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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셋 엄마하나] 10
1.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우당탕 쿵탕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나영.
나 영 : 하선아! 하선아!!
나영, 불부터 켜고 거실을 둘러보는데, 이 소란에 깨어나, 각자의 방에서 나오는 세 남자.
수 현 : (거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며) 왜요, 나영씨? 왜 그래요?
나 영 : (너무 놀라, 경황없이) 하선이가 없어졌어요...!!
광 희 : (달려 나와) 하선이가 없어지다뇨...?
나 영 : 몰라요. 같이 자고 있었는데... 없어요!
경 태 : (놀라며) 네?
나 영 : (울먹이며) 분명히 옆에서 같이 자고 있었는데...? (주변 둘러보며) 하선아! 하선아...!!
경 태 : 2층에 있겠죠...!
후다닥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경태. 광희와 수현도 쫓아 올라간다.
2. 동 2층 나영 방 (밤)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경태. 그 뒤를 수현과 광희가 뛰어 들어온다.
경 태 : (이불을 확 들춰보며) 없어...!
수 현 : 없다니...? 그럴 리가 없잖아? 잘 찾아봐!!
광 희 : 그래, 잘 찾아 봐!
방안을 샅샅이 뒤지는 세 남자. 하지만 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수 현 : 여긴 없어...!
다시 하선을 부르며 밖으로 뛰어 나가는 세 남자.
3. 동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집안 곳곳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아기를 찾는 세 남자와 나영. 하지만 아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광 희 : 혹시...? 혹시 우리 하선이 납치당한 거 아니야...? 도둑이 들어 왔다가...
나 영 : (광희의 말 채 끝나기도 전에) 납... 납치요...? 아...!
그대로 기절하며, 푹 주저앉고 마는 나영. 경태와 수현이 재빨리 나영을 부축한다.
경 태 : 나영씨...!
수 현 : (광희에게) 넌 왜 쓸데없는 말을 해 가지고...! (나영에게) 나영씨...! 정신 차려요! 나영씨...!!
광 희 : 그럼 뭐야? 애가 저 혼자 싹 사라졌단 말이야?
수 현 : 쟤가 진짜...! 야, 경태야, 넌 빨리 112에 신고하고, 광희, 넌 빨리 찬물 좀 떠와! 나영씨...! 정신 차려요...!! 나영씨...!!!
경 태 : (경황없이 중얼중얼) 내가 경찰인데, 112에 신고를 해...?
어쨌든 전화기 들고 112 누르는 경태. 광희는 냉장고로 가서 찬물 떠오고...
경 태 : (전화하는) 여보세요, 112죠! 여기 빨리 좀 와 주세요! 지금 아기가...
이때 어디선가 찰박찰박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를 따라 불이 켜져 있는 화장실을 돌아보는 세 남자.
경태, 아직도 전화기를 들고 있다.
112 (E) : 여보세요! 아기가 어떻게 됐다는 거죠? 여보세요...!
대답도 않고 천천히 문이 반쯤 열려있는 화장실로 다가가는 경태.
4. 동 화장실 (밤)
문이 열리며 세 남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선이가 양변기에 손을 넣고 찰박찰박 물을 떠먹으며 좋아하고 있다.
세 남자 순간 기겁을 하며 놀라는데,
이때,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나영이 세 남자를 비집고 뛰어 들어온다.
나 영 : (안아 올리며) 하선아...! 여기 있었구나...? 세상에! 니가 여기까지 어떻게 혼자 내려왔니? 어디 다친 덴 없구?
갑자기 없어져서 엄마가 얼마나 놀랬는데!! (꼭 안는다.)
안도하며 어이없어 그 모습을 보는 세 남자.
전화기에서는 112 대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112 : (E. 다급하게) 여보세요!! 아기가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말씀 좀 해보세요...! 여보세요!!
경 태 : (그제야 대답하는) 아기가... 물을 마시고 있네요... 한밤중에 죄송합니다...! (꾸뻑 인사까지 하며 전화 끊는다.)
수 현 : 하선이가 저 계단을 어떻게 내려왔지...?
광 희 : 앞으로 하선이 보는 일이 만만치 않겠는데...?
5. 동 2층 나영 방 (밤)
젖병에 든 보리차를 쪽쪽 빨아먹으며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하선.
나영이 하선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있다.
광 희 : (벗겨낸 하선의 옷을 받으며) 아이, 드러...! 그 물을 먹다니...! 근데 누가 맨 마지막에 화장실 썼지...?
서로를 빤히 쳐다보는 세 남자. 곧 자연스럽게 경태에게로 모여지는 시선.
경 태 : (죄라도 지은 듯) 나야...
광 희 : 너, 큰 거 봤어? 작은 거 봤어? 설마 큰 거 본 건 아니겠지...?
경 태 : (면목 없는) 큰 거야...
수 현 : 뭐? 나영씨 빨리 병원부터 갑시다. 하선이 위세척부터 시켜야 돼요!
나 영 : (옷 갈아입히며) 아니에요... 좀 더 지켜보다가 이상해지면 그때 가죠, 뭐...
저도 어렸을 때 개똥 집어먹은 적 있대요. 그래도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광 희 : (경태 째려보며) 차라리 개똥이 훨 낫겠네...! 너, 물은 확실히 내렸지?
경 태 : (괜히 버럭) 내렸어...! 두 번이나!!
광 희 : 뭐, 건더기 떠있던 거 아니지?
수 현 : (속이 뒤틀리는 표정) 건더기?
경 태 : 아니라니까...!
나 영 : 주무세요. 제가 지켜보다가 이상하면 바로 얘기할게요...
광 희 : 그럼 내려갈게요. 자요... (하선에게) 아무 탈 없어야 될 텐데... 잘 자라...
찜찜한 표정으로 방을 빠져 나가는 세 남자.
6. 세 남자의 집 2층 계단 (밤)
계단을 내려오는 세 남자.
광 희 : 넌 왜 한밤중에 똥을 눠?
경 태 : 어제 밤에 맥주 마셔서 그렇지... 니들도 알잖아? 나 맥주 마시면 꼭 설사하는 거...
광 희 : (놀라며) 뭐? 설사...!
수 현 : (돌아서며) 나영씨...! 지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하는데)
그대로 수현의 입을 틀어막는 경태.
경 태 : 나영씨가 지켜본다잖아...! 물 두 번이나 내렸다니까!
그대로 경태를 두들겨 패는 광희와 수현.
수 현 : 앞으로 화장실 쓰면 꼭 문 잘 닫어!
7. 세 남자의 집 외경 (인서트. 아침)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세 남자의 집이 보인다.
8. 세 남자의 집 부엌 (아침)
유아용 의자에 앉아 있는 하선. 경태가 아기의 배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고 있다.
경 태 : (한참 듣더니) 특별한 소린 안나...! 괜찮나봐. 하선이 표정도 좋잖아.
광 희 : 니가 의사냐? 들어보면 알게?
나 영 : 괜찮다니까요... 제가 밤새 지켜봤어요.
광 희 : 근데 수현이 이 놈은 어디 간 거야?
나 영 : 모르겠어요. 내려와 보니까 안 보이던데...?
이때 문 열리며 수현이 허겁지겁 들어온다.
경 태 :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와?
수 현 : (식탁으로 오며) 어, 약국에... 하선인 괜찮아?
광 희 : 괜찮아. 누굴 닮았는지, 위장 하난 튼튼한 모양이다. 그 독한 물을 먹었는데도, 끄떡없는 걸 보면...?
경 태 : (궁시렁대는) 독한 물은 무슨...!
수 현 : (식탁위에 약 봉지 놓으며) 이거 구충제야. 니들 다 한 알씩 씹어 먹어. 나영씨두요.
나 영 : (새초롬하게 빼며) 난 기생충 같은 거 없어요~. 안 먹을래요.
수 현 : (야단치듯) 어렸을 때 개똥 먹었다면서요? 얼른 먹어요! 하선이가 변기 물 먹은 것도 다 집안 내력이지 뭐...
나 영 : (어이없어) 뭐라구요?
수 현 : 닮을 게 없어서 그런 걸 닮냐? 좋은 거나 좀 닮지...
세 남자 동시에 구충제를 뜯어 한 알씩 씹어 먹는다. 나영도 할 수 없다는 듯 구충약을 입에 넣는다.
광 희 : (꿀꺽 삼키고는) 기껏 이거 살려고 아침부터 나간 거냐?
수 현 : 기껏 이거라니...? 앞으로 석 달에 한번씩 꼭 단체로 구충제 먹어야 돼. 애 키우려면 어른부터 깨끗해야지!
(약봉지에서 다른 약 하나 내밀며) 자, 이건 밀크 꺼.
광 희 : 밀크 꺼?
경 태 : 하선이는? 하선이 껀 왜 안 사왔어?
수 현 : 24개월 이하의 애기들은 구충제 먹이면 큰일 나. 그건 기본 상식이야.
경 태 : 그래...?
수 현 : 니들도 공부 좀 해라. 그나저나 애 키울 때 있어야 되는 상비약이 한두 개가 아니다.
(줄줄이 꺼내놓으며) 해열제, 감기약, 소화제, 설사약, 연고, 일회용 반창고... 뭐가 그렇게 많은지...
(습식반창고 손에 들고 보여주며) 애들용 반창고는 특히 비싸요... 한 통에 2만원 줬다 2만원! (딱 놓는다.)
광 희 : 한수현 아침부터 돈 많이 썼네?
나 영 : (놀라고 고맙고) 어머! 나도 이런 것까진 미처 생각 못했는데...
모두 이런 수현을 새삼스럽다는 듯 쳐다보면, 괜히 쑥스러운지, 밥을 먹기 시작하는 수현.
광 희 : 그나저나 큰일이다... 이젠 하선이 활동반경이 넓어져서...
경 태 : 잠시도 한 눈 팔면 안 되겠어...
9. 실내 스크린 골프장 (아침)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스크린 속의 푸른 잔디. 그 위로 골프공 하나가 시원하게 날아간다.
골프 클럽을 휘두르고 나서 바라보는 수현. 옆에 있던 골프 강사가 박수를 쳐 준다.
강 사 : (감탄하며) 정말 처음이세요?
수 현 : 네.
강 사 : 운동 신경이 좋으신가봐요. 팔 힘도 대단하신 거 같고...!
수 현 : (팔뚝 들어 보이며) 제가 팔뚝 힘 하난 자신 있습니다. 애를 키우다보니...
강 사 : (티 위에 공 올려주며) 그럼, 공 몇 개 더 쳐보세요.
수 현 : (주저하며) 그런데요... 골프 배울려면, 골프채부터 바로 사야 되나요?
강 사 : 아니요. 일단은 장갑하고 신발만 먼저 사시고요, 클럽은 스윙이 몸에 붙은 다음에 사시는 게 좋아요.
그동안은 제가 빌려드릴 테니까, 그걸로 치세요.
수 현 : (좋아하며) 그래요? 안 사도 돼요? (E, 마음속 소리) 얼마가 굳은 거냐...?
신나서 티 위에 있는 공을 향해 힘껏 클럽을 휘두르는 수현. 이번에는 슈웅~ 크게 헛치며, 중심 잃고 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강 사 : 공에 집중을 하셔야 돼요! 집중...!
10. 수현의 증권회사 복도 (낮)
긴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신나서 휘파람 불며 가는 수현.
지나가는 동료들이 이런 수현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김팀장 : 한대리. 오늘 비 온대?
수 현 : 아뇨.
김팀장 : 그런데 우산은 왜 가져왔어?
수 현 : (피식 웃으며) 쓸데가 있어서요...!
11. 동 증권회사 화장실 (낮)
화장실 여기저기를 살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는 수현. 장우산을 거꾸로 쥐더니, 골프 스윙을 하듯 휘둘러본다.
휘어진 손잡이 부분이 골프채의 헤드인 양, 바닥을 스치듯 휘두르는 수현.
수 현 : 집중을 해야 돼...! 집중...!!
이내 하얀 비누가 눈에 띄자, 좋은 생각이라는 듯 비누를 바닥에 내려놓는 수현. 심호흡 하더니, 골프공인양 비누를 노려본다.
그대로 비누를 향해 우산을 휘두르는 수현.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비누.
화장실 벽과 천정, 문, 여기 저기 정신없이 튀기더니, 그대로 수현의 급소를 맞춘다.
‘헉!’ 신음을 토하며 무릎이 꺾이는 수현.
수 현 : (비명을 지르며) 억...! 이거 터... 터진 거 아냐...?
계속 신음 흘리며, 재빨리 허리띠 풀고 바지 속을 들여다보는 수현.
마침 화장실로 들어서던 이사가 이런 수현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 사 : 아니, 한대리...? 화장실에서 뭐해? 바지에 뭐 묻었어?
수 현 : 아, 아닙니다...! (꾸벅 인사하며) 그럼 수고 하십시오...!
이내 바지 추스르더니, 우산 들고 어기적어기적 걸어 나가는 수현.
이 사 : 저 친구... 왜 저러지...? (주변 둘러보며) 여기서 무슨 수고를 해...?
12. 경찰서 (낮)
괜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는 경태.
경 태 : (E, 마음속 소리) 뭐야? 수현이 그 자식...! 언제부터 그렇게 육아에 대해 잘 알게 된 거야?
나도 분명히 책보고 공부 많이 했는데...? 난 왜 하나도 생각이 안 나지? 안되겠다. 더 해야지!
이내 육아책을 펴들고 밑줄 좍쫙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경태.
이때 반장이 일어나면, 우르르 따라 일어나는 형사들.
반 장 : 점심들 먹지...? 오늘은 내가 쏠게. 야, 나황, 니가 좋아하는 알탕 먹으러 갈까?
경 태 : 먼저들 가십시오. 전 공부를 좀 해야 됩니다.
반 장 : 그래봐야 맨날 진급시험 떨어지는 놈이 공부는 무슨...! 그럼 우리끼리 간다?
우르르 나가는 형사들.
반 장 : (문득 멈추더니 경태에게) 참! 있다가 저녁때 회식 있다? 간단히 맥주나 한 잔 씩 하자고!
경 태 : (우거지상이 되며) 맥주요...? (단호하게) 저, 이제부터 맥주 안 먹습니다!
이내 육아책으로 시선 돌리는 경태. 어이없어 보는 형사들.
13. 세 남자의 집, 광희 방 (낮)
만화를 그리고 있는 광희의 허리에 개 끈이 묶여져 있다. (밀크를 묶었던 개줄)
그 끈을 쭉 따라가 보면, 개 끈으로 허리를 묶고 있는 하선. 더 기어가려 하지만, 끈이 짧아 못 간다.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는 광희.
광 희 : 이렇게라도 해놔야, 안심이 되지...! 하선아 멀리 가지 마!
이내 다시 만화를 그리는 광희. 개 줄에 묶여있는 아기와 강아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때 언제 들어왔는지, 경태가 보고 놀라서 하선에게 달려든다.
경 태 : 얀마! 누가 우리 하선이를 개 줄로 묶어 놓으래?
광 희 : 이게 얼마나 좋은데 그래?
경 태 : (얼른 줄을 풀며) 우리 하선이가 개냐, 인마? (하선을 데리고 나가며) 가자, 하선아. 아빠하고 놀자. 나쁜 놈...
어이없어하며 피식거리더니 다시 만화를 그리는 광희.
광 희 : 너도 인마, 한번 당해봐라. 하선이가 얼마나 정신없게 다니는지.
14. 몽타주
경쾌한 음악과 함께 몽타주 시작된다.
- 세 남자의 집 층계 (낮)
하선이 계단을 기어 올라가자, 놀라서 붙잡아오는 경태.
- 세 남자의 집 현관 (낮)
현관에 앉아 신발을 들고 노는 하선. 얼른 안아오는 경태.
- 세 남자의 집 부엌 (아침)
싱크대 위에 놓인 부엌칼을 향해 손을 내미는 하선.
요리하고 있던 나영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음식을 식탁으로 옮기고...
하선의 손이 막 부엌칼에 닿을 즈음... 수트 상의를 걸치며 어기적어기적 들어서던 수현이 보고는 화들짝 놀라 달려온다.
칼을 달라며 떼쓰는 아기를 억지로 떼어놓는 수현과 나영.
그 바람에 식탁 위에 놓여있던 절구공이가 떨어지며, 수현의 급소를 때린다.
수 현 : (얼굴 일그러지며) 아...! 여기... 아픈 덴데...!!
돌아서더니, 다시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걸어가는 수현.
나 영 : 왜 그래요, 수현씨? 어디 다쳤어요?
수 현 : 아뇨... 괜찮아요...!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수현.
-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구멍이 뻥 뚫려 있는 220V 전기 콘센트. 하선이 전기 콘센트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한다.
아 기 : (E) 어? 이건 또 뭐지? 재미있겠는 걸?
이때 부엌에서 간식을 들고 나오던 경태가 화들짝 놀라 뛰어온다.
경 태 : 안돼! 안돼!! 하선아 이거 만지면 큰일 나!!
하선을 안고는 놀라, 주변을 살피는 경태.
날카로운 포크의 끝, 빛나는 과도 칼날, 굴러다니는 가위와 라이터, 뾰족한 탁자 모서리 등
집안의 모든 물건들이 다 위험한 무기로 보인다.
경 태 : (하선을 안고 벌떡 일어나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무 위험해...!
- 동 거실 (낮)
온 집안을 스치로폼과 뽁뽁이 비닐, 골판지를 이용해 도배하고 있는 경태.
전기 콘센트들은 모두 청 테이프로 막아버리고, 모서리들마다 뽁뽁이나 골판지를 두툼하게 접어 테이프로 붙인다.
붙인 곳에 자기머리를 부딪쳐 실험해보는 경태. 만족스러운 듯 다른 곳을 붙인다.
경태의 뒤를 졸졸 따라 기어오며, 똑같이 이것저것 만져보는 하선.
경 태 : (하선을 돌아보며 붙이는) 하선아, 넌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게 많냐...
우리 하선이 이 담에 형사 되면 잘 하겠네...? 이 녀석, 정말 날 닮았나...? 허허허...
- 동 거실 (밤)
노트북의 코드를 콘센트에 꽂으려하는 수현. 보면 콘센트가 청테이프로 막혀 있다.
책상 다리도 지저분하게 테이프 붙어 있고, 서랍이나 싱크대 문은 아예 테이프고 밀봉돼 있다.
수 현 : (뒤의 경태에게) 으이구, 집안 꼴이 이게 뭐냐?
경 태 : 하선이 때문에... 위험해서...
수 현 : 붙이려면 좀 제대루나 붙여놓지...! (광희방에 대고) 광희야! 이것 좀 보기 좋게 니가 다시 해봐!
광 희 : (방 안에서 작업중) 야, 나 바빠! 그리고 그런 거 마트가면 싸게 팔아!!
- 대형 마트 (밤)
유야용 안전장치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수현. 콘센트 커버와 모서리 부착물, 싱크대 문 잠금장치, 방문 닫힘 방지 클립까지.
수 현 : 뭐야? 왜 이렇게 비싸? 가만있자, 우리 집에 콘센트가 총 몇 개더라...? 2층까지 다 막을려면...?
불만스럽게 한 종류를 여러 개씩 카트에 집어넣는 수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수현이 지저분하게 붙어있던 테이프들을 다 떼어내고,
새로 사온 말끔한 콘센트 커버와 모서리 부착물 등을 일일이 설치하고 있다.
수 현 : (뿌듯해서, 돌아보며) 어... 깔끔하고 좋다...!
그 사이 하선은 크레파스를 들고 벽에 낙서를 잔뜩 하고 있다. 뒷목잡고 혈압이 오르는 수현.
이때 들어와 하선을 보며 서는 광희. 수현이 하선을 막으러 가려하자, 광희가 조용히 수현을 붙잡는다.
수 현 : (짜증) 왜?
광 희 : 가만 둬봐...
수 현 : 저 꼴을 그냥 두라고...?
광 희 : 너처럼 EQ가 꽝인 놈이 뭘 알겠냐? 우리 하선이 예사롭지 않다...! 감각이 남 다르다구...! 저 색감 좀 봐! 구도하고...
얘가 날 닮았나...?
신나게 그림을 그리던 하선이 돌아보자, 박수치는 광희.
광 희 : (박수치며) 원더풀~! 하선아, 좋은 구도야...! (수현의 옆구리 찌르면)
수 현 : (얼굴 일그러지며) 원더풀~! 원더풀~!! (마지못해 박수를 친다.)
15.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소파 탁자위에 외국 경제지와 전문 서적들이 펼쳐져 있고, 노트북을 켜놓고 열심히 자료정리하고 있는 수현.
이때 수현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는 하선.
수 현 : (하선은 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보며) 하선아, 너 혼자 놀아. 삼촌 이거 오늘까지 마저 다 해야 돼. 저쪽 가서 놀아, 응?
하 선 : (E, 계속 바짓가랑이 당기며) 아빠, 심심해. 놀아줘...! 놀아줘~!
수 현 : 배고파? 먹을 거 좀 줄까?
일어서더니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는 수현.
하선이 좋아서 노트북의 키보드를 마구 눌러댄다. 꺼졌다, 켜졌다 깜빡이더니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는 수현의 노트북 화면.
‘치명적 결함이 생겼습니다!’ 하는 경고문구가 번쩍인다.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오다가 화들짝 놀라, 뛰어오는 수현.
수 현 : 뭐야? 다 날라 갔잖아...!! 이게 며칠을 밤새서 만든 자룐데...? 하선아...!!
수현, 울상이 되어 재빨리 하선의 두 손을 붙잡는데,
하 선 : (수현을 보며) 아빠... (‘빠’ 정도 소리 들려도 되고)
수 현 : (깜짝 놀라며) 뭐? 하선이 너 지금 뭐라 그랬니...? 너 지금, 아빠라고 한 거야? 아빠? (신기해서) 다시 해봐, 아빠. 아빠!
하 선 : (방긋 웃으며) 아빠... 아빠...
긴장하며 경이롭게 하선을 쳐다보는 수현.
수 현 : (약간 긴장하며) 하선아... 너 설마... 진짜 내 딸은 아니지...?
하 선 : 아... 빠...
수 현 : 하선아, 아빠 말고 삼촌 해봐. 따라 해봐, 삼! 촌!
하지만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수현만 쳐다보는 하선.
수 현 : 삼... 촌... 해봐. (혼잣말) 너무 어렵나?
하 선 : 따두!
수 현 : 그래, 아빠 아냐... 삼촌이야...!
하 선 : (하지만 이내 다시) 아빠... 아빠...
수현,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웃는다.
16. 동네 놀이터 (낮)
아기를 안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경태. 아기보다 더 신나한다.
경태, 한 번 더 탈까? 하며 신나서 하선을 안고 일어서는데,
하 선 : 아빠... 아빠...
문득 멈추는 경태.
경 태 : (아기 안고 보며) 하선아... 그래, 아빠야...! 니가 이제 아빠를 알아보는구나...!!
갑자기 떨리는 듯 핸드폰 꺼내는 경태.
경 태 : 얘들한테 알려 줘야지...! 아빠라고 했다고...?
떨리는 손길로 신나게 메시지를 찍는 경태.
경 태 : (E) 방금 하선이가 나보고 아빠라고 했다...! 부럽지...!
그러다 문득 손길을 멈추는 경태.
경 태 : 아니야... 이건, 나 혼자 비밀로 해야 돼...! 이 자식들 알면 또 뭐라 그럴지도 몰라.
이내 핸드폰 끄더니, 촬영 모드로 바꾸는 경태.
경 태 : (동영상으로 하선을 찍으며) 그래, 하선아... 또, 해봐. 아빠...!
하 선 : 아빠... 아빠... (소리 꽥꽥 지르며) 아빠! 아빠!
경 태 : (계속 찍으며) 하! 몸살 난다...! 이 재미에 애를 키우는 구나...!
17. 광희의 작업실 (낮)
작업실 한쪽 벽에, 하선이를 위한 커다란 낙서판을 만들어놓은 광희.
광희는 책상에 앉아 만화원고 그리고 있고, 하선이는 낙서판에 형체를 알 수 없는 선을 찍찍 긋고 있다.
둘 다 나름대로 고뇌하고 갈등하며 창작에 심취하는데...
광 희 : (하선 옆에 와 앉으며) 오...! 잘 그렸는데...?
하 선 : (E, 광희 보고 웃으며) 그렇죠? 제목이 ‘오후의 고독’이에요...!
광 희 : (그림 가리키며) 이거 나무 그린 거구나? 나무?
하 선 : (E) ‘오후의 고독’ 이라니까요!
광 희 : 그지? 맞지? 삼촌이 우리 하선이 마음을 너무 잘 알지?
하 선 : (E) ‘오후의 고독’이라니까, 그러네?
크레파스를 픽 던져놓고는 거실로 기어 나가버리는 하선.
광희가 하선이 그리고 간 그림을 집어 들고 본다.
광 희 : 액자에 넣자. 첫 작품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모아놔야 돼.
우리 하선이가 피카소처럼 돼봐. 이게 다 경매시장에서 고가에 팔리지.
18. 대형 서점 미술서적 코너 (밤)
하선이 그린 것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추상그림이 펼쳐진다.
미술서적 코너에서 원서화집을 넘겨보고 있는 서연. 수현도 서연의 어깨 너머로 함께 화집을 구경한다.
서 연 : 머리 식힐 땐, 이렇게 화집 보는 게 최고에요...
수 현 : 그러네요. 정말 꽉 막혔던 머리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네요...!
하지만 그림 보면, 시커먼 게 도통 형체를 알 수가 없다.
서 연 : 제목이 ‘미로’에요...
수 현 : ‘미로’요?
서 연 : 출구가 없는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아요?
수 현 : 네, 들어요...! 머리 속이 아주 꽉 막힌 거처럼, 아주 답답한 게...
이때 울리는 서연의 핸드폰.
서 연 : (받으며) 수현씨, 잠깐만요...
전화를 받으며 잠시 자리를 뜨는 서연.
수 현 : (서연의 뒷모습 보며) 그래도 서점은 돈은 안 들어서 좋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문득 유아교재를 파는 코너를 발견하는 수현.
19. 동 유아교재 코너 (밤)
이것저것 꺼내며 유아교재들을 구경하는 수현.
점 원 : (옆에서) 아이가 몇 살이세요?
수 현 : 아직 돌은 안 됐는데... 우리 애가 머리가 좀 좋거든요...
점 원 : (교재세트 하나 내밀며) 그럼 이거 어떠세요? 영재들을 위한 특별 세튼데?
흥미가 생기는 듯 살펴보는 수현. 이내 슬쩍 뒷면의 정가표를 본다.
수 현 : (E) 좋아 보이긴 하는데... 뭐가 이렇게 비싸...? (슬며시 내려놓으며) 글쎄, 이건 우리 애한텐 너무 단순한 거 같아서...
그러자, 잽싸게 다른 교재세트를 내미는 점원.
점 원 : 그럼 이건 어떠세요? 노벨상 수상자들을 키웠다고 해서 유명한 교재세트 거든요?
수 현 : (눈 커지며) 노벨상이요?
교재를 살피는 듯하다가, 또 다시 슬쩍 뒷면의 가격표 보는 수현.
수 현 : (E) 뭐야? 더 비싸잖아? 그래도 좋아는 보이네...?
두 가지 교재를 놓고 갈등하는 수현.
점 원 : (눈치 챈 듯) 아이가 똑똑 하다니까, 이 기회에 두 개 다 하세요.
수 현 : 두개 다요...? (E) 에이, 못 본 걸로 하자. 내가 왜 자꾸 이런 걸 살라구 하는 거야?
이때 서연이 수현의 옆으로 온다.
서 연 : 어머? 아이들 교재네요?
수 현 : 아, 예...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제 친구 아이가 생각이 나서요...
서 연 : 어머, 진짜 자상하시다...!
수 현 : 뭐, 그런 얘기... 자주 듣습니다. (조금 더 싼 걸 들고) 이걸로 사주지, 뭐...!
더 싼 교재(유아영어 교재)를 들고 계산대로 향해 가는 수현.
서 연 : 이건 지난 번 식사 답례로 제가 선물할게요.
수 현 : 예?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서 연 : (지갑 꺼내며) 아니에요. 제가 꼭 선물하고 싶어요.
수 현 : 그래요?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 서연.
수현, 아쉬운 듯 자꾸 뒤를 돌아 교재 판매대를 본다.
수 현 : (E)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두 개 다 살걸...! 아니면 더 비싼 걸 사는 건데...!
20.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경태는 거실 한 가운데 누워 하선이를 발 비행기 태워주고 있다.
문 열리며 들어서는 수현.
경 태 : (일어서며) 어? 쪼잔새 삼촌 왔다!
수 현 : (교재 들고 오며) 자식들, 좀 치우고 있지. 이게 다 뭐냐?
바닥에 늘어져있는 장남감들을 치우더니 ‘탁!’ 소리 나게 교재 내려놓는 수현.
광희도 방에서 나온다.
수 현 : 하선아! 삼촌이 뭐 사왔나, 봐라...!
경 태 : (다가오며) 그게 뭐냐?
수 현 : (교재 풀며) 이거 아주 비싼 거다...! 좋은 거...!
광 희 : (옆에 앉아 교재 펴보더니) 야, 벌써부터 무슨 영어야? 이게 지금 하선이 수준에 맞다고 생각해? 내가 봐도 어려운데...
수 현 : 물론 니들한테야 어렵겠지...! (책을 펼쳤더니 마침 wonderful이란 글자가 보이자) 원더풀...!
무언가 멋진 걸 봤을 때 하는 말이야. 따라해 봐. (R과 F발음 강조하며) 원더~풀...! 더~플... 더~풀...
경 태 : 야, 됐어! 어릴 땐 무조건 신나게 뛰어노는 게 최고야!
수 현 : 한심한 소리하고 있네? 이렇게 영특한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두는 건, 범죄야, 범죄! 알아? 그지 하선아?
광 희 : 너 솔직히 말해봐. 이거 어디서 얻어온 거지? 사은품?
수 현 : 사은품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내가 이거 고르느라고 얼마나 고심한 줄 알아? 다 비교해보고 제~일 좋은 거 찾느라고?
광 희 : 난 아무래도 믿기질 않는다...?
경 태 : 나도...!
이때, 하선이가 ‘아빠!’ 하며 세 남자를 쳐다본다.
광 희 : (깜짝 놀라) 하선아,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니들 들었냐? 아빠라고 한 거...?
경 태 : (괜히 모른 척) 어... 그랬나...? 몰라...
광 희 : (감동해서) 아니야! 분명히 아빠라고 했어...!
수 현 : (역시 아닌 척) 내가 듣기에도 아빠는 아닌 거 같던데...? 어부바... 그래, 어부바라고 했어...! 업어달란다. 업어줘라.
이때 또 다시 생글 웃으면서 ‘아빠!’ 라고 말하는 하선.
광 희 : 어? 또 했다...! 아빠! (감격해서, 하선을 붙잡고) 하선아, 누구보고 아빠라고 한 거야...?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삼촌보고 그런 거야?
경 태 :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됐으니... 사실대로 말해야겠네...? 얘들아...! 사실은...
광희와 수현이 경태를 보면...
경 태 : 내가 이런 말은 진짜 안 할려고 했는데... 실은, 며칠 전에... 하선이가 나한테 먼저 아빠라고 했어...
광 희 : 뭐? 정말? (하선을 보며) 하선아, 너 정말 경태 삼촌한테 아빠라고 했니?
경 태 : (진지하게) 아무래도, 하선이가... 내가 자기 아빤 걸 아나봐...
광 희 : 뭐? 어째서 니가 하선이 아빠야...?
경 태 : 그걸 또 내 입으로 말해야 되냐? 일단 내께 제일 쎄고... 하선이도 핏줄이 땡기는 거지, 뭐! 나한테!
수 현 : 얌마! 나한텐 진즉 했어. 아빠라고!
광 희 : (괜히 딸리는 기분) 뭐? 너한테도...?
수 현 : (미안한 듯) 그래...
경 태 : (따지듯) 언제? 언제 들었는데? 나보다 먼저야?
광 희 : (괜히 떨떠름해서) 야, 니들... 왜 이래...? 애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아빠야...!
이때 광희의 얼굴에 손을 뻗으며, 아빠! 아빠! 하는 하선.
광 희 : 이거 봐. 나한테도 아빠라고 하잖아.
경 태 : (약 올리듯) 넌 오늘 첨 들었지?
광 희 : 뭐? 경태 너 이상한 데 의미를 둔다?
경 태 : 아니, 뭐... 그게 아니라...
광 희 : (경태 말 끊으며, 얼른 화제 돌리는) 우리 하선이가 이제 말을 하네? 하선아, 이번엔 엄마, 해봐. 엄마...!
하 선 : 엄마... 엄마... (마... 마... 정도 해도 되고)
광 희 : (감탄하며) 와! 잘하는데...?
21. 동 2층 나영 거실 (밤)
유심히 하선을 쳐다보고 있는 나영. 막 퇴근한 차림이다.
세 남자도 옆에서 보고 있다.
광 희 : 자, 해봐... 하선아... 누구지...?
하 선 : 엄마... 엄마...!
그대로 와락 하선을 끌어안는 나영.
나 영 : 그래, 하선아... 엄마야...!
하 선 : (안긴 채) 엄마...! 엄마...!
광 희 : 또 다른 말도 배웠어요. 들어 봐요? 아빠... 아빠, 해봐...
하 선 : (왠지 분위기가 신나서) 아빠...! 아빠...!
광 희 : (좋아서) 들었죠?
그런데 나영의 표정,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세 남자, 왜 그런가 싶어 쳐다보면, 이내 방에서 성민의 사진이 든 액자를 가지고 나오는 나영.
나 영 : (사진 속 성민을 가리키며, 하선에게) 그래, 아빠야, 아빠...! 아빠 해봐, 하선아...! 아빠!
하 선 : 아빠...!
세 남자, 괜히 민망해지며 미안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본다.
나 영 : (그제야 웃으며) 그래! 우리 하선이 진짜 똑똑하구나! 아빠도 알고...
그대로 하선을 꼭 안아주는 나영. 눈물이 나자 몰래 슥 닦고 웃는다.
이런 나영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세 남자.
22. 동 1층 주방 (밤)
식탁에 착잡하게 둘러앉는 수현과 광희. 경태가 냉장고에서 캔 맥주 꺼내와 내려놓는다.
경 태 : 자, 한잔 하자...
수 현 : 너, 맥주 먹고 또 설사 할려구?
경 태 : (피식 웃으며) 뭐 어때? 구충제도 먹었겠다, 물 두 번 내리면 되지...! 욕실 문 꼭꼭 잘 닫고 있어. 걱정 마.
광 희 : (맥주 한 모금 마시고는)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경솔했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난 왜 이러냐?
나영씨 생각은 하지도 않고... 하선이가 아빠라고 했다고 맥없이 좋아하다니...
수 현 : (착잡한 기분) 니들 잊지 마. 하선이가 우릴 뭐라고 부르든, 하선이는 성민이 애야... 우린 삼촌들이구...
경 태 : 누가 뭐래냐? (하지만 섭섭한 표정이고)
수 현 : 우린 하선이의 삼촌들답게 뒤에서 잘 보살펴 주는 거야...!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게...!
경 태 : 맞아...! 우린 성민이 형제들이니까...!
광 희 : 자, 성민이와 하선이를 위하여...!
맥주 캔을 들어 건배를 청하는 광희.
경 태 : (나직하고 정감 있게 덧붙이는) 그리고 나영씨를 위하여...
수 현 : 그래. 그리고 멋진 삼촌들을 위하여...!
힘차게 맥주 캔을 부딪치는 세 남자. 한 모금 쭉 마신다.
23. 동 2층 나영방 (밤)
아기를 재우는 나영.
나 영 : (잠든 아기의 귓가에 대고) 하선아... 꿈속에서 아빠 만나거든, 아까처럼 아빠라고 꼭 불러드려... 알았지...?
딸기딸기... 딸기딸기...
하선, 잠결에 대답이라도 하듯 빙긋이 웃는다. (F.O)
24. 리서치 T/F 팀 사무실 (낮)
(F.I) 찬영 쪽으로 컴퓨터 모니터화면을 향하게 하는 나영.
나 영 : 지금까지 총 560세대의 의견을 들었어요...
찬 영 : (모니터 속 정리되어 있는 표를 보며) 언제 이런 것까지 다 만들었어요?
나 영 : 이왕 할 거면 정확히 해야죠. (페이지 넘기며) 조사결과, 현 입주자들의 불만 중에 제일 큰 것이 바로,
부족한 육아시설에 대한 것이었어요. 단지가 중, 소형 평형대 위주여서 그런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애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근처에 없다는 거죠.
찬 영 : 그거야 잘 알지만, 육아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줄 수는 없잖아요?
나 영 : 그래서 생각해봤는데요, 단지 내 미분양 물량 중 몇 채를 주민을 위한 육아 품앗이 시설로 개방하면 어떨까요?
찬 영 : 육아 품앗이요...?
나 영 : 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관리비에 민감하잖아요. 보육시설은 있으면 좋지만, 그것 때문에 관리비가 오른다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건설 회사에서 일일이 보육교사들의 봉급을 주어가며 프로그램을 유지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구요.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아파트 몇 채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나머지 보육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동 육아에 기대는 거죠. 주민들로서도 이웃 사람이 자기애들을 봐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고요... 어때요?
찬 영 : (진지하게 끄덕이며) 고려해볼만 하네요...
나 영 : (모니터 보며) 다음은, 방범에 대한 문제인데요... 요즘 밤거리 다니기가 무섭잖아요... 특히 여자들은요...
설명하는 나영을 찬찬히 보고 있는 찬영.
25. 세 남자의 집, 광희 방 안 (낮)
하선은 여전히 광희와 개 줄로 연결되어 놀고 있고,
만화를 그리던 광희, 작업이 끝났는지, 두 손 치켜들고 요란하게 기지개를 켠다.
광 희 : 아으아...! 다 끝났다...!
만족스러운 듯 원고를 탁탁 정리하더니, 책상 밑 간이탁자에 내려놓는 광희.
마침 옆에 기어 다니던 하선을 안아 세운다.
광 희 : 하선아...! 삼촌 원고 갖다 주러 출판사 가야 되는데, 우리 같이 갈까?
갔다 오면서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사 먹자. 어때? 좋지...?
아기가 그렇다는 듯 좋아하자,
광 희 : 그래, 가자! 삼촌 준비할게...?
하선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일어서 옷장으로 향하는 광희. 휘파람 불며 옷을 골라 꺼내 입는다.
이때 책상을 붙잡고 일어서는 하선, 책상 위의 잉크병을 건드려 엎지른다.
책상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잉크. 간이탁자 위의 원고를 시커멓게 적신다.
광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휘파람 불며 옷만 갈아입고 있다.
흘러내린 잉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신이 나는 하선.
광 희 : (무심코 돌아보며) 하선이 뭐하니...?
이때 하선이 원고를 망쳐 놓은 것을 발견하는 광희.
광 희 : (놀라) 하선아...! 너, 뭐 한 거야? 이게 뭐야? 하선아...!!
허겁지겁 하선을 옆으로 치우고는, 원고를 집어 드는 광희. 하지만 모두 엉망이 된 원고들.
광 희 : (잔뜩 울상이 되어 찌푸리며) 다 망쳤잖아...! 이걸 어떡하지...?
26. 만화 출판사 (낮)
심각한 표정으로 원고 넘겨보는 노희숙. 시커멓게 잉크가 번져 엉망이 된 원고다.
아기를 앞으로 업은 채 노희숙 앞에 서 있는 광희.
희 숙 : (원고 내려놓으며) 그래서...? 어쩌라구?
광 희 : (괜히 친한 척)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에이~ 아시잖아요. 내일까지만 시간을 주시면 잽싸게 다시 그려서...
희 숙 : (차갑게) 됐어. 그만 해.
광 희 : 네? 그만 하다뇨?
희 숙 : 연재 그만두라고. 파이어! 최작가 지금 짤린 거야.
광 희 : 에이, 누님~ 왜 이러세요. 나한테 삐졌구나?! 이야기는 다 돼 있거든요? 다시 그리기만 하면 되요...!
희 숙 : (기분 나쁜) 이럴 때만 누님, 누님... 최작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광 희 : 에이, 편집장님 갑자기 왜 이러세요? 저 잘 아시잖아요. 필만 받으면 바로 좋은 작품이...
희 숙 : 필만 받으면 뭘 해? 재미가 없는 걸?
광 희 : 네...?
희 숙 : 톡 까놓고 얘기할까? 지금까지 최작가가 우리 잡지에 만화연재한 거, 그거 작품이 좋아선 줄 알아?
광 희 : (어벙해지며) 네...?
희 숙 : 내말 잘 들어, 최광희! 너는 재능이 없어! 너는 귀도 없니?
남들이 (원고 쥐고 흔들며) 이거 보면서 뭐라고 하는 지 들리지도 않아?
그대로 광희 앞으로 원고를 집어 던지는 노희숙. 원고가 흩어져 바닥에 떨어진다.
광 희 : (기분이 상해) 뭐라고 하는데요...?
희 숙 : 뭐가?
광 희 : 남들이 제 작품을 뭐라고 하냐구요...
희 숙 :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 줘야 돼?
광 희 : 네...
희 숙 : 쓰레기...
굳은 얼굴로 원고를 주워드는 광희.
광 희 : (원고 주우며, 혼잣말) 쓰레기... 그 동안 쓰레기 같은 작품,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로 하선을 안고 나가는 광희.
희 숙 : (순간 뜨끔해서) 내가, 너무했나...? 하지만 날 무시한 댓가야...!
27. 아지트 술집 (낮)
하선을 옆에 앉혀두고, 광희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하선은 오징어 다리를 쪽쪽 빨면서 즐겁게 노는데,
광 희 : (멍하니) 쓰레기랜다... 하선아... 쓰레기...
(스스로를 비웃으며) 그럼 난 뭐냐...? 열심히 노력해서 쓰레기만 만들어 내는 놈...?
자조하듯 씁쓸하게 웃더니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광희.
28.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서성이는 나영.
나 영 : 10시가 넘었는데...? 광희씬 하선일 데리고 어딜 간 거지? 전화도 안 받고...?
다시 초조하게 핸드폰을 거는 나영. 누군가 모르는 목소리(50대 청소부 아저씨)가 전화를 받는다.
남 자 : (E) 여보세요?
나 영 : (다급히) 광희씨? 저 나영이에요...! 지금 어디에요?
남 자 : (E) 이 전화주인 아세요?
나 영 : 네? 누구세요?
남 자 : (E) 이 전화주인 아시면 빨리 좀 와주세요. 지금 이 사람, 애까지 데리고 제 정신이 아니에요...!
(옆에 대고) 왜 자꾸 거길 올라가요? 위험하게?!
나 영 : (놀라) 네? 여보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29. 술집 근처 유흥가 거리 (밤)
길가에 쓰레기 수거차 한대가 서 있고, 잔뜩 술에 취한 광희가 아기를 업은 채 청소부들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다.
광 희 : (괴로운 듯, 덤벼들며) 제발 나를 싣고 가시라구요...!!
청소부 : (말리며) 이 사람, 이거 자꾸 왜 이래요? 이건 택시가 아니라 쓰레기 차 라니까...!
광 희 : 그러니까 싣고 가시라는 거 아닙니까? 전 쓰레기란 말이에요! 쓰레기...!
청소부 : 아니, 당신이 왜 쓰레기야?
광 희 : 쓰레기니까 쓰레기죠! 빨리 나를 싣고 가요! 가서 쓰레기장에 좀 버려줘요!!
잽싸게 말리는 청소부의 품을 빠져나와, 쓰레기차의 뒤에 올라타려고 하는 광희.
청소부 : (쫓아가 붙잡으며) 아니? 젊은 사람이 어디서 이렇게 술을 먹었어...? 애까지 데리고?
이 봐요! 거긴 못 들어가! 애 데리고 빨리 집에 가요, 응?
계속 청소부와 실갱이를 하는 광희. 이 소란에 사람들 구경하며 모여들고...
택시에서 내린 나영이 사람들을 뚫고 들어온다.
나 영 : 광희씨...!
청소부 : (좋아하며) 어이구! 이제야 오는구만...! (나영 보며) 애 엄마요? 댁에 남편 좀 빨리 데려가요!
재빨리 광희를 잡아끄는 나영.
나 영 : 어머, 왜 이렇게 취했어요? 가요, 광희씨...!
광 희 : 놔요, 나영씨...! 난 쓰레기에요!
나 영 : 왜 그래요, 광희씨? 하선이가 보고 뭐라고 하겠어요?
광 희 : (그제야 생각난 듯) 하선이요...?
자기 품에 안겨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는 광희. 하선이 방실방실 웃고 있다.
광 희 : (그제야 정신 돌아오며, 괴로운) 하선아, 미안하다... 삼촌이 취했네...?
나 영 : (광희의 팔을 끌며) 가요, 빨리... (떠나는 청소부들에게) 죄송합니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30. 달리는 택시 안 (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나영과 광희.
나영은 아기를 안고 있고, 광희는 나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다.
잠든 광희의 손에 꼭 들려있는 만화원고.
광 희 : (잠꼬대하는) 미안해 하선아... 미안하다... 삼촌이 멋진 모습 보여줘야 되는데...
그런 광희를 안쓰럽게 보는 나영.
31. 세 남자의 집, 광희 방 (밤)
하선을 앞으로 업은 채, 광희를 부축하며 들어와 침대에 눕히는 나영.
잠든 광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나가려다가, 문득 그리다만 만화를 본다. 호기심에 작업대 앞에 앉는 나영.
광희는 드르렁드르렁 자고 있는데, 나영이 하선을 무릎에 앉힌 채 만화를 보기 시작한다.
잠시 후 나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나 영 : (만화 넘기며) 재미있네...? (하선을 보며) 하선아, 너두 재미있지? 꼭 우리 얘기 같다...
나영이 원고를 넘기자, 만화제목이 보인다. ‘세 남자와 황금똥’이다.
32. 세 남자의 집 거실 (아침)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만지며 자기 방에서 나오는 광희.
광 희 : 아이구...! 아이구, 머리야...
하선은 보행기를 타고 놀고 있고, 나영은 부엌에서 꿀물을 타고 있다.
나 영 : (돌아보며) 일어났어요?
광 희 : 나영씨? 아직 출근 안했어요? (시계 보며) 출근시간 됐으면 깨우지...
하선아, 일루 와. 나영씨 빨리 가봐요. 하선인 이제 내가 볼게요...
나 영 : 괜찮아요. 오늘은 좀 늦는다고 했어요.
광 희 : 그래도 돼요?
나 영 : 그럼요. 내가 얼마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요? 속은 괜찮아요?
광 희 : 아이, 내가 어쩌자고 술을 그렇게 많이 먹었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통 기억이 안 나네... 경태가 나 데려 왔어요?
나 영 : 아뇨. (빤히 보더니) 혼자 잘 들어왔어요.
광 희 : 그래요? (희죽 웃으며) 역시, 난 술 마셔도 주사는 없어!
(그러다가 킁킁 냄새 맡으며) 그런데 어디서 쓰레기 냄새 안 나요? 쓰레기차가 왔나...? (창 밖을 내다보면)
나 영 : (몰래 피식 웃고는, 꿀물 내밀며) 이거 마셔요. 꿀물 좀 탔어요.
광 희 : (받으며) 꿀물이요...?
꿀물을 받아 소파에 앉으며 후후 불어 마시는 광희.
나 영 : (출근가방에 건축책들 넣으며) 어젠 왜 그렇게 술을 마셨어요?
광 희 : (말하긴 뭐하고) 그럴 일이 있었어요...
나 영 : 뭐 안 좋은 일 있었어요?
광 희 : 아니요... (멋쩍게 혼자 웃고는) 이제 만화 그만둘려구요...
나 영 : (놀라며) 네? 왜요? 광희씨처럼 재능 있는 사람이 왜 만화를 그만둬요?
광 희 : (대답은 않고 꿀물만 마시며) 우후~ 속이 확 풀어지는 게, 좋다...!
참, 나영씨... 오늘부턴 꼭꼭 시간 맞춰 오느라고 너무 애쓰지 말아요. 내가 시간이 나니까, 당분간 하선이를 맡을게요.
나 영 : (소파에 마주 앉으며, 심상치 않게) 왜 그래요...?
광 희 : 연재 그만뒀어요... 뭐, 하기도 싫고... 내가 봐도 지루하고, 재미도 없고, 그래서요...
나 영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광희씨 작품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광 희 : 일부러 그런 말 안 해도 돼요.
나 영 :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특히, 그 ‘세 남자와 황금똥’ 이야기...! 그거 진짜 재밌던데?
광 희 : (허걱 놀라) 네? 세 남자와 황금똥이요? (긴장하며) 나영씨, 그거 어디까지 봤어요?
나 영 : 아기가 장염 걸려서 응급실 가는데 까지요... 근데 그 세 친구 중에 누가 진짜 아빠에요? 되게 궁금하던데...?
광 희 : (더 놀라) 네...?
나 영 : (아무렇지도 않게) 정자기증 한 세 친구들도 다 엉뚱하고...
광 희 : (당황해서 말 막으며, 기색 살피는) 저기, 나영씨...
나 영 : 왜요? 광희씬 정말 재능이 있다니까요?
광 희 : (당황해서 자리를 피하려하며) 네, 알았어요... (들어가려는데)
나 영 : (별 생각 없이) 근데, 그거.. 우리 얘길 모티브로 했나봐요? 비슷한 설정이 있어서 좀 놀랬어요.
광 희 : (돌아서며) 네? 아.. 그게.. 원래 만화라는 게, 주변에서 소스를 찾기도 하는 거라..
나 영 : (웃으며) 아...
광 희 : (눈치 보며) 저기, 그거 백 프로 창작이에요! 창작!! 실제가 아니라... 픽션! 픽션 알죠?
나 영 : 그럼요, 실제로 그런 일이 어딨겠어요? 그러니까 광희씨 상상력이 좋다는 거죠.
광 희 : (다행이다. 얼떨떨해서) 네...
나 영 : 계속 그려봐요. 광희씬 따뜻하고 섬세하고 여성적인 데가 있어서, 싸우고 죽이고 하는 무협만화보다는
그런 육아만화가 훨씬 더 잘 어울려요...
광 희 : (정신이 혼미한, 건성으로 히죽 웃으며) 네... 그래요... (돌아서며 혼잣말) 갑자기 술이 확 깨네...!
나 영 : 내가 너무 좋은 얘기만 했나요? 술이 다 깨게?
광 희 : 아, 예... 헤헤헤... (빨리 내보내려고) 참, 얼른 출근해요.
나 영 : (시계 보며) 그럼 다녀올게요. 하선아, 삼촌하고 잘 놀아?
광 희 : 잘 갔다 와요...!
나영이 나가자, 휴~ 가슴을 쓸어내리는 광희.
33. 광희 작업실 (낮)
하선은 한쪽에서 놀고 있고, 긴장했던 광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광 희 : 후~ 진짜 다행이네...! 아~ 십년감수했네...! 이제 만화원고 아무데나 함부로 놔두지 말자...!
‘세 남자와 황금똥’ 원고를 집어 들고 어디다 치울까, 서랍을 여는 광희. 그러다 원고를 들여다본다.
광 희 : 근데, 이게 정말 재미있나...?
이때 광희의 무릎을 잡고 일어서서 광희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하선.
하 선 : (E) 그래, 아빠. 나를 주인공으로 그려! 나를 그리라니까?
광 희 : (원고 놓고는 하선을 안아들며) 아이구, 우리 이쁜 하선이. 이렇게 이쁜 게 어디에서 왔을까...? (뽀뽀 쪽쪽 하더니)
문득 심각하게 하선을 보는 광희. 잠시 후 서서히 희망적인 표정이 떠오르더니...
(시간경과)
음악 시작되면서, 펼쳐지는 새 종이와 열리는 연필상자, 펼쳐지는 물감들...
광희가 책상 앞에 앉아, 그림 도구들을 감개무량한 기분으로 쳐다본다.
이내 칼로 연필을 깎기 시작하는 광희. 연필심 끝을 손으로 만져보더니, 새 종이에 아기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광희의 손끝으로 그려지는 육아만화가 형체를 갖춰가며 보여진다.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돌아보며 까르륵 웃는 하선.
광희가 그런 하선을 보고는 웃고, 종이에 똑같은 포즈의 하선을 그려낸다.
걸음마를 하다가 주저앉는 하선. 종이에 똑같이 걸음마를 하다가 주저앉는 하선이 그려지고...
그 어느 때보다 환희의 감정을 느끼며 그림에 몰두하는 광희의 표정.
광희의 손끝에서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그림과 그림들...
아기를 건네주고 건네받는 세 남자들이 그려지고, 현관에 놓인 세 켤레의 신발도 그려지고...
‘세 남자와 황금똥’ 1화... 2화... 3화...
우리드라마의 이전 내용들이 만화 컷으로 그려지며 한장 한장 넘어간다. (광희가 여러 날에 걸쳐서 만화를 그리는 느낌.)
34. 달리는 찬영의 자동차 안 (낮)
위 씬의 음악이 차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찬영은 운전하고 있고, 옆자리에 앉아 서류 넘기던 나영에게 메시지가 온다.
핸드폰 열어 메시지를 확인하는 나영.
광 희 : (E) 고마워요 나영씨...
고개 갸웃하며 재빨리 답장 보내는 나영.
나 영 : (E) 뭐가요?
광 희 : (E) 육아만화 말이에요. 나영씨 아니었으면, 정말 만화 관둘 뻔 했어요.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나 영 : (E) 제가 뭘요...
광 희 : (E) 내가 많은 여자를 만나봤는데, 내 만화에 필~을 준 여자는 나영씨가 처음이에요. 땡큐~!
나 영 : (E) 여자는 많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광희씨만 위해주는 오직 한 사람이 필요한거지. 어서 그런 여자 만나길 바래요!
광 희 : (E) 그건 좀 곤란한데? 생각해보구요.
나 영 : (메시지를 보며, 소리 내어) 으이그...!
빙긋 웃으며 핸드폰을 닫는 나영.
찬 영 : (옆에서 힐끗 보며) 애인...?
나 영 : 아니에요, 그런 거...
찬 영 : 아닌데 왜 그렇게 흐뭇한 표정이실까...?
나 영 : 제 일에는 관심 끄시고 운전에만 좀 집중해 주실래요?
35. 세 남자의 집 광희 방 (낮)
하선을 옆에 재워놓고, 인터넷 개인 블로그에 육아 웹툰을 올리는 광희. 블로그 제목 “세 남자와 황금똥" 이다.
뿌듯한 표정의 광희. (F.O)
36. 경찰서 (낮)
(F.I) 아기 수첩을 넘기며 예방접종 할 것을 표시하고 있는 경태.
경 태 : (수첩에 표시하며) BCG는 맞았고... B형 간염도 1차, 2차, 3차... 다 맞췄고...?
만 한 돌이 지나면 일본 뇌염하고 A형 간염을 맞춰야 된다 이거지...? 가만 하선이 돌이 언제지...?
아기수첩을 넘겨 맨 앞장의 생년월일 란을 보는 경태.
경 태 : 어? 다음 주 일요일이 하선이 돌이잖아?
37.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광,수현 : (동시에) 돌잔치...?
두 사람을 보고 고개 끄덕이는 경태.
경 태 : 분명히 나영씨 입으로 먼저 돌잔치를 하겠다고 할리는 없고, 천상 우리가 해 줘야지.
수 현 : 야, 그런 건 그냥 넘어 갈 수 없냐? 그거 다 허례허식이야.
경 태 : 야, 하선이 첫 돌이야! 평생에 한번밖에 없는...! 손님들도 초대하고 북적북적하게 해야지.
생각 같애선 호텔이라도 빌려서 뻑적지근하게 해주고 싶다!!
광 희 : 맞아. 우리 하선이가 태어난 날인데, 그냥 넘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수 현 : 누가 그냥 넘어가재? 케잌이나 하나 사다가 식구끼리 조촐히 하자는 거지? 뷔페 빌리고 뭐하면 또 몇 백 깨질 텐데...?
경 태 : 부페는 왜 빌려? 최대한 아껴서 해보자.
수 현 : 그럼 돌잔치를 어디서 하자고?
경 태 : 어디서 할지는 일단 걱정하지 말고... 참, 하선이 돌잔치 준비하는 거, 나영씨한테는 비밀이다?
광 희 : 왜?
경 태 : 나영씨 알면 못하게 할 거 아냐. 안 그래도 우리한테 신세지고 있다고 미안해하는데...
수 현 : 신세지고 있는 거야, 맞지, 뭐...!
그 말에 수현을 못마땅하다는 듯 보는 광희와 경태. 이젠 그러려니 한다.
경 태 : 그나저나... (심각하게 수현과 광희 보더니) 우리... 또 풍선 좀 불어야겠다...!
광 희 : (기겁하며) 뭐?
38. 몽타주
나영 몰래 돌잔치를 준비하는 세 남자의 모습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 경태 방 안 (밤)
힘들게 풍선을 불고 있는 세 남자.
광 희 : (지쳐서) 아, 자식, 진짜...! 진작에 풍선 부는 기계 하나 사자니까...!
수 현 : 이미 늦었어. 그냥 불어...! 지금 사면 본전도 못 뽑아.
힘들게 풍선을 부는 세 남자. 하선도 옆에서 풍선 만지며 기분 좋게 논다.
광 희 : (나가떨어지며) 아, 나 도저히 못 불어. 딴 거 할래. (수현에게) 니가 혼자 다 불어라!
- 광희 방 안 (낮)
광희가 사진보드에 아기사진을 붙이고 장식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선이의 변천사’ 글자도 칠하고...
이때 옆자리의 하선이 물감 하나를 내밀자,
광 희 : 이 색깔로 칠하라고...? 흠...! 역시 하선이 넌 감각이 있어...!
- 경찰서 (낮)
책상에 모여 앉아 경태가 나눠 준 색종이들을 자르고 있는 형사들. 잘못 잘랐네, 잘 잘랐네... 말들이 많다.
경태와 종희가 잘린 색종이들을 풀로 붙여 장식을 만들고 있다.
- 광희 방 안 (낮)
수현이 혼자서 풍선을 열심히 불고 있다. 뒷골이 땡기는지, 어! 뒷목을 한번 잡고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는 수현.
광희는 완성된 장식품들을 커다란 상자에 넣고 있고, 경태는 완성된 풍선들을 묶어서 밖으로 내간다.
두 남자를 노려보는 수현, 이때 광희가 불어야할 새 풍선들을 봉지 째 던져준다.
이를 갈면서도 더 오기로 열심히 풍선을 부는 수현.
- 새림 건설 T/F팀 사무실 (낮)
책상위에 놓인 달력을 들고 쳐다보고 있는 나영. 일요일에 ‘하선이 생일’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한숨만 내쉬는 나영. 그대로 달력을 내려놓는다.
- 경찰서 후문 근처 (낮)
전경버스들이 쭉 주차 되어 있고... 경태, 전경 중대장에게 무언가 부탁하고 있다.
전경 중대장이 고개 끄덕이자, 고맙다고 연신 고개 숙이는 경태.
- 노래방 앞 (밤)
광희와 경태, 시계 보며 기다리고 있고, 수현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수 현 : 야, 또 무슨 노래연습이야?
경 태 : 우리가 나영씨랑 하선이한테 해줄 이벤트가 뭐가 있냐? 노래라도 한 곡 근사하게 불러 줘야지.
수 현 : 그럼 당일 날 그냥 부르면 되지, 연습은 무슨...?
광 희 : 3중창이란 말이야! 들어가!
들어가기 싫다는 수현을 억지로 노래방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광희와 경태.
39. 성인 오락실 앞 거리 (낮)
쾡한 몰골로 오락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비벼 끄는 나영부.
나영부 : 내가 정말 뭐하는 놈이냐...! 엉...! 보고 싶은 외손주도 맘대로 못보고...!
한심하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는 나영부.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나영부 : (겁을 먹고) 또 누구지? (의아해서 조심스레 받으며) 여보세요...?
경 태 : (E) 나영씨 아버님이세요? 저 성민이 친구 나황경태라고 합니다.
나영부 : (약간 께름칙하게) 아... 그 경찰한다는 친구?
경 태 : (E. 반갑게) 네, 기억하시네요?
나영부 : (갑자기 긴장하며 수화기 막고는 혼잣말) 아니, 경찰이 왜 나를 찾지? 아직 나한테 볼일이 남았나?
(수화기에 대고 조심스레) 그런데 자네가 나한텐 무슨 일이신가...?
경 태 : (E) 아, 다름이 아니라요... 아버님... 이번주 일요일이 하선이, 그러니까 나영씨 딸 돌이에요...
나영부 : (안도하며) 어, 그런가?
경 태 : (E) 어떻게... 와주실수 있을까 해서...
나영부 : 내 감세, 가야지. 가고말고... 정서방도 없이 나영이 혼자 외로울 텐데... 내가 아니면 누가 가겠나? 그래, 고맙네!
전화를 끊더니, 히죽 웃는 나영부.
나영부 : 고게 벌써 커서 돌이 됐구만...
그러다 큰일인지, 얼른 주머니를 뒤져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낸다.
나영부 : 갈려면 금반지라도 한 돈 사가야 되는데... 이걸 어쩌지?
이때 수레를 끌고 와 근처에 쌓여있는 박스를 힘들게 싣는 할머니.
나영부, 그 할머니를 유심히 보더니 안되겠는지, 다가가 박스 싣는 걸 도와준다.
할머니 : 고맙수...
나영부 : 뭘요... 근데 이거 하면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할머니 : 그저 삼천 원 푼돈 벌이지 뭐...
나영부 : 그래요...?
떨떠름하니 난감한 표정이 되는 나영부.
40. 고급 여성 부띠끄 (낮)
행거에 걸려 있는 여성복을 구경하고 있는 수현.
수 현 : (E) 하선이 돌잔치가 낼 모렌데.... 나영씨한테 이걸 한 벌 사줘, 말어...?
슬쩍 가격표를 뒤집어 보는 수현.
수 현 : (E, 가격표의 숫자 세어보는)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조용히 덮으며) 이건 나영씨 스타일 아니야.
이때 뒤에 나타나는 서연.
서 연 : 뭘 그렇게 봐요?
수 현 : 아, 네... 서연씨한테 어울리나 해서...
서 연 : 나한테 선물하실 거면 안 하셔도 돼요. 그쪽 건 제 스타일이 아니니까...
수 현 : (애석한 표정 지으며) 아! 그래요? 섭섭하네...?
이때 다른 쪽에 걸려있는 행거를 가리키며 주문하는 서연.
서 연 : (행거 한쪽 끝부터 다른 끝까지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제 사이즈로 한 벌씩 다 주세요.
주 인 : (단골인지 익숙하게 웃으며) 네...
꾸벅 인사하고는 분주하게 옷들을 한 벌씩 꺼내는 점원들.
수 현 : (놀라) 아니? 안 입어보고 그걸 다 그냥 사요?
서 연 : 시간 없는데, 언제 다 입어 보겠어요? 차차 입으면 되지.
수 현 :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 수도 있잖아요.
서 연 : 마음에 안 들면 안 입으면 되지, 뭘 그래요?
수 현 : 아, 네... 그렇죠...! 마음에 안 들면 안 입으면 되죠... 간단하네...! (E. 마음속 소리) 저게 다 얼마치야...?
점원들은 바삐 옷들을 포장하고, 계산대 앞으로 가는 서연.
수현 , 나영에게 사줄까 했던 옷을 섭섭한 듯 돌아본다.
서 연 : 참, 아빠가 수현씨랑 같이 라운딩 한번 하시자는데...?
수 현 : (좋아하며) 라운딩 좋죠! 언제요?
서 연 : 이번 주 일요일이요.
수 현 : (주저하며 망설이는) 일요일이요...?
서 연 : 왜요? 어려워요? 벌써 부킹도 다 해 놨는데...?
수 현 : (결심한 듯) 아, 아뇨...! 가야죠! 일요일 좋아요!!
41. 세 남자의 집, 경태 방 안 (밤)
풍선을 불고 있는 광희와 경태. 완전히 지쳐 있다.
역시 풍선을 불며 두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수현.
광 희 : 하, 자식. 지가 다 분다더니, 여태 요것밖에 안 불어 놓으면 어떡해?
수 현 : (눈치 보며) 그런데... 하선이 돌잔치 말이야... 좀 미루면 안 되겠지...?
경 태 : 안되지! 돌떡도 다 맞춰 놨고, 사람들도 다 그날 오라 그랬는데!
광 희 : 왜? 무슨 일 있어?
수 현 : 어, 그게... 서연씨 아버님이 좀 보자고 하셔서 말이야...
경 태 : 돌잔치 끝나고 만나면 되지.
수 현 : 그게... 아침부터 골프를 좀 치기로 해서...
광 희 : 골프...? 야, 안돼! 그거 못 간다고 해.
수 현 : 어떻게 그래? 미래의 장인이랑 한 약속인데...!
경 태 : (정색하며) 그럼 하선인? 하선이 돌잔치는 빠져도 되고?
수 현 : 니들이 있잖냐. 이럴 때 삼촌이 셋인 게 얼마나 좋냐? 하나 빠져도 둘이나 있으니... 니들이 축하해주면 되지.
난 그저 마음으로...
광 희 : (말 끊으며) 노래는? 니가 제일 높은 음 하기로 했잖아. 우린 높은 음 안나온단 말이야.
수 현 : 노래 하나 해주는 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경 태 : (정색하며) 안돼! 너 확실히 해! 하선이야, 서연씨야?
수 현 : (일어나며) 에이, 몰라... 아무튼 나는 못가니까 그렇게 알아...!
그대로 나가는 수현.
광 희 : 야, 수현아...!
경 태 : (화가 나서) 냅둬! 저 얍삽한 자식...! 내 저거 저럴 줄 알았어...!!
42. 세 남자의 집 전경 (인서트. 아침)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세 남자의 집.
43. 세 남자의 집 거실 (아침)
찜찜한 표정으로 괜히 눈치 보며 골프가방을 챙기고 있는 수현.
이때 나영이 아기를 안고 2층에서 내려온다.
나 영 : 어머, 일요일인데, 수현씨 어디 가세요...?
경 태 : (방에서 나오다가) 냅두세요! 골프 치러 가신답니다! 미래에 장인 되실 분하고요!!
기분 나쁜지, 괜히 헛기침 하고는 냉장고 쪽으로 가는 경태. 광희도 마침 자기 방에서 나온다.
광 희 : (뒤에서) 수현아, 진짜 갈 거야?
대답하지 않고 골프가방만 꾸려 현관으로 가는 수현.
나 영 : 아침 드시고 가세요. 미역국을 좀 끓였는데...
경 태 : (괜히 일부러 모르는 척) 아니, 미역국은 왜요? 오늘이 누구 생일인가?
나 영 : 실은 신경들 쓰실까봐 말씀 안 드렸는데, 오늘이 하선이 생일이에요...
경 태 : 그래요? 몰랐네? (수현 들으라는 듯) 수현아, 넌 알았냐? 그래서 일부러 약속 잡았냐?
경태가 시비를 걸자, 잠시 멈춰서는 수현. 못마땅한 표정 짓는데,
나 영 : 왜 그래요, 경태씨? 수현씨한테? 그러면 내가 미안하잖아요. 말하지 말걸 괜히 말은 해가지고...
경 태 :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선이 생일인데 당연히 축하를 해야죠!
(수현 들으라는 듯, 크게) 첫 돌인데! 다시는 없을 첫! 돌!
광 희 : (경태 막으며) 야, 그만 해...
수 현 : (돌아보지 않고) 나 늦었어... 나영씨, 하선이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그대로 뚱하니 나가는 수현.
경 태 : (갑자기 열 오르며 주먹 쥐고, 싸울 태세로 쫓아나가려고) 아, 저 자식을 진짜...! 한 대...!
광 희 : (막아 세우며 붙잡는) 야, 야야야! 그만해? 됐어? 좋은 날 왜 이래!
이런 경태를 말리는 광희. 나영도 괜히 미안한 듯 보다가 시선 돌린다.
44.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낮)
골프백을 뒤에 싣고 운전하고 있는 수현. 수현의 표정이 단단히 굳어있다.
45. 달리는 경태의 차 안 (낮)
양복을 입은 광희가 운전을 하고 있고, 뒷자리에 나영과 하선이 유아용 시트에 앉아 있다.
나 영 : 광희씨,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안 입던 양복까지 입고?
광 희 : 가보면 알아요. 우리 하선이 첫 돌인데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요?
나 영 : 경태씬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간 거예요?
광 희 : 그것도 가보면 알아요.
휘파람 불며 즐겁게 운전하고 있는 광희.
46. 달리는 전경버스 안 (낮)
역시 휘파람 불며 전경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경태.
뒷자리에는 경태모, 광희모, 종희와 형사들 등 손님들이 타 있다. 반짝이 고깔모자를 쓰는 둥 부산한 형사들.
뒷자리 빈 좌석에는 과일박스와 떡 박스, 장식물, 풍선들 등이 보인다.
경 태 : 자, 다 왔습니다...!
끽! 버스를 주차장에 세우는 경태.
47. 성민의 수목장 나무 앞 (낮)
나무 옆에 ‘하선이의 첫돌을 축하합니다!’ 라고 쓴 장식물을 세우는 경태와 형사들.
경태모는 상위에 과일과 떡을 놓으며 돌상을 차리고 있고, 광희모는 우아하게 금반지를 열어본다.
48. 골프장 입구 (낮)
쭉 달려오더니, 골프장을 향해 꺾어지는 수현의 자동차. 조금 올라가더니, 갑자기 길 중간에 ‘끽!’ 멈춰 선다.
49. 동 수현의 차 안 (낮)
고심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 수현.
- 인서트 -
목욕탕에서 하선이에게 똥세례를 받던 수현.
마트에서 하선을 잃어버렸다가 찾고는 끌어안는 수현.
수현을 보고 아빠라고 처음 부르던 하선의 모습.
이때 수현의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 들어온다.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는 수현.
서 연 : (E) 어디까지 왔어요? 우린 도착했는데...?
이내 결심한 듯 차를 돌리는 수현. 골프장을 빠져 나간다.
50. 골프장 안 (낮)
골프를 치고 있는 서연부. 이때 서연의 핸드폰이 울리자 받는다.
서 연 : (받으며) 어디에요? 왜 안와요?
수 현 : (E. 다급한 톤) 저기... 서연씨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갈 수가 없어요...
서 연 : 뭐라구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약속인 줄 몰라요? 우리 아빠는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신단 말이에요.
51.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낮)
운전하며, 핸드프리로 통화중인 수현.
수 현 : 자세한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구요, 아버님께도 정말 죄송하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그대로 전화를 끊는 수현.
52. 골프장 (낮)
핸드폰에 대고 다급하게 외치고 있는 서연.
서 연 : 여보세요! 수현씨...! 수현씨...!!
서연부 : (돌아보며) 뭐냐?
서 연 : (자존심과 기분이 상한) 응... 저기 수현씨가 급한 일이 생겼다구...
서연부 : 뭐야? 아니 이런 고얀 녀석이 있나? 어른을 기다리게 하고 못 온다고?
서 연 : 아빠가 이해해... 수현씨가 원래는 이런 적이 없는데...
서연부 : (마음에 안 드는 듯) 에이...!
기분이 나쁜 듯 굳은 표정을 짓는 서연.
53. 고급 여성 부띠끄 (낮)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수현. 예전에 나영에게 사줄까 했었던 옷을 집어 들고는, 계산대로 달려간다.
수 현 : 이거 주세요!
점 원 : 네? 사이즈는 요?
수 현 : 사이즈는 잘 모르는데...? (점원을 가리키며) 비슷하시겠네! 사이즈 어떻게 되요?
점 원 : (옷 보더니) 그럼 맞으시겠네요. 포장해드리겠습니다.
수 현 : 아뇨. 급하니까, 그냥 주세요...!
다급하게 카드 꺼내, 내미는 수현.
수 현 : 3개월 무이자 할부요!
54. 성민의 수목장 나무 앞 (낮)
하선을 데리고 수목장 나무를 향해 가는 나영과 광희.
멀리 나무 아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선이의 첫돌을 축하합니다!’ 라고 쓰인 프랭카드와 풍선장식들...
이 모습을 본 나영, 찡해서 감동 받아 멈춰 서는데...
어느 새 양복으로 갈아입은 경태가 나영을 향해 손을 흔든다.
경 태 : (손을 흔들며) 어서오세요. 나영씨...!
즐거워하는 경태를 보는 경태모는 약간 언짢은 표정이다.
경태모 : 저 놈이 왜 저렇게 좋아하는 겨?
광희모 : 얼굴 피세요. 애들이 좋은 일을 하는 건데요, 뭘...
(주변 살피며) 그런데 나영씨 아버님이 안 보이시네...? 외손녀 돌잔친데 왜 안 오시나...?
다시 하선과 함께 나무를 향해 걸어가는 나영과 광희.
이때 뒤에서 누군가 열심히 뛰어오며 하선을 부른다.
수 현 : (E) 하선아...! 같이 가...! 하선아...!!
나영과 광희 돌아보면, 쇼핑백을 흔들며 열심히 뛰어오는 수현.
나 영 : 어머? 수현씨...!
하 선 : 아빠... 아빠...
달려와 하선 앞에 서는 수현.
수 현 : (숨차서) 하선아... 미안해... 삼촌이 늦었지...? (나영에게 쇼핑백 내 밀며) 저기 이거...
나 영 : 어머? 이게 뭐예요?
수 현 : 나영씨 입을 옷을 좀 샀어요. 오늘의 주인공인데...
나 영 : 어머... 왜 그러세요. 저 괜찮아요.
수 현 : 비싼 거 아니니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재빨리 옷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뜯어내는 수현.
어리둥절 감동하며 받아드는 나영이 수현을 본다. 미소 떠오르고...
광 희 : (씩 웃으며) 짜식...!
경태도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 웃는다.
경 태 : 짜식... 저렇게 올 걸...!
수현과 나영, 광희, 하선이 활짝 웃으며 경태에게로 걸어온다.
경태도 웃으며 수현의 어깨 툭 치고, 일행을 맞는다.
55. 동 나무 아래 (낮)
초 하나가 켜져 있는 커다란 생일 케잌을 들고 오는 경태. 나영과 하선이 서있는 탁자 위에 케잌을 내려놓는다.
하선은 어느 새 한복으로 갈아입었고, 나영도 수현이 사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영, 감동해서 어쩔 줄 몰라, 보고 있으면...
경 태 : 자, 지금부터 우리 정하선 양의 돌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 커지고, 나영의 눈에서는 눈물이 비친다.
광 희 : 자, 촛불 끄세요...!
수 현 : 어서요...
나 영 : (눈물 슥 닦고는) 네. 같이 꺼요. 하나... 둘... 셋...!
후~ 하고 촛불을 부는 나영. 함께 박수치는 사람들.
괜히 입을 삐죽거리는 종희가 커다란 카세트를 누르자, 빵빠레가 울린다. 빵빠레 끝나면 바로 카세트 멈추는 종희. (음향 담당)
경 태 : 그럼 다음 순서는... 저희 세 삼촌들이 준비한 축가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경태의 옆으로 나란히 와서 서는 광희와 수현.
경태가 손짓하자, 종희가 카세트를 누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한스 밴드)’의 전주가 시작된다.
광 희 : 이 노래를 사랑하는 하선이에게 바칩니다...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세 남자. 수현이 앞 소절을 부르면, 광희와 경태가 화음을 넣으면서 멋진 3중창을 만든다.
세남자 :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태초부터 시작된 우리들의(원래 ‘하느님의’란 부분) 사랑은... 우리의 만남을 통해 열매를 맺고...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세 남자의 노래를 조금씩 함께 따라 부르는 사람들. 그들의 노래가 이어지며, 돌잔치의 풍경이 몽타주로 펼쳐진다.
- 하선이에게 돌반지를 끼워주는 경태모와 광희모.
- 하선의 성장과정 사진보드를 보며 즐거워하는 형사들.
- 인절미 먹다가 가슴 두드리는 반장.
- 하선과 나영이 기념사진을 찍고,
- 하선과 나영 옆으로 슥 들어와 가족처럼 셋이서 사진을 찍는 경태.
경태모가 아이구, 저놈이? 저놈이...! 걱정스레 보다 어이없어 웃는다.
- 이번엔 광희가 경태를 밀어내고, 하선과 나영, 광희가...
또 이번엔 하선과 나영, 수현이 따로 따로 사진을 찍는다.
- 마지막으로 하선과 나영 옆에 죽 둘러선 세 남자의 사진을 찍어주는 종희.
- 경태의 손이 나영의 어깨에 다정하게 올라가면 자꾸 내리라고 소리치는 종희.
- 하선을 안고 성민의 나무를 손으로 만져보는 나영.
나 영 : 성민씨, 우리 하선이 많이 컸지? 성민씨 친구들 정말 좋아... 고맙구... 우리 하선이 잘 키울게... 걱정 마...!
56. 동 나무 앞 (낮)
실, 색연필, 돈, 통장, 수갑, 마우스 등을 놓고 돌잡이를 하고 있는 하선과 나영.
수 현 : 하선아! 무조건 돈을 잡아야 된다...! 통장도 괜찮아!
경 태 : 아니야, 하선아...! 수갑 잡아, 수갑. 넌 담도 크고, 정말 훌륭한 경찰이 될 수 있어! 이거 잡아...!!
광 희 : 하선아...! 너한텐 예술가의 피가 흘러! 색연필 잡아! 색연필...!!
이내, 돈!!! 돈!!! 색연필!!! 색연필!!! 수갑!!! 수갑!!!을 외치는 사람들. 저마다 호들갑이다.
하선이 돈 쪽으로 손을 뻗자, 사람들 크게 박수를 친다.
그런데 하선이는 돈 뿐만 아니라, 수갑, 색연필까지 한꺼번에 양손으로 집어 든다.
사람들 그런 하선을 보며, 한마디씩 덕담을 하며 박수치며 좋아한다.
‘욕심이 많네... 배포가 커... 경찰되라, 경찰...! 아니야, 여자대통령감이지...’ 등등
이때, 돌상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누군가 들어온다. 나영부다.
순간 표정이 굳어지는 나영.
나영부 : 나영아...!
나 영 : (쳐다보기만 할 뿐) ...
나영부 : 나영아... 나다...
나 영 : (괴롭게 외면할 뿐) ...
경 태 : 제가 오시라고 했어요...
나 영 : 경태씬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그래요? (하선을 안고 외면하며) 가세요...!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다신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나영부 : 그래 내가 너를 무슨 낯짝으로 보겠니...
고개 숙인 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 나영부. 작은 곰 인형이 하나 나온다.
나영부 : 이거 하선이 줘라...
인형을 내밀고 서있는 나영부. 하지만 나영은 돌아서서 받을 생각도 안 한다.
나영부 : 미안하다, 나영아...! 이거 이 애비가 평생 처음으로 일해서 번 돈으로 산거야...
그제야, 나영부를 원망스러운 듯 돌아보는 나영.
이때 인형으로 손을 내미는 하선. 인형이 맘에 드는지 잡아당긴다.
경 태 : 어? 하선이가 인형이 마음에 드나봐?
나영부 : (하선에게, 인형을 주며) 내가 니 할애비다. 할애비...
하 선 : (인형 잡으며) 하비... 하비...
나영부 : (하선을 보며 미소 짓는) 그래... 할아버지야...
그런 나영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영.
나영부 : (나영을 보며) 나영아... 내가 정말 잘못했다...! 정말 잘못했어...!
나 영 : (보다가 속상해서) 됐어, 아버지... 밥은 먹었어?
나영부 : 엉...?
나 영 : (눈길 피하며) 저기 백설기랑 떡도 있고, 과일도 있고... 뭐 좀 먹어.
나영부 : (좋아서) 어, 그래...!
이때 나영부를 보고 반기며 부르는 광희모.
광희모 : 그래요, 이리 오셔서 음식 좀 드세요.
얼떨떨해하는 나영부를 모시고 가는 광희모.
어이없다는 듯 보는 경태모. 하지만 나영부에게 음식접시를 챙겨주고...
종희는 경태모에게 ‘어머니도 좀 드세요...’ 아양 떨고...
나영, 눈물이 나오는지, 몰래 슥 닦고는 하선을 보고 웃는다.
금반지를 낀 손으로 인형을 안고 좋아하는 하선.
수현과 광희, 경태도 그런 나영과 하선을 보고 있고... 그 위로 하선의 나레이션 들린다.
하 선 : (E) 엄만 참 이상해요. 누가 선물만 주면 운다니까요? 난 참 좋은데...
그날 할아버지가 준 첫 선물을, 엄마가 받지 말라고 할까봐, 난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요...?
할머니들이 준 금반지도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제 마음에 꼭 들었어요. 형사 아저씨들도 참 귀엽구... 아빠들! 너무 고마워!
57. 세 남자의 집 앞 (밤)
수현과 경태의 차가 와서 멎더니, 세 남자와 나영이 하선을 안고 내린다.
경 태 : 나영씨, 오늘 피곤했죠? 들어가서 푹 쉬어요. 저녁은 우리가 준비할게요.
나 영 : 내가 뭐 한 게 있나요? 세분이 다 하셨지... 저녁은 내가 할게요...
경 태 : 오늘의 주인공이 그러시면 안 되죠. (광희와 수현에게) 야, 오늘 저녁은 삼겹살 어때?
광 희 : (아기 안은 채) 좋지!
수 현 : (가려하며) 그럼 삼겹살 좀 사 와야겠네? 난 낮에 먹은 게 아직도 안 꺼졌는데, 3인분이면 되지?
광 희 : 야, 임마. 그래도 사람이 네 명인데, 3인분이 뭐냐?
나 영 : (말리며) 아니에요. 고기는 내가 사 올게요. 세 분은 먼저 들어가 계세요.
지갑 들고는 재빨리 골목을 뛰어가는 나영.
광 희 : (수현에게) 으이그... 니가 하도 돈돈 하니까 나영씨가 저러는 거 아니야!
수 현 : 내가 뭘...?
세 남자, 궁시렁 대며 하선을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58.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거실에서 삑! 삑! 거리는 신발을 신고 비틀비틀 걸어가는 하선.
세 남자가 삼각형으로 떨어져 앉아, 가운데 있는 하선에게 박수를 치며 서로 자기한테 오라고 소리친다.
광 희 : 하선아... 삼촌한테 와, 삼촌...!
경 태 : 아니야, 아빠한테 와, 아빠...
수 현 : 니가 무슨 아빠냐? 일루 와, 하선아. 일루!
하 선 : (E) 왜들 저러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남자를 둘러보는 하선. 이내 비틀거리며 광희에게 가 안긴다.
경 태 : (E. 당황해서 보며) 아니, 왜 절루 가지...?
광 희 : (좋아하며) 봤지? 봤지? 하선이가 내가 자기를 제일 아끼는 걸 딱 알잖아...!
수 현 : 야, 야...! 그게 니가 좋아서 간 거냐? 니가 딱따구리처럼 제일 시끄럽게 불러대니까 간 거지?
경 태 : (심각하게) 다시 해! 신발 운동화로 갈아 신기고...!
벌떡 일어나 신발장으로 가는 경태. 자기가 사 주었던 운동화를 가져온다.
경 태 : 하선아, 이번엔 꼭 나한테 와야 돼?
(시간경과)
운동화를 신은 하선이 또 어리둥절 세 남자를 둘러본다.
서로 박수를 치며 하선을 부르는 세 남자.
광 희 : 하선아... 일루 와...! 삼촌한테 와...! 삼촌한테...
경 태 : 하선아, 아빠한테 와. 아빠, 아빠!
수 현 : 하선아... 내가 아빠야. 나한테 와, 아빠한테 와!
하 선 : (E) 아이, 씨... 어디로 가지?
또 다시 광희에게 가 안기는 하선. 경태와 수현, 엄청 실망한다.
경 태 : 하선아, 나한테 오라니까...!
광 희 : 얘들이? 그게 강요한다고 되냐? 그러게 항상 사랑으로 애를 봐야지.
광희 하선에게 뽀뽀하며 좋아하는데,
경 태 : (E. 그 모습 노려보며 열 받는) 핏줄은 땡긴다던데... 그럼 혹시 광희 저 놈이 진짜 아빤가...?
수 현 : (열 받아 벌떡 일어나며) 아이야! 한 번 더 해...!
벌떡 일어나 신발장으로 향하는 수현.
(시간경과)
이번엔 수현이 사 준 구두를 신고 서 있는 하선.
세 남자, 또 큰소리로 하선을 부른다. 이번에 세 남자 모두 ‘아빠한테 와, 아빠한테...’ 무의식중에 아빠라고 칭한다.
경 태 : 내가 진짜 아빠야, 하선아...
광 희 : 저 아저씨 말고, 일루 와, 아빠한테...!
수 현 : 이리 와 하선아... 아빠 여깄어, 아빠...
하 선 : (E) 아이 귀찮아! 정말 왜들 저래?
어른들이 더 소란을 피우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서있던 하선이, 이내 주저앉으며 운다.
재빨리 하선에게로 달려가는 세 남자.
광 희 : (하선을 안으며) 야, 그만하자. 하선이가 선택하기 힘든가봐.
경 태 : 안돼, 더 해...! 하선이가 나한테 올 때까지...! (사정 조로) 하선아 아빠한테도 좀 와...!
수 현 : 아빠한테도...!
하 선 : (계속 세 남자를 두리번거리며, 알 수 없는 말로) 아빠... 아빠...
광 희 : 서로 아빠라 그러니까 애가 헷갈려하잖아!
경 태 : 그럼 뭐라 그래?
광 희 : 안 되겠다. 번호라도 매기자. 난 아빠1. (경태보며) 넌 아빠2. 수현이 넌 아빠3.
경 태 : 니가 왜 1이냐?!!
수 현 : 난 왜 3이고?
광 희 : 에이... (생각하다) 그럼 이건 어때? (자신을 가리키며) 난 파파, (수현 가리키며) 넌, 아빠. 경태 넌 대디.
경 태 : 대디? 난 영어 싫어. 내가 아빠 할래.
광 희 : 그래, 그럼 니가 아빠, 수현인 대디. 난 파파. 어때?
수 현 : 좋아. 애가 헷갈리는 거 보단 낫네.
경 태 : 좋아! (아기 보며) 하선아, 내가 아빠야!
광 희 : (역시 아기 보며) 난, 파파! (수현을 보면)
수 현 : (쑥스럽게) 난 대디...!
세 남자를 올려다보며 방긋 웃는 아기.
아 기 : (E) 안녕! 아빠, 대디, 파파!!
경 태 : 그럼 성민이는 뭐야...?
광 희 : 성민이는? (잠시 갸웃, 이내) 친아빠지!
경 태 : 친아빠? 야, 친아빠는 우리 셋 중에 하나가 친아빠잖아.
광 희 : 얀마...! 처음 생명을 있게 한 아빠가 친아빠지. 그러니까 성민이가 친아빠야.
수 현 : (끄덕이며) 광희 말이 맞네.
경 태 : 그런가...? 그렇네...! 하선아, 잘 들어? (자기, 수현, 광희 순으로 가리키며, 흐뭇하게) 아빠, 대디, 파파! 아빠 대디, 파파!
이제 안 헷갈리지?
이때 언제 들어 왔는지, 삼겹살을 사들고 들어온 나영이 이런 세 남자를 보고 있다.
나 영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빠, 대디, 파파라니요...?!
놀라서 돌아보는 세 남자. - 10부 끝 -