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감사
1)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참여, 노력 수고, 도움 나눔, 배려 응원 따위에 감사하고 그로써 얻은 성과에 감사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기여한 것, 이룬 것을 알아주는 겁니다.
2) 구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고 어떤 의미 감동 효용이 있었는지 이야기 하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당사자의 동의하에) 둘레 사람에게 전하기도 합니다.
3) 지역사회에 감사하는 데 당사자가 주인 노릇 하거나 주인 되게 합니다. 당사자가 감사하게, 당사자도 감사하게, 넌지시 권해 봅니다.
감사만 잘해도 사회사업은 반을 넘습니다. 감사하면 또 하게 되고 더 하게 되고 더 잘하게 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하는 일이 갈수록 능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집니다. 사회사업가의 일은 갈수록 쉬워지고 편안해집니다. 감사하는 까닭이 이런 효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마워서 감사하고 마땅한 일이기에 감사합니다. 감사는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의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사회사업은 감사로 완성되고 감사 잘해야 지속할 수 있습니다. 『복지요결(2025. 02. 09.)』, 사회사업 방법, 3.감사 발췌
해민이에게 이미숙 선생님에게 축하 글 감사 인사를 어떻게 드릴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했다. 며칠을 두고 고민해야 감사의 마음도 깊어질 것 같았다. 해민이를 위해 쓰신 축하 글이지만 직원으로서 부탁드린 일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받았으니 의미가 깊다. 해민이에게 먼저 권하고 내 생각도 전하기로 했다.
먼저 고민할 부분은 진심을 담은 감사의 말씀만 전할 것인지, 아니면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할 것인지다. 학생이라는 형편을 고려하고 부모님의 저축에 대한 염려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마음을 담아 선물을 고르고 싶었다. 내가 대신 감사의 말은 전할 수 있지만, 해민이가 직접 선물을 고르면 더욱 해민이의 감사가 될 것이다.
마침 밸런타인데이가 있는 주간이라서 초콜릿을 떠올렸다. 요 며칠 자주 들르는 마트 입구에 갖가지 초콜릿 들을 진열해둔 것이 눈에 띠었다. 학원에 갈 준비로 옷을 입기 전 함께 휴대전화로 초콜릿 사진을 검색했다.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 해민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슥슥 넘긴다. 우선 여러 장의 사진으로 초콜릿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출발하기로 한다.
집을 나서 해민이에게 마트에 가보자고 했다. 마트 주차장에 도착하니 해민이가 시트를 연신 두드린다. 반가운 장소에 오면 자주 표현한다. 그 표현이 덩달아 반갑다. 입구에 들어서자 여러 초콜릿들이 여전히 즐비하다. 해민이에게 우리가 먹을 것은 아니고 이미숙 선생님께 드릴만한 선물로 골라보자고 말했다. 해민이는 동그란 뚜껑이 좋아서인지 동그란 통에 든 초콜릿을 연속해서 골랐다.
두고두고 드시기는 좋겠지만 모양새가 어쩐지 선생님에게 선물하기에 적당한 포장은 아닌 듯해서 더 고민해보기로 한다. 자세히 살피니 하트 모양으로 8개가 낱개로 포장된 제품이 있다. 혹 선생님께서 초콜릿을 즐기시지 않는다고 해도 부담이 없는 양이고, 무엇보다 해민이를 ‘많이 사랑’한다고 하셨던 이미숙 선생님 마음에 화답할 수 있는 예쁜 모양이었다. 가격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해민이에게 건넨 뒤 마음에 드는 이유를 말했고 사고 싶다면 계산해 달라고 부탁했다. 해민이가 초콜릿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막상 해민이 카드를 건네려니 주춤한다.
직원이 기록한 기록을 담은 책이고, ‘사회사업’ 정합성 평가서이니 이 책을 완성해주신 이미숙 선생님께 대한 감사는 오히려 직원 쪽의 몫이 크다 생각했다.
고민 끝에 해민이에게 오늘은 내가 계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선물을 골랐으니 오롯이 해민이 몫을 다해야 할 때 그럴 수 있도록 거들고자 한다.
해민이가 선물을 챙겨 마트를 나서는데 신이 나서인지 그만 선물이 내동댕이를 당했다.
어디에 담을 생각을 못 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웃으면서 주웠는데 금이 가 버렸다. 아주 눈에 띠는 금이다.
더구나 하트 모양에 금이 가버리니 더욱….
이대로 드려도 선생님은 초콜릿을 음미하는 내내 금이 간 뚜껑을 보며 미소 지으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선명한 자국이다.
오히려 좋다는 마음으로 다시 샀다.
깨진 초콜릿은 해민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인가 싶다.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초콜릿이다.
학원에 도착해 해민이가 선생님에게 초콜릿을 건넨다.
감사하다고 말하자 해민이도 꾸벅 인사드린다.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였다.
선생님 덕분에 책이 완성되었다고, 선생님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수업하며 여쭈었는데, 실은 선생님은 초콜릿을 즐기시는 편은 아니다.
초콜릿뿐 아니라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최대한 안 드시려고 한다고.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보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덜 먹자는 주의이시다. 그래도 반가워하셔서 좋았다.
선생님은 해민이는 먹었는지 해민이 먼저 챙기려 하시고, 다음에는 이렇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시다.
돌이켜 보니 해민이에게 받은 것이 참 많다고도 하셨다.
야외 수업 나가며 스승의 날 선물로 드린 케이크, 처음 전시회에 초대받아 당번하실 때 드린 쿠키 등,
선생님은 때때로 수업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실 때 멋쩍어하실 때가 있었는데 해민이가 나눈 선물은 모두 기억하고 계셨다. 그리고 덕분에 해민이가 나눈 게 적지 않았구나, 나도 실감할 수 있었다. 부탁이 감사로 귀결되니 감사하다.
2025년 2월 10일 월요일, 서무결
두루 알아보고 헤아리며 선물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깨진 용기가 추억이 되니 감사합니다. 월평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5-1, 변화는 서서히
양해민, 취미(I엠피카소미술학원) 25-2, 축하 글 ② 많이 사랑해
첫댓글 평소라면 알기 힘든 이미숙 선생님 취향을 이렇게 알아가네요. 이런 순간들 덕에 사람 사이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선물 준비하는 것부터 고르고 계산하는 것까지, 오래 고민하며 준비하셨네요. 같은 답이라도 이런 고민의 과정이 있고 없고가 묻는 직원과 답하는 당사자의 마음에 큰 차이를 가져다 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저의 물음이 곧 당사자의 답이 될 것 같을 때 난감하고 막막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서무결 선생님의 고민을 떠올려야겠습니다. 기록 읽고 배웁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