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3분으로 유럽 미술관 둘러보기
https://youtu.be/Ms4Q6w63tIU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이주헌, 학고재, 1995
벌써 거의 20년 전 일인데요,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비행기로 간 다음에 거기에서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로스
토프라는 곳으로 가기 위해 23시간 동안 버스를 탔던 적이 있습니다.
넓은 들판도, 큰 나무 숲 사이도 지나갔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긴 시간 동안 흔들리는 차를 타는 게 사실 무척 괴로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묘하게 떨리는 마음이 좋았습니다.
핀란드에서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서 엄청나게 큰 배를 탔던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크고 높은 배는 처음 보았습니다. 그 배에 오를 때 그리고 항구에서 배가 떠날 때 갑판에서 바닷바람을 맞
으며 내가 마치 타이타닉에 타고 환하게 웃던 영화배우라도 된 듯 한동안 흥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여행은 편하든 힘이 들든 거기가 땅이든 바다 위든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를 벗어난 여행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는 이 여행도 하지 못하도록 발을 꽁꽁 묶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어디 마음먹은 대로 다닐 형편도 못 되지만 괜히 코로나 때문에 어디 다니지도 못한다고 투
덜댑니다.
그럴싸한 핑계 거리가 생겼음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그 답답함에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 [50일간의 유럽 미
술관 체험]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중에 여행 다니면서 이 책에 나오는 곳을 가보자고 말했었는데,
오히려 여행을 다닐 수 없는 때에 이 책을 다시 봅니다.
이 책은 유럽 여러 나라에 있는 미술관에 있는 그림을 비롯한 예술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써 놓은 책입니다.
학교 교과서에서 본 유명한 그림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330쪽이 넘는 두꺼운 책에 거의 모든 쪽마다 그림이나 사진이 실려 있으니 글을 읽지 않고 종이를 넘기며
눈으로만 보아도 내가 마치 그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을 마주 대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또 글을 읽어보면 한 번 더 작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글투로 지루하게 펼쳐 놓는 해설서가 아니라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미술에 대한 지식과
그 미술을 둘러싼 것들까지 함께 알게 하는 말투가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보며 글을 읽다보면 단지 예술 해설서가 아니라 여행을 다니며 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놀라운
건 혼자 다닌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녔으며 그 여행 가운데 미술관을 다니며 본 것들에 대한 글이
라는 겁니다.
그것도 네 살, 두 살짜리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한 여행이랍니다.
그 어린 아들이 하나는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풀밭에 엎드려 자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아무도 없
이 홀가분하게 다니는 게 더 편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둘이서 다니는 여행이 더 즐거웠겠다는 생각이 듭
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을 업거나 안아서 함께 둘러보고 쓴 글이니 덕분에 예술 작품만 보는 게 아니라 여행에 나도
함께 하고 있다는 기분까지 들게 해 줍니다.
힘은 더 들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다니는 길, 그래서 같은 것을 함께 보면서 어려움을 나누고 같이 기뻐하는
그야말로 삶으로 예술 작품을 마주하게 되며 그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마음까지 헤아리게 되었겠죠.
참 답답한 때입니다. 몸도 답답하고 마음은 더 답답합니다.
한 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 더 넓은 세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정성껏 그린 그림들, 깎고 다듬은 조각들을 보는 여행을 다녀오시기를
권해 봅니다.
홀가분하지 않지만 사람도 짐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불편함도 있지만 다들 그렇게 살잖아요.
그런 삶 속에서 마주하는 예술 작품들 속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대합니다.
송주일 목사(신장위교회)
출처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