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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군포시 산본 지역주민입니다.
근데 총선을 마친 후엔 지역구가 달라질 수도 있는 과도기의 주민이기도 합니다. -_ㅜ(대선땐 다른 곳에서... 하긴 대선땐 지역이 상관없나 ;;;)
산본역 인근 주민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작은 역이긴 해도 출퇴근 무렵의 산본역 부근 통행량은 장난이 아니죠.
뭣보다 다른 역들처럼 출구 번호에 따라 완전히 구역이 멀찌감치 나뉘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서
선거뿐만 아니라 온갖 이슈때도 산본역엔 여러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항상 붐빕니다.
시지프스님이 하시는 3월24일 1000곳에서의 1인 시위도 이곳 산본역에서 할지, 이마트 앞에서 할지 아직 결정을
못내릴 정도로 말이지요.
암튼 좀 전 6시쯤 퇴근길 산본역에서 '통합진보당'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분들을 봤습니다.
젊은 남자분이 열심히 유인물을 나눠주고 계셨고...
그 뒤로는 놀랍게도 백발의 할머니 한분이 그야말로 매직으로 쓴 피켓을 들고 계셨어요.
보통 젊은 사람들이 지지하기 마련인 진보당 홍보에 할머님이... 뭔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그냥 돈 받고 알바하시는 분이라기엔 후보 얼굴 박힌 작은 딱지를 들고 나온 게 아니라 그냥 통합진보당을 홍보하는 유인물과 구호.
평상시엔 속으로만 흐뭇해하거나 속으로만 투덜거리는 소심한 저 답지 않게 젊은 남자분으로부턴 아무 말 없이 유인물을 공손히 받아들고 피켓을 들고 계시는 그 할머님께는
"수고하십니다."
라고 말하며 지나갔네요.
"고맙습니다."
라며 활짝 웃는 할머님 모습에 제 기분도 덩달아서 좋아졌구요. ^-^ 히히
다행인건 젊은 분들이 유인물 나눠주면 나눠주는대로 다 받아들고...
비록 몇 장은 바닥에 버려져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저처럼 중심상가까지 내려가서도 한참동안 계속 손에 들고 계시는 분도 많았답니다.
이게 퇴근길에 받은 통합진보당 유인물 앞 표지입니다. 4페이지짜리 유인물?
이건 젤 뒷페이지.
이건 2페이지에 해당하는 부분.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이 한 깃발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암튼 역에서 내려 집으로 바로 가는 길이 아니라 중심상가에 들러 번과 커피를 사서 가려 했던 터라 보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면 중심상가쪽으로 향하는 다리위에서 홍보하는 그분들을 볼 수 없었을테니까요.
근데 또 막상 좋아하는 커피번 가게에 다다르니 왠지 수고하시는 듯한 그 할머님과 남자분에게도 빵을 드리고 싶은 맘에 빵 4개를 주문하고(하나는 제꺼, 하나는 남친꺼, 두개는 그분들꺼.) 다시 역으로 향했는데...
아아...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거... 처음 먹었던 맘과는 달리 용기도 안 생기고...
뭣보다 진보당에게 외국스러운 빵을 드려도 되는 건가? 드려도 먹을 짬이 있을까? 마음은 고맙지만 괜히 거추장스럽게 되는 건 아닌가? 등과 같은 별 이상한 잡스럽고 죄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결국 어느새 제 발길은 그냥 그분들을 지나쳐서 직진... ㅡ..ㅡ
그렇게 10여미터 정도 직진해서 중심상가쪽이 아닌 아파트 2단지쪽으로 가다보니 이번엔 민주통합당 분들이 열심히 후보 얼굴 찍힌 딱지를 나눠주며 홍보를 하고 계시고...
근데 또 민주 통합당분들에게 빵을 드리기엔 나보다 돈도 잘 벌고 잘 드실 분들한테 왜 드리지? 라는 생각이 들고....
불과 10미터를 사이에 두고 통합 진보당분들과 민주 통합당 분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그러나 그 사이에선 전혀 다른 내용의 갈등.
통합 진보당에겐 커피나 커피번과 같은 걸 주면 뭔가 언짢아할 듯한 기분.
민주 통합당에겐 굳이 안 줘도 상관없을 듯할 기분.
이건 3페이지 부분. 전태일과 노무현이 만났습니다. 라는 문구.
생각해보면 특히 총선때마다 이런 기분을 느낀 듯 합니다.
물론 전 이번만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때문에 이기기 위해선 이번만은 진보당에게까지 신경쓸 수 없고 무조건 일대일 구조로 가야한다입니다만...
아직 내가 사는 군포에서 야당 단일 후보가 어느 한쪽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기에 통합 진보당도 민주 통합당도 모두 신경이 쓰이고 볼때마다 힘내라고 하고 싶고 그러하답니다. ^^
물론 출퇴근길 역앞에서 또는 운동중 시민체육공원에서 한날당을 보게 되면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아도 혼자라 무서운 나머지 욕은 못하고 그냥 무시하고 갑니다만은... ㅡ..ㅡ
분명한 건 한나라당이 우리가 물리쳐야 할 공동의 적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모쪼록 이번엔 단일화 잘 되어서 못되 쳐 먹은 쥐마왕과 그 하수인들에게 멋지게 이겨줬으면 합니다. 민주 통합당, 통합 진보당... 모두 제발 국민의 뜻대로 열심히 싸워주길 바랍니다!!!!
뭐 결국 그래서...
4개의 빵 중에 한 개는 우리 아파트 관리 아저씨 드리고, 한 개는 제가 먹고, 한 개는 남친이 먹고... 남은 한 개는 지금 저 사진에서처럼... 남아 있습니다. 아마 몇 시간 후면 제 배속에 들어가 있을 거지만요. ㅎㅎㅎㅎㅎㅎ
마지막으로 요 사진은...
이번 설에 고향 광주 내려갔다가 광주유스퀘어에 큰 자리 차지하고 있던 영풍문고 쇼윈도를 찍은 사진입니다.
영풍문고 베스트 샐러라고 되어 있길래 괜히 기분 좋아서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이상한 눈길 받으며 찰칵 소리내면서 핸폰 사진으로 찍었습죠.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영풍문고 들러서 달봉이도 한권 사서 울 엄마 가져다 드리고...
비록 나꼼수는 안 듣지만 한겨레는 정기 구독해서 보고 계시는 울 부모님.
그나저나 전 제 고향 광주는 걱정 안했는데... 아직도 커리어우먼이신 울 엄마...
광주도 요즘 젊은 애들 너무 뭘 모르고 정부와 언론에서 발표한 걸 곧이 곧대로 믿기만 한다고 답답하다고 그러시더라구요. ㅡㅡ
심지어 여전히 이명박 잘 하고 있다고 망발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고 하시네요. 헐...
아놔... 광주는 청정지역인줄 알았더니!
그래도 설 연휴 내내 식구들과 명박이 욕 실컷 하고 올라오니 기분 참 좋았습니다.
첫댓글 즐겁게 읽었습니다. 딴나라당 타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딴나라당 타도~로 한데 모입시다!
ㅋㅋㅋㅋ 그런거 드려도 아무도 뭐라 안합니다. 고마워하지요 ^^ 재밌게 읽었습니다.
글게요. 아마 용기가 안난 주제에 거창하게 핑계를 댄 듯 합니다. ^^
광주, 든든합니다.
저도....민주통합당, 진보통합당 둘 다에게 마음이 가니.......갈팡질팡합니다. 제발 단일화되어서 둘 다 이겼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지요.
근데 진보통합당에서도 커피랑 번 잘 먹을 것 같은데요.ㅎㅎㅎ
저도 항상 광주가 든든했었는데... 막상 광주에 거주하고 계시는 울 부모님이 주변 사람들 때문에 분통터져 하시니... 속상했어요. ㅜㅜ 흡사 부르투스 너마저... 같은 기분이...
잘 읽었습니다. 아쉽네여 통합진보당 당원들한테 번하고 커피 주셨어도 되여^^ 참고로 저도 통합진보당원이지만 봉도사 팬입니다^^
글게요. 에휴. 용기 없는 걸 괜히 이런저런 핑계를 댔나보네요. 추운데... 따뜻하게 뜨건 캔커피라도 드리고 올걸.
아직도 진보는 가난하다라는 선입견이 있으신거 같네요. 통합진보당에 가난한 사람 없어요.
이정희의원은 아시다시피 남편이 변호사죠. 대통령후보로 꾸준히 나오시는 권영길님도 백억대 자산가고
강기갑의원도 자산이 사십억가까이 됩니다. 이런 것도 조중동의 프레임에서 나온 선입견인거 같네요. 가난한 사람이 노동운동 하던 시대는 90년대 이후에는 없는데 말이죠.
아뇨. 진보는 가난하다라는 선입견보다는요. 노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진보당에게 커피와 번은 왠지 공정무역 커피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터라 왠지 노동착취의 산물을 안겨주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스타벅스는 애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어디가 공정무역하는 곳인지 잘 몰라서요. -ㅅ- 는 핑계고.. 그냥 제가 용기가 없어서 못 드렸넹. 됐어요?
너도 참 질기다... 이제 퇴근할때 안됐냐?? --우숨한테 한 말임..ㅠ 리플다는 사이 글이 달렸네...ㅋㅋ
모렌님// 선거철마다 제가 했던 것과 비슷한 갈등을 하셨네요...
일단은 모두 뭉쳐서 한놈만 깝시다.... 딴날당....
나는나// 넵! 당근 우리의 적은 오직 한날당 뿐입니다! 한놈만 패야죠! 제가 바라는 나라는 민주당이 보수당하고 진보당이 말그대로 진보당으로서 제1야당하는 나라입니다! ^^
빙고~
잼있네요 글도 잘쓰시고 연재기로 올리셔도 되겠어요 ㅎㅎ
어메... 미권스 자유게시판에 산본역 체험 연재기 연재할까용? ㅎㅎㅎㅎ 원스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 글을 읽다가 너무 공감이 되어서 막 웃었네요.. 두 당 모두 잘 해가리라고 봅니다. ^ㅁ^
한날당 지지자들은 전혀 안할 고민을 우리는 선거때마다 항상 하는 듯 해요. ^-^ 제발 두 당 모두 힘을 합쳐서 총선때 좋은 결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수필읽듯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포미엄마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