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트 데 비세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축구 감독 출신으로 올해 82세의 할아버지죠.
축구 감독 출신이기는 하지만, 이 양반이 '전설' 소리를 듣게 된 건 환갑 넘어 축구 감독을 은퇴하고 시작한 스카우터 일 때문.
90년대에 PSV의 스카우트를 책임지면서 만들었던 게 그 유명한 호나우두-호마리우 콤비.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성공한 남미 선수들이 적었기 때문에 브라질 선수를 데려다 연달아 대박을 친 스카우트는 꽤 큰 반향을 일으켰고,
덕분에 데 비세르는 유럽 축구계 스카우트의 전설적인 인물로 여겨지게 됐지요.
그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 양반이 지금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첼시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아브라모비치가 처음 첼시를 인수한 직후에는 당시 감독이던 라니에리(현 레스터 감독)이 선수 스카우트를 주도했던 것 같던데,
라니에리가 떠난 이후부터는 아브라모비치가 데 비세르와 연결돼서는 첼시 스카우트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알려져있지요.
때로는 구단 운영에도 관여해서 구단 시스템 정비나 스콜라리 해고나 히딩크 단기 알바 같은 건 이 할아버지의 작품이라고...
(히딩크는 데 비세르 감독 시절 그 밑에서 선수로 뛴 바 있고, 히딩크 PSV 재임 시절에도 비세르가 기술이사였음)
일례로, 임대를 네덜란드로 많이 보내지요? 이것도 데 비세르 네트워크의 영향이라던가...
PSV 시절 히딩크와 데비세르
요즘도 첼시가 유럽 대륙 쪽에서 데려오는 선수는 대부분 데비세르의 작품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물론, 이 글의 제목인 케빈 데브라이너도 마찬가지지요.
이와 관련해서 데비세르 본인이 얼마 전에 직접 밝힌 게 있습니다. 무리뉴가 첼시에서 잘린 직후였죠.
http://www.101greatgoals.com/blog/scout-found-kevin-de-bruyne-chelsea-told-abramovich-worth-e90m-quotes/
http://weaintgotnohistory.sbnation.com/2016/4/24/11498020/chelsea-scout-piet-de-visser-enjoying-his-de-bruyne-lukaku-hazard
"내가 스카우트했던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하나가 케빈 데브라이너이다. 약 6년전에 한동안 벨기에를 집중적으로 살폈던 적이 있었다. 특히 겡크 팀을 정기적으로 방문했는데, 그곳에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기서 데브라이너를 처음 봤다."
"그때 케빈은 18세였는데, 이미 훌륭한 기술과 함께 좋은 토대를 갖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본 적은 드물었다. 뛰어난 퍼스트 터치를 갖고 있고 순간적으로 경기를 바뀌고 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내게는 한 눈에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선수였다."
"곧바로 액션을 취했다. 케빈의 비디오를 떠서 로만 아브라모비치에게 바로 보냈다. 로만은 이기는 것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좋은 축구를 보고 싶어하는 진정한 축구팬이다. 로만은 비디오를 보고 군말없이 스카우트 실무자에게 말했다. '그 데브라이너라는 선수를 데려와.' 그리고, 첼시는 2012년 9m 유로(약 8m 파운드)를 지불하고 케빈을 영입했다. 어린 선수에게는 매우 큰 돈이었지만, 이미 많은 구단들이 데브라이너 영입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아브라모비치에게 케빈은 나중에 그 10배의 값어치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고, 그 말은 지금 사실이 됐다."
"데브라이너가 첼시를 떠났을 때, 무리뉴에게 화가 났다. 우리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당시 무리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피에트, 나도 안타깝기는 한데, 걔가 떠나고 싶어하는 걸 어쩝니까. 내 밑에서는 더 이상 훈련하기 싫대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맞어. 데브라이너는 뛰고 싶어하지. 그리고 그는 그럴 준비가 되어있어.' 나는 무리뉴에게 데브라이너의 재능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무리뉴는 '나하고는 훈련하고 싶어하지 않아함' 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훈련장에 직접 찾아가서 봤는데, 케빈이 제일 잘하더만. 무리뉴는 결과를 중시하는 스타일이고, 완성된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 싶어하는 감독이다. 아마도 데브라이너가 한두 시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케빈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고, 케빈 스스로도 그걸 확신하고 있었다."
한 줄 요약 - 스카우트 할배가 나중에 80m짜리 될 거라고 팔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무리뉴가 반값도 아닌 1/5값인 18m에 걍 팔아버림;;
케빈 데브라이너 말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얘기도 조금 더 있어 덧붙이면...
"첼시에서 루카쿠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무리뉴는 루카쿠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결정은 감독이 내리는 것이고, 나는 단지 스카우트일 뿐이다. 내 책에서 나는 루카쿠를 홀딩 스트라이커라고 말했는데, 몇몇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더 큰 그림을 보고 있다. 루카쿠는 볼을 컨트롤하고 유지할 수 있지만, 순수한 드리블 테크닉을 갖고 있지는 않다. 웨인 루니 같은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루카쿠는 벤테케 보다 한 단계 위의 선수이다. 이제 루카쿠는 다음 단계로 올라설 준비가 되어있다. 보다 나은 선수들 사이에서 뛰는 걸 보고 싶다. 과연 첼시로 돌아올까? 데 브라이너와 루카쿠가 다시 첼시로 돌아온다면, 와인 한 병을 따겠다."
"(벨기에의) 유쓰 팀에서 뛰고 있는 루카루를 보러갔을 때였다. 그러다가 중간에 옆의 피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서 놀라운 선방을 하는 골키퍼를 봤다. 민첩하고, 땅볼에 대한 반응이 빠르면서도 공중전에도 강했다. 즉각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놈이 바로 내 골키퍼다.' 이 녀석이 겡크 1군에 데뷔했을 때 곧바로 첼시에 비상벨을 울렸다. 모든 사람들이 곧바로 그의 재능에 대해 확신했다. 지금은 노이어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이지만, 티바우트는 더 나은 골키퍼가 될 수 있다. 노이어는 단지 경험이 더 많을 뿐이다. 더욱이 티바우트는 스트레스에 강하다. 마치 반데사르처럼. 쿠르투와는 반데사르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에덴은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선수이다. 무리뉴는 에덴을 메시나 호날두 같은 선수로 만들려고 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아자르는 절대 그런 타입의 선수가 아니다. 에덴은 에덴이며, 번뜩이는 개인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선수이지, 기계처럼 움직이는 선수가 아니다. 그리고 그는 릴랙스하는 걸 좋아하는 선수이다.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가 되라고 해서는 안된다. 주장을 시켜서는 안된다. 그저 경기장에서 즐기라고 말하면 될 뿐이다. 무리뉴는 에덴에게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자르는 이미 훌륭한데 뭘 더 바란단 말인가? 무리뉴는 아자르가 모든 경기에서 팀을 이끌고, 모든 경기에서 득점하고, 늘 결정적인 활약을 하기를 바랬다. 그런 부담은 에덴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컸고, 결국 그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면서 무리뉴도 몰락했다. 무리뉴 밑에서 아자르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고, 그게 스트레스와 부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첼시의 새 감독이 아자르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길 바란다."
ps:어쩌면 첼시에서 콘테만큼 현 상황에 빡쳐있는 분이 아닐까싶네요 ㅋㅋㅋ
출처 : http://soccerline.kr/board/14555332?searchWindow=&searchType=0&searchText=&categoryDepth01=1&page=0
싸줄 밋치휴어(MitchHewer)
첫댓글 아직도 계시나? 비세르옹
제가 알기론 조언만 해주고 계신걸로 알아요
진짜 대단하네요
아자르 코멘트는 놀랍네요
22222 진짜 너무 공감되네요 타팀팬이지만..
현 맨유에서도 뭔가 그림이 겹쳐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