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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남해 _ 보고만 있어도 심신이 정화되는 수채화
아이리스 추천 0 조회 196 10.09.01 00:2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남해 _ 보고만 있어도 심신이 정화되는 수채화

 

 

 

 

 

 

열강이 탐낸 해상 요새 쪽빛 휴식처로 거듭났다
남해 여수 거문도
글 김화성 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1, 2. 거문도 등대가 있는 수월산을 오르는 관광객들.

 

거문도는 여수 앞바다 뱃길 끝에 있다. 여수와 제주도의 중간쯤에 있다. 여수에서 남쪽으로 114.7km, 제주에서 동북쪽으로 86km 거리를 두고 있다. 겨울 맑은 날엔 거문도 등대에서 눈 덮인 한라산 봉우리가 보인다. 제주 갈치나 거문도 갈치나 바다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거문항은 ‘우묵배미 항구’다. 바다의 천연 요새다. 동도, 서도, 고도의 3개 섬이 어깨동무를 하고 ‘ㄷ자’를 만든다. ‘ㄷ자’의 터진 부분도 왜병 모가지처럼 좁다. 파도는 3개 섬의 등만 죽어라 때리며 화풀이를 해댄다. 가끔 수월산 앞 ‘목넘이’로 물을 넘겨보지만 그 정도로는 끄떡도 없다. 항구 안은 아늑하다. 잔잔한 호수 같다. 면적은 약 330만m²(100만 평).

 

사람들은 3개 섬의 가슴과 갈비뼈 품 언저리에서 옹기종기 모여 산다. 주민은 인근 손죽도, 초도 등을 포함해 모두 877가구 1900여 명.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한때 주민이 1만1000여 명이나 된 적도 있다.

거문도(巨文島)는 ‘문장이 훌륭한 선비가 많이 사는 섬’이라는 뜻이다. 1885년 영국 해군이 무단 점령하기 전까지는 ‘삼도(三島)’라고 불렀다. 당시 청나라가 조선을 제쳐놓고 영국 러시아와 협상을 벌이고 있었는데, 청나라의 제독 정여창이 현지 사정을 살피러 왔다가 주민들의 해박함에 놀라 조정에 섬 이름을 거문도로 해달라고 청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거문도 바다는 쪽빛이다. 하늘은 남색이다. 섬 어느 곳에 있든 쪽빛바다가 출렁인다. 쪽빛은 아득하고 깊다. 몽환이다. 거문도 등대는 쪽빛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등대에 오르는 길은 한갓진 동백 숲길이다. 천연기념물 흑비둘기가 산다. 새가 노래하면 파도가 반주를 넣는다. 우묵사스레피나무나 갯고들빼기, 갯무도 있다.

 

거문도 등대에선 바다에서 두둥실 솟는 붉은 해가 황홀하다. 미끄덩 물속에 가라앉는 홍시 같은 해가 아득하다. 길 잃은 배는 불빛을 보고 눈을 뜬다. 불빛이 마라톤 코스와 비슷한 42km나 나가는 이 등대는 1905년 4월 남해안에서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한국 최초의 유인등대인 인천 팔미도등대(1903년)보다는 늦지만 부산 영도등대(1906년)나 포항 호미곶등대(1908년), 제주 마라도등대(1915년), 울산 간절곶등대(1920년)보다는 앞선 때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걷기 좋은 서도 해안길

서도엔 면사무소, 경찰서, 우체국 등 행정관청이 몰려 있다. 아직까지 일본식 집들도 남아 있다. 면사무소 뒤쪽으로 600m쯤 돌아가면 영국군 묘지가 있다. 1885년 4월부터 87년 2월까지 약 2년간 영국군이 주둔했을 당시 사망한 군인들의 묘지다. 지금의 거문초등학교 자리에 영국군이 주둔했다. 병사들은 축구와 테니스를 즐겼다. 가는 길 주위는 말쑥하게 자란 쑥밭 천지다. 거문도 사람들은 한 해 쑥을 3번이나 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큰 쑥이라 품질도 으뜸이다. 보통 쑥으로만 한 해 400만∼500만 원씩 소득을 올린다. 쑥밭이 금밭이다.

 

3.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km 지점에 솟은 백도. 백도는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흰 바위와 벼랑의 기묘한 형상으로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4. 등대가 있는 수월산을 오르다 보면 우거진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영국군 묘지엔 원래 9기의 무덤이 있었다. 1887년 영국군이 물러간 뒤 경략사 이원회가 조선 조정에 보고한 내용이다. 이후 하나둘 본국으로 이장해가 현재는 2, 3기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식 묘지석과 나무십자가가 서 있다. 해마다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참배를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서도 해안길은 목넘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쉬엄쉬엄 가도 2시간(8.5km)이면 충분하다. 목넘이∼거문도(유림)해수욕장∼삼호교∼거문도 뱃노래전수관과 서도(이금포)해수욕장, 녹산등대까지 맞닿아 있다. 마을은 이 길을 따라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다. 삼치, 갈치잡이 배들도 발품을 쉰다. 짭조름한 바닷냄새가 맛있다. 바닷바람이 살갗을 어루만진다.

 

목넘이에서 잠시 샛길로 빠져 보로봉∼신선바위∼기와집몰랑∼거문도해수욕장으로 가는 코스는 아버지와 아들이 인생을 얘기하며 걷는 길이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거리. 보로봉의 해돋이와 해넘이, 기와집 모습의 바위들, 쪽빛 바닷물에 뿌리를 박은 신선바위…. 역사소설가 홍성원(1937~2008)은 마지막 눈을 감으면서 바다를 노래했다. 그렇다. 아들과 아버지는 언젠가 바다에서 만난다.

 

‘한 개의 선과 두 개의 색상이/ 바다가 만드는 구도의 전부다/ 가장 큰 것이 가장 단순해서/ 바다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우리가 다시 바다에서 만난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축복이다.’

 

여/행/정/보

 

5. 거문도 등대에서 바라본 백도 일출. 6. 유람선을 타고 거문도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숙박

섬마을횟집민박(061-666-8111)은 2층에 단체 손님(10인)과 일반 손님(4인)을 위한 방이 있으며 1층은 백반과 갈치조림, 갈치회를 메뉴로 한 식당이다. 하얀집민박(061-666-8054)은 단체 손님(5~6명)을 위한 방과 4인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방이 있다. 거문도항에서 가까운 거문장여관(061-666-8052)은 온돌방과 침대방을 갖추고 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호반여관(061-665-8115~6)엔 일반 손님(2인)을 위한 방 외에 단체 손님(10명)을 위한 방이 있다.

 

●맛집

거문항 주변에 중국음식점, 횟집 등 각종 음식점과 유흥시설이 즐비하다. 거문도에는 새벽시장이 없기 때문에 신선한 회를 먹으려면 일반 횟집을 이용해야 한다. 강동식당(061-666-0034), 충청도횟집(061-665-1986).

 

교/통/정/보

 

●여수↔거문도/ 오가고호(061-663-2824)와 줄리아아쿠아호(061-662-1144)가 오전 7시40분, 오후 1시40분에 여수에서 동시에 출발하며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 요금은 3만6600원이다. 거문도에서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4시30분에 출발하고, 요금은 3만6100원이다.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운항 횟수와 시간이 달라지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거문도 주민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다. 섬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섬일주 유람선을 이용하거나 택시 또는 도보로 관광해야 한다. 거문도항에서 백도행 유람선(061-666-4200)이 부정기적으로 운행된다. 승객이 30명 이상이면 출항하는데, 보통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이다. 요금은 2만9000원, 왕복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거문도 등대도 유람선으로 둘러볼 수 있다. 20명 이상 모이면 4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7. 배 위에서 바라본 거문도 등대.

   (끝)

 

세연정 누마루 난간에 고산 윤선도 자취 남았네
남해 완도 보길도
글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땅거미가 내려앉은 초저녁에 동구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송리와 예작도 전경.

 

해남 땅끝선착장에서 보길도까지 뱃길로 1시간쯤 걸린다. 풍광 좋은 다도해 뱃길이라, 실제로는 훨씬 짧게 느껴진다. 면적이 33km2, 해안선 길이가 41km인 보길도는 섬치고는 높은 산이 제법 많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종 하나가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형상이다.

 

오늘날의 보길도는 완도군의 여러 섬 중 청산도와 함께 가장 유명하다. 자연풍광이 빼어난 덕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은거하며 ‘어부사시사’ ‘오우가’ 등 국문학사에 길이 빛날 걸작을 남겨 유명해졌다. 51세 때인 인조 15년(1637)에 보길도 부용동으로 들어온 고산은 자신만의 낙원을 건설했다. 낙서재에서 8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연정, 동천석실, 곡수당, 무민당, 정성암 등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 고산이 세상을 뜬 뒤 부용동 정원은 그의 서자와 후손이 관리했으나 점차 황폐해졌다. 이후 약 300년 동안이나 잡초 우거지고 주춧돌만 곳곳에 뒹구는 채로 방치됐다가 1993년에야 세연정과 동천석실이 복원됐다.

 

현재 부용동 동구의 보길초등학교와 이웃한 세연정은 부용동 정원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세연정 주변은 굵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해서 사시사철 푸르다. 세연정의 누마루 난간에 걸터앉으면 세연지, 회수담, 동대, 서대, 판석보 등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 있으면 눈과 귀가 즐겁다. 주변 풍광이 철마다 다채롭게 달라지고 어디선가 끊임없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온다.

 

갯돌 깔린 해변에서 해조음에 기분 좋게 취해

고산의 처소였던 낙서재는 세연정에서 1.5km쯤 떨어진 적자봉(430m) 북쪽 기슭에 자리한다. 낙서재 입구에는 곡수당이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두 곳 모두 잡초와 나무만 무성한 폐허였으나, 최근 대대적인 복원공사로 여러 채의 건물이 다시 들어섰다. 고산이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 칭송했던 동천석실은 낙서재에서 마주 보이는 산 중턱에 있다.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동백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전망대처럼 훤하게 트인 암벽 위의 동천석실에 당도한다. 부용동 일대가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부용동 골짜기에 비구름이나 안개가 낮게 깔리면 선계(仙界)에 들어온 기분마저 든다.

 

보길도에서 가장 큰 마을은 예송리다. 마을 앞 바닷가에는 천연기념물 제40호로 지정된 상록수림이 있다. 원래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됐던 숲이다. 처음에는 바닷가를 따라 1.5km쯤 늘어서 있었으나 지금은 740m쯤으로 줄었다. 이 숲에는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생달나무, 감탕나무, 동백나무 같은 상록활엽수가 흔하다. 상록침엽수인 곰솔(해송)과 낙엽활엽수인 팽나무, 작살나무, 누리장나무 등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상록수림 앞에는 ‘깻돌’이라 불리는 검푸른 조약돌이 깔려 있다.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기분 좋은 해조음이 쉼 없이 들려온다.

 

1. 정자리 망끝전망대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본 저녁노을. 2. 고산 윤선도의 낙원인 부용동 세연정과 세연지. 3.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 귀양길에 잠시 쉬어 가면서 시를 짓고 글씨를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

   

예송리와 청별선착장 중간에서 중통리 입구를 지나게 된다. 동쪽으로 길쭉하게 돌출한 중통리 해안에는 해송숲과 모래해변을 거느린 통리해수욕장과 중리해수욕장이 있다. 교통, 민박,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이라 야영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중리해수욕장을 지나 보길도의 동쪽 끝까지 걸어가면, 제주도로 귀양 가던 우암 송시열이 잠시 쉬면서 시 한 수를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에 다다른다. 말년에 떠나는 귀양길의 설움이 묻어나는 시도, 그 시가 새겨진 바위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퍽 인상적이다.

 

보길도 서쪽 해안의 정자리 망끝전망대와 보옥리 사이의 해안도로는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다. 해안도로가 끝나는 보옥리 바닷가에는 보족산(195m)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산 아래의 바닷가에는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다. 크고 둥글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의 알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공룡알 갯돌밭’이라 불린다. 인적 뜸한 공룡알 갯돌밭에서는 파도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들려온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자연과 하나 된 희열이 파도처럼 가슴을 적신다.

 

4. 예송리의 깻돌해변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5. 보옥리 보족산 아래의 ‘공룡알 갯돌밭’.

 

여/행/정/보

 

●숙박

중리해수욕장의 해그림펜션(061-553-6254)과 솔밭콘도(061-552-2990)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바닷가에 자리한 펜션형 민박집이다. 청별선착장의 세연정모텔(061-553-6782), 보길도의아침(061-554-1199), 바위섬횟집(061-555-5612) 등은 모텔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세연정 근처에는 백록당(061-553-6321), 청기와(061-553-6303) 등이 있고 예송리에는 선아네(011-631-6417), 예송정(061-553-6494), 파도소리민박(061-553-6418), 황토한옥펜션(061-553-6370) 등이 있다. 최근 완공된 보길대교를 건너면 노화도의 숙박업소와 식당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맛집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미리 주문하면 식사(1인분에 약 5000원)를 차려준다. 보길도의 청별선착장 부근에는 보길도의아침(해물된장찌개), 바위섬횟집(전복요리), 세연정횟집(생선회, 061-553-6782) 등 식당이 많아서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렵지 않다.

 

교/통/정/보

 

●땅끝↔보길도/ 해광운수(땅끝 매표소/061-535-5786)의 카페리호가 땅끝선착장과 보길도 청별선착장 사이를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하루 17회 왕복 운항한다. 성수기에는 증편된다. 편도운항 소요시간은 약 1시간이며, 차량(승용차 편도운임 2만 원)도 실을 수 있다. 보길도 청별선착장보다는 노화도 산양선착장에서 타고 내리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완도↔보길도/ 완도 화흥포항(061-555-1010)에서도 보길도행 카페리호가 수시로 운항한다.

 

●섬 내 교통

보길버스(061-553-7077)가 청별선착장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보길택시(061-553-8876) 소속의 영업용과 개인택시(061-553-6262, 6353)도 있는데 요금은 구간별 정액제다.

   (끝)

4. 예송리의 깻돌해변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 5. 보옥리 보족산 아래의 ‘공룡알 갯돌밭’.

 

 

푸른 초원 위 하얀 등대 꿈에서 본 그곳이었구나!
남해 통영 소매물도
글 김화성 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1. 웃매미섬으로도 불리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소매물도 전경. 통영에서 소매물도까지 하루 두 번 여객선이 출항한다.

 

소매물도는 손바닥만 한 섬이다. 메뚜기 이마빡만 한 땅이다. 면적 0.51km²에 해안선 길이 3.8km. 11가구 주민 20여 명(2010년 4월 현재)이 산비탈에 제비 둥지 같은 집을 달고 산다. 섬마을 뒤쪽에는 삐죽삐죽 바위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섬의 어깨가 미식축구 선수처럼 완강하다. 마을은 양팔 사이 가슴 아래 배꼽쯤에 붙어 있다. 오목거울 가운데 옴폭 들어간 곳이다. 굴 딱지처럼 옹기종기 낮게 들어앉았다.

 

새로 들어선 펜션과 건축이 한창인 현대식 건물들이 공룡의 가슴뼈처럼 눈엣가시로 찌른다. 이제 섬의 대부분 땅은 외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 주민이 살고는 있지만 땅은 이미 넘어간 집이 많다. 곰삭아 허물어지고 무너져내린 빈집들이 꼬부랑 할머니처럼 안쓰럽다. 주민들은 언젠가부터 하나둘 땅을 팔고 뭍으로 떠났다. 그 자리는 자본과 현대식 건축물이 대신했다. 소매물도는 이제 하루 서너 시간만 전기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는 곳도 아니다. 전기와 식수는 24시간 아무 이상 없다.

 

소매물도는 통영 미륵산 정상(461m)에서 보면 한산도 너머 끝자리에 엎드려 있다. 동남쪽 4시 방향, 통영에서 직선거리 26km. 매물도-소매물도-등대섬의 3형제 중 둘째다. 주민들은 웃매미섬이라고 부른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선 통영 미륵산 봉우리가 솟아 있는 게 보인다. 미륵산은 소매물도 보고 웃고, 소매물도는 미륵산 보고 웃는다.

 

섬마을에서 위로 올라가다 보면 잔등에 소매물도 분교 터가 있다.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1997년 3월 1일 경상남도교육감’이라고 쓰인 교적비가 서 있다. 졸업생 131명은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 살고 있을까?

 

바닷물 빠지면 등대섬 가는 길 열려

소매물도 동쪽엔 등대섬이 있다. 등대섬은 소매물도 등짝 해변길을 짚으며 간다. 길은 깎아지른 절벽 위를 따라 나 있다. 발바닥이 간질간질하다. 바람이 얼굴을 아프게 때린다. 자칫 두 다리에 힘을 주지 않으면 날아갈 것 같다. 땅바닥에 떨어진 동백의 통꽃과 산벚꽃잎이 서로 껴안고 이리저리 나뒹군다. 파도소리가 우렁차다. 저 멀리 고기잡이 통통배가 갈매기 떼를 한아름 싣고 간다. “끼룩∼ 끼룩∼” 갈매기들은 지악스럽게 따라붙는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는 자라목 같은 잘록한 길로 이어진다. 길이 70m의 열목개 몽돌길이다. 열목개에는 수시로 물보라가 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열렸다가,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면 지워진다. 사람들은 길이 열린 틈을 타서 등대섬으로 오른다. 일단 등대섬에 들어가면 물이 차기 전에 서둘러 나와야 한다. 1917년 불을 밝힌 등대(16m) 불빛은 48km까지 퍼져나간다. 주위엔 병풍바위, 촛대바위 등이 우뚝우뚝 호위하듯 서 있다. 등대섬에서 소매물도 오른쪽으로 보면 영락없이 공룡을 빼닮은 공룡바위가 눈에 걸린다.

 

2, 3. 기암절벽 위 아름다운 등대로 유명한 소매물도 등대섬.4. 소매물도 등대섬은 코발트빛 바다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등대섬은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157m)에서 내려다보는 게 일품이다. 망태봉 바로 아래 해상밀수감시소 꼭대기에 올라가도 잘 보인다. 감시소는 1987년 폐쇄돼 시멘트 망루만 남아 있다. 하얀 등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등대에 오르는 푸른 풀밭이 그림 같다. 여기에 코발트빛 바다와 그 뒤에 점점이 서 있는 거무튀튀한 갯바위들….

 

소매물도 섬마을 왼쪽 길은 후박나무, 동백나무 숲길이다. 섬 등짝 안쪽이라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아늑하고 호젓하다. 가끔 나오는 오솔길 걷는 맛도 쏠쏠하다. 군데군데 낮은 무덤들이 누워 있다. 섬에서 태어나 살다가 섬에 묻힌 사람들. 그들은 죽어서도 말없이 섬을 지키고 있다.

 

나무들은 마을을 향해 굽어 있다. 등으로 바람을 막아낸 탓이다. 쏴아! 쏴아! 나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추임새로 새소리도 섞인다. 미니해수욕장 모래밭길도 꿈같다. 남매인 줄 모르고 서로 사랑하다가 죽었다는 슬픈 전설의 남매바위도 만난다.

 

소매물도에 해가 저물면 바람이 우당탕탕 찾아와 대문을 흔든다. 밤새 덜컹거리는 소리, 빈집 양철지붕 밟고 지나가는 소리, ‘차르르 철썩’ 파도가 해안절벽에 부딪히는 소리…. 아침 해가 바람을 몰아내기 시작하면,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나와 어디론가 사라진다. 안개는 바다 얼굴을 말갛게 씻겨주고, 새끼 섬들 사이로 띠처럼 흘러간다. 고깃배는 섬과 섬 사이에서 코를 박고 그물을 친다. 금빛 갈매기들은 어김없이 아침바다를 떠돈다.

 

소매물도는 머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면 뱃길이 끊긴다. 바다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섬을 찾은 사람들도 발이 묶인다. 파도가 거품을 품으며 으르렁거린다. 섬마을은 오로지 바람만 활개 친다. 사람들은 방에 처박혀 쥐 죽은 듯 꼼짝하지 않는다. 나무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출렁인다. 잔뜩 물을 머금은 하늘은 먹빛이다. 선착장 마을은 그렇게 며칠씩, 눈썹달처럼 휜 섬 품 안에서 비바람을 견딘다.

 

해무에 휩싸인 소매물도 전경.

 

여/행/정/보

 

●숙박

20여 곳의 민박이 있는데, 대부분 한옥에서 방만 내주기 때문에 취사도구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다솔산장(017-858-2915)은 공동 샤워시설과 수세식 좌변기가 있다. 소매물도 펜션(055-644-5377)은 등대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맛집

통영이 먹을거리 천지인 데 반해 섬에선 제대로 된 식당을 찾기 힘들다. 성수기에는 미리 부탁하면 민박집에서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선착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다솔찻집(055-642-2916)에서는 커피와 녹차를 맛볼 수 있다.

 

교/통/정/보

 

●통영↔소매물도/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 11시, 오후 2시10분에 섬사랑1호와 엔젤3호(055-645-3717)가 출발한다. 1시간 20분 소요. ※여객선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출항 횟수와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전화로 확인하는 게 좋다.

 

●섬 내 교통

정기노선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 구불구불한 좁은 산길이 대부분이라 걷는 수밖에 없다. 섬을 일주하는 데 4~5시간 걸린다. 주민 소유의 보트를 이용해 섬 주변을 관광할 수도 있다(1회 왕복 3만 원 정도).

   (끝)

해무에 휩싸인 소매물도 전경.

아무 데나 멈춰서면 거기가 한려수도 전망대…
남해 통영 욕지도
글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1. 욕지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서산리 삼여.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는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體唯心造)’의 네 문장으로 이뤄진 ‘사구게(四句偈)’라는 게송(偈頌·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이 있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만약 사람이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의 깨달음을 알고자 한다면, 법계(法界)의 성품은 오로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마땅히 직관(直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쉬운 듯하면서도 심오한 이 게송의 첫 문장에서 욕지도(欲知島)라는 지명이 비롯됐다. 어떤 연유로 그런 지명이 붙었는지는 몰라도, 욕지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평정심(平靜心)을 되찾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면소재지 섬이다.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7km, 뱃길로는 32km쯤 떨어진 망망대해에 연화도, 상·하노대도, 두미도, 초도 등과 함께 연화열도를 이루고 있다. 면적 28.69km2, 해안선 길이 31km의 욕지도는 연화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데도 외지인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다. 이렇다 할 만한 관광지가 없는 데다 소매물도, 한산도, 비진도 등 통영에 속한 다른 섬들의 유명세에 눌려 있기 때문이다.

 

욕지도행 뱃길은 비교적 편리하다. 출항지가 다양하고 운항편수가 많을 뿐 아니라 뱃길의 풍광 또한 매우 서정적이다. 그래서 80리의 짧지 않은 뱃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은 한려수도의 수려하고 서정 넘치는 풍광에 매료되고 만다. 욕지도의 마을은 대부분 일주도로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총길이가 15km쯤 되는 일주도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쪽빛으로 넘실거리는 바다를 굽어보며 달린다. 한적한 그 길을 따라가다 아무 데나 차를 세우면 그곳이 바로 전망대다. 어디서나 한려수도의 깨끗한 바다와 올망졸망 떠 있는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렁이는 바다 위로 솟아오른 3개의 여(礖)

2. 서산리의 한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욕지도에는 외부에 널리 알려진 명소는 없지만, 일주도로를 타고 찬찬히 둘러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풍광을 여럿 만나게 된다. 청사마을과 큰솔구지마을 앞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큰솔구지마을의 장엄하고도 화려한 해돋이, 내촌마을과 외촌마을의 천지를 불사를 듯한 낙조, 해금강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서산삼여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삼여마을 아래 바닷가에 불쑥 솟은 서산삼여는 욕지도를 대표하는 절승이다. 까마득한 해안절벽과 시퍼렇게 일렁이는 바다, 수면 위로 뾰족이 솟아오른 3개의 여(礖·물에 잠긴 바위)가 한데 어우러져서 장관을 이룬다.

 

바위로만 뒤덮인 욕지도에는 모래해변이 거의 없다. 유동·덕동·흰작살 등의 해수욕장에도 어김없이 주먹만 한 몽돌이 깔려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곳은 300m가량의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앞바다에 떠 있는 섬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재워주기 때문에 물결이 잔잔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더욱이 파도와 몽돌이 서로 덮치고 쓸리면서 쏟아내는 해조음에 귀 기울이노라면 괜한 객창감이 파도처럼 밀려든다. 워낙 외지고 한적한 이곳에서 해조음은 유난히 크고 청아하게 들린다.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밤이라면 금방이라도 우수수 쏟아져내릴 듯한 별빛과 은하수가 밤바다의 정취를 더욱 깊고 그윽하게 돋운다.

   

3. 큰솔구지마을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해돋이. 거제도 위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음성도 해조음이라고 한다. 바다의 파도소리처럼 크고 우렁차서 누구에게나 고르게 들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처의 음성과 해조음은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위무(慰撫)해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욕지도라는 지명을 ‘화엄경’에서 따온 것도 이 해조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여/행/정/보

 

●숙박

근래 욕지도에는 펜션 같은 고급 숙박시설이 대거 들어섰다. 여름 피서철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욕지항 주변에 현재펜션(055-641-0104), 김선장펜션(055-642-0793), 부산여관(055-642-5209) 등 숙박업소가 많다. 청사마을의 욕지피서원펜션(010-3003-6590), 유동마을의 욕지도노을펜션(010-4561-5056)과 느티나무펜션(011-413-2910), 동항리 야포마을의 등대리조트(055-641-6285), 덕동해수욕장 부근의 돌고래민박(055-641-0393)과 욕지도펜션리조트(010-9383-6977), 도동마을의 욕지도드람펜션(055-642-1175), 목과마을의 흰작살민박(011-9523-7000) 등이 비교적 시설이 좋다.

 

●맛집

욕지항 선착장 근처의 한양식당(055-642-5146)은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맛이 좋으면서도 값은 저렴한 해물짬뽕 하나로 유명세를 누리는 곳이다. 이 해물짬뽕 맛을 보기 위해 욕지도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밖에 욕지항에는 뱃머리횟집(055-643-5850), 늘푸른횟집(055-642-6777)을 비롯한 횟집이 많다. 어느 집을 찾아가나 메뉴, 맛, 가격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도 식사를 차려준다. 욕지항에는 농협 하나로마트, 식육점, 슈퍼 등의 상점이 많아서 부식이나 반찬거리를 구입하기가 쉽다.

 

교/통/정/보

 

●통영↔욕지도/ 통영여객선터미널↔욕지도 간에는 욕지해운(통영/055-641-6181, 욕지/055-641-6183)의 욕지고속카페리호, 삼덕항(통영 미륵도)↔욕지도 항로에는 욕지영동고속(삼덕/055-643-8973, 욕지/055-641-3734)의 카페리호가 수시로 운항한다.

 

●섬 내 교통

욕지도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1대뿐인 시내버스는 주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택시는 없다. 되도록 차를 싣고 들어가는 게 좋다.

 

4, 5. 아담한 몽돌해변으로 이뤄진 덕동해수욕장. 6. 욕지도 큰솔구지마을 부근의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두미도와 연화열도의 섬들.

   (끝)

해금강 못지않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풍경일세
남해 거제 외도
글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그러나 막상 거제도에 가보면 섬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섬과 뭍 사이의 좁은 물목인 견내량에는 한강 다리만큼 큰 신거제대교가 놓여 있고, 다리를 건너면 장승포항까지 왕복 4차선 국도가 시원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같은 국도 주변에는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와 고층 아파트도 들어서 있다. 섬 특유의 한적한 분위기와 단절감 따위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풍경과 정취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북동부 해안에 국한된다. 그 지역을 제외한 거제도는 여전히 깨끗한 바다와 수려한 자연, 따뜻한 인심이 살아 있는 섬이다.

 

거제도에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가 적지 않다. 그중 남부면 갈곶리의 해금강은 거제도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대표해온 절경이다. 한때 거제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해금강을 구경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1995년 구조라해수욕장 남쪽의 작은 섬에 외도 보타니아가 처음 문을 열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도 거제도 동부해안에서 출항하는 유람선은 모두 해금강을 경유한다.

 

1. 외도의 여름 풍경. 수국 만발한 화단 저편에 비너스가든이 보인다. 2. 항만식당의 해물뚝배기. 3. 바다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착장 주변 풍경. 4.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울창한 외도의 상록수림길.

 

이국적 정취 물씬 풍기는 그림 같은 해상농원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인 해금강은 원래 전체적인 생김새가 칡뿌리를 닮았대서 ‘갈도’라 불렸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는 수백 년 동안 모진 비바람과 해풍을 견뎌온 노송이 우뚝하고, 섬 머리께에는 희귀 난초를 비롯해 700여 종의 식물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대양에서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절벽 곳곳에 십자동굴, 부엌굴 등의 해식동굴과 용트림바위, 촛대바위, 신랑신부바위 같은 기묘한 형상을 빚어놓아 북녘 땅의 해금강에 못지않은 절경을 이룬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해금강이라 불리기 시작했고, 1971년에는 강릉 소금강계곡의 뒤를 이어 명승 제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런 해금강을 제치고 거제도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외도 보타니아(070-7715-3330, www.oedobotania.com)는 거제도에 딸린 600여 개 섬 중 하나인 외도(外島·밖섬)에 자리한 해상관광농원이다. 거제 구조라항에서 남동쪽으로 4.5km, 한려해상공원 해금강에서 북서쪽으로 5km쯤 떨어져 있다. 사방이 가파른 바위 벼랑으로 둘러쳐져 있고, 가장 높은 곳이 해발 80m에 이르는 외도의 총면적은 16만5289㎡(5만 평)쯤 된다. 원래 이 섬에 8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었는데 외도 보타니아 설립자인 고(故) 이창호, 최호숙 씨 부부에게 땅을 팔고 모두 뭍으로 떠났다.

 

외도해상농원은 발길 닿는 곳마다 선인장동산, 화훼단지, 비너스가든, 천국의 계단, 코카스가든, 놀이조각공원 등의 테마정원으로 정성스레 꾸며져 있다. 종려나무, 귀면각, 부채선인장, 부겐빌레아, 금목서, 금황환 등 740여 종의 희귀한 수목과 화초로 가득한 정원에는 지중해풍의 건물이 곳곳마다 들어서 있어 이국의 어느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5. 비너스가든의 조각상. 6. 지중해풍 건물로 지어진 외도 보타니아의 매표소와 화장실.

 

선착장에 도착한 배에서 내리면 맨 먼저 빨간 기와지붕의 매표소가 눈길을 끈다. 매표소 문을 통과하면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관람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도 있고, 야자나무와 선인장이 늘어선 길도 지난다. 이윽고 비탈진 길이 끝나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축소해놓았다는 비너스가든에 들어선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의 비너스 조각품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비너스가든이 끝날 즈음에는 TV 미니시리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는 예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 벽과 천장 중앙을 훤히 틔워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거실 안까지 밀려오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수국이 만발한 꽃길과 한낮에도 어둑한 대숲길을 지나면 섬의 최고봉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다시 비탈길을 내려서면 야외조각공원이다. 제기차기, 기마전 등 민속놀이를 표현한 한국전통놀이 조각품들이 친근감을 준다. 곧게 뻗은 천국의 계단을 내려와 코카스가든을 지나면 외도 탐방코스도 막바지에 이른다. 기념품 가게를 지나서 만나는 바다전망대에서는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상쾌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선착장 주변 바다에는 똑같은 형태의 유람선들이 한가롭게 떠 있다. 지중해의 어느 관광지 같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다.

 

여/행/정/보

 

●숙박

외도는 구경하는 섬이다. 유람선에서 내려 1시간 30분 동안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돌아봐야 한다. 숙박이나 체류는 불가능하다. 하룻밤 묵으려면 거제도 동부해안에 늘어선 호텔이나 펜션을 이용해야 한다. 그중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몽돌비치호텔(055-635-8883)과 거제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은 객실 창문을 열고 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함목해수욕장 입구의 솔레미오펜션(055-633-4243)도 바다 전망이 탁월하다.

 

●맛집

외도의 스낵바에서 여름에는 냉면, 겨울에는 우동 같은 간편식을 사먹을 수 있다. 외도 유람선이 출발하는 장승포의 항만식당(055-682-4369)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맛있게 요리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거제시청 부근의 백만석식당(055-637-6660)은 냉동 숙성시킨 멍게를 넣은 멍게비빔밥과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우럭지리가 맛있다. 고현의 삼대함흥냉면(055-637-3955)과 황토마당(보리밥, 055-637-5953), 장승포의 해원식당(해물찜, 055-681-5021)과 천화원(중화요리, 055-681-2408)은 거제도 토박이들의 추천 맛집이다.

 

교/통/정/보

 

●거제↔외도/ 외도관광을 위한 유람선은 거제도의 장승포(055-681-6565), 와현(055-681-2211), 구조라(055-681-1188), 학동몽돌해수욕장(055-636-7755), 도장포(055-632-8787), 해금강(055-633-1352)의 6개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어디에서 출발해도 관광코스와 시간, 요금은 거의 같다. 대체로 해금강을 먼저 둘러본 뒤 외도 선착장에 닿는다. 외도 관광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정해져 있다. 총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3시간.

   (끝)

 

잠 못 드는 재밌는 뱃길 제주 비경 신나는 올레길
남해 제주도
글 김화성 mars@donga.com 사진 양영훈 travelmaker@empal.com
 
 

1, 2, 3. ‘올레’가 제주도의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굽이굽이 올레길을 걷노라면 마주치게 되는 푸른 제주 바다.

 

제주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가는 여행객이 부쩍 눈에 띄는가 하면, 몇 해 전 시작된 제주 올레여행이 전국에 걷기여행 붐을 일으켰다. 제주여행이 해외여행보다 비싸다거나, 한두 번 가봤으니 더는 볼 것 없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제 융통성 없는 사람들에게서 들을 법하다.

 

금요일 저녁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제주행 여객선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에게서는 설렘이 묻어난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13시간 정도. 저녁에 배에 올라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아침을 제주에서 맞는다고 보면 된다. 뱃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선상 불꽃축제, 라이브 공연, 레크리에이션, 댄스파티, 마술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배에서 감상하는 일몰과 일출은 선상여행의 보너스다. 제주공항에 내려 관광버스에 오르거나 예약해둔 렌터카 키를 받아드는 것으로 시작됐던 제주여행이 제주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위에서, 한층 일찍 시작되는 셈이다.

 

제주에 내리면 신발 끈을 조여매자. 그렇다고 서두를 건 없다. ‘놀멍 쉬멍 걸으멍(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제주에 몇 번이나 왔어도 보지 못했던 제주의 속살을 파고들 차례다. 올레는 본래 마을의 큰길에서 집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지금은 자동차로부터 되찾은 사람의 길을 폭넓게 일컫는다. 2007년 9월 첫 코스가 탄생한 이래 최근 개장한 추자도 18-1 코스까지 제주 올레길은 모두 21개 코스가 됐다. 코스마다 제주올레사무국에서 정해놓은 난이도가 다르지만, 대체로 네댓 시간에서 대여섯 시간 소요된다.

 

제주 옛 숲,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 테우 낚시…

4. 제주 올레길을 사진에 담는 포토 트레커들. 5. 제주 우도 올레길도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올레길은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해,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길이다. 외돌개를 출발해 법환포구를 경유, 월평포구까지 이어지는 7코스에는 올레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자연생태길인 수봉로가 있다. 2007년 12월, 새 올레코스 개척을 위해 길을 찾아 헤매던 올레지기가 염소가 지나가는 것을 우연히 보고 삽과 곡괭이만으로 만든 길이라고 한다. 같은 7코스에 속한 ‘두머니물~서건도’ 해안구간은 본래 험한 바위밭이었으나 사람 손으로 고만고만한 돌을 옮겨놓고, 길가에 돌조각을 쌓아올려 바다를 낀 제법 아름다운 산책길로 탈바꿈시켰다. 이 밖에 다양한 식물의 보고이자 올레꾼들에게서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저지곶자왈과 무릉곶자왈을 이어주는 14-1 코스는 제주의 오랜 숲을 거닐 수 있는 길이다. 한편 쇠소깍을 출발, 서귀포 시내를 통과해 이중섭미술관과 소정방폭포, 천지연폭포 위를 지나 7코스 시작점인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6코스는 제주 도심과 유명 관광지를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의 가장 큰 매력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제주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아는 사람만 알았던 비경이 더 많은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큰비가 내려야 폭포수가 떨어지는 통에 ‘우중천국’으로 불리는 엉또폭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새섬과 서건도, 느림의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뗏목 테우 체험이 가능한 쇠소깍과 대평포구 등이다. 대평포구는 바다낚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손맛을 한번 본 사람들은 제주에 내리자마자 대평포구를 낀 용왕난드르마을(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로 향하기도 한다. 마을 어선을 타고 가까운 바다에 나가 테우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용왕이 나온 들, 바다로 뻗어나간 들’이라는 의미의 용왕난드르마을에서는 바다낚시 외에 군산(334.5m) 오르기, 소라 잡기, 마늘꿀탕 만들기, 소라양초 만들기 등도 체험할 수 있다. 군산은 대평리의 대표적 오름으로 정상에 서면 한라산과 중문단지,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 주민들은 군산의 정상이 명당이라 이곳에 오르면 좋은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제주 올레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서너 명이 한방을 쓰는 게스트하우스가 유행이다. 종일 제주에 발도장을 찍고 다닌 올레꾼들이 밤이면 숙소에 모여들어 생면부지의 여행객과 소회를 나누고 정보도 공유한다. 그러나 제주 올레 체험에 어떤 전형이 있는 건 아니다. 게스트하우스가 불편하다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올레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 일부 호텔에서는 제주올레사무국과 연계해 제주 올레 체험을 안내한다. 호텔에서 자고,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해 원하는 코스 출발점에 편하게 이를 수 있다. 그런 다음 온전히 제주 올레길에 빠져드는 것이다.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우도다. 우도 올레는 제주 올레의 축소판이다. 시범 케이스이자 오픈게임이다. 제주 올레를 본격 체험하기 전에 숨고르기로 우도를 한 바퀴 걸으면 안성맞춤이다. 다리도 풀고 제주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우도 올레(16.1km)는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거의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어슬렁어슬렁 동네 한 바퀴 돌 듯 돌면 된다. 섬은 동서 2.5km, 남북 3.8km로 자그마하다. 슬슬 걸어도 3시간이면 너끈하다. 걷는 내내 파도와 바람소리가 길동무를 해준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상큼한 생풀 냄새가 버무려진다.

 

제주 올레길은 이정표가 비교적 잘돼 있지만, 사전에 제주 올레 홈페이지(www. jejuolle.org)를 통해 코스 정보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제주공항 올레안내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6. 제주 올레길과 함께 즐기는 바다 풍광. 7, 8. 제주 올레길. 올레길은 2007년 9월 개장한 이래 21개 코스, 총 350여km에 이른다.

 

여/행/정/보

 

●숙박

제주 내 펜션과 민박집은 대부분 시설이 깔끔해 여행 코스와 경비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제주 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돌아볼 올레길을 아우를 수 있는 숙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맛집

서귀포시 표선사거리 버스정류장에 있는 춘자국수(064-787-3124)는 올레꾼들이 인정한 2500원짜리 냄비국수 국물 맛이 일품이다. 신서귀포 김정문화회관 앞 국수냐 국밥이냐(064-739-3382)는 고기국수와 순댓국밥이 깔끔하다.

 

교/통/정/보

 

●인천→제주(주 3회)/ 오하마나호(제주/064-725-2500, 인천/032-889-7800) 월·수·금 오후 7시 출항(13시간 소요)

 

●부산→제주(주 6회)/ 코지아일랜드호(부산/051-464-2333, 제주/064-751-0300) 화·목·토, 설봉호(부산/051-463-0605, 제주/064-751-1901) 월·수·금 오후 7시 출항(11시간 소요)

 

●목포→제주(1일 3회)/ 퀸메리호(목포/061-243-1927, 제주/064-758-4234) 오전 9시 출항(4시간 20분 소요), 핑크돌핀호(061-243-1927, 064-758-4234) 오후 2시 출항(3시간 10분 소요), 카훼리레인보우호(061-243-1927, 064-758-4234) 오후 2시30분 출항(4시간 50분 소요) ※당일 예약 안 됨

 

●성산포(제주)→우도/ 오전 8시부터 매시 정각에 출항, 마지막 배는 오후 6시 반. 소요시간 약 20분(문의·우도해운 064-782-5671, 우림해운 064-784-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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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9.01 02:15

    첫댓글 지면을 통하여 안내만 해주지 말고요, 한 번 데려가 주세요...............음악실 식구들과 가을에 계획을 잡아 봄이 어떨지요..

  • 작성자 10.09.01 21:00

    저희 시댁인 진도를 내어 드리지요..작년에 계획했는데~그만 ..맞추기가 힘들더군요...함께 다시한번 계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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