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피란6 - 언덕에 올라 시가지를 조망하고 내려와 황혼녘 노을을 구경하다!
2022년 5월 4일 슬로베니아의 코페르 Koper 에서 이졸라 Izola를 거쳐 피란 Piran 에 도착해
항구를 구경하는데 피란 Piran 은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만 건너편에 돌출된 반도
로 구시가지 돌이 깔린 골목길을 걸어 언덕을 올라 오래된 성당 성페테로 교회를 구경합니다.
언덕에서 보니 북쪽 바다 너머에는 이탈리아땅인 트리에스테 이고 반대로 남쪽 바다 너머에는 크로아티아
의 이스트라 반도 이며 그 사이에 바다로 돌출한 반도에 자리한 항구 도시가 여기 피란 Piran 인가 합니다.
여기서 세퍼드견과 비슷한 큰 개 2마리를 보고 놀라는데... 이 개들이 여기 달마티아지방이
원산지인 바로 그 달마시안 인지 모르겠다는 생가이 들면서 문득 이은화의
미술시간에 나오는 “ 개 같은 삶 : 장레옹 제롬의 ‘디오게네스’, 1860년” 이 떠오릅니다.
낡은 도기 항아리 안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앉아있다. 벌거벗다시피 한 그는 환한 대낮인데도 손에
등불 을 들었다. 주변에 모여든 개 네 마리 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 한눈에 봐도 걸인처럼 보이는
남자! 바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다. 그는 왜 저리 누추한 모습으로 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까?
이 그림을 그린 장레옹 제롬 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에콜 데 보자르의 3대 교수 중 한 명으로 50대 때는 ‘생존한 가장 유명한 화가’ 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제롬은 이 그림을 교수가 되기 전인 30대 중반에 그렸다.
디오게네스 는 ‘키니코스(kynikos)’ 학파에 속하는 철학자다. 그리스어 키니코스는
‘개 같은’ 이란 뜻이다. 이들은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를 무시하고 세속적 욕망을
거부하며 간소하게 살면서 자연 속에서 자족하는 삶을 강조했다. 마치 개 처럼 말이다.
디오게네스 역시 단 한 벌의 옷과 등, 지팡이 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 지금 그가 대낮인데도
등불을 켠 이유는 정직한 사람 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표정은 그리 희망적
이지 않다. 그의 유일한 동료인 개 들은 ‘우리처럼 정직한 인간은 없다’ 고 말하는 듯하다.
하기야 개만큼 본능에 충실하고 정직한 존재들이 있을까. 밥 주는(베푸는) 사람에겐 꼬리를 흔들고 나쁜
인간들은 물어버린다. 앞뒤 재지 않고 본능에만 충실 하다.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개처럼 욕심
없이, 순간에 만족하며,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행복 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디오게네스는 쥐 가 잘 곳도 찾지 않고 어둠도 무서워하지 않고 또 좋은
음식이라고 여겨질 만한 어떤 것도 찾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자기가 처한 상황에 적응하는 법 을 배웠습니다.
디오게네스는 2겹의 윗옷을 겹쳐 입었으며, 그 옷을 이불로 쓰기도 하고 식사하는 자리 로 쓰기도
하는 등 다용도로 사용했으며..... 큰 술항아리를 가져와 자신의 거처 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의 명성은 자자하여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 디오게네스를 찾아온 일이 있었는데
그는 양지 바른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으니..... 알렉산드로스 :
"짐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오. " 디오게네스 : "나로 말하자면 디오게네스, 개다."
알렉산드로스 : "그대는 내가 무섭지 않은가?" 디오게네스 : "당신은 뭐지? 좋은 것? 아님 나쁜 것?"
알렉산드로스 : "물론 좋은 것이지." 디오게네스 : "누가 좋은 것을 무서워하겠소?"
이에 알렉산드로스가 "무엇이든지 바라는 걸 나에게 말해 보라" 고 하자,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가리지
말아주시오" 라고 대답했다. 무엄한 저 자를 당장 처형해야 한다고 부하들이 나서자 알렉산드로스
는 그들을 저지하며 말했다. "짐이 만약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해적에게 잡혀 크레타섬에 끌려가 노예로 팔리게 되는데 너는 어떤 일을 잘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 이라 대답했으며 노예상을 향해 "누군가 자기를 위해 주인을 사려는
사람 이 있는지 알려주게나" 라고 말했다고 하며 그때 보라색의 테 장식이 있는 훌륭한 의상을 몸에 걸친
크세니아데스를 가리키곤, "이 사람에게 나를 팔아 주게. 그는 주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림속 철학자와 달리 화가는 부와 명성 을 좇았고 그림을 그린 3년 후 에콜 데 보자르의 교수가 되었다. 40년간
재직하면서 200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쳤고, 영향력도 국내외로 커졌다. 하지만 인상주의가 대세가 되자
그의 그림은 곧 역사에서 잊혔다. 개 같은 삶을 살았던 철학자 와 성공을 좇았던 화가, 둘 중 누가 더 행복 했을까.
슬로베니아의 땅 피란의 언덕에서 북쪽 이탈리아, 남쪽 크로아티아 세 나라를 한 곳에 서서 볼수
있는게 신기해서 한참동안 성벽에 서서 바다와 아름다운 구시가지 예쁜 건축물들을
구경하고는 그래피티 (graffiti) 가 가득 그려진 옛 성벽 이자 지금은 담벽을 따라 걸어내려 옵니다.
다시 항구에 이르러 천천히 걸으며 푸르른 바다며 부두 가득 늘어선
요트의 숲 을 구경하는데..... 마음은 모처럼 한가롭습니다.
여기 달마티아 는 아드리아해의 동부 해안으로 좀게는 크로아티아 해안을 말하지만 넓게는
크로아티아해변은 물론이고 북쪽으로는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와 슬로베니아의 피란,
남쪽으로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네움과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일대까지 포함됩니다.
이제 저녁이 되어 노을 이 지니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방파제에 앉아 한참동안이나 점점
불타오르는 바다 너머 하늘을 구경하다가 문득 조태일 시인 의 시 "노을" 이 떠오릅니다.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
그래도 이승이 그리워
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나
이것 좀 봐
이것 좀 봐
내 가슴 서편 쪽에도
불이 붙었다
저녁을 겸해 맥주 를 마시러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들어가고 싶지만 오늘 점심때 레스토랑 에서 식사와 맥주를
마신지라 가난한 배낭여행자 주제에 또 들어가자는 말을 하면 마눌이 당장 핀잔을 줄 것이니 슈퍼 를 찾습니다.
슈퍼나 편의점 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길가에 매우 흔하지만 중국이나 유럽 에서는
좀체 찾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가끔 보이더니 시간이 늦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제 어떡한다? 그때 방파제에 걸터앉아 노을을 구경하던 젊은 남녀
들이 뭔가 마시기에 달려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맥주 입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그걸 어디서 샀느냐고 물으니 저기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르키기에 찾아갔더니
이건 카페 수준은 아니고 그냥 아주 흐름하고 좁은 곳 인데 안에 탁자도 몇 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맥주 2병을 달래면서 “테이크아웃!” 이라니까 웃으면서 내어 주기로 우리 호텔
로 돌아와서는 휴대 남비에 밥을 해서는 맥주는 마른 멸치를 안주로 마시는데.....
이제 내일은 버스로 포스토이아를 거쳐 벌리 이나라의 수도인 루블라냐 로 갈 생각 입니다.
첫댓글 잘봤습니다
행복하세요
노을은..... 특히나 장기 여행 중에
머나먼 이국 땅에서 보는 노을은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