을 못하겠는가.
“정말 동감 가는 구절이죠. ‘인생은 마치 초콜렛 상자 같아요. 어느걸 짚을지 모르니까’”
“그렇죠”
그래, 그 영화를 볼때만 해도 행복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끝내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가 될지도 모르는 지금을.. 그 때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커피 향기 좋네요”
“커피 좋아해요?”
“조금요”
“나중에 나눠줄까요?”
“아니예요. 고급 같은데 됐어요”
마리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승민은 처음 보는 여자지만 꽤 흥미가 당겼다.
다소곳한 행동거지와 나긋한 말솜씨, 천진한 웃음까지...
만약 그녀의 손에 끼어진 반지를 5분만 더 늦게 발견했어도 승민은 전혀 그 답지 않은 짓을
했을 거다. 이를 테면 그녀를 껴안아 바로 키스해버린다던가 하는..
‘운명 같은 사랑’을 테마로한 로맨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런 짓을 말이다.
“결혼 하셨어요?”
“어떻게..? 아, 반지..”
그의 시선이 반지 닿은걸 발견하고는 마리는 수줍게-그러나 스쳐지나가는 씁쓸한 미소를 승
민은 놓치지 않았다-웃는다.
“오늘 신혼 여행에서 돌아왔어요”
“피곤하지 않으세요?”
“비행기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별로... 아, 까르띠에군요. 오토매틱”
“!!!!”
단박에 자신의 시계 메이커를 알아보는 그녀의 눈썰미에 승민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
리 나라가 명품 브랜드에 많이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까르띠에 자체가 유명한 브랜드이긴 하
지만 그가 차고 있는 오토매틱 시계는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델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오빠가 좋아해요”
“친오빠? 아니면 남편을 오빠라고 불러요?”
“아뇨, 친오빠요. 언젠가 미국에서 그 모델 제품을 사려고 갔었는데 하루 전날 누군가 현금
으로 그 모델을 사갔데요. 그래서 오빠는 결국 그걸 포기했죠. 하지만 미련이 남았는지 몇
번이고 이미지를 보여주면 ‘이게 내가 노리던 건데. 어떤 놈인지, 나보다 못났으면 가만 안
둔다!!’라고 하도 자주 말해서 기억하고 있어요”
그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녀의 집안이 어떤 집안이길래? 그의 시계는 결코
‘갖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살 만큼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델로는
전 세계에서도 11개 밖에 생산되지 않아서 꽤나 가격이 붙은 제품이 아니던가. 잘나가는 변
호사인 그 조차도 그 시계를 사려고 그 때까지 모아두었던 돈의 절반 가까운 금액을 내놓아
야만 했다.
“무척 집이 부자이신가 봐요. 그 시계를 가질 정도면. 그거 11개 밖에 생산 안됐다고 그러던데”
마리는 살짝 웃으며 덧붙였다. 승민이야 말로 반문하고 싶었다. 소박한 그녀의 차림새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라도 한건가?
“실례지만 친 오빠께선 직업이...”
“그냥 경영에 동참하고 있어요. 저는 그 쪽으로는 잘 몰라서”
“그렇군요...”
어디의 졸부 집안 쯤 되나보다. 승민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시계가 갖고 싶어도 사간 녀석이 자기보다 못난 녀석이면 가만 안두겠다니.. 그게 무
슨 철없는 소린가. 그나마 이 여자는 가정교육을 잘 받았지 싶다.
“이만 들어가 봐야 겠네요. 발도 아프고. 좀 더 길을 들여야 겠어요”
“그러세요. 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성함을 물어도 될까요?”
“마리.. 라고 해요. 양.. 마리. 하지만 성까지 붙이진 말아주세요. 초등학교때 별명이 양한
마리였거든요”
“!!!!!!!!!!!!!!”
승민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자신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돌아 가버리는 마리의 뒷 모습을
보며 그는 별안간 누구에게 갑자기 맞은 듯한 얼굴을 하며 들고 있던 머그컵을 떨어뜨렸다.
설마.. 골드 메이플 호텔의 양마리?
저는 내일이 일요일이랍니다.
즉 내일도 소설이 올라올 예정이라는 거죠...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제 소설 업뎃 예정은 한국 시간으로 일요일과 월요일 두 날이 되겠습니다..
Are보고 싶다는 분들 계셨는데..
음, 죄송해요..;;
제 짐이 아직 다 도착을 안해서.. 일반으로 하니까 연휴가 겹쳐서 좀 늦게 오나봐요.
초반에 써둔 건 다 도착할 짐속에 있답니다..
지금으로서는 만약~으로 만족해 주시와요.
3편을 썼으니 이제 17화 정도 남은 건데 생각보다 한 편 분량이 적어서 한 5편 정도는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전 쌩뚱 맞지만 진리가 맘에 듭니다. 훗.
에고.. 이제 전 좀 홈웤을 해야겠어요..ㅠㅠ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더 해놓지 않으면 안될 것 같거든요..
PS. 마리가 천주교 신자이긴 한데 전 천주교를 잘 모른답니다.
일단 친구한테 들은데로 썼긴 했는데 틀리면 말씀해 주세요.
그럼 주말 잘 보내시구~~ 행복하셔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만약 내가 죽는다면 *Second*
다음검색
첫댓글 선리플후감상!ㅎㅎ.....1등첨이에요ㅠㅠ마그나칼타님그럼잘감상할께요!ㅎㅎ.얄미워도애교로봐주심ㅠㅠ죄송합니다...........건필하세요!
베리굿
'마그나카르타' 님이 다시 소설을 쓴지 오늘이야 알았어요ㅜㅜ 재미있게 잘 볼게요^^
재밌어요 ^^~
역시.....♡ 내일 전 목 빼놓고 기다리겠습니다+_+ 아잉. 이히히.
기대하고 있어요 힘내세요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요 ~
돌아오셨군요 ㅜㅜ 역시나 기대 만땅입니다 ♡ 타지에 있으신데 건강 잘 챙기세요~
재밌어요~ 다음 소설도 기대할께요~!
완전 기대 하고 있으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앞으로 점점 기대됩니다~~~ㅋ
기대하고 있어요~~... 앞으로 열심히 볼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 <♥ 인소닷 오자마자 읽었어요 ~ 아우아우 > < 재훈이 너무 싫어요T-T 흑흑. 힘내세요 !
재밋어요 히히 기대기대ㅑ
양씨였군요 후후.. 저희와 하루 차이나는 그 먼곳에서 크흑..< 건필하세요^ ^
쿠쿡 양한마리 ~_~ 갈수록 마리가 불쌍해진다는! 역시 마그나님 소설 굳굳굳 ~ㅅ~ [건필하셔요~
점점.. 재훈보다는 승민에게 끌린다는.. 이제 세편보고;; 벌써 마음잡았네요혼자서 ㅎ 하튼.. 마리가 좀 밝고 예쁜 사랑을 하면 좋으련만.. 기대하고 있을께요^-^
아후! 마리랑 승만이? 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재훈이가!!! 질투를 좀 느꼈으면 해요!!!!ㅠ.ㅠ,,,\\\\\\\
승민이가 끌리는 점은 왜일까용?? ㅎㅎ
재훈이가 마리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가 단지 자격지심일까요?무척이나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네요...역시 점점 빠져들게 하는 마그나카르타님의 글에 오늘도 허우적대네요..후훗..
아흠 마리~힘내삼!!!! 담편보러가용~^ 0^
완전대박기대합니닷♡
승민이 좀 귀엽네에~ 오호호호! 그래도.. 일단 저는 재훈이를 믿어볼래요 ㅠㅠ ㅎㅎ
여자주인공이 누구죠?ㅠㅠ 지혜인지 마린지,, 난 지혜랑 잘됫으면좋겟다는.ㅠㅠ
크크,정말진리맘에드네요,말하는게귀여워, 크크, 자기보다못난놈, 크크,
연결되었네요. 마리에대한재훈의냉철하고도차가운행동에 마리랑새로등장한, 승민이(?)이랑연결되길바라는사람이많겠지만...[어디까지나추측] , , 음, 전왠지재훈이가나중에마음을돌려아파했으면하는, 마리만아픈건좀불공평하달까 ? 음음, 너무불쌍하잖아요. [어디까지나제바램]
재밌어요 ㅜㅜ 대박!
ㅎㅎ 넘 좋아용~~^0^
승민이랑 잘됐으면 좋겠지만, 역시 재훈이 겠죠? 하하하, 짜꾸 탁재훈씨가 생각이나서 ㅋㅋㅋ
혹시승민이랑이어지나요??ㅋㅋ
포레스트 검프 보셨군요...ㅎㅎ 그 영화 정말 재밌게 봤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