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CTS기독교TV 사옥 앞에서 CTS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주체는 'CTS방송피해자모임'(이하 씨피엠)이었다.
[▲ CTS 기독교TV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는 씨피엠 회원들 피해아동 부모들로 결성한 씨피엠 회원이 사건경위보고를 통해 피해아동의 심각한 상태를 전하며, CTS방송사의 책임회피를 규탄하고 있다. ]
씨피엠은 CTS가 2006년 12월 26일 타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 아동들이 출연한 합창 동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여 아동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아동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만든 모임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씨피엠은 "CTS가 아동을 종교비방의 희생양으로 삼아 인격을 모욕·비하해놓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아동의 인권을 유린한 CTS는 아동들의 정신적 고통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과방송을 하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CTS는 특정종교단체의 영리와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타 종교를 비방하는데 악용했다"며 "방송을 가장한 파렴치한 아동 범죄단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CTS 회사 현관에 '영유아는 나라의 미래입니다'라는 캠페인 문구를 버젓이 내걸고 어린이 선교에 주력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무분별한 방송 때문에 정상 생활을 못하는 타 종교 어린이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고 분개했다.
이와 관련해 공익방송국을 자처하는 CTS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도 피해자들을 계속 우롱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공격적 종교비방 방송에 아이들 얼굴 꼭 필요했나
씨피엠에 따르면 문제의 방송물로 인해 피해아동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정상적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 피해아동들의 상태를 보고하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하는 피해아동 부모 인터넷에 방송물이 유포된 사실을 안 피해아동들은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로 일상생활과 학업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죽고 싶다"는 아이까지 발생해 피해아동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최근에는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져 "죽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아동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학업생활 및 교우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고, 가족과 친지, 이웃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방송 당시 피해아동의 부모들은 항의 끝에 CTS 방송사로부터 해당방송의 인터넷 서비스중지, 비디오·DVD 판매중지, 재방송 시 해당 장면 삭제 처리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보낸 공문 내용에는 사과방송에 대한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고 대신 "미안하다. 하지만 CTS는 한국기독교의 86개 공교단이 연합하여 설립한 하나님의 방송국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기본방침을 가지고 방송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의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내용이 언급돼 있을 뿐이었다.
또한 결과적으로 인터넷에 방송이 유포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차후 문제의 방송물이 인터넷 등지에 유포돼 해당 아동들의 정신적 피해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피해아동들의 우울증은 심각해져 "죽고 싶다"는 아이들이 속출했고, 장래 꿈을 포기하는가 하면 자신을 학대하는 아이까지 발생했다는 것이 피해아동 부모들의 주장이다. 현재 피해 아동들은 학교생활과 일상생활에서 정서적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피해자 측이 다시 CTS를 찾았지만 CTS는 '이미 사과한 일이고 지나간 일'로 치부해 아동들이 입은 피해를 외면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피해 부모들에게 방송사 관계자들이 욕설을 하거나 폭언을 퍼붓는 등 비상식적인 대응을 해 지탄을 받고 있다.
"초상권 침해는 인정, 그러나 내부규정상 사과방송은 못해"
이와 관련해 CTS 이모 상무는 본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초상권을 침해한 부분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아동과 부모들이 요구하는 사과방송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내부방침을 전했다.
[▲ CTS 기독교TV가 피해아동에게 보낸 사과공문서 공문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기본방침에 따라 방송할 수 밖에 없다"고 쓰여 있다. 또 "7~8년이 흘러 가족 아니면 누가 기억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며 해당 방송에 대한 정당성과 책임회피 일변도의 글만 실려 있다.]
사과방송 불가의 근거로 내세운 내부방침에 대해서는 아동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밝힌 것과 마찬가지로 "CTS는 한기총에 가입된 단체고, 우리 회사 주주들도 한기총에 가입해 있다"며 "한기총이 (피해아동들이 소속된 교단을)이단이라고 규정했고, 주주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주주들의 경영이념을 따르는 방송국이 강사와 상의해 방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모 상무는 "기자나 PD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다보면 실수할 수 있지 않나? 잘못 안하고 취재하기가 쉽지 않다. 지상파나 메이저신문사들도 사과해야 하는데 안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피해자가 법을 안 지켰으니까 사과하라고 끝까지 주장하면 방송사가 매번 사과를 해야 돼 방송을 못한다. 피해자 입장과 방송사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을 내놨다.
피해아동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자문을 받아봤는데 그런 일로 자살까지 되겠냐는 의견을 보였다"며 "(피해 부모들이)전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아동들이 한기총과 CTS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사과방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질문하자 "그건 아니다. 우리는 사과방송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또 다른 문제도 야기되고 하니까 안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라며 "(피해자들이 자신의 종교를 통해)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고 잊어버렸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방송을 담당했던 전 CTS 제작편집국장 강모 씨의 말은 다르다. 최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를 했던 강씨는 "CTS는 정교단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이기 때문에 이단에 공식 사과방송을 할 수 없다. 그것이 내부규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민들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CTS의 부도덕과 썩은 양심 규탄
기자회견에서 피해아동 부모 양모 씨는 "아동의 인권을 침해해놓고 사과는커녕 한기총의 기본방침을 가지고 방송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사과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CTS는 아동범죄단체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피해아동 부모들은 CTS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 방송법을 보기 좋게 어겼을 뿐만 아니라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는 아동복지법까지 어겨놓고도 사과방송을 요청하는 피해아동과 부모들에게 법대로 하라"며 오기를 부리고 있다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자회견 후 피해아동 부모들은 CTS기독교TV 감경철 사장에게 '피해아동들의 호소문'을 포함해 성명서, 결의문 등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CTS는 "내부방침 상 자료를 받을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 CTS 방송사의 아동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글을 엽서에 쓰고 있는 시민들 씨피엠 회원들의 설명을 듣고 공분한 시민들은 CTS 방송사가 사과방송을 해야 한다며 기자회견장 옆에 마련한 자리에서 규탄의 글을 쓰고 있다.]
이날 피해자 측은 시민들을 상대로 전단지 배포와 함께 서명운동을 펼쳤다. 우편엽서를 마련해 시민들의 여론을 담기도 했다. 시민들은 "아이들 얼굴이 왜 방송에 필요했는가" 반문하거나 "타인의 인권을 그것도 어린아이들의 인권을 짓밟아놓고도 잘못인지 구분도 못하는 것이 무슨 기독교방송이냐. 방송국 문 닫는 게 낫겠다", "나도 기독교인이고 아이가 있는데 내 일 같아서 안타깝다. 사과방송을 해서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등의 목소리를 정성껏 엽서에 담았다.
시민들의 규탄 목소리가 담긴 엽서는 피해자 측에서 일시에 우체국을 통해 CTS에 발송될 계획이다.
씨피엠 대표 문선희(42) 씨는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씻고 행복하게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또 제2의 아동인권침해 사태가 발생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서 사과방송을 받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